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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 ALBUM] 관악청년포크협의회 - 꽃무늬 일회용 휴지 / 유통기한

title: CHROMAKOPIA그린그린그림2025.10.18 00:17조회 수 67추천수 1댓글 0

https://www.youtube.com/watch?v=_MeNbUrJFT8

 

 

00:00 그린티바나나 - 밤새 02:24 그린티바나나 - 꽃무늬 일회용 휴지 05:47 그린티바나나 - 4 08:44 치기프로젝트 - 습기 12:58 치기프로젝트 - 유통기한: 입대 61일 전 16:07 치기프로젝트 - 말 18:58 9 (9와 숫자들) - 아카시아꽃 23:16 9 (9와 숫자들) - 간격은 여전히 한뼘 26:47 9 (9와 숫자들) - 비밀 29:33 언팩트 그레이 - 내 모습 33:03 언팩트 그레이 - Be My... 35:52 언팩트 그레이 - 꿈만 같던

 

'여전히 포오-크의 시대다'


'관악청년포크협의회'가 1집 '꽃무늬일회용휴지 / 유통기한' 을 디지털로 재발매 한다.

2004년 서울대학교 교내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모여 자주적으로 제작했던 이 음반은 키치한 팀명과는 다르게 그다지 포크 음악도 아니었고 하나의 팀이라기보다는 각자의 자작곡 모음집에 가까운 결과물이었다. 이후에 몇 번의 공연활동이 있었지만 그렇게 큰 반향을 이끌어 내었다고 보기에도 애매하다. 멤버들에게도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정식 음악 활동의 일부로 편입하기에는 확신이 들지 않는 시기의 작품이다.

이 음반의 의미를 꼽자면 그 시기에 보기 드물게 아마추어리즘을 실제 음반이라는 결과물로 이끌어 내었다는 점. 그리고 그 당사자들이 지금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음악 활동을 이어간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앨범에 참여한 멤버들은 지금까지 브로콜리너마저, 생각의 여름, 9와 숫자들, 엘스웨어 등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있고 이 음반이 있었기에(지금은 없어졌지만) 붕가붕가레코드가 생겨나고 꽤 오래 활동하며 인디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시기적으로 소위 인디 2세대의 시작 즈음 아직 음반 위주의 환경에서 팀으로서 활동이 길지 않았기에 디지털 음원 서비스가 대중화된 이후에도 굳이 하는 마음으로 다시 꺼내어 놓지 않았다. 오랜 시간 음원으로 들을 수 없었던 앨범을 결성 20주년을 맞아 디지털로 공개한다. 오랜 시간 습작에 가깝다고 생각해 왔지만 한 번도 이 노래들이 아름답지 않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어설픈 사진도 시간을 거치며 깊은 추억이 되는 것처럼, 시간을 견뎌온 노래들이 지금의 청자들에게 새롭게 또 익숙하게 다가오기를 바란다.

20년 전 음반가게에 걸렸던 포스터에서 '다시 포오-크의 시대다'라는 문구를 내세웠던 기억이 난다. 그래, 여전히 포오-크의 시대다. 음악은 포크가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


윤덕원 (그린티바나나/브로콜리너마저)

휴가를 나온 군인이었던 나는 어떻게 꼬드김을 당해서 9의 집으로 찾아가 기타와 보컬을 녹음했다. 녹음 현장은 지금 생각하면 조악한 면도 있지만, 컴퓨터를 사용해서 레코딩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 나는 테이프 레코더를 사용해서 데모를 만들고 있었으니까. 송재경의 어머니께서 김치 볶음밥을 만들어 주셨다. 어떤 마음이셨을지…

그 뒤 잠시 잊고 있던 사이에 전역을 했고 관악청년포크협의회의 첫 앨범도 발매되었다. 홍대 골목에서 열린 축제에서 인디 음반들을 파는 부스가 있었는데, 붕가붕가레코드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청포협 앨범을 판매했다. 이전에는 직접 만든 시디를 학교에서 판매했다면, 이제는 홍대에서 기존의 레이블들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아 그리고 사실 그때까지도 나는 종현이를 만나 본 적도 없었다. 함께 작업한 앨범을 팔았지만.

향뮤직, 퍼플레코드에 시디를 납품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 일이다. 이후에는 브로콜리너마저의 시디를 같은 식으로 판매했다. 그 당시 우리의 목표는 (혹은 나의 목표는) ‘음반을 내는 것’ 이었다. 이렇게 일종의 ‘작품’으로 기존의 음악들과 함께 놓이는 성과를 낸 것이 청포협의 가장 큰 성취라고 생각한다. 음원 유통을 하기 위해 CJ뮤직 담당자분을 만나러 갔던 미팅도 생각난다. 결국 성사되지는 않았다. 그때는 큰 벽처럼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음원 유통이 일상적이 된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청포협으로 몇 번의 공연을 했다. 홍대 놀이터 프리마켓에서, 붕가붕가레코드 공연에서. 홍대 앞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한 것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학교 축제에서 공연을 하고 시디를 팔았고. 그 뒤로는 각자 밴드에 골몰하거나 취업 준비를 하면서 조금 뜸해졌다. 그 사이에 붕가붕가레코드의 대표를 맡기도 하여 청포협의 음반 판매 역시 나의 전담이 되었고, 몇 개의 박스가 우리 집에 놓여있게 되었다. 다 판매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겠거니 했지만 의외로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뭔가 어설프고 부족한데 이것으로 괜찮을까 생각했던 시절을 지나 멤버들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것도 신기한데, 음반 재발매에까지 이르니 감회가 새롭다. 다시는 오지 않을 시절의 음악들은 지금은 일부
러 만들 수조차 없는 모양을 하고 있다. 잘 만들어진 장신구라기보다는 어디선가 주운 조개껍데기 같은. 하지만 그것을 아이처럼 주워다가 살피고 아름답다 여기던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고, 그것이 어쩌면 아직까지 관악청년 포크협의회 회원으로서 남아 있을 수 있던 이유가 아닐까.


박종현 (치기프로젝트/생각의 여름)

"세 곡 정도 골라볼래? 녹음하자." 재경(9) 형한테 연락을 받은 것은 2004년의 늦가을이었다. 이렇게 저렇게네 명을 모아, 세 곡씩 녹음을 해서 씨디를 만들겠다고 했다. 씨디를 만든다는 게, ‘구워가지고’ 학교 근처에 판다는 얘기인 줄 알았다. 재미있겠다 싶었다.

돌이켜보면 그해 여름 즈음, 다니던 대학 총학생회에서 모집해 만든 자작곡 모음집 <뺀드뺀드 짠짠 3: 자취방 사운드의 탄생>에 참여한 이들끼리의 공연들에서 형들을 만났다. 같은 날 무대를 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화음을 얹어주거나 연주를 더하기도 했는데, 재경 형이 연주하고 부르는 보아의 <넘버 원>에 정직한 삼도 화음을 얹고 쉐이커도 흔들며 도운 기억이 있다. 종윤(언팩드 그레이) 형이랑은 비틀즈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같이 불렀다. 덕원(그린티바나나) 형이랑은 무얼 같이 한 기억이 없는데, 아마도 형이 그때 군인 신분이었던 것 같다.

연말에 2학년을 마치자마자 입대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기숙사 침대에 걸터앉아 네 트랙 레코더에 녹음해 모아놓은 습작들이 군대 가면 다 사라질 텐데, 녹음을 하자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12월 10일 즈음 재경 형 방에 앉아 세 시간쯤 있었다. 메트로놈도 모니터 이어폰도 없이, 그저 연주하고, 듣고, 또 연주하고 듣고, 몇 번 하다 괜찮네, 라는 말이 나오면 녹음을 끝냈다. 열흘 즈음 있다가 나는 훈련소를 갔다.

이듬해 만우절에 백일 휴가를 나오니 홍대 '주차장길'에서 열린 무슨 축제 한가운데 부스에서 형들이 씨디를 팔고 있었다. 구운 씨디가 말고 ‘진짜 파는 씨디’ 모양을 한 것 말이다. 홍대와 신촌의 음반점들에도 ‘진짜 파는 씨디’들 사이에 꽃혔댔고, 평론가 선생님이 웹진에 글도 써주셨다고 했다. 막연히 꿈꾸던 ‘인디 뮤지션’이 된 기분이었지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출발점 비슷한 순간으로 이때가 기억될 거라고, 20년 후 이 음악들을 회상하게 될 거라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서툰 연주와 목소리, 둔탁한 말과 음들로 된 노래들을 들으면 새삼 쑥스럽다가 때로 기특하여 웃음 짓게 된다. 형들과의 신비한 인연 덕에 녹음으로 남은, 이렇게나 오래 남을 줄 몰랐던 치기로운 습작들을 조심스레 꺼내놓는다.


송재경 (9, 9와 숫자들)

우리 세대 인디 뮤지션이 종종 그렇듯 나는 제대로 된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그때만 해도 인디 음악의 중심에 아마추어리즘이 있었다. 청포협 음반 제작 당시의 열악한 작업 환경과 느슨한 프로듀싱은 자본과 역량 부족의 문제이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의도된 바도 있었다. 일부러 2만 원짜리 마이크로 녹음하고 가정용 오디오 스피커로 믹싱하고 조금 엇나간 기타 리듬과 보컬 튠을 그대로 뒀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도 상관없고 어떤 면에선 그런 점들이 꽤 쿨하다고 생각했던 거다. 20년이 지나도 듣고 싶은 음반인지 아닌지는 녹음에 쓰인 마이크의 가격이나 보컬의 음정 정확도로 결정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뭐랄까 어떤 정신, 감성, 개성... 느낌- 반짝임이다.

20대 초 덕원, 종현, 종윤, 기조(디자이너)의 반짝임을 기억한다. 그 반짝임을 담아두고 싶어서 기획한 앨범이 우리의 기나긴 음악 여정의 시작점이 됐고, 20년 세월을 가로질러 다시금 사람들에게 전해지게 된 거다. 비록 이제 우린 “관악“, ”청년“, ”포크“에서 멀어졌지만, ”회“라도 자주 하자. 미약하게나마 자본과 기술도 생겼으니 더 잘 할 수 있지 않겠니?


윤종윤 (언팩트 그레이 / ELSEWEAR)

‘저 사람 어디선가 봤는데..’ 2004년 당시 그나마 다양한 장르의 밴드 음악을 다루는 홍대 인근 클럽은
‘빵’이었는데, 거기서 봤던 녀석이었다. ‘그림자 궁전’이라는 밴드의 9(재경)였다. 같은 캠퍼스에서 대학 생활을 하는 걸 알고 내심 반가웠고, 풍기는 아우라로는 당연히 형일 줄 알았는데 같은 학번이라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자작곡이 있는 학우들을 중심으로 해서 열린 교내 공연이 끝나고, 9가 따로 연락을 해왔다. 본인 포함 4명 정도 모아서 뭔가를 도모해 보자는 것이었다. 전역을 하고도 반년이 넘은지라 이제는 진로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좀 하려던 참이었는데, 어차피 각자 만들어 둔 곡을 녹음해서 스플릿 앨범 형식으로 구성하자는 거여서, 딱히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드는 건 아닐 것 같았기에 흔쾌히 참여하겠다고 했다.

지금은 이름이 바뀐 2호선 성내역 근처 9의 집에서 노래방 마이크와 청테이프 붙은 통기타로 뚝딱 녹음을 마쳤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싶긴 했는데, 엔지니어인 9가 좋다고 해서 그냥 두어 시간 만에 끝냈던 것 같다. 이후 나머지 회원들이 녹음한 결과를 듣고 나니, 각자 묘하게 다르면서도 어울리는 느낌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곡이 (이게 포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좋았다.

이후에는 취업 준비 등으로 인해 전격적으로 활동을 하지는 못했지만, 관악구 쑥고개길 초입에 있던 내 자취방에 모여서 벼락치기 연습을 하고 상부(?)에서 잡은 공연에 몇 차례 참여했었다. 느슨한 연대감 속에서 때로는 셋이, 때로는 둘이, 때로는 넷 모두가 모여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공연을 했고,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대중에 알려지게 된 것 같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음악 생활은 잠시 접어두게 되었던 나는 그들과 자주 연락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이들의 음악은 나에게 때로는 열등감을 주기도, 때로는 자신감을 주기도 하였다. 우리는 서로의 음악을 좋아하고 응원하는 존재가 되어 주었고, 그러한 힘을 받아 나는 ’엘스웨어(ELSEWEAR)‘라는 밴드를 통해 다시 음악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들 사이에서 이 음반의 디지털 음원 발매에 대한 의견이 나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던 것은 다소간의 부끄러움, 귀찮음에 더해서 그때의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그대로 두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이 앨범의 탄생이 각자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 그때의 우리는 당연히 몰랐을 것이다. 그저 뭔가 재밋거리를 찾거나, 기념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으리라.

회원 모두 40대가 된 지금, 당시 우리 작업물의 질과 결과적인 의미를 떠나, 이러한 우리들의 ’거창하지 않은 시도‘가 현재의 청년들에게 주는 메세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크레딧]

보컬/어쿠스틱기타 | 윤덕원
보컬/어쿠스틱기타 | 박종현
보컬/어쿠스틱기타/일렉트릭기타/하모니카/멜로디언/우쿨렐레 | 송재경
보컬/어쿠스틱기타 | 윤종윤

녹음/믹싱 | 9 @몽키바란스
마스터링 | 민상용 @스튜디오로그

사진/디자인 | 김기조
프로필 사진 | 남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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