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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풋워크를 아시나요?

title: [회원구입불가]Destin5시간 전조회 수 174추천수 7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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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2년부터 24년까지 힙합엘이 에디터로 근무했던 데스틴이라고 합니다.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힙합엘이를 퇴사한지 3개월 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반년 전쯤 DJ 활동을 시작했다고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짧은 근황을 말씀드리자면 여름 즈음 모 음악 레이블의 콘텐츠 디렉터로 취직하여 직장인의 삶을 사는 중입니다.

 

물론 직장을 다니면서 DJ도 병행하는 중입니다. 하드 테크노를 틀고 싶어 무작정 시작한 DJ이지만 최근 몇달간 ‘풋워크’라는 장르도 열심히 틀고 있어요. 오랜만에 글이나 써볼까 하다가 요즘 제가 푹 빠진 장르 ‘풋워크’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긴 글이지만 재밌게 읽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https://hiphople.com/fboard/31384074

예전에 이 글 썼던 사람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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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카고 풋워크란 무엇인가?

 

80년대의 파티를 지배했던 시카고 하우스. 90년대 초에 들어서자 이에 실증을 느끼던 시카고 남부 게토 커뮤니티는 하우스에다가 서던 힙합과, 마이애미 베이스를 섞기 시작합니다. 초기 선구자인 DJ 디온(DJ Deeon)을 중심으로 한 하우스 씬은 짧은 구절이 반복되는 챈트 중심의 곡들을 만들기 시작했죠.

 

그렇게 등장한 장르가 게토 하우스(Ghetto House). 단순하고 거칠며, 피치다운된 보컬이 어우러진, 말하자면 ‘지저분한 동시에 더욱 리드미컬해진 하우스’였습니다. 이 흐름은 디트로이트 테크노와 결합되어, ‘게토 테크(Ghetto Tech)’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고, 2000년대 초에 이르러 섹슈얼하고 유머러스한 가사, 신디사이저와 킥, 스네어를 잘개 쪼갠, 130~140 BPM의 싱코페이션 리듬이 특징인 주크(Juke)의 탄생으로 이어집니다.

 

한편, 시카고 서부 게토 커뮤니티에서는 이전부터 댄서들의 입지가 강세였는데요. 주크가 탄생할 즈음, 길거리 싸이퍼에서는 힙합 비트 위에서 이루어지는 랩 배틀뿐만이 아닌 주크 비트에다 발 놀림을 겨루는 댄스 배틀 문화도 등장했습니다. 이것이 춤으로써의 ‘시카고 풋워크’. 이 시기 시카고의 댄서 출신 DJ, 프로듀서들은 주크보다 좀 더 ‘춤에 특화된 리듬’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주크보다 좀 더 빠르고 역동적인 리듬을 원했거든요.

 

그중 RP Boo라는 인물이 등장해 불규칙한 리듬 속에서도 직관적인 트리플렛 킥, 크게 울리는 베이스, 끊임없이 차핑된 랩, 소울 샘플을 150 ~ 160 BPM의 더 빠른 박자로 재구성하는 시도를 선보였습니다. RP Boo의 실험은 댄서들의 동작을 더  돋보이게 만들었고, 그때부터 음악 장르로서의 ‘풋워크(Footwork)’가 확립됩니다.

 

게토 하우스 → 게토 테크 → 주크 → 풋워크로 이어지는 계보는 댄서들의 움직임과 프로듀서들의 샘플링이 맞물려 발전한 시카고 남부의 리듬 시험이자 하우스와 힙합의 요소를 고루 갖춘 또 다른 후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풋워크는 짓(Jit)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며 특히 디트로이트에서 풋워크보다는 짓으로 통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t7y15eOV4E

https://www.youtube.com/watch?v=ugczO0SoA2Y

 

 

sadad.jpg

 

2. 테크라이프와 DJ 라샤드

 

풋워크를 전 세계로 퍼뜨린 주역은 바로 2011년에 설립된 시카고의 댄스 음악 레이블 테크라이프(Teklife)입니다. 그 중심에는 지금은 전설이 된 창립자 DJ 라샤드(DJ Rashad)가 있었죠. 고전 명곡 샘플들을 통해 소울풀하고 재지한 무드를 담고, 트랩 사운드를 활용해 드럼 질감을 강화한 그는 풋워크를 단순한 댄스 음악이 아니라 힙합의 새로운 언어로 승화시킨 인물입니다.

 

DJ 라샤드는 친구이자 공동 창립자인 DJ 스핀(DJ Spinn)과 함께 다양한 리믹스를 만듦으로써 테크라이프만의 사운드를 확립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 함께 활약한 트랙스맨(Traxman), DJ 매니(DJ Manny), DJ 얼(DJ Earl)과 같은 테크라이프 소속 DJ들이 풋워크의 본류를 완성한 주역들입니다.

 

시간이 흘러 2014년. 이들의 활약으로 세계 각지의 언더그라운드 클럽 씬에서 풋워크에 대한 관심이 싹트기 시작하던 중이었는데요. 같은 해 4월, DJ 라샤드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집니다. 불과 3개월 전인 2014년 1월, 이태원의 가장 아이코닉한 클럽 ‘케익샵(CakeShop)’과 에너지 드링크 브랜드 ‘레드불’이 합작 기획한 파티를 통해 내한 공연을 펼쳤던지라 대한민국 클럽 씬에게도 그의 죽음은 충격적이었죠.

 

DJ 라샤드의 요절로 인해 폭발적인 성장세는 한풀 꺾였지만, 풋워크라는 장르는 이미 시카고를 넘어 미국 각지와 유럽에까지 씨앗을 뿌린 상태였습니다. 이후 쿠쉬 존스(Kush Jones), DJ 페이팔(DJ Paypal), DJ 타예(DJ Taye), 머신드럼(Machinedrum) 같은 세계 각지의 DJ, 프로듀서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장르를 발전시켜갔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PZuFTR09wg&t=600s

https://www.youtube.com/watch?v=Itz1wUusRRE&list=RDItz1wUusRRE&start_radio=1&t=872s

https://www.youtube.com/watch?v=5ALcYceJQxw&list=RD5ALcYceJQxw&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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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이브 머니

 

2010년대 중반, 어느덧 풋워크는 시카고를 대표하는 로컬 장르로써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런 만큼 시카고 힙합에도 자연스레 스며들었는데요. 특히, 2010년대 중후반 전성기를 맞이해 힙합엘이 안에서도 인기가 좋았던 크루 세이브 머니(SAVE MONEY)가 그러한 움직임을 전개해나갔죠. 세이브 머니의 간판 스타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와 그의 동생 테일러 베넷(Taylor Bennett)은 자신들부터가 뛰어난 기량을 가진 풋워크 댄서들이며, 역시 세이브 머니의 멤버들인 토키오(Towkio)와 조이 펄프(Joey Purp)의 경우 아예 풋워크/주크 트랙을 발매하거나 뮤직비디오에서 직접 풋워크 댄스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WeVC0K17Ok&list=RDWWeVC0K17Ok&start_radio=1

https://www.youtube.com/watch?v=TTjU2hPWysU&list=RDTTjU2hPWysU&start_radio=1

https://www.youtube.com/watch?v=MOVon_v3B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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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국에서의 풋워크

 

앞서 언급했듯 한국에 풋워크가 처음 소개된 건 2014년 1월의 Red Bull Music Academy 행사에서 진행된 DJ 랴샤드 내한 공연이었습니다. 해당 공연을 본 일부 DJ들과 프로듀서들이 풋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3개월 뒤 그가 사망하며 불씨는 금새 식어버렸죠. 하지만 약 10년 가량이 흐른 요즘 들어서 한국 힙합, 전자 음악, 케이팝 씬에서도 알음알음 풋워크의 영향이 다시 감지되고 있습니다. 2023년, 김심야가 EP [w18c] 수록곡 “BOTH KNEE TOUCH THE FLOOR”에서 풋워크를 시도했고, 해당 트랙을 작곡한 Mount XLR 역시 [Acid Wasp] 수록곡 “Oegno Aep”을 통해 풋워크와 UK 베이스를 결합한 사운드를 선보였습니다.

 

*여담이지만 최근 클럽 파티 공연에서 심야 님이 선보인 발매 예정의 미공개곡에서도 풋워크 리듬이 등장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W0Uk1kstG4&list=RDnW0Uk1kstG4&start_radio=1

https://www.youtube.com/watch?v=-UeYmjKut9s&list=RD-UeYmjKut9s&start_radio=1

 

그렇다면 케이팝 시장에서는 어떨까요? 가장 먼저 풋워크/주크를 시도한 건 청하(CHUNG HA)였습니다. 2021년에 발매된 정규 1집 [Querencia] 수록곡 “SIDE C (UNKNOWN)”은 1분 남짓의 짧은 인터루드 트랙이지만 농도가 짙은 풋워크 트랙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2024년 4월 발매된 세븐틴(SEVENTEEN)의 “MAESTRO”. 노래 마지막 아우트로로 등장하는 댄스 브레이크가 바로 풋워크 리듬이죠. 뉴진스(NewJeans)의 경우 2024 코리아 그랜드 뮤직 어워즈 시상식 공연에서 시카고 풋워크 댄스를 선보였고 (아래 영상 11분 15초부터), 2025년 6월에 발매된 아일릿(ILLIT)의 “jellyous”는 주크 기반의 곡인 만큼 안무 역시 현란한 풋워크 요소가 접목된 양상을 띕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yQdASWNnY&list=RD-hyQdASWNnY&start_radio=1

https://www.youtube.com/watch?v=GkG60kISnfc&list=RDGkG60kISnfc&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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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서울 풋워크

 

2024년 9월, 한국 클럽 씬에서는 국내 최초의 풋워크 콜렉티브 크루 서울풋워크가 출범합니다. 비슬라(Visla) 에디터 출신의 래퍼 겸 DJ 델리카마(Delic’amarr)가 주축이 되어 결성된 서울풋워크는 데스틴(Destin), MSG, 세인(Seyn), 앳취(ADCH)까지, 총 5인의 DJ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네, 그렇습니다. 여기서 데스틴이 바로 접니다.

 

지난 2025년 4월, 저는 힙합엘이를 퇴사한 기념으로 한달간 유럽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여행을 함께한 델리카마와 함께 벨기에 브뤼셀을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 라디오 ‘키오스크 라디오(Kiosk Radio)’의 무대에 오르기도 했죠. 좋은 기회로 테크라이프 측의 지원을 받았기에 가능했던 공연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feFQHV49z4&list=RDpfeFQHV49z4&start_radio=1&t=2075s

 

 

dadssa.jpg

 

6. DJ 스핀과 트랙스맨의 내한 파티 - 타라리아 10/18 토요일 케익샵

 

그리고, 이번주 토요일에 앞서 언급했던 테크라이프의 DJ 스핀과 트랙스맨이 이태원 케익샵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입니다. 10월 18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이태원의 아이코닉한 클럽 케익샵(CakeShop)에서 진행되는 타라리아(TALARIA). 타라리아는 저희 서울풋워크가 주최하는 파티 브랜드로 그리스 신화 속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신발을 의미합니다.

 

시카고 클럽 씬의 두 거장이 11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아 열리는 이번 파티에 엘이 여러분들도 여유가 되신다면 많이 많이 놀러오시길 바랍니다. 더욱 자세한 정보는 케익샵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12시 이전 입장 - 2만 원, 12시 이후 입장 - 2만5천 원입니다. 타임 테이블은 아래와 같습니다. 아무쪼록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임 테이블

 

22:00 – 22:30 ADCH
22:30 – 23:00 Destin
23:00 – 23:30 Seyn
23:30 – 00:00 Haomiiya 
00:00 – 00:50 Untitled 
00:50 – 01:00 Delic'amarr (Live)
01:00 – 02:00 DJ Spinn
02:00 – 03:00 Traxman
03:00 - 03:30 MSG
03:30 – 04:00 Delic'amarr

 

KakaoTalk_Photo_2025-10-16-22-43-38.jpeg

신고
댓글 8
  • 4시간 전

    글 너무 깔끔해요 잘읽었습니다

    k팝에서의 풋워크는 진짜 흥미롭네요ㅋㅋ처음 시도한 게 청하라니...

  • title: [회원구입불가]Destin글쓴이
    1 3시간 전
    @teamhacker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파티 오시게 되시면 엘이보고 왔다고 인사해 주세요! 데낄라 샷 돌리겠습니다~

  • 3시간 전
    @Destin

    성인되면 가겠습니다ㅠㅠ

  • 3시간 전

    와 감사합니다

  • 3시간 전

    챈랩이 풋워크 댄서 경력이 있다는 건 좀 놀랍네요 ㅋㅋㅋ 풋워크 정말 재밌는 장르죠 저도 굉장히 영향받았고 자주 찾아 듣고 있습니다.(라샤드의 Rollin Ep는 종종 Double Cup을 뛰어넘는 감정적인 에너지가 있는 거 같아요!) 앞으로의 행보도 응원하겠습니다!

  • title: [회원구입불가]Destin글쓴이
    3시간 전
    @kued

    https://youtube.com/shorts/HAl5cETzzhs?si=FqzSy1M-hqK_SaE-

     

    몇년 전에도 이런 거 찍어서 올리더라고요 ㅋㅋㅋ 시간되시면 파티도 놀러오세요!

  • 3시간 전
    @Destin

    정말 가고싶었지만 아쉽게도 지방러+시험기간이라... 때가 맞는다면 꼭 가겠습니다 ㅠ

  • 1시간 전

    아 이런글 자주써주세요!! 잼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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