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5LQfgsNWFJQ
모두의 머리맡에 두어도 좋을 내밀한 일기장, SAGA [머리맡에]
“내 머리맡에는 없어선 안 되는 안경과 휴대폰, 도토리처럼 모은 씨디와 플레이어, 허투루 쓰지 않는 일기장이 있다. 매일 쓰는 것과 필요한 것,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 생활적이고 치열하기도 한 머리맡에서 매일매일 발 없는 말로 서성거린다. 그때 좀 더 열심히 할 걸, 할 말은 할 걸, 웃으며 넘겨볼걸, 별일 아니라고 생각할걸. 그럼, 지금과 다를 텐데.
오래된 일들과 어제의 일과 일어나지 않는 미래의 일들이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그것들이 펼쳐지는 것이 눈앞인지 뒤인지도 모르지만 빠져든다.
새 하루가 시작되면 나는 그저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할 뿐이다. 세상의 어떤 면은 받아들이고 어떤 면은 투쟁하며 살겠다고 다짐할 뿐이다. 머리맡에서.” - SAGA
당신의 머리맡에는 무엇이 있는가. 숏폼을 보다 내팽개쳐 둔 스마트폰? 졸음을 참다 궁금한 부분을 남기고 접어 둔 소설책? 잠에서 깰 때 꿈을 놓치지 않으려 놔둔 메모장? 우리의 머리맡에는 잠들기 전 남겨진 어제의 기억이 놓여 있다. 하루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바라보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머리맡에는 시작과 끝이, 현실과 꿈이, 깸과 잠이, 의식과 무의식이 겹쳐 있다. 그렇기에 어느 곳보다 내밀한 공간. SAGA는 두 번째 EP [머리맡에]를 통해 기꺼이 이 공간을 여러분에게 내준다.
‘서울살이’는 앨범의 문을 여는 곡이다. 설거지 소리로 추정되는 앰비언스에서 삶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덤덤한 기타 스트로크 위로 SAGA는 노래한다. 말라가는 오아시스 같은 행복과, 옅은 불빛 가로등처럼 꺼져가도 부지런히 불을 밝히는 가로등과 같은 어른의 삶을. 부대끼고 버거운 현실이지만, 그 안에는 너와 나, 사람이 있다. 뒤돌았을 때 네가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모두가 조금만 더 세상에 친절하면 어떨까. 천만 인구의 메가시티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건 그런 소박한 마음일 것이다. 그렇게 SAGA는 눈을 뜨고 새 하루를 맞는다.
새로 시작하는 하루에는 겨울은 추워서, 여름은 해가 길어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 당신이 있다. ‘당신에 대하여’는 사랑하는 이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노래다. SAGA는 아버지가 취미로 불던 색소폰 소리를 기억한다. 창문 너머로 들려오던 음색은 어린 시절의 평온과 연결돼 있다. 놀랍게도 지금은 애인이 색소폰을 분다. 이 우연이 가진 기묘한 운명을 그는 ‘사랑의 증거’로 받아들이고, 그 감각을 곡에 담았다. 다정한 사랑으로 못 이겨내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씩씩하게 잘 해보려는 마음은 아름답다. 부디 이들이 서로에게 따뜻하고, 친절하고, 좋고, 다정한 사람으로 남기를.
복잡한 마음으로 잠 못 드는 밤처럼, [머리맡에]는 현실과 마음의 부딪힘을 담고 있다. SAGA의 엄마는 어릴 적 그가 공무원이나 선생님이 되길 바랐다. 흔해지고 낡아진 꿈, 흔들리는 자존감 속에서 그는 “차라리 하느님이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 계시라도 해주신다면”이라고 상상했다. ‘나를 보고 말해주세’요는 그 상상의 연장선이다. 누군가가 꼭 안아주며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멋대로 살라”고 말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옮겼다.
술 마신 다음 날, 숙취처럼 나른한 연주 위로 SAGA는 너무 마신 어젯밤을 회상한다.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지 않을까. 술에 취해 용기를 내 옛 연인의 안부를 묻고 싶은 밤. 그때 상대의 번호가 없다고 뜬다면 다음날 후회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먼저 들까. 아니면 더 이상 인연을 이어 나갈 수 없다는 씁쓸한 마음이 더 크게 생길까. 다정한 마음을 주고받았던 이도 언젠가는 볼 수 없는 사이가 된다. 인연이 이어졌다면 생길 무수히 많은 가능성은 어디로 가는 걸까. 다른 다중 우주에서 떠돌고 있을까. 적어도 지금의 우주에는 ‘그럴 줄 알았어’라는 노래로 남았다.
[머리맡에]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솔직함이다. 솔직함을 드러내는 건 두려운 일이다. 인간은 불가해하고 복잡한 존재니까. ‘꿈 사랑 돈 명예’는 SAGA가 우스갯소리로 “뭐든 다 할 테니 이것만 주세요”라는 농담을 던지다 쓰게 된 곡이다. 뭐든 다 할 건데 못 받을 게 어디 있나. SAGA는 꿈과 사랑 같은 추상적이고 아름다운 존재부터 돈과 명예 같은 세속적인 존재까지 모두 받고 싶어 한다.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담아둔 욕망의 리스트이기도 하다. 뭐든 다 해도 이를 모두 쉽게 얻을 순 없기에, SAGA는 마지막으로 노래한다. ‘나는 살아요 그런 거 없이도 절대 쉽게 죽지 않고 잘 살아요.’ 짐짓 쿨한 척하며.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어도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순 있다. SAGA는 “새해 소원, 생일 소원은 늘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빌었다. 어제보다 조금 덜 울고,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친절하고, 조금 덜 서두르고 싶다”라고 말했다. 불가해한 인생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작은 소망을 품고 이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일일 것이다. “너무 빨리 좋은 사람이 된다면 허무할지도 모르니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라는 그의 말처럼, ‘더 나은 내가 될래요’는 작은 전진을 바라는 잔잔한 결심의 노래다.
[머리맡에]는 SAGA가 포크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다. 그가 생각하는 포크는 삶은 어떤 부분은 찬양하고, 어떤 부분은 대항하는 음악이다. 밴드 음악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SAGA는 자신과 주변의 다양한 결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 포크라는 도구를 손에 쥐기로 했다. 작은 이야기가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 함께 따라 부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머리맡에]는 내밀하지만, 한편으로 모두의 머리맡에 두어도 좋을 일기장 같다. 누구나 사는 건 질문투성이고, 흔들리고, 후회하고, 그러면서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니까. 오늘 밤에는 머리맡에 이 음악을 두고 잠들어도 좋겠다. 내일 아침에는 더 나은 새 하루가 찾아오길 바라며.
-하박국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 대표)
[Credits]
프로듀싱 SAGA
작사, 작곡 SAGA
편곡 SAGA (all track) / E.sto (1,5) / roku (2) / 이새 Jesse (3)
레코딩 roku @jangma studio
드럼 레코딩 노상준 @Groove N Balance Studio
믹싱 E.sto
마스터링 곽동준 @small's studio
앨범커버 사진 임성수 @limsungsuu
프로필 사진 사하 @keem.saha
[Musicians]
사가 SAGA
Vocal / Chorus / Acoustic Guitar / Synths (all track)
이스토 E.sto
Acoustic Guitar (1) / Electric Guitar (5) / Bass (5)
로쿠 roku
Saxophone (2)
이새 Jesse
Electric Guitar (3)
김건
Drums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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