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문제를 해결 하진 않죠"
이거 사실 pj 하비가 한말 일 겁니다 아마 유튜브를 통해 pj의 6집 uh huh her 관련 인터뷰에서 본 것 같은데 못 찾겠어요...
pj가 지금도 여전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확실치 않기도 하네요
사실 pj의 음악으로 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해왔기에 이해하기 어렵더라고요
정말 뭐라고 해야할까요.. pj하비는 저로서 아주 간신히 이해 가능하거나 제가 선호하던 생각을 뛰어넘는 듯한 말을 종종 하곤 합니다
근데 그게 뭔가 배신이나 훈계처럼 느껴지진 않는 것 같아요 그보다 오히려 배신과 훈계에 빠져있던 게 저라는 걸 들춰내는 것 처럼 느껴지더라고요
pj는 어렸을 적 종이에 joy라는 단어를 쓰고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고 해요 마치 문을 열고 그 단어의 의미인 즐거움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행복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의 영향 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수첩에 단어를 쓰는 습관이 생겼다고 하고요
전 어렸을 적 게임이 그렇게 탐나던 거랑.. 노는 것도 좋았고
근데 창작은 잘 모르겠네요 좋아하던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뿐만 아니라 옛날에도 제가 어린애 치고 생각이 경직되고 세속적이었던 면이 좀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꾸 잘 해내지 못하는 것 같고 쉽게 빠져들지 않게 되더라고요 창작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는데 잘 못 즐겼어요 어렸을 때 부터 그랬어서 인지 현재도 joy라는 단어 하나 쓰고 보면서 즐거움을 누렸다는 pj가 부러운 걸 넘어서 거의 이해가 안 돼요 하하
제가 이전 글에서 예술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사람이 해결한다는 얘기를 열심히 해보았는데요
satang님 께서 제 이전 글에 다신 댓글을 보고 저 또한 "그렇지 예술이 분명 교육효과가 있고 교육이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니까 간접적으로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거겠지" 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근데 pj의 말 역시 조금 이해가 되는 데다가 정확히 알면 저한테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정리해 봤어요 좀 장황하게 주절주절 하는 느낌이 있지만..
누군가는 길가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보고 뭔가 큰 의미를 느끼면서 무언가를 이룰 수도 있겠죠 누군가는 아닐 테고요
전자는 자신이 무언가를 이룬 것이 나뭇가지 덕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나뭇가지에게 너무 너무 너무 고마움을 느낀다면요 하하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 특히 그 나뭇가지를 보고도 무언가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이룬 사람의 성공 요인이 나뭇가지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이룬 그 사람이 성공 요인이라 생각 할 테죠
그 사람이 이룬 것이 세계 평화든 아님 그저 스스로의 기분이 좋아진 것이든 다른 사람들이 칭찬을 한다면
인격이든 능력이든 성공한 사람을 칭찬하지 나뭇가지를 칭찬하진 않겠죠
물론 어쩌면 그 나뭇가지를 보고 함께 좋아하고 찬양하는 집단이 생길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 집단에 따라 그 나뭇가지가 예술이 될 수도 사이비가 될 수도 있고 할 겁니다
하지만 나뭇가지는 그저 거기 있었을 뿐 이예요 이 모든 변동은 사람들이 일으킨 것 입니다
개념이란 건 사람 머릿속에 있으니 전부 사람들이 만든 것이죠 문제라는 것도 역시 개념이니 사람들이 만든 것 일 겁니다
그러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만든 사람이지 나뭇가지가 아닐 거예요
나뭇가지가 보는 사람에 따라 예술이 될 수도 종교(어쩌면 사이비)가 될 수도 있지만 사람이 될 수는 없잖아요
결국 뭐가 된다 하더라도 나뭇가지 역시 사람이 만든 개념에 불과할 테고 따라서 그것은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나뭇가지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있을 수 있겠죠 청소하는 사람들에겐 예술은 커녕 치워야 할 쓰레기로 보일 테니까요
재미가 없나요? 하하
pj 하비의 작업 중 커버에 나뭇가지 하나만 등장하는 앨범이 있습니다
언젠가 저 나뭇가지 앨범 i inside the old year dying 에 대해 감상문을 쓸 거예요 정말 좋은 앨범입니다
근데 저한테는 최고의 앨범이지만 솔직히 남들한테도 그럴지는 모르겠긴 해요
전체적으로 불편함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것 처럼 느껴질 수 있는 앨범인데 그 점이 독창적일 수도 있고 답답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예 별로 잘 못 만든 것 같을 수도 있어요
처음 커버가 공개 됐을 때 나뭇가지 앨범 커버의 의도가 뭘까 생각해봤죠
'뭐야? / 재미없는데? / 이전 앨범들이랑 이야기가 끊기는 느낌인데?' 같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어딘가에 전시 된 창작물이나 유물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은데 저런게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놓여 있으면 보통 어이 없겠죠?
약간 벨벳 언더그라운드 & 니코 생각도 나고 예전에 엄청 비싸게 팔린 테이프로 벽에 붙여놓은 바나나 예술 생각도 났습니다
아마 그 바나나 창작물들은 일부러 사람들을 도발하고 당혹시키려는 의도가 있어 보였는데 잘 모르긴 몰라도 비슷한 의도가 나뭇가지 앨범에 담겨있는 것 같네요
뭔가 균열 처럼 보이지 않나요?
10집이라서 그런 걸 수 도요 1 = 나뭇가지 / 0 = 매끈한 흰 배경
지금도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앨범이에요 감상 할 때 마다 점차 떠오르는 생각이나 해석이 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처음에도 주로 감상할 때 모든 트랙을 일관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는데 정말 제 뜻대로 안 됐습니다..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예 헛수고가 되는 건 아니었지만
어떻게 해석을 하려고 집요하게 노력하면 얼마안가 그 시도를 포기 하고 싶어지곤 했어요 그리고 그런 경우엔 포기해야 더 나은 감상이 되기도 했고요
다 들을 때 쯤에는 제가 고집하던 해석이 무산되는 결과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지극히 일반적인 경험이긴 한데 이런 경험을 의도하고 지향하는 듯한 창작물이 제가 접한 것들 중엔 정말 없었어요
아까도 얘기했는데 그냥 못 만든 것 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키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앨범 같아요
제가 여태 들어온 앨범 중 그 어떤 앨범과도 달라요 그리고 그 다름의 격차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앨범 같고요 pj의 이전 앨범들과 비교하여도 그렇습니다
요즘은 '나보다 계속 앞서 나가는 것 처럼 감상된다' 는 해석이 떠오르는 데 이것도 조만간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뭔가 불가해 하면서 도전적인 앨범입니다
아무튼 이 나뭇가지 앨범이 현재 저에게 있어 최고의 앨범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계속해서 제가 모르는 걸 배우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아님 적어도 그것에 도움이 되거나요
실제로 첫사랑이라는 주제에 영감을 받은 앨범이라던데요 하하
근데 모르겠네요 여기 힙합엘이 회원 분들 게시물을 보면 제가 음악을 많이 접해보진 않은 것 같아서요 더 유별나게 느껴질 만한 앨범이 많이 있을 수 있겠네요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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