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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푸념

아드아스트라11시간 전조회 수 211추천수 2댓글 4

왜 기다려야하지? 조지 이스트먼의 유언으로 보이는 이 구절을 한 때 골몰히 생각한 적 있다. 그렇다. 굳이 죽음을 기다려야할 이유가 있을까. 나로서는 더이상 살아갈 에너지가 없다. 성격상 과도한 걱정과 불안, 수없이 쌓인 열등감을 평생 지고갈 것이 뻔히 보인다는 사실이다. 단 한번도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나의 모든 고통의 근원으로 느껴진다.

어린 시절 자살실패자들이 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많다는 설문조사를 보고 위로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자살을 할 때 유일하게 두려운 것은 그 과정의 고통이다. 그 지난한 고통때문에 그 선택을 후회할까봐 그것이 시도조차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저 조사가 나에게 위로로 다가왔던 이유는 자살과정서 후회하더라도 그것은 한시적인 판단오류로 그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하지만 고통없이, 인지할 수도 없이 죽을 수 있다면 그걸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자살하는 수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모든 이유를 분류할 수는 없다. 내가 선택하게 된다면 나라는 사람에 대한 혐오일 것이다. 나는 가치와 매력이 없는 인간이며 그렇기에 살아갈 이유를 못 찾겠다. 이게 내 본심이고 나는 도저히 사랑받을 자신이 없다. 아마 애초에 자기자식이기에 불가역적인 사랑을 가지는 어머니를 제외한다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고 무방하다. 그저 나는 주변에는 술자리처럼 다같이 즐기는 자리에 어울리기에 좋은, 하지만 진지하게 애정이 가지는 않는 그런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군대에 있으면서 주변 인간관계에 대한 집착과 불안이 극심해졌다. 버림받는 것에 대한 끝없는 공포. 실제로 한 친구는 내가 쏟아내는 짜증과 토로하는 고통에 나와 연락을 끊었다. 또다른 버려짐이다. 

 어린 시절 양육비도 없이 이혼하고 날 버린 친부, 그리고 재혼한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 난 그 때부터 버림받음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앓았다. 눈치를 봤고 말을 잘 들었다. 심기를거슬리게 하면 언제든지 날 두고 갈 수 있다는 강박이 어린 시절 나를 설명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이성은 그 가능성을 배제했지만 자아는 그걸 내재화한 거 같다. 그리고 우리 집은 사정이 안 좋아졌다. 종종 우리 어머니는 우리 집보다 사정이 안 좋은 집들도 많다 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 사람들 입장서 나는 투정부리는 것일거고 정확한 사실이다. 혹은 내 모든 문제를 입시실패, 결여된 매력, 종종 찾아오는 우울을모두 별로 시답지 않은 가정사 탓으로 돌린다는 생각도 든다. 이게 더 정확한 분석일 수도 있다. 내 탓이 아니라고 말하면 마음이 편해지니까. 

경제사정이 안 좋았고 우리는 엄마 친구 집을 떠돌았다. 집을 찾아도 월세를 못 냈고 일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중학생이였고 우리 엄마는 집주인 앞에서 울었고 월세를 못 낸다는 말을 했다. 나는 방 뒤에서 그 얘기를 들었다. 우리 아빠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의 일은 잘 풀리지 않았고 동시에 우리 엄마의 가족들이 엮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는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고 그건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집에 들어가면 쉴새없이 고성과 욕설이 오갔고 서로 육체적으로 치고 받았다. 우리 아버지는 빈정거림과 비꼬는 걸로 방어기제를 작동시켰고 그만의 강박증과 자격지심, 자존심을 표현하는 수단이였다.

내 성적도 그 강박증의 일부였다. 나는 공부를 못하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내 집에서의, 학교에서의 생존수단이였다. 우리 아버지는 집착이 심했다. 조금이라도 그의 기대에 못 미치면 폭언이 있었고 나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리고 그 영향은 내 이부남동생에게도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 그 남동생은 부모님과 욕설과 저주, 폭행을 주고 받는다.


그리고 자해를 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다. 피가 보이면 편해지니까. 한 달전에 집이 또 시끄러워지자 선풍기를 박살내고 날로 손목을 피가 나올 정도로만 긁었다. 그리고 추석날. 나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짜증냈다는 이유로 외삼촌한테 맞았다. 얼굴을 맞고 명치를 맞았고 아팠다. 나는 다시 식칼로 허벅지를 찌르고 긁었다. 어머니가 말리자 외삼촌은 칼을 쥐어주며 할 거면 한방에 하라고 했다.


내가 나약해서 싫었고 내 문제를 모두 환경탓으로 하는 나 자신이 한심해서 싫었다. 그래서 주변환경이 더 어려워지길 바란다. 그러면 편하게 무기력하고 우울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자해를 더 강하게 하고 싶다. 내가 힘들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때때로 내 친구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서 자해하고 병원을 다니나 싶다. 실제로도 그런 걱정을 주변사람들에게 받고 있다.


얼마 전 자일을 샀고 교수형 매듭을 배우려고 한다. 이제 영화보는 것도 책읽기도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즐겁지 않다. 무기력하다. 그리고 어쩌다가 울고 어쩌다가 폭발해서 자해하고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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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1 10시간 전

    무항산 무항심 = Cash Rules Everything Around Me

  • 2 10시간 전

    자살을 생각하는 것은 강력한 위로 수단이다. 자살에 대한 생각으로 사람들은 괴로운 밤을 잘 넘긴다.

    ㅡ 프리드리히 니체 ㅡ

  • 8시간 전

    그래도 사랑하는 어머니가 계신다는 게 다행이네요

    응원합니다

  • 8시간 전
    @프랭크자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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