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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의 예술

아드아스트라12시간 전조회 수 90추천수 2댓글 1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침묵하라.

한 시대를 본인의 것으로 정의할 수 있었던 천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천재가 뜻한 바는 아니지만) 정말이지 말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차있는 삶을 살아긴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브레히트는 언젠가 이런 구절을 남겼습니다.

'나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악행에 대한 침묵을 의미하여 거의 범죄처럼 취급받는 이 시대는 도대체 어떤 시대란 말이냐!'

 이에 첼란은 이 구절로 응답합니다.

'이 무슨 시대란 말인가. 대화가 그 많은 말한 것을 내포하므로 거의 범죄처럼 되어버렸으니.'


브레히트는 무엇을 말하는가를 물었지만 첼란은 말한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렇습니다. 말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고 어떤 것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아우슈비츠에 드레스덴에 가자 지구에 아르메니아 학살에 르완다 내전과 수단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며 애초에 말하는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을까. 슬프게도 대답은 아니 입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어야할까요? 두 글들이 기억납니다.


첫번째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조나단 글레이저의 수상소감입니다. 


"우리의 모든 선택은 현재의 우릴 반성하고 직면하기 위해 이루어집니다. '그때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보라'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뭘 하는지 보라'. 우리 영화는 비인간화가 최악으로 이어지는 걸 보여줍니다." 


손을 벌벌 떨면서 종이에 적어온 글을 정확히 읽어나가던 그는 가자지구를 언급하며 우리 역시 어쩌면 관심구역 밖의 평범한 가족들과 다르지 않을 수도 있음을 말합니다. 비인간화. 그것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고 우리는 무력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은 그대로이지요. 누군가들이 죽어나가든, 비인간화가 진행되든. 


또 하나는 펩 과르디올라의 트레블 이후 아리고 사키에 대한 기고문이었습니다. 

'인생에서 패배가 승리보다 더 흔한 법입니다. 그리고 저는 늙으면서 어쩌면 모든게 이미 정해진건 아닐까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 통제광, 미친 천재, 축구가 인생인 남자. 하지만 이 사람조차도 결과에 절망하고 바꿀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한다고해서 이게 여러분들이 그냥 소파에 누운채로 일이 일어나는 대로 가만히 있으라는 것은 아닙니다.여러분들은 열심히 노력해야만 합니다.' 


어느 비극적인 타이론 가족의 어머니 메리의 말대로 과거는 현재이고 미래 입니다. 과거의 비극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가 과거를 잊어도 과거는 우리를 잊지 않습니다. 저 위대한 철학자의 동창은 600만 명의 소수자(동성애자,집시, 유대인)들을 학살했습니다. 그것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비인간화입니다. 그런 비극은 누군가가 설명할 수도 없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600만명이 아니라 한 번의 죽음이 600만번 있었다고요. 이렇게 말함으로 인해 우리는 그들 각자의 개인성을 보존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말해야합니다. 과거가 우리를 지배할 것이고 비극은 지금도 일어나며 누군가의, 혹은 우리의 일상은 그대로 존재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항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항합시다. 말함으로써. 그 비인간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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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1 9시간 전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지만 모든 평가는 나를 경험한 사람들의

    곱씹음에 있어서 두려움을 느끼는 거죠. 정말 이겨내기도 힘들지만 버리기도 싫은 감정인 거 같습니다 여전히 과거에 악몽에 안주하는게 편안 합니다 내가 우월한 거 처럼 보이거든요 하지만 현실을 보면 패배자가 따로 없죠 싫어도 받아들여야 하는 이 관성같은 스트레스 때문에 발전하고 분노하는 거 같습니다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많이 배워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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