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음악

김광석 다시부르기 1.2를 듣고

아드아스트라6시간 전조회 수 136댓글 1

한 무명가수가 공연을 할 일이 있었다. 당시 그는 유명한 슈퍼스타 가수와 같은 대기실을 사용하게 되었다. 어느 날 슈퍼스타 가수는 치킨을 맛있게 먹고 있었지만 배고프고 가난한 무명가수는 먹고싶다는 말을 침과 함께 삼키기만 했다. 용기를 내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하자 유명가수는 흔쾌히 치킨을 내주었다. 그리고 다음날 대기실에는 치킨 두 통이 있었다. 그리고 하나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도현이 거’ 김광석의 글씨체로 말이다.


내가 이 일화를 알았을 때 나는 살짝 울었다. 웃긴 것은 나는 그가 죽고나서 태어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그와 인연은 아예 없다. 뉴턴과 이사벨 아옌데 사이의 관계 같은 것이랄까. 그럼에도 눈물이 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때 내가 느낀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아 저런 사람이니까 저렇게 노래를 부를 수 있었구나’ 라는 안도감


공동경비구역 jsa를 떠올린다. 영화 두 편을 대차게 말아먹은 감독의 영화에서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하는 배우는 북한 군인 역할을 맡고 이런 대사를 한다. “오마니 생각나는구만. 근데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 야, 야! 광석이를 위해서 딱 한 잔만 하자우 ‘


그리고 이 영화 감독은 김광석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김광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우리는 그가 있어서 80년대를 버텨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찬욱의 시작을 알린 영화 속에서 송강호가 내뱉은 대사와 박찬욱이 김광석의 죽음에 남긴 말은 묵직한 돌을 얹는 느낌이었다. 나는 김광석을 위해 한 잔을 하고 싶었고, 그 덕분에 2010년대와 20년대를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왜 김광석은 이렇게 오래 기억될까. 한국 대중음악사의 거인들을 생각해본다. 신중현, 들국화, 유재하 등등….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가수들 중 살아남을 단 하나의 가수를 고르라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김광석을 고를 것 같다. 그의 <다시 부르기> 앨범들을 들어본다. 그가 작사작곡한 노래들도 있지만 그를 대표하는 노래들은 태반이 커버곡이다.  아 물론 김광석의 귀는 휼륭했기에 그 노래들의 곡조와 가사는 아름답다.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네이버 지식인에 달린 답글 하나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 사람 노래가 내 마음을 읽습니다”

진짜로 그랬다. 김광석의 목소리는 내 마음을 읽는다. 이게 가창력의 영역인지 아님 내가 모르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사실은 군 입대 2일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불렀던 이등병의 편지를 입대하기 전에 들었을 때 그 미묘한 감정은 그 아니면 불가능했으리라는 것이다. 이 앨범의 곡들은 한국인들이라면 다 들어보았고 한번씩 불렀을 곡이다. 우리는 인생의 한 페이지들을 김광석과 함께 읽으며 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그의 가창력이 객관적으로 최고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한 유튜브 영상이 기억난다. 위문공연에서 그는 수줍게 웃으며 그가 6개월만에 군대를 전역했음을 고백한다. 그 후에 그가 밝힌 이유는 그의 큰 형이 군대에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소식이었다. 잘 모르겠다. 왜 김광석의 풋풋한 듯 슬픈 미소가 내 마음에 박혔는지. 나는 예술에 있어서 진심을 믿지 않는다. 아니 인생에서, 인간관계에서 안 믿는다. 하지만 김광석의 목소리는 남용되어 신뢰를 잃은 진심이라는 단어를 살려낸다. 그게 비밀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를 그리워하는 동료들의 편지를 보면 그게 정답인 것 같다. 그는 진실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의문은 이 생각만으로 여전히 충족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김광석을 듣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렇기에 계속 듣는다. 그를 생각하며 한 잔 하고 그 덕분에 나의 시대를 버틴다. 나는 나의 무지의 시간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의 슬프고 수줍으면서 맑은 미소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것이 그립다. 


신고
댓글 1

댓글 달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회원 징계 (2025.07.22) & 이용규칙13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07.22
[아이콘] Tyler, The Creator & Aphex Twin 등 아이콘 출시 / 8월 아이콘 설문76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07.22
화제의 글 일반 예술이 필요한 이유5 아드아스트라 7시간 전
화제의 글 음악 재즈 같은 거 대체 왜 듣는 거임?5 Glokk40Spaz 2025.08.07
화제의 글 일반 21세기의 영화들 25 그리고 에드워드 양10 아드아스트라 15시간 전
18961 음악 행복한 주말3 혹스턴 21분 전
18960 일반 질문글)악기 사려는데6 title: Lil Yachty오션부활기원 1시간 전
18959 음악 오아시스 욱일기 썼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5 유레카9번트랙 1시간 전
18958 음악 We built this city가 최악의 노래인 이유가 679 1시간 전
18957 음악 굿나잇 title: MF DOOM (2)부개도름 1시간 전
18956 음악 그... 어... 오... title: Aphex Twin너도밤나무 1시간 전
18955 일반 2세대아이돌노래월드컵 했다가 포기함1 title: 수비KCTAPE 1시간 전
18954 음악 중대사항)김밥갔다옴!!1 title: Aphex Twin너도밤나무 1시간 전
18953 음악 신작 탑스터1 Glokk40Spaz 3시간 전
18952 음악 오늘의 음악 title: MF DOOM (2)부개도름 4시간 전
18951 음악 아스노조케이 맘에 쏙 드네요1 유레카9번트랙 5시간 전
음악 김광석 다시부르기 1.2를 듣고1 아드아스트라 6시간 전
18949 음악 한국 음악 안 들은지 오래됐네😢5 힘을내는게 6시간 전
18948 음악 넥스트 - 영원히 tlbn 6시간 전
18947 음악 올해 최악의 노래 중 하나 title: Heartbreak외힙른이 7시간 전
18946 음악 아니 현재 RYM 2등 이거 뭐에요13 title: Heartbreak외힙른이 7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