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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찬혁 - EROS : 이찬혁은 에로스가 아니다

일반인의감상23시간 전조회 수 495추천수 3댓글 2

이 리뷰는 컴퓨터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컴퓨터 혹은 태블릿 등 큰 화면에서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일반인의 감상입니다

 

 

힙합에서는 Let God Sort Em Out, DONT TAP THE GLASS, Jackboys 2

그 외 장르에서도 Swag, 장범준 5집 등 주목할만한 앨범이 쏟아지는 7월입니다

 

 

하나하나 모두 다뤄보고 싶은데, 시간이 한정적이라는게 아쉬울 뿐입니다

 

 

오늘 리뷰할 작품은 7월의 앨범 중에서도 특히 제가 인상깊게 들었던 앨범입니다

 

 

EROS

이찬혁

2025.07.14

EROS.PNG

이찬혁의 정규 2집

 

 

 

1. 죽은 이와 빛나는 세상은 돌아오지 못한다 (앨범 내 스토리 1부)

 

앨범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이번에는 비교적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가져오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 에로스는 일반적으로 사랑, 특히 육체적인 사랑의 그리스 신이니까요

 

 

하지만 이찬혁의 정규 1집 ERROR처럼 그는 죽음으로 앨범을 시작합니다

ERROR에서는 자신 스스로의 죽음이었다면, EROS에서는 가까운 친구의 죽음이 드러나죠

 

 

Man who lived in Seoul city

불쌍한 내 사랑 My friend

그저 하룻밤 사이에

어제, 어제 일이 되버렸지

 

Man who lived in Seoul city

그는 하늘로 갔지

세상에 남긴 것 없이

잊혀질 일만 남았지

 

- SINNY SINNY 中 - 

 

 

이찬혁 본인에게는 굉장히 큰 사건이었음에도 세상은 안타까워 해주거나 바뀌어주지 않았습니다

이찬혁은 이런 세상에 고통과 좌절, 분노를 겪었지만 정작 자신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찬혁이 바라보기에 이 세상은 이미 사랑을 잃은, 기대할 것 하나 없는 세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평소처럼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고, TV쇼에 나가 웃었습니다

 

 

없었다네 나 할 수 있는 게

···

애초에 난 이 세상에 Baby

···

단 하나도 바라는 게

없었기 때문에

 

- SINNY SINNY 中 - 

 

 

 

왔다네 정말로

아무도 안 믿었던

사랑의 종말론

···

내일이면

인류가 잃어버릴

멸종위기사랑

 

- 멸종위기사랑 中 -

 

 

 

See me on TV show

네가 없어도 난 웃어

바보 같은 내 꼴을 좀 봐

TV show

 

- TV Show 中 -

 

 

 

 

2. 에로스와 프시케 (이해를 위한 보충설명)

 

이렇게 어두운 분위기와 내용을 가진 EROS 앨범은 6번 트랙 Eve에서 크게 전환됩니다

여기서 후반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이해도가 있으면 훨씬 좋습니다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에로스와 그의 연인 프시케 이야기

빠르게 핵심만 요약하겠습니다

스토리는 위키와 서적 정보를 종합했으며, 누락된 내용이 꽤 많으니 직접 찾아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캡처.PNG

큐피드의 키스로 환생한 프시케 (루브르박물관 소장)

 

 

프시케는 절세미인 공주

아프로디테 대신 사람들에게 미의 여신으로 숭배됨

에로스는 어머니 아프로디테를 위해 매력을 없애려 했으나

실수로 화살에 찔려 자신이 프시케를 사랑하게 됨

프시케는 너무나 아름다운 탓에 청혼이 없었음

이에 국왕이 예언을 구했으나, 그녀는 괴물과 결혼할 운명이라는 답을 들음

물론, 사실 이 괴물은 에로스였고 어머니에게 들킬까 거짓말을 한 것

에로스는 어머니가 무서워 정체를 들킬까봐 프시케에게도 얼굴을 숨김

프시케는 그의 얼굴을 궁금해하다 결국 몰래 얼굴을 봄

결국 금기를 깬 죄로 에로스는 프시케를 떠나 하늘로 사라짐

에로스가 떠난 후 프시케는 심한 외로움에 시달림

결국 프시케는 에로스에 대한 자신의 깊은 사랑을 깨달음

프시케는 용서를 빌기 위해 아프로디테를 찾아감

아프로디테는 불가능에 가까운 과업을 내림

프시케는 여러 동물과 정령의 도움으로 과업을 해냄

마지막 과업은 명계의 여왕 페르세포네의 아름다움을 받아오는 것

페르세포네의 아름다움은 영원한 잠이었고

프시케는 받는 것까진 성공했으나 결국 본인이 영원한 잠에 빠짐

이때 에로스가 등장해 그녀를 되살림

결국 아프로디테는 그녀를 인정하고 에로스와 프시케는 결혼하게 됨

 

 

자세한 스토리는 에로스 또는 프시케 직접 찾아보시길 권장드립니다

 

 

 

3. 이찬혁은 사실 프시케다 (앨범 스토리 2부 & 개인적 해석)

 

 

아마 이 앨범을 접한 분들 중 몇몇 분은 앨범 속 EROS를 이찬혁이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습니다

노래를 통해 세상에 사랑을 가져다주길 희망하는 존재라고요

하지만 저는 이찬혁은 프시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 앨범의 EROS를 세상을 떠난 이찬혁의 친구에 대입해서 생각해봅시다

마치 사랑의 신인 것처럼, 굳건한 사랑이 있다 믿고 빛나는 세상을 외친 존재였습니다

에로스가 프시케를 두고 간 것처럼 그도 이찬혁을 두고 하늘로 떠났습니다

 

 

빛나는 눈으로 너는 말했지 Vivid lala love

Vivid lala love

기필코 있다 있다 있다 했던 Vivid lala love

 

- 비비드라라버브 中 -

 

 

슬픔에 괴로워하던 이찬혁은 시간이 흘러서야 친구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알아냅니다

그는 이제 사랑을 위해 기꺼히 힘든 길을 끝까지 가려고 합니다

마치 프시케가 에로스를 위하여 4가지 과업을 행한 것처럼 말이죠

 

 

Andrew I thought and I thought and I thought

네가 떠난 도시의 끝으로 난 가려 해

Andrew I thought and I thought and I thought

괴물처럼 되어도 나는 계속 가려 해

- Andrew 中 -

 

 

이찬혁은 아직 과업을 모두 완수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떠나간 친구를 만나지 못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사라진 세상에서 사랑을 되찾은 이찬혁은 과업이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두운 세상에 스스로 불을 밝혀 우리에게 사랑을 되찾아주고 있습니다

그에게 내려진 과업은 어쩌면 잃어버린 사랑을 돌려주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좌절이 반복되어

너는 내일이 두려운가

미안하게도 나는 그렇지 않네

···

빛나는 세상은 오지 않겠지만

그런 걸 바라는 우린 빛이 날거야

 

- 빛나는 세상 中 -

 

 

 

 

 

4. 서울 속 시스터 액트 (사운드)

 

 

앨범을 전체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사운드는 신스 팝과 코러스입니다

 

신스 팝은 신시사이저가 곡의 중심이 되는 음악 장르로,

70년대가 지나 전자 신시사이저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며 80년대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최근 대중들에게 '시티팝'으로 묶여 사랑받고 있을 만큼 도시 감성이 강한 특징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ADOY가 대표적인 신스 팝 밴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캡처2.PNG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ADOY의 앨범 <LOVE(2018)>

 

 

신스 팝은 굉장히 다루기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신시사이저가 전면에 나서는 만큼 작곡가의 역량이 그대로 들어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이찬혁과 밀레니엄, 윤시황 작곡가는 완벽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생각합니다

 

TV Show, 멸종위기사랑처럼 쾌활한 분위기와 Andrew, 꼬리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오가면서도

앨범 전체에 연결성있는 사운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곡 한 곡 개성을 잃지 않고 있고요

 

 

 

코러스 사용도 매우 독특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코러스로 인해 음악을 들으며 찬송가, 특히 영화 시스터 액트가 떠올랐습니다

 

캡처 3.PNG

 

시스터 액트라는 영화는 워낙 유명하다보니 많은 분들이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삼류 밤가수가 우연한 사고로 수녀가 되어 고리타분하던 찬송가를 대중적으로 편곡하는데요

이때부터 성당과 주변 지역 사회, 심지어 수녀 자신마저도 생기를 얻습니다

 

 

이찬혁은 선교사로 몽골까지 갔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개신교 신자입니다

만약 사랑을 외치는 친구를 예수님으로 해석한다면 앨범에 더 많은 부분이 이해되긴 합니다

이브, 사도 안드레아스 등 성경 속 모티프가 등장하는 것 또한 개연성을 가지게 되고요

이런 측면에서 앨범에서 사용된 코러스는 성가대의 합창처럼 사용되었다고 해석하는 것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EROS 앨범은 세상에 생기를 불여넣기 위한 찬송가가 되는 것이죠

 

 

친구가 남긴, 세상이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주는 과업을 위한 <EROS>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위한 이찬혁의 '시스터 액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5. 총평

 

이찬혁의 정규 2집 <EROS>는 올해의 앨범 후보로 모자람 없는 앨범입니다

'멸종위기사랑'처럼 독창적인 가사들이 모여 만들어낸 친구의 죽음 이후의 스토리는 흥미롭고

앨범 전체의 개연성도 잃지 않으며 밀도있게 흘러갑니다

이찬혁 개인의 이야기와 성향이 강하게 반영된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80년대 향취를 떠올리는 신스 팝과 활기찬 코러스 사운드로 대중성 또한 잡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저 개인에게도 많은 감명을 준 앨범입니다

엘이 계시판에서도 크고 작은 소모적인 논쟁이 오가는 갈등의 시대에 큰 위로가 되는 앨범이었습니다

이찬혁이 친구를 향한 사랑으로 힘든 길을 갈 결심을 굳혔듯,

예술을 향한 사랑으로 힘든 길을 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올해가 절반 정도 흘러갔지만,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제게는 올해의 앨범이 될 것 같네요

21세기 100대 명반에도 명함을 내밀 수 있을 수준의 정말 좋은 앨범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 5

"잃어버린 너, 잃어버린 사랑, 잃지 않을 나의 너를 향한 사랑"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생각과 감상을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이찬혁의 EROS 모두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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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22시간 전

    확실히 예수의 사랑에 대한 은유도 많이 들어가있다고 느꼈어요

    특히 비비드라라러브, 멸종위기사랑, 빛나는 세상 이쪽에서 메타포가 짙게 느껴진듯

    예수가 말하는 타인에 대한 포용적인 사랑이 현대에는 거의 힘을 잃고 있는데, 그럼에도 그런 사랑을 바라고 노력한다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는 메시지가 전해져서 좋았어요

    개인적으로는 후반부가 상대적으로 좀 쳐진다고 느끼긴 했는데 그럼에도 명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좋은 앨범인듯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당

  • 22시간 전

    잘 읽었습니다! 이찬혁의 신스팝과 홀리하고 가스펠적인 무드가 간혹 잘 안 어울리지 않나 싶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즐길거리가 많은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다시 한 번 잘 읽었습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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