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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 주의] 음악 한 곡, 음반 한 장의 소중함에 대해

title: Kurt CobainDJSam2025.07.24 22:11조회 수 428추천수 11댓글 13

(블로그에 쓴 글이라 경어체가 아닌 점 양해바랍니다.)

 

오늘 차를 몰면서 배철수의 음악캠프 라디오를 듣다가

Def Leppard 의 'Animal' 이라는 곡이 나왔는데

내가 학창시절에 가지고 있던 카세트 테이프 중

데프 레파드 Greatest Hits 에 담겨있던 곡이었다.

 

DEF.jpg

 

성인이 된 이후 그 앨범을 들을 일이 없다가

오늘 차에서 라디오를 통해 이 곡을 듣게 된 후

그 당시 그 테이프를 학교 야자시간에 듣다가

친구의 메가데스 테이프랑 교환해서 들었던 기억...

그리고 친구가 하루만 빌려 간다던 내 테이프를

일주일간 가져오지 않아서 짜증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침에 워크맨이나 CDP 챙겨서 등교할 때

테이프나 CD 1~2장을 챙겨서 나가곤 했다.

일과중에는 쉬는 시간 및 지루한 수업때 짬짬이 듣고

(교복 소매 사이로 이어폰 줄 숨겨서 몰래 듣는 맛? ㅋㅋ)

주로 야자시간에 공부할 때 많이 들었는데

음반으로 가져간 게 1~2장 정도니까 음반을 다 들으면

들었던 음반을 또 돌려서 여러번 듣거나,

친구랑 음반을 서로 바꿔서 듣거나,

아니면 그냥 워크맨 라디오 모드로 라디오 들었었다.

 

TAPE.png

 

이렇게 듣는 과정에서 3가지 장점(?)이 있는데...

1. 한 앨범을 굉장히 소중하게 반복적으로 듣는다.

- 내가 돈을 내고 산 앨범이기도 하고,

- 다른 음반을 안 챙겨 나갔기 때문에 또 듣는다

- 부클릿을 꺼내서 가사도 보고 안에 내용도 본다.

2. 친구랑 바꿔듣는 과정에서 새로운 음악을 배운다.

- 나는 알앤비를 음반인데 친구는 헤비메탈 음반이면

- 서로 자신이 평소 사지 않던 음반을 듣게 된다.

- 나의 경우 그렇게 락/메탈의 세계로 들어가게 됐다.

3. 라디오의 예측불가한 선곡에 노출된다.

-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은 예상하지 못한 곡이다.

- 요즘 유튜브 등에서 갑자기 좋은 곡 추천 받는 기분?

- DJ가 해당 곡에 대한 최소한의 배경을 알려준다.

 

RADIO.png

 

요즘 음악에 대한 정보도 많고, 실제 좋은 음악도 많다

음악 청취에 대한 접근성과 용이성도 정말 좋다.

오히려 들을 게 너무 많고 접근성이 너무 좋아서

음악을 뭐부터 먼저 들어야할지 고민해야 할 지경이고,

인터넷 세상에는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체크해야 한다고 느껴지는 음악도 엄청 대기중일 것이다.

하나의 곡, 하나의 앨범을

좋던 싫던 음미하고 곱씹어보면서

내 추억의 한 페이지로 저장하는 경험이...

요즘은 많이 힘들어보인다.

아무리 좋아하는 뮤지션의 앨범이 새로 나와도

좋다, 나쁘다 쉽게 판단해버리거나,

많아야 2~3번 듣고 '좋아요' 누르는 것 말고,

"테이프가 늘어날 정도로 들은 앨범"

"테이프 되감는 배터리가 아까워서

연필에 꽂아서 돌려서 테이프를 되감았던 앨범"

"더 듣고 싶은데 배터리가 다 되어서 못 들었던 곡"

"음반으로 사고 싶어도 국내 발매가 안되어서

라디오에서 나오기만 기다렸다 녹음했던 곡"

"흑형 커버만 보고 힙합인 줄 알고 샀는데,

집에 와서 들어보니 레게 음악이었던 앨범"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선물하기 위해

테잎이나 CD에 녹음해주었던 곡들"

"밥을 안 먹거나, 책을 안 사서 아낀 돈으로

구매해서 더 소중하게 들었던 앨범"

 

PENCIL.png

 

이런 것들이 요즘은 존재하기 힘든 것 같다는 생각에,

세상 편리한 음악감상이 가능한 시대가 된 건 분명한데,

"편리함"만큼 "감성"의 크기도 커진 건 아닌 것 같다는

옛날 사람 같은 마음이 들어서 갑자기 라떼 글을 써봤다.

 

==================================

 

요즘이 별로고 과거가 좋았다는 개념의 글이라기 보다는
음악이 주는 가치나 의미가 과거와 너무 달라졌고

완전히 다르게 소비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 것이니까
세대 갈등적인 글로 잘못 받아들이시거나,

불편할만한 댓글은 자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youtu.be/SJmmaIGiGBg?si=UBwwxR9frV8k68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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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 1 7.24 23:15

    디깅이 말 그대로 디깅이던 시절..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낭만적이긴 해요.

  • title: Kurt CobainDJSam글쓴이
    7.24 23:32
    @끄응끄응끄응

    근데 막상 다시 돌아가서 그렇게 음악 들으라고 하면 불편함 역체감 장난 아닐 거 같긴 해요 ㅎㅎㅎ

  • 1 7.24 23:33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런 생각 자주 하는 것 같아요. 옛날에 녹색이념, 2mh41k 같은 것만 주구장창 듣고, 엘이에서 국힙 앨범 하나 하나씩 배워가면서 식견을 넓히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더라구요. 하지만 어느샌가 그냥 rym만 죽치고 보다가 허겁지겁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장르 앨범들을 담고있는 저 자신을 보니 예술이 참 싸졌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분명히 국힙 듣던 시절에 그 앨범들은 하나 하나 가치 있었는데. 이젠 그 앨범들도 rym의 수많은 앨범 사이에 껴가지고 가치를 잃고 말았어요. 그래서 참... 앨범 하나 하나에 나누던 관심이 무한한 앨범들로 나누어져 0으로 수렴해버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정말로 느끼는 건 음반들이 정보과잉시대의 하나의 결단이라는 거예요. 그 많은 앨범들 중 그것을 사기로 했고, 그 앨범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는 거니까요. 그래선지 제 음반들 중엔 그 시절에 신나게 산 국힙 앨범이 많아요. 그리고 거기 남아있는 앨범들을 보며, 오랜만에 돌려볼까란 생각도 들죠. 정보시대의 주축인 인터넷을 떠나 현실로 앨범이 있다는 것이 음반을 사는 것에 대한 큰 의의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전 관심을 결단할 수 있거든요. 누구는 국힙앨범만 많이 들으면 음악정 소양이 낮다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보다 그 국힙앨범에 대해 많은 걸 말할 수 있어요. 그렇기에 전 최근에도 살아숨셔 4를 샀어요. 이렇게 앨범들은 가치를 음반이라는 형태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 title: Kurt CobainDJSam글쓴이
    7.24 23:49
    @vilence

    들어보지도 못한 채 음반을 사던 시절보다는 나아졌지만,

    그래도 음원으로 듣다가 '실물로 구매' 하는 단계까지 간 앨범들이라면

    분명히 자신에게 가치가 있고 소중해지는 것 같습니다.

    음악에는 우열이 없고, 다만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음악이

    가장 가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추억도 쌓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좋은 답글로 저도 한번 더 생각할 기회를 얻었네요 감사합니다!!

  • 1 7.25 00:32

    저도 비슷한 생각을 자주 합니다

    제가 시디를 모으는 것에도 그런 이유가 있기도 해요

  • 1 7.25 00:43

    근데 스트리밍이 더 좋은 점 하나는 돈 주고 사기는 아까운 싱글 앨범 같은 것들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거?

    또 희귀 음반이라던가 공연 실황 같은 것들을 쉽게 찾아들을 수 있죠

  • title: Kurt CobainDJSam글쓴이
    7.25 06:11
    @프랭크자파

    맞아요 지금도 블루투스 헤드폰 끼고

    음악 들으며 글 쓰는 중인데 이건 정말 축복이죠!

    아무데서나 아무 곡 다 들을 수 있는 건

    정말 좋긴 합니다 ㅠㅠ

    돈 없을 때 어렵게 가끔 먹던 빵 한 조각과

    부자된 후 먹는 빵의 느낌이

    서로 다른 거랑 비슷하기도 한듯요 ㅎㅎㅎ

  • 1 20시간 전

    제가 음반을 모으는 이유가 음반을 소장하면 그 음악이 제 것이 된것 같은 기분때문인데,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 title: Kurt CobainDJSam글쓴이
    1 20시간 전
    @쓸쓸하구만

    맞아요 그게 가장 큰 의미인 것 같습니다!

  • 1 19시간 전

    크.. 이때를 겪은 자만이 아는 감성이 있죠

    그땐 가사도 참 잘 외워서 일주일이면 가사도 다 외웠는데 (물론 당시는 힙합 모를 시절이라 가요 얘기ㅋㅋ)

  • title: Kurt CobainDJSam글쓴이
    11시간 전
    @DanceD

    젊고 절실하던 시절이라 가능한 거였겠죠! ㅎㅎ

  • 1 18시간 전

    전 mp3 세대라서 자습시간에

    서로서로 mp3 빌려가서 듣고는 했었죠

     

    물론 애들 대부분이 멜론 차트 탑 100 불따한 파일 넣고 다니긴 했지만....ㅋㅋㅋ

     

    제 mp3는 빌려가도 보통 얼마 안지나서 반납(?)되었는데

    한놈은 힙합이 나름 잘맞았는지

    유난히 자주 빌려갔던 기억도 있네요

     

    걔가 돌려준 뒤에 재생 중인 노래 보면

    항상 칸예 mercy였음 ㅋㅋㅋ

  • title: Kurt CobainDJSam글쓴이
    11시간 전
    @MarshallMathers

    불따 mp3 시절.. 소리바다, 냅스터 시절인가요? ㅎㅎㅎ

    mp3 용량에 맞춰서 곡 갈아끼우는 것도 추억이네요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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