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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 Audio] 안다영 (Ahn Dayoung) - WHERE IS MY FRIEND?

title: Kanye West (Vultures)그린그린그림2025.06.12 01:01조회 수 85댓글 0

https://www.youtube.com/watch?v=bolNRuk0AwY

 

 

아일랜드 대문호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피네간의 경야'(Finnegan's Wake)가 붉은 해(日), 아니 오렌지 선라이즈처럼 마음 속으로 번져왔다. 안다영의 정규 2집 'WHERE IS MY FRIEND?' 열한 개 트랙을 모두 듣고 다시 'intro'로 넘어가는 일이 이 책의 구조와 겹쳐지기 때문이다. 이 음반의 'intro'는 마지막 트랙 'EASY' 후주와 연결된다. '피네간의 경야'의 마지막 장인 Ⅳ부 1장 타이틀 역시 '회귀'다. '한 길 한 외로운 한 마지막 한 사랑 받는 한 기다란 그'가 이 작품의 끝문장인데 '그'는 영어로 'THE'를 가리킨다. 이 THE는 이 책의 첫 줄인 '강은 달리나리(river run)'와 이어진다. 그 다음 문장은 '이브와 아담의 성당을 지나…'로 시작한다. 난해함이 극에 달해 문제작으로 꼽히는 '피네간의 경야' 주역집을 낸 김종건 고려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이브와 아담의 역은 물의 역류'를 암시한다. 이는 '강물은 하루에 밤과 낮 두 차례로 역으로 흐른다'는 이탈리아 철학자 비코의 '역사의 회규(會規)'도 뜻한다. 안다영은 첫 솔로 EP 'Waves, Smoke, River'(2014) 동명 타이틀곡에서 "넓은 강이 있었으면 좋겠다"(I wish I had a so wide river)고 끊임없이 읊조렸다. 안다영은 이제 그 강 위에서 회귀할 용기를 갖고 있다. 그녀는 'WHERE IS MY FRIEND?'의 intro 주요 키워드로 '윤회' '카르마(Karma)'를 꼽았다. 3년 간 작업해 온 이 음반을 특정 생각으로 수렴해 마침표를 찍기 싫다는 항변이다. intro 속 코러스의 반복은 수레바퀴가 도는 삶에 대한 환유의 풍경이다. '피네간의 경야'에서 경야(經夜)는 밤을 지샌다는 뜻이다. 소설은 더블린 외곽 주점 주인의 하룻밤 꿈을 다룬다. 안다영의 'WHERE IS MY FRIEND?'도 하루의 긴 꿈처럼 들리고 읽힌다. 허물어진 땅에서 어제처럼 쉬이 잊혀지기는 싫어 아스팔트 위에서 종종걸음으로 질주하는 한 낮의 분주함을 지나 밤에 찾아온 악몽이라는 ‘grave of light’를 거쳐 오렌지 선라이즈를 마주하고, 누군가를 버리는 것이 쉽다며 콧노래를 부르는 다시 초연해지는 삶. 안다영의 음악 세계는 신화적이다. 신화 속 대다수의 주인공은 무엇에 대한 상실감으로 현실을 떠났고, 결국 귀환했으며 그 과정에서 표류함으로써 답을 얻었다. 안다영의 이전 음반들인 첫 EP 'Waves, Smoke, River', 정규 1집 'ANTIHERO'(2020), 두 번째 EP 'Burning Letter'(2021) 역시 비슷한 구조다. 이번 앨범에서도 사라진 벗들을 떠올리며 친구라는 존재와 의미를 정처 없이 흘러가면서도 찾아간다. 그런데 삶엔 정답이 없고 삶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안다영 역시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을까 우려하고 걱정한다. 이는 붕괴('해피 아스팔트')되거나 괴리감('echoborn')을 느끼거나 냉소('하품 / survive 101')로 이어진다. 하지만 안다영의 음악 세계는 그럼에도 경멸을 기어코 견뎌내 환멸로 나아가지 않음으로써 소멸되지 않는다. "오랜 날에 잊어버린 네 이름에 모자람 없는 작별"을 하고 그 "흔한 가사 하나 망치지 못할"('you can change nothing')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일은 안티고네처럼 비극적 상황에 내던져져도 고독한 선택을 감행하겠다는 결기다. 음반에 담아낸 각종 혼란들은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인 셈이다. 'grave of light' 'tunnel' '오렌지 선라이즈' 같은 곡들의 제목이 주는 즉각적인 심상을 포함해 가사와 사운드로 청각을 시각화하는 '회화적 재능'을 가진 안다영의 음악은 이렇게 삶의 경련에 대한 흔적이라는 구전 신화의 작법을 남긴다. 안다영의 이번 앨범에서 또 톺아봐야 할 지점은 그녀의 특출난 재능이 더 보편성에 도달하는 길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팝적인 요소들이 더 녹아들어간 이번 앨범은 더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넓다. 안다영은 포스트록 기수로 통한 밴드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을 통해 불규칙한 몽환성을 구축했고, 다층적인 결의 사운드를 지닌 얼터너티브 록·팝 위주로 자신의 디스코그래피를 채워왔다. 이번에도 자칫 침잠 가능한 노랫말과 달리 아득해지면서 가슴 벅참을 안기는 사운드와 코러스의 사용이 탁월한데 더 템포가 있고 밝다. 우리말이든 영어든 적당하게 뭉개져 귀를 더 솔깃하게 만드는 창법의 보컬이 하나의 사운드로 작용하는 일체감은 더 탄탄해졌다. 'tunnel'은 팝 그 자체다. 멜로디컬함과 경계하는 불안정한 분위기를 오가는 기타 리프의 반복, 변주가 인상적인 데다가 적당한 리듬감의 짧은 싱잉랩이 얹어진 '하품 / survive 101' 역시 대중적인 문법으로 잘 빠졌다. 자신의 작품이 메시지, 사운드 측면에서 왜 좋은지에 대해 마니아를 설득해온 안다영은 이제 자신의 음악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좋은지를 알고 싶어 하는 청자의 요구에 화답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건 기교적인 것도 물론 한몫했지만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 깔린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수렴한다. 카르마(Karma), 즉 업보(業報)를 더는 일과도 결국 연결된다. 콧노래를 부르며 당신을 버리는 일은 너무 쉬웠다('easy')라고 노래하는 건, 더 이상 켕기지 않는 인간관계를 만들겠다는 일종의 다짐이다. 그을린 어젯날, 조명 뒤에 내 쉰 날숨 등 각자 세계의 절망을 서로 몰라도 여기 안다영의 노래를 들을 때 오랜 빗장이 무너지고 우리는 천천히 번지는 오렌지 선라이즈를 함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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