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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ent tongues] 감상평

FluxㅣLight7시간 전조회 수 189추천수 1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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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cil Taylor - Silent Tongues (4.5 / 5)

불쾌하지만, 나와 닮은 그 골짜기


  너와 나의 관계는 이제 끝이야. 넌 재능 없어. 포기하는 게 좋을걸. 이 배신자 같은 놈! 그렇게해서 어떻게 먹고살래? 등골브레이커가 말이 많네. 너는 왜 이런 걸 좋아하는 거야? 나는 널 이해하지 못하겠어. 언제까지 고집만 부릴거니? 야, 쟤 또 우는데?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니 징징대는 소리. 그건 안돼. 가능한 걸 말해야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건데? 공부나 하지 왜. 아니, 내 말 좀 들어. 언제까지 도망만 칠건데. 노력이라는 걸 모르면서, 왜 그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해? 널 이해할 사람이 있을까? 꺼져 당장 내 앞에서. 다시는 내 앞에 얼쩡거릴 생각 하지 마. 니 요구를 내가 왜 들어줘? 제발, 현실적인 걸 갖고와. 니 행동은 이제 지긋지긋해. 니 욕심을 내가 채울 필요가 있어? 공부나 해 가서. 운다고 해결 되는 건 없어. 언제 성숙해질거야? 당장 내 집 밖에서 나가. 니 노는데에 어울려주기엔 바쁜데. 너가 말을 해야 내가 알 거 아니야. 아주 책임은 안지고 권리만 얻어 먹으려 하네. 너 같은 걸 착하다 생각한 적 없어. 니 맞춰주기 이젠 지쳤어. 넌 이제 글렀다. 어디 한번 자살 해봐라, 할 수나 있나 보자. 이제 도망칠 곳도 없는데, 현실을 받아드려. 너 같은 방식은 아니었으면 했어. 헤어지자. 너 상대하느라 너무 힘들었고, 너무 지쳤어. 너는 장점이 뭐야? 몇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결국, 니 행동은 다 부질 없을 뿐이야.

 

  혀는 단어를 짜내지 못한채 고요하다. 그렇다면 진짜로 고요한 것인가 하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단어로 짜내지 않은 순수한 감정들이 피아노 라는 다른 수단을 통해 드러날 뿐이다. 그렇기에 제목에서 말하는 고요함이란,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의미의 고요함을 말하는 것이다. 즉, 이 작품에서 의미는 마치 입자가 파동이 되는 것 처럼 형체를 잃고 퍼져나간다. 그 피아노 소리가 말이다. 어떠한 틀을 없앤 그의 피아노는 생명력이 넘쳐 흐른다. 역동적이며, 현실을 밟아 나가는 불쾌한 순간이다. 그렇기에 그의 피아노는 편안한 낙원이 아닌 불쾌하고 복잡한 현실을 그려낸다. 물론 상당히 에너제틱하고, 서정적인 요소 라곤 다 긁어모아봐야 5초도 안될테지만, 그런 에너제틱함이 불안과 혼란과 같은 맥락 위에서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안전함과 조화를 지어내는 틀 이라는 것을 깨부셨기 때문에 우리가 그동안 묻어온 불안과 혼란이 드러나는 것이다. 음악은 통상적 아름다움만을 모아왔다. 리듬, 조화, 화음 등등 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아름다움을 모아 음악을 듣는 순간에는 호의호식을 해왔다. 허나 이 앨범은 그것을 깨버리고 오히려 불안과 혼란의 순간만을 모아놓았다. 그런 삶의 불쾌함만을 담은 이 앨범을 결코 상식적으론 아름답다고는 차마 부를 수 없겠지만, 예술로서 더 많은 것을 함유한 아름다움임에는 틀림없다. 그렇기에 그의 피아노에서 우리는 우리의 상처를 볼 수 있다. 복잡하게 꼬여든 심리와 틀에 상처 입은 아픔이 곧 그의 파괴적인 피아노에 샅샅이 썰려서 전시된다. 더 이상 난 이 앨범의 장르를 재즈라 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전위음악이라 치고 싶지도 않다. 단순한 음악적 새로움이 아닌, 진입한 것이다. 음악에서 벗어나 내밀함에 들어온 것이다. 난 그리 생각한다.

 

  나는 예전에 프리재즈를 극히 좋아하지 않았다. 나의 싫어하는 장르 리스트에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했었을 정도 였으니 말이다. 나의 이때까지의 음악 성향으로선 당연한 것이었다. 서정적인 것, 미니멀한 사운드에 치중된 나의 음악 성향에 시끄러운 사운드의 프리재즈는 명백히 정반대에 서있었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깨달은 건 음악의 본질적인 부분이었다. 나는 왜 미니멀한 사운드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좋아하는 장르와 아티스트에 은근슬쩍 슈게이즈와 파란노을을 넣어 놓았는가? 결국엔 그게 내 성향과 상관없이 좋게 들렸으니 넣었다. 그렇다면 나는 음악에서 무엇을 보고 좋아하였는가? 그것은 결국에 나와 동하는 부분이 느껴져서 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에 나의 레이팅 메세지가 떠올랐다. 나의 레이팅 메세지는 점수가 높을 수록 나와 가깝고, 점수가 낮을 수록 나와 동떨어진 것으로 설정했다. 5점은 I, 0.5점은 enemy와 같이 말이다. 예전에 써두었던 해당 메세지에서 어느새 멀어진 것은 왜일까. 너무 머나먼 길을 온 건 아닐까 싶다. 결론적으로 음악은 객관적으로 장르가 나뉘지만, 주관적인 영역이다. 무엇이 되었든 좋아질 수 있고, 구려질 수가 있다. 나는 이 앨범을 통해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물론 앞으로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지만, 나를 나로서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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