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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침묵의 조각가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와 Talk Talk>

away!21시간 전조회 수 172추천수 7댓글 2


I. 서론: 예술적 진정성을 향한 여정


두 거장의 만남: 예술적 진정성의 교집합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와 밴드 토크 토크는 각기 다른 예술 매체에서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유혹에 굴하지 않고 예술적 순수성과 본질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깊은 공통점을 지닌다. 이 에세이는 단순히 둘을 비평적으로 비교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미학적, 철학적 연계성을 탐구함으로써 토크 토크의 음악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타르콥스키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활동하며 '영화 예술의 순교자'로 불릴 만큼 예술적 신념을 지켰던 소련의 거장이다. 그는 영화가 "돈을 버는 수단"이 되거나 "이름을 얻는 방법"이 되는 것을 극도로 경멸했으며, 자신의 작품이 "인생관과 반드시 일치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확고한 태도는 그를 소련 정부의 지속적인 탄압과 불우한 생애 속에서도 탁월한 걸작들을 배출하게 했다.   


영국의 록밴드 토크 토크는 1981년 결성되어 초기에는 뉴 웨이브, 신스팝 밴드로 출발하여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1982년 싱글 'Today'와 'Talk Talk'이 UK 차트에 진입했고, 1984년에는 'It's My Life'와 'Such a Shame'이 국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1986년 발매된 세 번째 앨범 'The Colour of Spring'은 UK 차트 8위를 기록하며 상업적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업적 성공은 그들에게 안주가 아닌, 더욱 깊이 있는 예술적 탐구의 발판이 되었다. 3집의 성공을 바탕으로 밴드는 "좀 더 실험적인 음악적 개량을 시도하게" 되었고, 후기 앨범인 4집 'Spirit of Eden'과 5집 'Laughing Stock'을 통해 포스트 록이라는 장르의 개척자로 평가받게 된다.   


두 예술가 집단 모두에게 있어 초기 상업적 성과는 예술적 여정의 종착점이 아니라, 오히려 더 도전적이고 본질적인 탐구를 위한 동력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그들의 예술적 순수성이 상업적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대중적 인정을 넘어선 곳에서 자신들의 예술적 비전을 실현하려는 의식적인 선택에서 비롯되었음을 시사한다. 그들은 각자의 매체에서 예술의 본질을 훼손하는 상업주의에 저항하며, 자신들의 내면세계와 세계관을 작품에 온전히 담아내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공유했다.




II.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영화 미학: 시간과 영혼의 풍경


'봉인된 시간'과 시간의 조각가로서의 감독론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는 영화를 단순한 이야기 전달 매체가 아닌, "시간을 빚어내는 것", 즉 "시간을 조각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는 감독의 역할을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본질적인 것만을 남기는 조각가에 비유하며, "모든 것을 담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은 제거하고 영화의 요소가 되는 것만 남겨둔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의 영화는 "필름 위에 시간의 현실을 각인한 예술가의 꿈"을 담고 있으며, 그의 저서 『봉인된 시간』(새 번역본은 『시간의 각인』)은 이러한 독자적인 영화 미학을 심도 깊게 다루는 연출 노트이자 예술 전반에 대한 통찰을 담은 유례없는 책으로 평가받는다.   


타르콥스키에게 있어 영화의 본질은 "실제적 형식과 현상 속에서 사로잡은 시간"에 있었다. 이는 단순히 롱테이크 기법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관객의 주관적인 시간 인식을 치밀하게 조형하여 본질적인 진실을 드러내려는 의도적인 예술적 행위를 의미한다. 그는 영화를 통해 삶의 진실을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이는 경험을 중요시했으며, 이는 영화가 관객에게 제공하는 단순한 이해를 넘어선 깊은 체험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시간의 조형은 마치 외과 의사가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핵심만을 남기듯이, 관객의 시간 감각을 정교하게 제어하여 사물의 본질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도록 이끄는 정화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영성, 자연, 그리고 인간 존재의 근원적 탐구


타르콥스키 영화의 핵심에는 "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과 인간 영혼에 대한 깊은 탐구가 자리한다. 그의 작품들은 그리스도교적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인간의 의식이 예술사에서 어떻게 투영되어 왔는지에 대한 탁월한 해석을 제공하며, 예술을 "기도"이자 "가장 이타적인 인간의 노력"으로 보았다. 그는 "인간 영혼을 집어삼키는 물질에 맞서는 인간의 투쟁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예술을 제시하며, 예술가의 의무는 "섬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르콥스키의 영화에서 물, 흙, 불과 같은 자연적 요소들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선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그의 영화는 "물에 흠뻑 젖어있다는 느낌"을 주며, 볼가강의 비옥한 흙은 조국 러시아의 개념을 형상화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자연의 이미지는 인간의 내면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현실과 비현실, 내면과 외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솔라리스>에서 '생각하는 물질'로 뒤덮인 행성은 인물들의 내적 세계와 외적 세계의 경계를 붕괴시키며, 이는 타르콥스키가 추구하는 영적이고 실존적인 탐구가 추상적인 철학에 머무르지 않고 감각적이고 경험적인 차원에서 깊이 구현됨을 보여준다. 자연의 본질적인 모호성과 변형적인 힘은 이러한 깊은, 때로는 신비로운 존재 상태로 이끄는 통로 역할을 한다.   


롱테이크와 침묵의 미학: 몰입과 성찰의 공간


타르콥스키는 롱테이크와 느린 호흡을 통해 관객이 영화 속 시간에 깊이 몰입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영화는 "시詩처럼 여백이 많고 해석의 여지가 많은 영화"로 묘사되며, 이는 단번에 이해되지 않기에 관객에게 집중을 요구한다. 그는 "영화적 의미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관객이 영화를 통해 삶의 진실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능력, 즉 경험 그 자체를 중시했다.   

특히 침묵은 그의 영화에서 단순한 소리의 부재가 아닌, 강력한 미학적 장치로 활용된다. 외부의 소음과 대비되는 침묵은 인물들의 내적 갈등을 부각시키고, 관객에게 사색의 여백을 선사하며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이는 오늘날 영화를 보는 행위가 "점점 하찮은 행위가 되어가고 있다"는 그의 비판적 시각에 대한 예술적 대응으로 해석될 수 있다. 타르콥스키는 의도적으로 영화를 "난해하여 여러 번 봐도 매번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고 , "여백이 많고 해석의 여지가 많은" 특성을 부여함으로써 , 관객이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닌 적극적인 참여자로서 깊은 사색과 개인적인 발견의 경험으로 나아가도록 이끈다. 이는 영화 관람 행위를 단순한 오락에서 벗어나 깊은 성찰과 헌신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경험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상업주의에 대한 저항과 예술적 순수성


타르콥스키는 영화가 "돈을 버는 수단이 되고 이름을 얻는 방법"이 되는 것을 극도로 경멸했으며, 자신의 작품이 "인생관과 반드시 일치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업주의에 대한 초연함과 "예술로서의 영화"를 지켜내려는 헌신은 그를 '영화 예술의 순교자'로 불리게 했다. 그는 예술의 의미를 "기도"이자 "가장 이타적인 인간의 노력"으로 보며, 예술가의 의무는 "섬기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단순한 미학적 선호를 넘어선 깊은 도덕적, 영적 명령이었다. 타르콥스키는 상업적 타협을 거부함으로써 예술적 진정성을 지키는 것을 부패한 체제에 대한 윤리적 저항의 한 형태로 보았다. 그의 작품들은 "인간 영혼을 집어삼키는 물질에 맞서는 인간의 투쟁을 위한 수단"으로 제시되며 , 예술이 오락이나 이윤 추구를 넘어선 더 높은 목적, 즉 인간 구원의 문제에 매달리는 구도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는 예술가로서의 깊은 책임감과 인간성에 대한 봉사의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III. 토크 토크의 음악적 진화: 침묵과 유기적 사운드의 미학


신스팝에서 포스트 록으로의 변모: 상업적 성공 너머의 탐구


토크 토크는 1981년 결성 당시 뉴 웨이브와 신스팝이라는 당대의 음악적 흐름을 따르며 'Today', 'Talk Talk', 'It's My Life' 등의 싱글로 국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1986년 발매된 3집 'The Colour of Spring'은 영국 차트 8위를 기록하며 밴드의 상업적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발판 삼아 더욱 실험적인 음악적 개량을 시도했다.   


이러한 변모는 밴드의 초기 신스팝 스타일을 버리고, 4집 'Spirit of Eden'(1988)과 5집 'Laughing Stock'(1991)을 통해 포스트 록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자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비록 후기 앨범들은 초기 앨범만큼 차트 성적은 좋지 않았으나 , 'Spirit of Eden'은 10만 장 이상 판매되었고 , 두 앨범에서 보여준 실험적인 시도는 후일 포스트 록 장르의 시발점으로 칭송받는다. 이는 타르콥스키가 초기 영화의 성공 이후 상업주의를 경멸하며 예술적 본질을 추구했던 것과 유사하게, 토크 토크 역시 대중적 성공을 넘어선 예술적 깊이를 향한 의식적인 선택을 했음을 보여준다. 그들의 음악적 진화는 외부의 압력이나 실패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자신들의 예술적 비전을 확장하려는 내적인 충동의 결과였다.   


'Spirit of Eden'과 'Laughing Stock': 유기적 사운드와 즉흥성의 심화


토크 토크의 후기 앨범, 특히 'Spirit of Eden'과 'Laughing Stock'은 그들의 독특한 음악적 접근 방식과 제작 과정으로 인해 전설적인 지위를 얻었다. 이 앨범들은 런던의 웩섹스 스튜디오에서 어두운 환경 속에서 진행된 길고도 강렬한 녹음 과정의 산물이다. 마크 홀리스와 프로듀서 팀 프리스-그린은 재즈, 앰비언트, 클래식, 블루스, 덥 등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즉흥 연주에 담아내고, 이를 수많은 시간 동안 녹음했다.   

이러한 즉흥 연주들은 이후 정교하게 편집되고 재배열되어 최종 앨범으로 완성되었다. 홀리스는 "첫 테이크의 마법"을 믿으며, 즉흥적으로 연주된 것이 가장 훌륭하며 이를 재현하려 하면 모방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그는 "자발성과 자유"와 "짜임새 있는 깊이의 편곡"을 결합하려 했으며 , 이를 위해 초대한 음악가들에게 "절대적인 자유"를 주어 연주하게 한 뒤, 그중 "몇 초"의 파편들만을 선별하여 치밀하게 구성했다. 50명이 넘는 음악가들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앨범에 실린 연주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으며, 어떤 베이시스트의 5분 연주에서는 단 세 음만 사용되기도 했다.   

이러한 철저하고 때로는 환원적인 편집 과정은 신시사이저 사운드에서 유기적이고 어쿠스틱한 사운드로의 전환과 맞물려, 토크 토크 특유의 질감과 공명(resonance)을 강조하는 음악을 탄생시켰다. 이는 타르콥스키가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본질적인 것만을 남기는 '시간의 조각'을 통해 관객의 주관적 경험을 조형했듯이, 토크 토크 역시 즉흥 연주의 풍요로운 파편들을 섬세하게 '조각'하여 청자에게 독특한 감정적, 정신적 경험을 선사하는 유기적인 사운드 풍경을 창조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음악은 듣는 이에게 매번 다르게 다가오며, 영적이고 실험적인 몰입을 유도한다.   


침묵과 공간의 미학: 여백이 주는 초월적 경험


마크 홀리스의 음악 철학에서 침묵은 단순한 소리의 부재를 넘어선 능동적인 구성 요소로 작용한다. 그는 "두 음보다는 한 음을 듣는 것이 좋고, 한 음보다는 침묵을 듣는 것이 좋다"고 말하며 침묵에 대한 깊은 존중을 드러냈다. 그의 솔로 앨범 마지막 트랙은 거의 2분간의 완전한 침묵으로 끝나는데, 이는 의도적인 예술적 선언이었다.   


토크 토크의 음악에서는 침묵과 공간감이 '음향적 고독'을 창조하고 '초월적인' 경험을 유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음악적 요소들은 의도적으로 간결하게 배치되며, 명확한 멜로디보다는 질감과 공명에 중점을 둔다. 이는 청자로 하여금 음악의 여백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깊은 사색에 잠기도록 이끈다. 홀리스에게 침묵은 음악을 시작하기 위한 이유가 있어야만 깨뜨릴 수 있는 신성한 영역이었다. 이러한 침묵의 활용은 타르콥스키가 영화에서 침묵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부각시키고 관객에게 성찰의 공간을 제공했던 것과 동일한 미학적 지향점을 공유한다. 두 예술가 모두 '없음'을 통해 '있음'을 증폭시키고, 관객/청자가 비어 있는 공간을 각자의 경험으로 채워 넣도록 유도함으로써 더욱 깊은 몰입과 명상적인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IV. 타르콥스키와 토크 토크: 교차하는 예술적 영혼


시간의 유연성과 비선형적 서사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와 토크 토크는 각자의 매체에서 시간을 유연하게 다루고 비선형적인 서사를 구축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타르콥스키의 영화 미학은 "시간의 각인"이라는 개념으로 대표되며, 그는 롱테이크와 느린 호흡을 통해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을 해체하고 관객의 주관적인 시간 인식을 조작한다. 그의 영화는 현실과 비현실, 현재와 과거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이는 시간의 가역성을 탐구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그의 작품 <스토커>는 타르콥스키의 시간 미학이 선명히 드러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토크 토크 역시 음악에서 전통적인 시간의 제약을 벗어난다. 그들의 후기 앨범들은 곡의 러닝타임이 길어지고 , 즉흥 연주와 파편적인 편집을 통해 기존의 정형화된 송 폼(song form)을 거부한다. 특히 'Laughing Stock'의 첫 트랙 'Myrrhman'은 "어떤 부분도 반복되지 않는" 구성을 통해 선형적인 진행을 벗어나 끊임없이 움직이는 흐름을 보여준다. 이는 청자가 예측 가능한 리듬과 멜로디에 갇히지 않고, 음악이 이끄는 대로 유기적인 시간의 흐름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처럼 두 예술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조형하고 재구성함으로써, 관객/청자에게 단순한 이야기나 멜로디의 전달을 넘어선 주관적이고 경험적인 여정을 선사한다. 그들에게 시간은 통제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예술적 진실을 담아내는 유연한 질료였다.   


침묵과 여백의 미학: 본질을 향한 응시


침묵과 여백의 미학은 타르콥스키와 토크 토크를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고리 중 하나이다. 타르콥스키는 그의 영화에서 침묵을 단순한 소리의 부재가 아닌,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고 관객에게 사색의 공간을 제공하는 중요한 미학적 장치로 활용했다. 그의 글은 "진실만을 말하고 본질에 가닿겠다는 태도"를 보여주며, 침묵은 이러한 본질을 향한 응시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였다.   

마크 홀리스 역시 "침묵은 모든 것 위에 있다"고 단언하며, "두 음보다는 한 음을, 한 음보다는 침묵을 듣고 싶다"는 철학을 피력했다. 토크 토크의 음악은 의도적으로 여백을 많이 두어, 불필요한 음들을 덜어내고 최소한의 소리로 최대한의 감정을 전달하고자 했다. 이러한 침묵과 공간의 활용은 청자에게 '음향적 고독'을 선사하며 깊은 명상과 초월적인 경험을 유도한다. 두 예술가 모두 '없음'을 통해 '있음'의 가치를 증폭시키고, 외부의 소음과 자극으로부터 벗어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함으로써, 관객/청자가 작품의 '여백'을 각자의 경험과 성찰로 채워 넣도록 유도한다. 이는 본질을 향한 깊은 응시와 자기 발견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통된 예술적 전략이다.   


예술적 순수성과 상업적 타협 거부


타르콥스키와 토크 토크는 상업적 성공에 대한 집착을 경멸하고 예술적 순수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는 점에서 굳건한 연대감을 형성한다. 타르콥스키는 영화가 "돈을 버는 수단"이 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으며, 자신의 작품이 "인생관과 반드시 일치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술로서의 영화"를 지키기 위해 고난을 감수하며 '영화 예술의 순교자'로 불리게 되었다. 그의 예술은 "인간 영혼을 집어삼키는 물질에 맞서는 인간의 투쟁을 위한 수단"이자 "기도"였다.   


토크 토크 역시 초기 신스팝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Spirit of Eden'과 'Laughing Stock'을 통해 상업성을 철저히 배제한 실험적인 음악으로 전환했다. 마크 홀리스는 음악을 만드는 주된 이유가 "음악에 대한 사랑"이며, "어떤 종류의 상업성을 얻으려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들의 매니저조차 상업적 성공을 위한 라디오 송을 제안했지만, 밴드는 이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예술적 신념을 따랐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한 미학적 선택을 넘어선 윤리적, 도덕적 신념의 발현이었다. 두 예술가 모두 예술이 오락이나 이윤 추구를 넘어선 더 높은 목적, 즉 인간의 영적 성숙과 존재의 의미 탐구에 봉사해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공유했다. 그들은 시스템에 저항하며 창조적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열망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적 유산을 남기는 기반이 되었다.   


초월적 경험과 영적 울림


타르콥스키와 토크 토크의 작품은 물질적 세계를 넘어선 초월적인 경험과 영적인 울림을 선사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타르콥스키의 영화는 그리스도교적 주제의식과 함께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육체적 삶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는 "가장 영적인 영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인간의 의식이 예술사에서 어떻게 투영되어 왔는지에 대한 탁월한 예술가의 해석"이며, 예술의 의미를 "기도"로 보았다. 영화 <희생>과 <노스텔지어>는 종교적 구원에 대한 고민과 도전을 심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토크 토크의 음악 역시 청자에게 깊은 감정적, 정신적 몰입을 유도하며 내면의 평화와 감성적 회복을 경험하게 한다. 그들의 음악은 "음향적 고독"과 "최고의 평온함"을 통해 청자를 시간 밖의 존재 상태로 이끌며 , 이는 단순한 음악 감상을 넘어선 거의 명상적이거나 기도와 같은 경험으로 이어진다. 두 예술가 모두 작품을 통해 인간의 영혼을 물질주의적 속박에서 해방시키고, 삶의 본질과 우주적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그들의 예술은 "우리의 운명은 저 위에 있기 때문"이라는 초월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 이를 통해 청자/관객은 자신을 넘어선 더 큰 존재와의 연결감을 느끼게 된다.   



V. 결론: 예술적 유산과 지속적인 울림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영화와 토크 토크의 음악은 서로 다른 예술 형식과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예술적 진정성과 본질을 향한 끈질긴 탐구라는 공통된 정신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 그들은 상업적 성공의 유혹을 뿌리치고, 시간의 유연한 조형, 침묵과 여백의 미학적 활용, 그리고 인간 존재의 영적, 실존적 질문에 대한 깊은 탐구를 통해 각자의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타르콥스키의 영화가 롱테이크와 상징주의를 통해 관객에게 깊은 사색과 몰입을 요구하며 영혼의 풍경을 그려냈듯이, 토크 토크의 후기 음악은 즉흥 연주의 파편들을 섬세하게 조각하고 침묵과 공간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청자에게 초월적인 감정적 경험을 선사했다. 두 예술가 모두에게 예술은 단순한 오락이나 이윤 추구가 아닌, 인간 영혼의 구원과 진실 탐구를 위한 숭고한 행위였다. 그들은 작품을 통해 관객/청자가 자신의 내면과 깊이 소통하고, 외부 세계의 소음에서 벗어나 존재의 근원적인 의미와 대면하도록 이끌었다.


타르콥스키의 시선으로 토크 토크의 음악을 조망하는 것은, 그들의 작품이 단순한 장르적 분류를 넘어선 보편적인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간과 침묵을 통해 본질을 응시하고, 상업적 타협을 거부하며 예술적 순수성을 지켜낸 이 두 거장의 유산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주며, 진정한 예술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여 관객과 청자에게 깊은 성찰과 영적 위로를 제공하며, 예술이 지닌 치유와 변화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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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17시간 전

    말씀해주신 이유로 저도 마크 홀리스 개인 앨범 정말 좋아합니다. 흔한 단어이지만 여백의 미는 강조하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이후의 은퇴에 가까운 행보까지도 어쩌면 예술이 아니었을까 싶은..

     

    영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away!글쓴이
    17시간 전
    @끄응끄응끄응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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