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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 힙스터의 보상

title: Jane Remover너도밤나무2025.06.08 02:46조회 수 945추천수 15댓글 20

나도 힙스터가 되고싶진 않았음

힙스터 하나도 안멋짐 오히려 고통스러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찾으려면 현실세계가 아니라 인터넷세상에 와야된다는게 너무 슬픔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고 화면 속에 있는 아티스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시간을 쓰고 돈을 쓰는 요즘 세상에 허무감을 느낌

음악 취향 때문에 호감느끼고 비호감느끼고 친해지고 싸우고 한지 오래돼서 언제부턴지 기억도 안남

길게 잡으면 근 4년, 짧게 잡으면 근 2년동안 음악을 사랑했다고 볼 수도 있고 노예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음

수백, 수천시간을 바치고 돈은 학생이 200 넘게 쓰고 친구들 연락도 적어지고 공부 시간도 줄고 꿈까지 바꿔진 그 2년동안 나는 누군가에게는 쌀 한 톨만큼도 중요하지 않은 음악에, 비록 내 의지이지만 잡혀 살았던 거임

현생에 집중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엘이를 떠날 때

나는 음악에 집중한다고 오히려 현생을 떠나버렸다고 할 수 있음

물론 최소한은 하고 있음

인간관계가 없진 않고 돈도 열심히 모아 생긴 돈이고 시간도 어떻게 보면 할 거 다하고 남은 자투리 시간임

하지만 이런 나를 이해해줄만한 사람을 현실에서 보기 어렵다는 게 너무 안타까움

나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도 음악을 안듣는 사람도 퍼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앤서니 판타노도 이해할 수 있는데

왜 내가 이런 음악을 이토록 사랑하는지를 이해해줄 사람은 없을까 고민이 많음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힙스터는 사람들이 싫어함

물론 잘생기고 예쁘고 성격좋고 유능한 힙스터는 좋아하겠지만

나같은 평범한 사람이 아무도 모르는 음악을 좋아하는 걸 알게 되면 많은 사람들은 비호감을 느낌

앞서 힙스터는 멋지지 않다고 말했지만

힙스터들은 정의부터가 자신이 듣는 음악을 사랑하고, 그런 음악을 듣는 나 자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음

이게 주류에 대한 이유 없는 혐오의 표출로 나아가면 나는 그건 힙스터의 문제가 아니고 인성의 문제라고 생각함.

우리는 그저 사랑했을 뿐임.

마치 유대인들이 자신들만 구원받는 유대교를 믿는 것을 사람들이 싫어했듯이

마이너한 음악을 들으며 자신들이 듣는 음악이 다른 음악보다 더 좋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비호감을 받을 수밖에 없음

음악에 대해 우열을 가리는 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개인의 의견으로 한정했을 때는 전혀 잘못되지 않음.

내가 데이식스와 제인 리무버를 듣고 개인적인 감상으로 제인 리무버를 더 좋아한다고 느꼈을 때 내 머릿속엔 우열 체계가 생김.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다른 종교를 믿는 다른 민족들을 혐오해서 욕하고 때려죽이지 않았음. 그저 자신들만 구원받을거라고 생각했을 뿐임.

힙스터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당연히 듣고 있을테니 자신이 가장 좋은 음악을 듣는다고 생각할 수 있음.

하지만 그래서 홍대병이라고, 힙스터병이라고 욕먹음.

내가 하고싶은 말은 힙스터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똑같이 사랑을 한거임. 이거로 욕을 먹는 건 전혀 합리적이지 않음. 자기가 듣는 음악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남이 듣는 음악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음. 그건 그 남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면 됨.

당장에 엘이만 봐도

OOO 왜케 싫지 보다 OOO 너무 좋다라는 글이 훨씬 많음

그리고 힙스터가 느끼는 자뻑과 우월의식도

마냥 좋은것만은 아니지만 이 각박한 세상에 시간이랑 돈 등등 왕창 써가면서 그런 것도 못얻었으면 세상에 힙스터는 없었을거임.

나도 확실히 원래 있던 자기혐오가 힙스터가 되면서 많이 사라진 것 같음.

평소에 제인 리무버 듣는 사람 있으면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좀 하는데 그건 결국 제인 리무버를 듣는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음.

초등학교 6학년때 티팹을 처음 들었음.

가장 좋아하는 곡은 Alright이랑 i였음.

켄드릭 라마가 i love myself라고 외쳤을 때 나는 공감하지 못했음.

피붙이가 아니고서야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그리고 그래서 사랑받지 못한 나를 왜 내가 사랑해야되는걸까 생각했음.

근데 티팹을 통해 외힙을 듣고 음악을 듣고 슈게이즈를 듣고 하이퍼팝을 듣고 별의별거를 다 듣고 나서

이제 나는 티팹에 거의 손을 대지 않지만 비로소 켄드릭이 한 말을 깨달았음.

나는 제인 리무버를 즐겨듣고, 수십장의 CD, 열장 좀 넘는 LP를 가졌고, 시간이 남으면 음악을 듣거나 맥북을 쌔벼와서 음악을 만들고, 곧 있을 아시안 글로우 공연을 가고, 빈지노, 조이 배대스, 나스, 투홀리스를 실제로 봤고, 사랑하는 음악에 인생을 바치고 음악을 향해 꿈을 꾸는 나를 사랑할 수 밖에 없음.

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바깥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한 인간임. 이룬 거는 중졸밖에 없고 초라하게 생기고 사회적 위치도 낮고 관계도 넓지 않고 무엇보다 남들이 사랑하는 대상이 아닌 사람이지만

내 안을 보면, 내가 보기에는 나는 충분히 사랑받을만한 사람임.

모두들 힙스터가 돼서 받는 음해들에 좌절하지 말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힙스터의 보상을 받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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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 6.8 09:04

    똥글이 아니네요

    우리 모두 화이팅

  • title: Jane Remover너도밤나무글쓴이
    6.8 10:11
    @프랭크자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반응 나올지 몰랐는데 기분좋네요

  • 6.8 09:14

    글 진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title: Jane Remover너도밤나무글쓴이
    1 6.8 10:12
    @헤어팥

    제멋대로 쓴 긴 글 읽어주셨는데 제가 더 감사하죠 ㅎㅎ

  • 6.8 10:21

    학생때는 주변 친구들 관계가 늘 신경쓰이죠

    당장 저도 엄청 그랬는데요

    지금까지 해오신것 처럼 주변 영향받지 않고 원하는거 즐기면서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title: Jane Remover너도밤나무글쓴이
    6.8 11:58
    @포스트말롱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ㅎㅎ

  • 6.8 10:31

    아돈기버뻑 마인드로 혼자 좋아하는 게 정신건강에 베스트

     

    본인은 행복한 진다가 되려고 노력중 ㅋㅋ

  • title: Jane Remover너도밤나무글쓴이
    6.8 12:00
    @민니

    ㅋㅋㅋ 뭐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행복하면 다인거 아니겠습니까

  • 6.8 11:11

    친구들도 어려서 그럼. 건강한 방식으로 자기 취미 즐기는 거 나중 되면 주변 사람들이 좋게 봐줄 거에요 ㅎ

  • title: Jane Remover너도밤나무글쓴이
    6.8 12:02
    @끄응끄응끄응

    주변 어른들은 되게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학교 담임선생님이나 영어학원선생님 다 작곡하는거 되게 응원해주십니다

    저는 아직 너무 어리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허무감보다 뿌듯함과 추억이 남아가는 게 음악인 것 같습니다..

  • 6.8 11:23

    글은 잘 읽었는데 아무래도 퍼리는 좀 어려움

  • title: Jane Remover너도밤나무글쓴이
    6.8 12:04
    @오션부활기원

    퍼슈트는 귀여움

  • 6.8 11:52

    진짜 가슴이 울리네요.. 시끄럽게 개추 누르고 갑니다

  • title: Jane Remover너도밤나무글쓴이
    6.8 12:05
    @Irvine
  • 6.8 11:57

    너무너무 공감하는 글. 우리 모두가 각자 사랑받아 마땅하며, 자신을 정말 사랑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거의 최고의 선로라 느끼고요. 지나가던 잡졸 힙스터인데 글 잘 읽었습니다👍👍👍👍👍

  • title: Jane Remover너도밤나무글쓴이
    6.8 12:05
    @mysoulflee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퍼뜨려 LOV3

  • 6.8 14:11

    저도 왜 이런 취향에 공감해주는 사람이 없을까 고민도 많이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저도 다른 사람의 취향에 대해 무관심한채 살아왔었더라고요. 그냥 다 그렇게 사는 것 같아요. 비슷할 수는 있어도 완벽히 똑같은 취향이란 없기에 결국엔 자신에 대한 애정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이라도 이렇게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것에 전 감사하게 느끼고 있네요. 아시안글로우 공연이 your arms are my cocoon 오프닝 공연을 얘기한다면 저랑 마주치실듯 ㅎ

  • title: Jane Remover너도밤나무글쓴이
    6.8 14:52
    @호루라기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코쿤 맞아요ㅋㅋ

  • 6.8 23:42

    건강한 마인드를 가지셨네요 부럽습니다..

  • 6.9 08:45

    주변에 디깅하는 친구들이 몇몇 있는데 축복받은 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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