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naver.com/parzival0604/223862224836
잔나비, 그들은 '최정훈(보컬)'과 '김도형(기타)'로 이루어진 대한민국의 2인조 록 밴드이다. 그들은 싱글 '로켓트'로 데뷔한 이후, 감성을 달래주는 음악과 엄청난 라이브 퍼포먼스로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2019년에 발매한 정규 2집 '전설'은 대중들에게 잔나비란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앨범이었는데,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는 전곡이 고른 완성도를 가진 앨범이며, 수록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는 세대와 취향을 뛰어넘어 사랑받을 청춘의 송가라는 평을 내리며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리스트에 '전설'을 수록했다.
시간이 흘러 청춘을 노래하던 그들은 어느새 헤드라이너를 맡을 만큼 거물이 되었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티스트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21년 발매한 정규 3집 '환상의 나라' 이후로 정규 소식이 없어 팬들을 애태웠던 그들이 약 4년만인 2025년 4월 28일, 정규 4집의 전반부 '사운드 오브 뮤직 pt.1'을 발매한다.
4년이라는 긴 시간
기다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재밌게 들어주세요.
- 잔나비, 앨범 소개글 中 (2025) -
사운드 오브 뮤직 pt.1 (2025.04.28. / 8트랙 / 25분 21초)
-트랙
1. 뮤직
2. FLASH
3. 아윌다이포유♥x3
4. 사랑의이름으로! (feat. 카리나 of aespa) <Title>
5. 옥상에서 혼자 노을을 봤음
6. Juno! 무지개 좌표를 알려줘!
7. 모든 소년 소녀들1 : 버드맨
8. 모든 소년 소녀들2 : 무지개
'사운드 오브 뮤직 pt.1'은 기타 선율과 함께 시작한다. '뮤직'의 포근한 분위기와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가사는 창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떠오르게 한다. 그마저도 향수가 아련히 서려있다. 분위기가 고조되다 적막해지며 들리는 시곗바늘 소리는 그 잔향을 천천히 퍼트리다 곧 메트로놈 소리로 바뀐다. 서정적으로 시작한 'FLASH'는 첫 후렴 이후 리드미컬하게, 또 다시 잔잔하게, 흐름을 반복하며 곡을 진행한다. 번개 효과음, 음성 변조 등 여러 요소를 사용한 이 곡은 마치 뮤지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언제나 내가 기다리는 번갯불이었으나 이제는 번갯불이 나를 기다리듯, 그들이 만들기 위해 밤을 지샜던 음악 역시 그들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매일 작업실로 출근해
엄마의 피아노 앞에 앉아서
찰나의 섬광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제 직업입니다.
제가 꾸던 음악의 꿈은
원대했습니다.
- 잔나비, 앨범 소개글 中 (2025) -
오버드라이브 기타와 fx 사운드를 사용한 '아윌다이포유♥x3'는 머신건, 두 개의 목숨, 미지의 파워 등 오락적인 요소를 가득 머금고 있다. 너만을 위해 뛰어든다는 진심의 객체는 그/그녀일수도 있지만 그들이 지금까지 해온 음악, 그리고 그들의 곁을 묵묵히 지켜준 팬들도 포함한다. 그러므로 희생과 헌신을 얘기하는 이 트랙은 팬들을 위한 헌정곡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어서 '사랑의이름으로!'는 최정훈과 카리나의 잔잔한 듀엣곡이다. 곡에선 낭만과 사랑을 노래하지만 곡이 전달하려는 메세지는 '단순함'이다. 연인관계에 있어서 사람들은 많은 질문을 가지고 답을 쫓지만, 우리는 그저 다가온, 혹은 찾아낸 사랑에 눈을 감고 그 온기만을 온전히 느끼면 된다. 그 장면, 분위기, 시절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영원히 기억될테니.
다음 트랙, '옥상에서 혼자 노을을 봤음'은 잔나비의 속마음을 녹여낸 자전적인 곡이다. 특히 '날 좀 꺼내줘요'라는 목소리는 울리면서 은은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겹쳐지는 부분은 심적으로 갇혀있는 잔나비의 고뇌를 잘 묘사한다. 그러나 결국 식은땀이 흘러도 봄날의 바람은 불듯, 언젠가 좋은 날, 괜찮아질 날은 온다. 더 붉은 하늘을 원했더라도, 노을은 내일 또 새롭게 지듯이 말이다.
저와 도형이가 겪어온
성장통들에 대해서,
그때는 참 아프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즐거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 최정훈, 유튜브 <잔나비> 'D-Day 그룹사운드 잔나비 정규 4집 '사운드 오브 뮤직 pt.1'' 中 (2025) -
정겹고 신나는 디스코 리듬과 신스 오르간이 분위기를 뒤바꾼다. 고전 SF 만화 '은하철도 999'가 연상되는 인스트루멘탈 트랙인 'Juno! 무지개 좌표를 알려줘!'는 앨범의 전환점으로,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는 것 같은 공상적인 느낌을 준다. 그러나 분위기뿐만 아니라 주제 역시 이를 기점으로 새로워진다. 앞서 아티스트로서의 고뇌, 복잡함에 대해 얘기했던 그들이 다음 트랙 '모든 소년 소녀들1 : 버드맨'부터는 희망과 극복을 노래한다. 더는 울 일도 없음이 웃을 일도 많아지는 것으로 재해석되는 것 같이 긍정적이고 밝아진 그들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고, 그 모습과 메세지로부터 청자는 어느샌가 뭉클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앨범의 종착역인 '모든 소년 소녀들2 : 무지개'는 곡명처럼 그들이 모든 소년 소녀들, 확장하여 이들의 음악을 듣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다. 꿈의 용도는 그저 꾸기 위함이니, 낙담하지 말고 현재를 살아가라고 말이다. 바쁜 삶 속에도 각자의 마음 속 무지개는 활짝 피어있으니까. 그리고 후반부, 긴 간주를 통해 여운을 남기며 그들의 여정은 마무리된다.
(이 앨범을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듣는 분들께
우리가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마음이 누군가의 일상에
작지만 따뜻한 울림이 되길 바랍니다!
- 김도형, 잔나비 셀프인터뷰 'Prologue #3' 中 (2025) -
지구와 은하계, 그리고 하트 모양의 앨범명을 담아낸 앨범아트는 레트로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앨범명의 폰트는 마치 19세기 서부극을 떠오르게 하며, 그 배경은 일본 고전 애니메이션이나 시티팝을 연상시킨다. 앨범 역시도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진다. 어떤 곡은 뮤지컬처럼, 다른 곡은 만화 주제가처럼, 이전에 잔나비가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사운드의 향연이 사랑이란 주제 아래 묶이고, 완성도 높은 기승전결을 이룬다. '뮤직'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에 들어간 후로 '무지개'를 이해하며 마무리되기까지, 청자는 따뜻하면서 환상적인 분위기, 그렇지만 현실적인 조언을 건내는, 그 간극에서 감정의 소용돌이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사운드".
정말 한계가 없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같다.
이것은 규칙이 없고 자유롭다.
그래서 그냥 편하게
장난감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 김도형, 잔나비 셀프인터뷰 'Prologue #1' 中 (2025) -
앨범은 축소와 확장의 의미를 모두 내포한다. 오버드라이브 기타나 댄스브레이크 및 디스코 리듬, 이펙터 사용이나 사운드를 왜곡하는 등, 잔나비가 그려낸 이 영화는 21세기보단 20세기와 가까워 보인다. 그들은 앨범의 주된 요소로 노스텔지어를 택했다. 곡을 들으며 과거의 향수가 희미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메세지는 과거가 아닌 현재 · 현실에 초점을 둔다. 이야기는 과거로 시작하나 그 결말은 현재를 노래함에서 알 수 있듯, 과거 · 현재 · 미래 중 우리가 중요하게 여겨야 부분을 현재로 축소한다. 살아가려 노력하는, 즉 우리가 보살피고 가꿔야 하는 '나'는 과거도 내일도 아닌 '오늘의 나'이기 때문이다.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들엔
향수가 담겨있지만
그 메세지는 명확하게
지금 이 시점에 있는 것 같다.
혼재된 과거들 속에서,
오로지 오늘의 나로서
서 있길 바라는 마음.
미래지향적인 줄로만 알았던,
그래서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거라 믿었던
꿈이라는 추억에 대한 이해.
- 최정훈, 잔나비 셀프인터뷰 'Prologue #3' 中 (2025) -
또한, 앨범은 대다수의 곡이 쉬운 멜로디와 낭만적인 분위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사랑이란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청자가 이를 우선적으로 느낄 수 있으며, 팬들 역시 곡에 내재된 그들의 애정을 온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 세계를 살아가고 이끌어갈 소년 소녀들에게까지 그 따뜻한 감정을 나누고 싶어한다. 그들이 음악을 만들면서 느낀 즐거움과 진심이 소년 소녀들에게 흘러가기를. 그리고 그 행복이 공유되고 퍼져나가기를 말이다.
처음에는 (앨범) 제목이
<뮤직> 두 글자였다가
어느 순간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고
짓게 되었는데요.
그 음악이 주는,
음악이 귀로 듣는 거잖아요.
그래서 소리가 주는 즐거움에
조금 더 집중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고 제목을 지었구요
…
(중략)
- 최정훈, 유튜브 <잔나비> 'D-Day 그룹사운드 잔나비 정규 4집 '사운드 오브 뮤직 pt.1'' 中 (2025)-
과거의 일에 얽매이거나, 불확실한 미래에 많은 사람들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특히 소년, 소녀들은 그 고뇌의 깊이나 정도가 더욱 심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자 했던, 되고자 했던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자신만의 무지개를 꿈꾸며 살아가지만 그것을 찾지 못했다고 실패한 것이 아님을, 꿈은 그저 과거의 목표이니 이루지 못했다면 추억의 한 조각일 뿐이므로 낙담하지 말고 오늘은 다시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고 그들은 말한다. 우리가 사는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들은 청자에게 사랑, 그리고 위로를 건넨다. 우리 곁에서 같이 있어줄 것임을, 불어오는 바람에 머릴 쓸어 올리면 될 일이라고 말이다.
청춘의 사랑을 노래했던 이전보다 성숙해진 그들은 이제 청춘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그들이 음악에게 주었던 사랑은 팬들에게로 향해 이제는 귀에서 귀로,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갈 것이다. 즉, 이 앨범을 통해 그들이 음악에게, 그 음악은 세계에게 사랑이란 '사운드'를 들려줄 것이다. 청자를 비롯한 많은 소년 소녀들, 전세계인의 마음이 그들에 의해, 이 앨범에 의해 어루만져진다면 그것이 잔나비가 왜 아직 청춘의 대변자인지 증명하는 계기일 것이다.
"이 앨범은
잔나비의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그리고, 또 더 나아가서,
이 시대의
남녀노소 누구나에게 바칩니다."
라고 좀 거창하게
앨범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 최정훈, 유튜브 <잔나비> 'D-Day 그룹사운드 잔나비 정규 4집 '사운드 오브 뮤직 pt.1'' 中 (2025) -
감사합니다!!
파트2가 어떻게 나올지 개인적으로 궁금함.
파트1은 봄의 생동감을 담은 반면 파트2는 깊은 얘기를 할 예정이래서 궁금해지는 부분이네요
사실 이번 앨범이 좀 작위적이라고 느껴졌어서...더욱 깊어지면 어떤 얘기들이 나올지 좀 궁금하네요. 과연 더 솔직해질 수 있을지?
한번 지켜봐야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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