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time is meant for living, why’s it killing me?"
살기 위해 흘러야 할 시간은, 왜 나를 망가뜨렸을까?
나는 종종 거울을 본다. 하지만 거울 속의 나는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
너는 누구야?
거울 속 얼굴은 공허하다. 눈동자는 텅 비어있고, 입술은 미소를 잊은 지 오래다. 감정조차 잃어버린 표정, 마치 누군가의 그림자를 빌려온 듯하다.
"Make me in your image / 너의 이미지 속에 날 만들어" - Image
언제부턴가 나는 내가 아닌 사람이 되려고 애썼다. 괜찮아 보이는 사람, 충분히 웃는 사람, 문제없는 사람. 그게 좋은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끝내 남은 건 껍데기 뿐이였다. 나조차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 나는 내가 싫었다.
너무 무의미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나 조용히 찾아온다. 평범한 하루 속에서, 아무 이유 없이, 또는 너무 많은 이유로.
"괜찮아?" 응. "무슨 일 있어?" 없어.
늘 같은 대답이었다. 거짓말은 나의 일상이 되었고, 내 안의 나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었다.
너 죽고 싶잖아? 왜 거짓말 해? 왜 거짓말 해? 왜 거짓말 해?
“I'm looking in the mirror and swallowing the key / 거울을 바라보면서 열쇠를 삼키고 있어” - Killing Time
나는 입을 닫고 마음의 문을 잠갔다. 열쇠를 삼켰다. 아무도 열지 못하게. 나조차 열지 못하게.
사랑을 해본 적 있다. 조용하고, 말수가 적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사람. 근데 나도 그랬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오해했고, 자주 다퉜다.
“진짜 나 좋아하는 거 맞아?"
그 질문엔 사실 이런 말이 숨어 있었다.
나 좀 안아줘. 나를 사랑해줘. 나조차도 날 못 사랑하니까.
“You know nothing is fair in death and romance / 죽음과 사랑엔 공평함이란 없어” - Death & Romance
사랑이 끝나자 나는 그 사람을 원망했다. 하지만 곧 알았다. 사실 내가 미웠던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부족하고 불안한 나 자신이었다는 걸. 왜 나는 항상 이렇게밖에 못할까. 왜 나는 항상 불안할까. 왜 나는 항상 부족할까.
너는 왜 아직까지 살아있어? 그냥 죽어버려.
어떤 날은 침대에서 하루 종일 일어나지 못한다. 움직일 힘이 없는 게 아니라, 움직일 이유가 없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아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서.
“If time is meant for living, why’s it killing me? / 시간이 삶을 위한 거라면, 왜 날 죽이고 있지?” - Killing Time
그만해. 그냥 죽어. 너의 존재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소멸
비 오는 날엔 자꾸 걷고 싶어진다. 빗속에 서있으면 잠시나마 흐려지니까.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도, 이렇게 조용히 희미해지고 싶다. 아프지도 않게, 특별하지도 않게. 그냥, 없었던 사람처럼
무명
나는 내 이름을 좋아했다. 누군가 나를 찾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러나 사람들은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원하는 걸 불렀다.
어느 순간부터 이름이 낯설어졌다. 어느 날, 거울 앞에서 조용히 내 이름을 불러보았다. 울었다. 그 이름이 너무 낯설게 들렸다.
내 안엔 두 사람이 산다. 하나는 계속 나를 미워하는 사람. 다른 하나는, 그런 나를 꼭 안아주고 싶은 사람.
“Say hello, it’s you, the purest you / 인사해, 너야. 가장 순수한 너” - True Blue Interlude
나는 그 두 목소리 사이에서 자주 길을 잃는다.
봐. 또 실패야. 넌 뭘 하든 실패해. 그냥 죽어버려.
아니야, 괜찮아. 넌 다시 일어날 수 있어.
끝
사랑이 끝난 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 말들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진짜 끝인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그냥 돌아섰다. 그러고 나서 몇 날 며칠을 울었다. 소리 없이, 아주 작게.
거울 속 나는 여전히 공허하다. 화난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닌, 그저 공허함. 그게 더 무서웠다.
“She looked like me / 그녀는 나처럼 생겼어” - She Looked Like Me!
나는 가끔 그 거울 속 나를 안아주고 싶다.
비록 그 애가 나를 미워하고 있을지라도.
비록 나도 그 애를 미워하고 있을지라도.
너를 혐오해.
아니야, 너는 그저 안아줄 사람이 필요한 거야.
"사랑은 어디에나 있어."
“Love is everywhere, if you want it there / 사랑은 어디에든 있어, 네가 원하기만 하면” - Love Is Everywhere
그 말이 사실이면 좋겠다. 나는 그 말을 믿고 싶다. 나는 여전히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나는 언젠가 나를 안아줄 수 있을까?
나는 낯설고 기이한 음악을 듣는다. 난해한 소리와 가사들 속에서 나의 부서진 조각들을 찾는다.
“Then I see tunnel vision / Closing in over me” - Tunnel Vision
나는 부서진 조각들을 하나씩 모은다.
깨진 나, 울던 나, 무너졌던 나.
그 조각들을 품에 안아본다. 비록 완전하지 않더라도, 비록 부서진 채로일지라도.
나는 언젠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싶다. 그게 지금은 갈망일지라도, 그 갈망이 나를 살아가게 하니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를 사랑해보려 한다.
나는 여전히, 여기 있다.
외모 때문에 거울을 보는게 너무 싫어서 되도록이면 거울 보는걸 피했는데, 이 때문인지 사랑을 해본 적도 없는데 왜 공감이 되는걸까
외모는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해요. 내면이 아름답다면 겉도 아름다운 거라 생각합니다
사랑하고 싶어요
응원합니다
좋네요
추천 좀 해줘..
개추
잘 읽었습니다
최고야
제일 좋아하는 앨범 중 하난데
가사를 뭐랄까
시적인데 단순하고 직관적입니다
한국 현대시를 읽는 느낌이랄까요
단어를 직역하면 겉도는 느낌이지만
어떻게 엮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해석이 나오는 정말 재미있는 앨범입니다
앨범이 호평받은 주된 이유는 단연코 독보적인 사운드지만
안에 있는 텍스트도 참 예술적인 좋은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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