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흐릿하게 떠오르는 감정들을 섬세한 사운드로 그려낸, 오래도록 머무는 서정의 기록 – 8.5 / 10
[Best Album Review]
새벽 감성이라는 건 아마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전, 사랑, 이별, 만남, 후회 같은 기억들이 머릿속을 몽롱하게 스쳐 지나가는 그 순간. ‘속꿈, 속꿈’은 바로 그 순간을 누구보다 사운드적으로 잘 포착한 앨범이다. 하나의 장면을 재현하기보다, 흐릿하고 불분명한 감정 자체를 출발점 삼아 자신의 내면 세계를 펼쳐낸다. 이 앨범은 감정을 곡으로 전달하는 데 있어 섬세한 사운드 조형과 시적인 가사 운용을 통해, ‘꿈’이라는 개념을 청각적으로 구체화하는 데 성공했다. 리버브, 딜레이, 피드백의 효과적인 운용은 청자를 신해경의 세계로 조용히 이끌며, 드림팝과 슈게이징의 장르적 특성을 따르면서도 각 트랙마다 뚜렷한 변형과 독자성을 품고 있다.
인트로 트랙 ‘회상’에 바로 이어지는 ‘그 후’는 반복되는 리프와 정적인 공간감을 통해, 마치 꿈속의 장면을 천천히 떠올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흐릿하고 덧없는 감정을 투사하는 이 곡은 지나간 사랑과 만남에 대한 회한을 담담하게 풀어냄과 동시에 '내일은 오늘보다 괜찮아질거야'와 같은 가사를 통해 현재 상황에서 기억을 더듬는 화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어떤날’은 앨범 전체의 정적인 흐름에 경쾌한 균열을 만든다. 몽환적인 보컬과 비트감 있는 리듬이 충돌하며 주는 이질적인 에너지는, 누군가와 함께한 환한 기억조차 결국은 혼자만의 회상으로 되돌아간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앨범의 정서가 가장 진하게 응축된 곡은 단연 ‘그대는 총천연색’이다. “그대”라는 대상을 향한 애정, 미련, 후회가 교차하며, 클라이맥스로 이어지는 순간의 여백은 시적이고 섬세하게 설계되어 있다. 이어지는 ‘독백’은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구성된 미니멀한 곡으로, 단어 하나하나가 맴돌며 듣는 이의 내면 깊숙한 곳에 울림을 남긴다. 후반부로 갈수록 앨범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더욱 흐리게 만든다. ‘접몽’은 그 흐릿한 경계를 직접적으로 다룬 트랙이다. 리듬을 극단적으로 배제하고 잔향과 공간감만으로 구성된 이 곡은, 트랙 제목처럼 '꿈과 현실 사이의 모호함'을 사운드로 조형한다.
이어지는 ‘그대의 꿈결’은 그 자체로 앨범의 또 다른 정점이다. 서정적인 기타 리프, 유려하게 흐르는 멜로디, 그리고 '그댄 꿈에 왜 찾아와요'로 시작되는 가사를 통해, 고조되는 감정선을 따라가는 보컬의 흐름은 단순한 감상 이상의 경험을 만들어낸다. 특히 하이라이트 직전의 되감기 효과는, 감정의 폭발과 ‘꿈, 회상’이라는 앨범의 키워드를 동시에 극대화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후, '크로커스'와 마지막 트랙 ‘꽃 피는 계절처럼’은 조용히 앨범의 끝을 알린다. 절제된 고백처럼 담담히 이어지는 문장들, “다 아직 그대로 있다고 전할게”라는 가사는 기억을 붙잡고자 하는 마음을 담담하게 남긴다. 이 곡은 끝이라는 선언보다, 하나의 장면을 접고 또 다른 감정을 준비하는 듯한 ‘맺음’의 감정으로 기능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속꿈, 속꿈’은 각각의 곡이 뚜렷한 색을 가지면서도, 하나의 일관된 정서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호흡한다. 이 앨범이 전달하는 감정은 특별한 사건이나 구체적 서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듣는 이의 내면 깊은 곳에 반사되어 각자만의 감정을 꺼내 보게 만드는, 거울 같은 음악이다. 현실의 언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을 신해경은 ‘꿈’이라는 단어 아래 정리해 보여준다. 그리고 이로써, 쉽게 흘러가지 않는 감정을 섬세하게 정리한 이 앨범은 오래도록 머무는 서정의 형태로 남는다.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앨범 리뷰해봤습니다! 인스타 계정에 Magdelna Bay - Imaginal Disk도 리뷰해보았으니, 심심하시면 찾아가보셔유 ㅎㅎ
가사가 정말 예쁜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우울할때나 지칠때 새벽에 들으면 좋은 감상 하실 수 있을겁니다 :)
개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