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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이야기] “흉터의 덧살이 꼭 미운 무늬만은 아닐 것이야.” 2025 [월간 윤종신] Repair 4월호 ‘무감각’은 이별의 고통에 점점 익숙해지며 무감각해지는 한 남자의 마음을 담은 곡이다. 격렬한 아픔을 겪은 뒤 마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떠한 방식으로 무뎌지고 또 무너지는지, 그 변화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가까스로 무뎌졌다고 믿었던 마음이 다시 뒤집히는 순간들, 기습적으로 밀려오는 그리움에 의해 더 깊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침몰하는 순간들이 묘사되어 있으며, 결국 우리가 살아가면서 얻은 상처란 완전히 극복되거나 제거될 수 없음을 역설한다. 원곡은 윤종신 11집 [동네 한 바퀴]에 수록되었으며, 이번 리페어 버전은 조정치가 편곡으로 참여했다. “이 곡은 30대 후반에 썼어요. 2008년에 나왔으니 벌써 17년이나 지났죠. 그 당시의 저는 지금보다 훨씬 예민했고, 그래서인지 매사에 좀 무딘 사람들,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어른들이 부럽기도 했거든요. 인생 경험이 적기도 했고 창작을 하는 사람 특유의 감각도 작동해서 날이 서 있었던 거겠죠.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확실히 무뎌졌다고 느껴요.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무감각이 일상이 되었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이미 겪어봤기에, 다 안다고 생각하기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넘기는 일도 정말 많아졌죠. 생각해보면 산다는 건 그런 것 같아요. 자신의 어떤 부분들이 조금씩 무뎌지고 무감각해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덕분에 그럭저럭 세상과 불화하지 않고 잘 굴러가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요.“ 리페어 버전의 ‘무감각’을 준비하는 동안, 윤종신은 나이가 들면서 겪게 되는 감정의 변화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했다. 특히 그의 눈에 그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다가왔던 건 ‘슬픔’이었는데, 주변의 슬픔에도 함께 깊이 동요하고 흔들렸던 젊은 시절과 달리 이제는 제법 무뎌진 태도로, 어떤 이들의 눈에는 냉정해 보일 수도 있을 만큼 무덤덤하게 대응하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간 수많은 슬픔을 겪으며 스스로를 보호하게 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는 무뎌진 자신을 보며 또 다른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살다보면 여기저기에 덧살이 생기잖아요. 상처가 나고 거기에 흉이 지면서 덧살로 뒤덮이죠. 덧살을 가만히 만져보면 맨살보다 도톰하고 강하거든요. 똑같이 긁혀도 맨살에 비해 덧살은 피도 잘 안 나죠. 흉터를 가진 사람이 유독 강인해 보이는 이유도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얼핏 보기에 그 흉터는 그리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간 그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 어떤 시간을 보내왔고 어떤 식으로 견뎌왔는지를 보여주는 징표이기도 하니까요. 내가 무뎌지고 무감각해졌다는 건 그만큼 경험치가 쌓였다는 뜻일 수도 있어요. 상처로 인해 죽을 것 같던 그 시기를 지나서 이제는 그럭저럭 잘 대응하며 살아가게 되었다는 뜻일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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