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 hecker-ravedeath, 1972
https://youtu.be/jlfwZDR_1Hg?si=5iWNPYCwIk3frM-h
이 앨범의 뮤직비디오로서 이 앨범과 똑같은 52분 분량의 영화가 상영되는 상상을 했다. 조용하고 황량한, 사연있는 버려진 폐허를 탐색하는 영화 말이다. 폐허를 탐색하기 시작하면, 밀도높고 무거운 대기에서 공허한 무까지 뻗어나가는 공간이 서서히 형성된다. 그 공간엔 ravedeath, 1972나 analog paralysis, 1978이나 studio suicide, 1980같은 현실인지도 모호한 과거의 조각이 스쳐간다. 현실과 동떨어지고 시간의 흐름조차 오래된 테이프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파편화되어 뒤틀린 이 공간속에서 폐허에 얽히고, 동시에 모두의 삶에 얽힌 슬픔과 신비, 어두움이 드러나는 이야기가 경험으로서 관객에게 각인된다. 이 이야기는 ravedeath, 1972라는 명시적이고 현실에 존재하는 단어만을 조합해 만든 제목처럼, 기시감을 통해 현실과 가깝고, 인간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1972년의 레이브 문화의 죽음이라는 말도 안되는 제목처럼 뒤틀리고 비현실적인 시간선의 미시감을 통해 기괴하고 초월적인, 어쩌면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감정또한 이끌어낸다. rave와 1972라는, 과하게 한정적인 언어와 death라는 가장 보편적인 언어의 기묘한 조합이 이 영화의 기괴함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미묘한 거리감은 이 영화에 보편성을 불어넣고 관객들이 이 묘한 감정, 즉 비현실적인 표현 방식으로 다가오는 죽음이란 개념에 대한 감정을 더욱 탐구하게 만든다.이러한 영화가 나오면 좋겠지만 이 앨범 자체를 듣는 것 보단 못할 것이다. 앨범은 불안정하고 역동적인 드론 사운드와 긴장감, 그리고 공허한 앰비언트와 오르간과 아날로그적 사운드들의 처음부터 끝까지 유기적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삐걱거리는 조화만을 제공해 주면서 감상을 뇌의 자율성에 맡겼다. 나는 이 앨범을 들으며 계속해서 새로운 내용의 영화를 생각했고 영화가 아닌 더욱 추상적이고 공감각적인 무엇인가를 생각하기도 하였으며, 순수하게 청각적으로 질감과 긴장감을 즐기기도 하였다. 이 앨범은 시각적인 정보나 가사같은 지시적이고 명시적인 요소가 전혀 없이 소리 자체만으로 고유하고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냈다. 이 앨범의 사운드에 말 그대로 휩쓸리며 앨범을 이해하기도 전에 감정을 토해낸 것이다.
어쩌면, 이게 다른 예술로는 구현할 수 없는, 음악이 주는 순수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앨범을 들으며 상상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흥미로운 리뷰네요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1972년 레이브는 쓰러졌다.
모자란 녀석.
1972년 11월 21일...
이거 참 좋더라구요. 정확히는 기억 안나는데 저도 여러 생각 하면서 들었던것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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