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Ryuichi Sakamoto - 1996 (4 / 5)
다른 음악들이 온갖 색깔들을 가져와 그려낸 다채로운 그림이라면, 이 음악은 연필 한자루로 그려낸 다채로운 그림이다. 어떻게 그 검은 색 하나 나오는 연필로 그린 그림이 다채로울 수가 있냐고 하겠지만, 이 앨범은 그걸 해냈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트리오로다가 52분을 쭉 달려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 음악에 담긴 것은 색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생각들이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그려내는 검은 색의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는 거기에 과장따위 더하지 않고, 그 생각들을 따라간다. 그렇게 표현되는 정확한 절도가 이 앨범이다. 화를 낼 때도 목소리를 올리지 않고 말로서 전하며, 힘들 때는 그저 한숨을 피고 있는 모습. 슬픈 코드를 막 쳐대는 것 보다도, 가치있는 지금의 정확한 한음 한음은 간단하면서도 깊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러한 자연적인 것은 엄청난 기교를 더하는 것 보다 더 그 이상의 예술로 올려준다.
2. Harold Budd - The Pavilion Of Dreams (3.5 / 5)
침잠된 도시 속에서 부양하여 떠다니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악기들이 뭔가 분위기에 집어 삼켜진 듯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바닥에 물 흘린 듯 퍼진 느낌을 주는데, 충분히 이런 퍼진 것 만으로도 헤럴드 버드다운 훌륭한 엠비언트로 남았을 테지만, 그는 한발짝 더 나간다. 그건 바로 앨범커버의 침잠된 도시에서 밝게 빛나는 곳과도 같은 재즈다. 그는 물이 흥건한 바닥 위에서 착 착 소리를 내며 아름답게 흐르는 재즈를 추가함으로서 침잠된 분위기를 일반적인 것으로 까지 올려놓고, 그 침잠된 분위기에 지배되기 보다는 그 흐름의 위를 타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첫번째 곡만 해당되고, 그 뒤로는 재즈를 쏙 넣어놓고 합창이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그로인해 음악 전체가 침잠을 넘어 위험한 것 같은 분위기를 낸다. 뭔가 유령이 저 보컬로 그대로 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이러한 점이 엠비언트를 편안한 맛에 듣는 나로서는 거북했다. 첫번째 트랙 같은 걸로 채워져 있었다면 4점은 거뜬히 줬을텐데. 아쉽다.
역시 야자에 감상평 쓰는 건 너무나 재밌어
물론 음악 들을 시간도 안 주는 학교는 재미없어
2번 감상평 공감가네요 저도 살짝 아쉬웠어요
굿굿굿
막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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