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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Merzbow - Magnesia Nova

브라이언이노2025.03.24 18:44조회 수 599추천수 9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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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zbow -Magnesia Nova

Genres : Harsh Noise

Total length: 60m

9 /10

by 파라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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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간에 메르쯔보우의 음악은 상당히 낯설고 힘겨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정적 감상을 표출할 것이 뻔하다 "시끄럽다"를 비롯해 "귀 아프다" "난잡하다" 등등이 그 감상의 일반적 예일 것이며 몇몇 이들은 분명 그의 음악을 음악으로써, 그를 훌륭한 아티스트로서 인정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는 그의 음악에 대한 비관적 관조가 아닌 현실이다 SNS를 비롯한 각종 음악 커뮤니티엔 앞서 설명한 현실들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하지만 그 수많은 부정적 평가 속에서도 소수, 몇몇 마니아들은 그의 음악에 열렬한 찬사를 보낸다 이러한 찬사에 보답하듯 메르쯔보우의 노이즈 공장은 여전히, 그리고 아주 활발히 가동 중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매력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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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즐겨듣는 사람들에게 "노이즈"란 그다지 낯선 소재가 아니다 노이즈가 가진 다양한 가능성은 대중음악의 여러 갈래에 스며들어 그 가치를 입증받는 중이며 그래왔기 때문이다 Playboi Carit를 비롯한 레이지, 트랩씬의 경우 강한 디스토션 효과 혹은 러프한 믹싱이 자주 보인다 이러한 요소들로 만들어지게 되는 노이즈틱한 비트들은 광란 상태로 날뛰는 래퍼들의 폭력성을 증폭시키고 관객들은 이를 통해 극한의 도파민을 맛보게 된다 또한 노이즈는 팝과 록에서도 사용된다 가장 노골적으로 표현된 장르가 바로 노이즈 팝과 노이즈 록이다. 이 두 장르는 노이즈를 공통점으로 하여 음악을 시원시원하게 펼쳐나간다 이를 통해 강렬한 열정과 에너지 그리고 역동적인 흥겨움을 유발하는 것이다 반면 이 강렬한 노이즈는 몽환적이게도 사용되는데 바로 슈게이즈가 대표적이다 여럿 이펙터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기타 노이즈는 흐릿한 보컬과 아름다운 멜로디를 푸근히 감싸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렇듯 노이즈는 그다지 낯선 소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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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에서 리뷰할 앨범과 별 관련 없어 보이는 노이즈 음악들을 간략히 짚어본 건 메르쯔보우의 음악, Magnesia Nova가 앞선 예시들의 노이즈 활용과는 전혀 다르게 소음을 해체하고 분석하였으며 이를 통해 기존 음악의 근원적인 질서를 탈피한 채 극도의 테크닉을 보여주는 아방가르드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에서의 노이즈는 부가적 요소로써 다른 본질적 요소를 빛내주는 역할을 하였다 래퍼들의 열정, 팝의 흥겨움, 록의 열정과 슈게이즈의 몽환말이다 결국 음악의 핵심 뼈대 그 뒤에서 그들을 빛내주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정리하자면 노이즈는 언제나 제 2요소인 것이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다 음악이란 결국 "듣기 좋음"을 추구한다 이게 가장 기본적인 질서일 것이다 이런 질서 속 "시끄러움"이라는 요소는 제거되어야 할 요소 혹은 부가적 요소가 된다 하지만 하쉬노이즈 그 중 가장 뛰어날지도 모르는 메르쯔보우는 이를 완전히 뒤집고 완벽히 성공시킨다 음악에서 노이즈를 제 1요소로 활용하여 그 본질 "시끄러움"에 대한 깊은 탐구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그 탐구가 가장 잘 담겨있는 앨범이 Magnesia Nov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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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힘든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느꼈던 감상들을 추상적인 말들로 표현해보자면 "혼란 속 질서", "시끄러움 속 고요함" "잿빛 무지개" 등이 적절할 것 같다 가볍게 떠올려본 위 표현을 보면 "추상적"만큼이나 "모순적"이라는 표현이 와닿는다 당연하다 Maganesia Nova는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시끄럽고 괴이하게 타오르는 노이즈에서 왠지 모를 일련의 질서와, 고요함이 느껴지며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노이즈는 잿빛을 띠고 있지만 출처 모를 다양한 색채감이 터져나온다 이런 추상과 모순이 앨범의 핵심이다 이 앨범에서 보여준 두 핵심을 좀 더 상세히 설명해 보겠다

 

본 앨범은 노이즈만을 괴이하게 가공해 다양한 소리를 재창조해낸다 노이즈의 본질, 시끄러움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그 시끄러움을 여러 갈래로 나누어 다양한 사운드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각각의 트랙을 구성 있게 꾸며낸다 메르쯔보우는 사납게 끓어오르는 노이즈를 납작이 눌러 넓고 둔탁하게 만들어 Magnesia Nova 전반에 걸쳐 배치했다 그 위에 노이즈를 무자비하게 난도질해 마치 글리치가 연상되는 소리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작고 날카롭게 갈아내 전자음과도 같은 독특한 요소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또한 어쩔 땐 노이즈를 길고 가늘게 빼내어 Beep 소리를 연상시키기도 하며 넓고 두껍게 썰어 타격감을 주기도 한다 이렇듯 메르쯔보우는 괴랄한 테크닉을 통해 노이즈를 단순히 시끄러움이 아닌 다양하고 풍부한 음악적 요소로 탈바꿈시킨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앨범이라는 틀에 묶여 유기적으로 서로를 상호 보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탈바꿈된 노이즈들은 그 본질을 잃지 않았기에 서로 다른 시끄러움을 뿜어낸다 이는 다가오는 모든 사운드를 잡아먹을 것 같이 불안정하다 하지만 메르쯔보우는 1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 불안정함을 완벽히 배치하고 조율해낸다 그리하여 노이즈들은 서로가 서로의 시끄러움에 잡아먹고 먹히면서도 서로의 결점에 흘러 들어가며 단점을 매꾸어내게된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서로를 빛내는 존재가 되어 앨범 속에서 함께 정열이 타오른다

 

그럼, 이제 메르쯔보우가 만들어낸 노이즈 지옥을 본격적으로 즐겨보자 두 팔을 벌려 노이즈들을 맞이한다면 매력적인 노이즈들은 당신을 끊임없이 빨아들일 것이고 파쇄기에 분쇄되는 듯한 자신을 볼 수 있다 이 앨범은 말 그대로 혼란이고 시끄러움이다 잿빛으로 가득 차 있으며 터져 나오는 당신 피의 색이 유일한 색채이다 하지만 이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질서가 느껴진다 음악적 질서를 완전히 무시한 이 음악에서 질서가 보인다는 것은 상당히 독특한 경험이자 아름다운 부분이다 또한 여기서 고요함도 느껴진다 마치 태풍의 눈으로 들어온 것 처럼 말이디 한없이 시끄럽지만 왜일까 마음은 차분해지고 고요함이 눈에 띈다 이뿐이 아니다 잿빛 속 보이는 것이라곤 붉은 피 뿐이였던 곳에서 화려하게 터져 나오는 다양한 색채감을 느낄 수 있다 붉은빛, 푸른 빛, 노란빛 등등이 터져 나오고 서로 섞이며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어낸다 이것들이 이 앨범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왜인지는 모른다 왜 질서를, 고요함을 느꼈는지 그리고 이 색채들의 출처는 어디인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느낄 순 있다는 것이다 이 앨범은 앨범 속 명확하고 정제된 감정을 뽑아내 감상하는 것이 아닌 추상과 모호로 가득한 시끄러움을 체험할 뿐이다

 

경험할 뿐이다 괴랄한 노이즈의 혼재 속 모호히 흐르는 아름다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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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7
  • 1 3.24 18:46

    그저 소음으로 생각될 수 았는 음악도 아름다움이 있군요 잘읽었어요

  • 1 3.24 18:46

    다음은 플스 데몬 해주세요

  • 3.24 18:49
    @동동Ol

    Vdc 할랬는데 아쉽네여 펄스 데먼 달립니다

  • 1 3.24 18:52
    @브라이언이노
  • 1 3.24 20:03

    전 메르쯔보우를 도저히 5초 이상 못듣겠지만 글은 개추합니다

  • 3.24 20:06
    @HaveㅣAㅣnICEㅣLife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 1 3.24 20:29
    @브라이언이노

    글고 님 리뷰는 맨날 마침표가 없던데 의도한건가요?

  • 3.24 20:31
    @HaveㅣAㅣnICEㅣLife

    그건 그냥 귀찮아서.. 별 생각없이 쓰다보니 마침표를 안썼네요..

  • 1 3.24 21:53

    파라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3.24 21:57
    @프랭크자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울려고 했는데 다행이네요

  • 3.24 21:57
    @프랭크자파

    파라뇽 이쁜디 ㅠ

  • 1 3.24 21:59
    @브라이언이노

    ㄱㅇㅇ

  • 1 3.24 22:03

    들어봐야지 좋은 글 감사합니다

  • 3.24 22:04
    @PDFMAFIA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 1 3.24 22:14

    하쉬 노이즈만의 감상 포인트가 감이 안 잡혔는데 글을 읽으니 좀 이해가 되네요

    내일 들을 계획이었는데 써주신 리뷰와 함께 들어볼게요. 시끄러운 노이즈 속에 존재하는 질서와 아름다움을 찾아보겠습니다..

  • 1 3.25 10:44
    @Satang

    다행입니당 재밌게 즐겨보세여 하하

  • 1 3.24 22:39

    스크랩 완료. 사실 그다지 와닿는 뮤지션은 아닌데, 언젠가 다시 들어볼 의향이 생기면 꼭 이 글을 보면서 들어보겠습니다.

  • 3.25 10:44
    @끄응끄응끄응

    이게 리뷰의 참기능 아닐까 싶습니다 감사해용

  • 3.25 10:45
    @돈없는길치

    IMG_8245.jpeg

  • 1 3.25 07:57

    글 덕분에 앨범을 시도하는 건 오랜만이네요

    글 자주 써주세요!

  • 1 3.25 10:45
    @dDog

    감사합니다!!! 열심히 써볼게요

  • 1 3.25 17:21

    먼가 저랑 반대인 감상이네요

    hybrid noisebloom은 뿅뿅거리는 노이즈를 비트처럼 써서 오히려 질서가 잡힌 느낌이었는데

    이 앨범은 좀 더 무질서하고 역동적인 느낌이라 좋았음

    리부 잘보고 갑니다

  • 3.25 17:27
    @소은자의지

    오오 hybrid noisebloom 재감상 해봐야겠네요 저도 이 앨범의 제일 큰 감상은 무질서였습니다 그 무질서 속에 묘하게 질서가 느껴지는게 맛있더라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암

  • 23시간 전

    이걸 이제야 보다니

  • 23시간 전
    @QATtY

    감사함미오

  • 2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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