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0p5_j_W4xzw?si=nU9C_V6VD_qtPzF4
에릭 크랩튼의 어떤 앨범을 좋아하시나요?
보통은 그의 전성기로 알려진 음악들은 60년대 후반에서 70년 대 중반까지
그러니까 야드버즈, 데렉 노미노스, 블라인드 페이스, 존 메이올과 협업, 그리고 크림까지가
그의 전성기로 여겨지고 80년대에 부침을 겪다가 90년대에 엠티비 언플러그드로 상업적인 성공을 이루죠.
하지만 그의 앨범들에 대한 음악적 평가라면 역시 저 10년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RYM 가장 상단에 위치한 앨범들 또한 (흔히 명반이라고 불리는 그의 활동은) 대부분 저 시절에 속해있죠.
보통 대부분이 그렇지요. 30년 이상 활동한 뮤지션들도 보통은 10년 짧으면 5년의 전성기 안에
젊은 시절에 음악적 피크를 찍고 그 이후에는 그 명성에 걸터앉아 어느정도 자기복제를 수행하며
명망을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봅니다.
물론 탐웨이츠나 프랭크 자파 혹은 칸예웨스트...닉 케이브처럼 유난히 전성기가 긴 뮤지션들도 있지만요.
보통은 RYM 의 앨범 목록에서 명반 마크를 단 볼트체의 앨범들은 어떤 2,30대의 특정한 시기의 앨범들로 요약됩니다.
하지만 오래 음악을 듣다보니, 남들이 명반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어떤 반감도 자라나기도 하고 (저는 2010년대의 힙합 트랩에 전혀 공감하지 못합니다.) 남들이 똥반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높은 애정을 가지기도 합니다. 특히나 RYM이 특정한 장르 팬덤의 입김이 커지고 대표적인 힙스터 사이트가 된 뒤로는 이곳의 점수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글에서도 적었지만 이곳의 차트의 '높은 순위'가 마치 공인된 명반으로 자리 잡아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부터 듣자' 는 선행학습의 앨범들이 되는 것에 적지 않게 반감을 가지고 있어요. 누군가의 탑스터를 보거나, 유튜브의 내 인생의 100장 콘텐츠를 보다보면, 하나같이 rym 차트의 볼트체 명반으로 가득할 때는 더욱 그렇죠. rym에 하잎되는 장르들 혹은 높은 점수의 앨범들이 정말 모두가 공감할만한 좋은 앨범인지 전혀 공감하지 못할 때가 많아요. 아마 그때부터 자기 취향이 자라나는 시점이겠죠.
저에게 에릭 크랩튼의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98년대에 그가 냈던 순례자 pilgrim 앨범입니다.
mtv 에서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재기와 성공을 누린 뒤에 마치 그는 도파민이 떠나고 난 뒤에 우울감 가득한 앨범을 내놓죠.
그의 전형적인 블루지 한 사운드 마크도 없고, 조금은 대중적이고 쉬운 접근으로 만들어진 앨범이라 그런지
rym에서 이 앨범의 점수는 2.63 그러니까 보통은 '듣지 않고 지나갈 만한 앨범'처럼 표시되어있죠.
하지만 그의 모든 커리어 음악을 다 몇번씩 들어도 이 앨범이 주는 우울하면서도 따뜻한, 마치 슈퍼스타 에릭 크랩튼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에릭을 이해하고 느끼게 해주는 앨범은 몇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타이틀인 순례자도 그렇지만, 첫곡인 My Father's Eyes 의 경우 한번도 자신의 아버지를 마주한 적 없는 그가, 자신의 자식을 잃은 뒤에 영영 보지 못하는 아들을 생각하며 만든 음악은 그의 명성(최고의 블루스 기타리스트)과 관계없는 그의 마음을 정확히 전달해주고, 00년대 그의 라이브 앨범에도 이 트랙은 특별한 흥겨움이 있어요. 만약 누군가가 rym으로 에릭 크랩튼의 음악을 듣는다면 이런 발견은 불가능할겁니다.
단지 에릭 뿐만은 아닐꺼예요. 어떤 뮤지션의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그의 모든 커리어와 음악들을 모두 소화하다보면 대중적인 인기와 음악적 인정과 무관하게 나에게 훨씬 잘 들리는 음악들이 있습니다. 그 음악들이 설령 평론가들에게 낮은 점수를 받고 rym 차트 상단에 단한번도 오른 적 없다고 하더라도 그 음악적 가치는 누군가에게는 매우 빛나는 지점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바로 이런 '차이'에 자신의 취향을 쌓아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예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전 글의 연장선상에 있는 말이지만, 클래식, 재즈, 블루스 등 대중 음악의 기초가 되었던 큰 물결의 장르 음악들은 한번씩은 꼭꼭 씹어 소화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교적 rym 의 차트에는 이런 장르의 음악들은 눈에 띄지 않죠. 클래식 평가는 전무한 편이고, 재즈에 대한 평가는 지나치게 프리 재즈 나 실험적인 음악에 대한 선호가 큽니다. (밍거스 의 음악이 정말 재즈 에서 가장 상단에 보이는 이름이어야 하는지 저는 전혀 동의하지 못합니다. 비밥과 하드밥 쿨재즈 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밍거스의 음악이 제대로 들리기 시작한다고 보거든요.)
자신에게 의미가 깊으면 무슨 앨범이던 명반이 될 수 있죠
이 라이브 앨범 개쩔죠
라이브도 쩔지만, 사운드 믹싱도 기가 막혀서 에릭 입문은 이 앨범 입니다.
요즘은 rym 상위권 앨범들보다도 제가 개인적으로 크게 선호하는 2000년대 ~ 2010년대 초반 대한민국 인디 음악을 디깅하거나 다른 고수분들이 선호하시는 제 3세계, 비영미권 음악들 타율이 좋더라고요.(작년 막달레나 베이의 Imaginal Disk나 찰리의 Brat처럼 rym과 겹치는것도 꽤 있지만)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음악 찾는 것도 즐겁고 듣는 것도 즐겁고 그 음악들이 평론적인 성과를 얼마나 거뒀냐에는 상관없이(평론의 기회조차 못받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만..) 재밌는 방구석 리스너생활 하고 있습니다.
Rym 1위 앨범 곡 ants from up there 인데 정통 통기타 컨트리;; 마음 편안해지는건 있는데 취향은 아니어서 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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