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en I Trust - Equus Asinus (3.5 / 5)
본인이 베드룸 팝을 처음 들어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잠자기 전의 그 5감을 통해 느껴지는 감각을 음악으로 잘 새겨넣은 음악 같다. 편안히 느껴지는 어쿠스틱을 토대로 그 위에 미지근한 무드를 쌓아올린 것이 퍽 그렇다. 그런 전체적인 무드를 기반으로 감정을 더하고 빼면서 그 흐름을 나쁘지 않게 이끌어간다. 마치 잠에 들려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드는 생각의 흐름이 그대로 나열되는 느낌이랄까. 그 잠결의 의식의 흐름적인 감정의 흐름을 잘 잡아낸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앞서말한 감상을 뛰어넘는 감상이 나오지는 않았다. 순간을 꿰뚫는 게 아닌, 그 주변을 엮었다. ㅡ물론 훌륭히 엮긴 했지만ㅡ 그래서 내 개인적으로 이 앨범은 훌륭한 수작은 맞지만, 명작이라 하기에는 나로선 일반적이었다.
2. The Dave Brubeck Quartet - Time Out (4.5 / 5)
다른 재즈 앨범들이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난 재즈가 계속 진화한 것 같다면, 이 앨범은 타 지역에서 온 외래종 재즈인 것 같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특별하고, 강렬하다. 전통적 재즈 주법과 클래식을 섞어 만든 time out의 주법은 재즈 특유의 부드러움은 지키면서도 그 부드러움을 클래식 특유의 흐름으로 한층 더 아름답게 흘린다. 그렇기에 재즈의 자유로움은 상대적으로 약해졌지만, 이를 보완할 훌륭한 실험적 박자가 받쳐준다. 첫 트랙에서는 9/8 박자, take five에서는 5/4박자 등등 다양한 박자로 40분이라는 시간 내에서 확연히 변주시키며 앨범은 색다르게 시간을 달린다. 그리하여 앨범은 아름다운 것 부터, 색다른 리듬까지 모든 길을 전통 재즈가 걷는 길과 판이하게 다르게 걸었지만, 그 길은 너무나 즐거운 길이었다.
3. Brian Eno with Daniel Lanois & Roger Eno - Apollo: Atmospheres & Soundtracks (3.5 / 5)
브라이언 이노라는 이름을 보고 난 ‘이 사람이라면 좋은 거 만들었겠지’ 하며 앨범의 재생버튼을 눌렀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브라이언 이노는 엠비언트 시리즈에서의 이노, 헤럴드 버드와의 합작에서의 이노 뿐이었다. 그렇기에 처음 들었을 때 꽤나 놀랐다. 서정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공포스러운, 미지의 분위기를 내뿜었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가도 길을 잘못 든 것 같이 느껴지게 하는 음악, 강렬하다. 그러면서도 장대한 기운을 내는데 내가 아닌 주변을 거대하게 바꾼다. 물론 그렇다고 공포스러움 원톤으로 앨범을 이끌어가지 않는다. 공포 그 이후로 평온한 순간이 찾아온듯 하나 다시 공포스러워진 채로 앨범은 끝난다. 인생의 한 순간을 나타낸걸까. 아폴로호의 일화를 위해 만들어진 앨범으로서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아폴로호는 모든 이의 한 순간에 비유해도 손색 없으니 말이다.
s. 미시마 유키오 - 봄눈 (소설, 4.5 / 5)
미시마 유키오는 신이다. 읽다보면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는 이 세상을 만들기라도 한 것인가? 나무를 어떻게 저리 아름다움의 극치로 정확히 꽂아넣으며, 인물들의 감상을 어떻게 우리의 깊숙한 내면에 단장한 꽃다발처럼 들이미는가? 난 정말 모르겠다. 그의 묘사는 묘사가 아니라 인간의 사고 그자체다. 사고에서 심리 상태가 대놓고 드러나지 않고, 마치 물체를 보면 그 아래에 그림자 또한 보이듯이 우리가 심리를 발견하게 한다. 그렇기에 이 인물을 탐색하는 우리로 하여금 더욱 그 소설 안의 심리의 바다로 빠져들게 만든다. 거기서 보는 실로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지는 소설속 상황의 눈은 우리또한 그 상황에 처한 것 같이 마음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묘사로 그려지는 주인공, ‘기요아키’는 사회에 소외적인 인간들의 심리를 밝히는 인물이다. 우울하면서도 쓸데없이 오만하며, 오만을 놓지 않으려고 발악을 하는 인간상. 그게 딱 초반부의 ‘기요아키'다. 허나 ‘기요아키’는 오만을 위해 자신을 사랑하는 ‘사토코'와 만나면서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때, ‘기요아키'의 심리가 뒤집히게 되는데, 그 시점이 아이러니 하게도, 사토코가 더이상 ‘기요아키’와 관계를 맺기 어려워 졌을 때다. 정작 없어질 때가 되서야 ‘사토코’를 찾는 ‘기요아키’의 모습은 ‘지가 진작 고백했으면 됐는건데 뭐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우리 또한 대개 사라질때서야 그것의 필요성을 느끼니, 미시마의 정확한 묘사다. 그리고 점점 뒤로 갈수록 오히려 ‘사토코'와 ‘기요아키’의 감정은 역전된다. ‘사토코’의 매혹을 냉소하게 보던 초반부의 ‘기요아키'는 후반부에서 처절하게 ‘사토코'를 보기위해 사활을 걸지만, ‘사토코’는 그에게서 이미 떠난 뒤 였다. 이러한 부분에서 대비를 주는게,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봄눈’이다. 초반부에서 봄눈이 내릴 때 ‘사토코'의 매혹을 받아준 ‘기요아키'였지만, 후반부에서 봄눈이 내릴 때는 ‘기요아키'의 만나달라는 간절한 요청을 냉정히 거절하는 ‘사토코'였다. 사실 알고보면, 이러한 봄눈의 서사는 ‘기요아키’가 사랑으로 감정들을 환원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초반부의 ‘기요아키’는 자신의 아름다운 내면도 지키며, 오만함에도 감정을 써서 자신안에 꽃 피는 사랑을 짓눌러왔다. 하지만, ‘사토코’의 매혹에 점차 그는 그 감정들을 사랑으로 환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기요아키’가 원한 것이었나 하면 알 수 없다. 하지만, 틀림없는 사실은 ‘기요아키’는 그 상황에 그대로 쓸려내려갔다는 점이다. 그렇게 사랑밖에 남지 않은 ‘기요아키’의 마지막은 처절하다. 또한 기요아키의 친구, 혼다나 사토코의 옆을 지키는 다데시나 등의 조연들도 소설의 심리 흐름을 훌륭히 덧대며 이 소설의 심리의 극치로 몰아넣는데 일조한다. 이러한 봄눈의 서사는 너무나 부조리하고, 사랑을 떠나 너무나 뒤틀린 이면을 말하는 것 같다. 나는 그 뒤틀림이 너무나 마음속에 처절하게 다가오면서도, 또한 그런 세상이 아름답다는 듯한 묘사에 낭만을 느꼈다. 그리하여 ‘봄눈’은 소외적 인간의 서툰 사랑의 쓸려내린 결과를 너무나 낭만 넘치는 것 처럼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타임아웃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앨범들 평도 그렇고 봄눈 내용도 그렇고..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감사합니다
봄눈 진짜 개추천
글의 아름다움이 신의 경지입니다 진짜
1번추
베팝 한계 ㅠ
리뷰를 시처럼 쓰시네
수필 같음 ㅋㅋ
저지 클럽의 선구자 데이브 브루벡
저지클럽이 이렇게 근본넘치는 시작인 줄은 몰랐네요
유키오추
미시마유키오그는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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