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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카스텐 1집 <Guckkasten> : 불완전함의 초상화

송경13시간 전조회 수 88추천수 2댓글 4

본 글은 하현우의 인터뷰, 앨범 소개글 등을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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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앨범은 국카스텐의 1집 <Guckkasten>이다.

일단 앨범소개를 하기에 앞서 당시 국카스텐의 상황을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뉴언발란스라는 팀으로 시작해 2003년 더 컴(The c.o.m)까지

연이은 실패를 겪은 이들은 2006년 다시 모여 강원도 횡성의 한 펜션을 숙소삼아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듬해인 2007년 국카스텐을 결성했다. (펜션은 기타 전규호의 부모님이 운영하던 펜션)

음악을 위해 철치부심하여 모였지만 이들에겐 여전히 하나의 콤플렉스가 따라다녔다.

정확하게는 하현우의 콤플렉스였다.

바로 "불완전함"

누구나 불완전한 상태로 살아가지만 연이은 실패와 현실에 부딪힌 국카스텐에게 이는 매우 큰 결핍이자 해결과제였다.

그리고 이들은 1집 <Guckkasten>에 콤플렉스를 여과없이 표출해내며 자신들을 증명하고자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j2b9teoQSY

 

"어느 날 거울 속에 비친 벌거벗은 내 모습과 TV에서 흘러나오던 '뽕짝'에 영감을 받아 만든 곡입니다. 국카스텐 결성 초기에 만들어졌는데요, 거울에 투영된 자아의 균열과 상실, 혼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자아 균열에 관한 이야기다. 딱 내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재떨이를 봐도 나 같고, 똥을 봐도 나 같은 것처럼 어떤 사물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바라본 것이다. 거울에 비친 내가 또 다른 인격체로 보이면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그 거울의 또 다른 자아와 함께 춤을 추고 있는데 박자는 제대로 맞지 않고, 귀를 막고 눈을 가린 채로 춤을 추는데 자신은 점점 흔들리고. 이렇게 균열되어 가는 자아를 표현한 노래다."

국카스텐에 관심이 없어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 팀의 대표곡 <거울>의 소개글과 인터뷰에 실린 내용이다.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국카스텐은 "자아"라는 큰 주제를 기준으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들의 내면을 1집에 투영했다.

현실 속에서 국카스텐은 비현실적인 존재 혹은 비이성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즉, 국카스텐은 사회적 기준에서 엇나간 이방인이나 불량품 그 이상이하도 아닌 존재였던 것이다.

그러나 국카스텐은 세상을 향해 일방적인 불만과 비난을 토로하지 않는다.

분명 이 세상은 불공평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럽고 추악한 모습을 뒤에 숨긴 채 아름다움으로 포장하고 있다.

국카스텐은 이러한 현실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이 모습에 의문을 가진 자신이 현실적이지 않은가? 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말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들은 세상의 불공평함과 모순을 직시하며 자신들 역시 이 범주 안에 포함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자아를 잃어가는 스스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자기 인식에서 비롯된 역겨움은 곧 몽환적이면서 일탈적인 사운드로 배설하듯 표출되며 독특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https://www.youtube.com/watch?v=1Wb4RfIsxrQ

 

"고장이 난 넌 서랍을 뒤적거리며 잠을 청할 약을 꺼내고

한탄을 하네 창 밖은 너무나 밝다고

연락이 없던 시간은 나를 찾아와 무거워진 귀를 잡고서

얘기를 하네 밖에서 날 기다린다고"

<Vitirol> 가사 중

 

국카스텐의 1집은 내면의 고통을 끄집어내는 과정의 연속이다. 이 과정은 듣는 이에 따라 이들을 외면한 세상에 대한 불만 혹은 오히려 이 세상을 외면하겠다는 투쟁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국카스텐의 외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불만과 투쟁은 결국 자신들이 바라는 구원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방인인 우리를 알아달라는 처절한 원망과 절규의 뒤섞임은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안이자 위로이며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아날 돌파구를 끊임없이 찾고 있는 자신들을 다독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카스텐의 외침은 자신들을 향한 위로이자, 불완전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0UQqVvLzv4

 

"요염스레 손을 벌려

숨어있는 통증을 찾아 헤매이네

사각사각 입을 벌려

일그러진 내일을 또 갉아먹네

찬란하게 상한 그녀는 박제가 된 구원을 낚고

기묘해진 웃음을 지어 앙칼지게 도망가네"

<VIOLET WAND> 가사 중

 

하지만 이러한 외침은 여전히 세상의 소음에 묻히고 만다. 국카스텐이 던지는 메시지는 날카롭고 진실되지만 현실은 때때로 진심을 외면하고 고통의 목소리를 쉽게 지나쳐 버린다.

그들의 절규는 메아리치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만의 울림으로 사라져간다. 그리고 이는 절망과 고통을 동반하며 결국에는 스스로를 갉아먹는 결과를 도출한다.

이는 국카스텐이 겪었던 현실의 벽이자 그들이 극복해야 할 또 다른 불완전함일지도 모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2KIupoQIOTE

 

"빛의 지저귐이 멈추고 난 후

어둠속에 비로소 눈을 뜰 때

밤의 눈을 잃은 비둔했던 나는

아슬하게 매달려 울고있네

밤의 눈을 잃은 비둔했던 나는

아슬하게 매달려 울고있네"

<Limbo> 가사 중

 

결국 1집 <Guckkasten>은 국카스텐이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을 담아낸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gJFF4al9Bug&list=PL-Ybtse4Za36sutPBP6psWUUCzWLHSqnr

 

Befor Regular Album

<Sink Hole>

정식 1집 발매까지 국카스텐의 여정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2008년 EBS 헬로루키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드디어 대중과 평단의 인정을 받았을 때만 해도 이들의 미래는 밝아 보였다.

그러나 2009년 예정된 1집 발매를 앞두고 녹음된 하드가 전부 날아가는 불운을 겪게 된다. 결국 이들은 미완성 데모 앨범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불운에도 국카스텐은 2010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신인과 최우수 록 노래 부문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으며, 이후 1집은 새로운 편곡과 녹음을 통해 다시 발매가 된다.

이 앨범은 단순히 음악적 완성도를 넘어 국카스텐이 자신들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는 진심 어린 외침을 담아냈다.

다시 말해 국카스텐의 1집 <Guckkasten>은 불완전함 속에서 자아를 찾기 위한 그들의 외침이자, 한국 록 역사에 남을 치열한 예술적 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국카스텐은 이 명반을 기점으로 새로운 발자취를 남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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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제가 예전에 콘서트가서 찍은 사진)

 

 

국카스텐의 팬이 된지 한 15년정도 되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여전히 많이 난해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철학과 메세지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이 점 때문에 계속 찾아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안정된 현재의 국카스텐을 보면 이 시절의 날 것 가득한 음악과 모습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그저 저의 욕심이겠지만 처음 반했던 그 순간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사실 학창시절에 음악할 때 제가 가장 바라던 저의 이상적인 모습을 담고 있는 팀이기도 했거든요 하하..

그럼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밴드가 된 국카스텐을 보면 많이 뿌듯하고 다음이 기대됩니다.

올해 나올 3집을 기다리며 다음엔 국카스텐의 EP, 2집 혹은 1집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더 풀어볼려고 합니다.

(원래는 EP앨범에 관해 써야겠다 생각했는데 1집을 더 세세하게 분석해보는 것도 재밌어보여서요)

 

아 그리고 혹시 이 팀의 과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다큐를 한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tNXeburWTM&t=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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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13시간 전

    글 잘 쓰시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송경글쓴이
    13시간 전
    @미오

    감사합니다ㅠㅠ글 잘 쓴다는 얘기 진짜 오랜만에 들어보는데 힘이 되네요

    앞으로 더 좋은 글 많이 써서 올릴테니 봐주세요 ㅎㅎ

  • 13시간 전
    @송경

    글 진짜 잘쓰셔요 엘이 메인에도 걸려있음!!

  • 송경글쓴이
    12시간 전
    @미오

    헐 지금 봤는데 레드벨벳 글이 진짜 메인에 있네...진짜 칭찬 감사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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