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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니스 크세나키스와 그의 음향적 실험들에 관하여

Akira062025.02.16 11:01조회 수 176추천수 5댓글 8

음악 관련 정보 글을 정말 오랜만에 써보는 것 같다. 사실 1월 한 달 동안은 커뮤니티 보단, 혼자 자신의 내면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현생의 여러가지 일들로 마음도 심란하고, 글을 쓰는데도 현타가 와서 손을 잠시 놓은 것도 그 이유들 중 하나에 속한다. 그저 방구석 전문가가 되고, 별 볼일 없는 일에 시간을 너무 쏟아붓는다고 느껴져서 피곤해진걸까? 음악에 과하게 의존하면서 힘든 인생의 도피처로 삼는 자신의 모습에 환멸이 느껴졌다. 그래서 음악에만 치중 하는것보다 좀 더 현생에 집중하면서 살아봤다. 본인의 진로 관련 공부도 하고, 평소 좋아하던 책들도 읽고, 가끔씩 산책을 즐기기도 했다. 생애 처음 운전면허 교육도 받아보고, 곧 이사 할 자취방을 미리 알아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느낀건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내가 깨달은 점이라면 슬픔은 굴레와 같다는 것이다. 혹시 슬픈 감정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아는가? 사람들은 슬픈 감정을 느낄때, 감정을 완화시키기 위해 안쪽에서 행복한 감정의 호르몬을 분비한다. 그렇기에 슬픈 감정을 느낄때도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것과 비슷한 자극이 발생한다고 한다. 일부 사람들이 피폐물을 좋아하고, 멘헤라 같은 캐릭터성을 좋아하는 것도 이런 작용과 연관이 있다. 슬픔은 중독 될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은 이러한 중독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하면서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고 싶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현대음악과 이안니스 크세나키스의 작품들이었다. 작자는 그의 음악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새로운 시각에 이끌렸던 것이다. 그 후, 몇 주 동안 그의 음악관과 작곡기법에 관한 여러가지 문헌 및 논문들을 뒤져봤다. 현생을 사는 중간 중간에 틈틈이 글을 읽고 생각을 정리했다. 물론 현대음악이 대부분 그렇듯이 무진장 어렵긴 했다. 가끔씩 음악학에 관한 석사 및 박사 학위 논문을 읽을 때에는, 실시간으로 머리가 뜨거워지는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행복했다. 오랜만에 여러 고민들로부터 온전히 벗어나서 안정감을 느꼈다.

본 게시글은 본인의 이러한 노력의 집합체이다. 뭐 구구절절 여러 이야기들을 하긴 했는데, 결국은 잘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얘기이다 ㅎㅎ  사실 위에서 이미 전술했듯이 이번 주제의 난이도 자체는 꽤 어렵다. 그래도 본인이 최대한 쉽게 설명할 테니 정성스럽게 읽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 할 것 같다.

 

아무튼 이번 정보 글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혁신을 향해 나아간 음악가, 이안니스 크세나키스


 1-1.그의 일대기 훑어보기


 1-2.음악에 대한 그의 철학관


   -시간 외/내부 구조
   -메타음악


 1-3. 크세나키스의 음향실험 체험하기


   -metastaseis, ruled surfaces
   -random walk, arborescence
   -granular/stochastic synthesis

 

2.군론 및 큐브 대칭성과 nomos alpha에 대해서

 

3.체 이론과 음악의 수학공식적 표현에 대해서

 

4.추계학적 음악 구성과 확률분포에 대해서


 4-1.achorripsis

 

5.종합감상

 

 

추가로 본 게시글은 크세나키스 공식 사이트의 용어사전과, 여러 문헌들을 많이 참고했다. 따라서 참고문헌들을 미리 서두에 정리해 놓도록 하겠다.

 

-참고 문헌

 

1.크세나키스 공식 사이트 용어사전 - 링크

2.체 이론과 구조: 이론적 설명과 실행 - 디미트리스 엑사르코스 - 링크

3. pithoprakta의 마디 0-51에 대한 매개변수적 분석 - 카오,슈펭 - 링크

4.achorripsis를 중심으로한 크세나키스의 추계학적 음악 연구 - 이정민 - 링크

 

(또한 잘못된 정보의 지적은 언제나 환영이다.^^)

 

 

 

1.혁신을 향해 나아간 음악가, 이안니스 크세나키스

 

iannis xenakis.webp

 

이안니스 크세나키스(Iannis Xenakis/Ιάννης Ξενάκης), 그는 루마니아 태생의 그리스계 프랑스 아방가르드 작곡가이자, 음악 이론가, 건축가 또한 공연 감독 및 엔지니어 였다. 그의 여러 작품들은 다른 음악가들과 다르게 굉장히 복잡한 메카닉적 형태를 띄게 되는데, 이는 크세나키스의 건축가적 특성 때문이었다. 군론, 체 이론 및 추계학적 분포 구성 등 수학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자신만의 철학관을 확고히 한 음악가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목차에서는 그의 일대기를 가볍게 훑어보고, 깊게 들어가기 전에 그의 음악적 철학관과 음향실험들을 체험해 보도록 하자.

 

 

 

1-1.그의 일대기 훑어보기

 

그는 1922년 5월 29일에 부유한 루마니아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빠는 12명의 아이의 장남이었으며, 신학에 관심이 있었으나 금융적 문제로 비즈니스 맨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크세나키스의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고, 그들은 후에 가족이 되었다. 크세나키스의 부모님들은 서로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아버지는 바그너 오페라의 열렬한 팬이었고 그의 어머니는 유능한 피아니스트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크세나키스가 뛰어난 음악적 역량을 갖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행복한 유년기도 오래가지 못했다. 그의 어머니는 크세나키스의 4번째 생일날 돌아가셨고, 이는 5살의 크세나키스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오랫동안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죽음에 관한 진실을 부정하게 되었다. 크세나키스는 그 후 어머니와의 짧은 추억과 그녀가 선물해준 플루트를 소중하게 여겼다고 한다. 훗날 다른 사람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나의 눈에 어떠한 마법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의 음악에 대한 발판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가 10대일때, 그는 그리스에서 지루한 학교 생활을 보냈었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그는 학교생활을 통해 여러 음악적 수업을 받았고, 그의 첫번째 음악 스승을 통해 영감을 받았으며 피아노에 관심이 생기는 계기가 된다.또한, 크세나키스는 도서관에 많이 방문했다. 항상 그의 억양에 대해 놀림을 많이 받았기에 여러 그리스 시와 희극등을 읽곤했다. 여기서 크세나키스는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한다. 그리스 유산과 수학 및 과학은 그에게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왔고, 훗날 그의 음악적 사조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시간이 흘러 1938년, 그가 16살일때 그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 아테네의 polytech 학교의 입학 시험을 준비하면서 음악 공부를 계속해 나갔다.

 

그러나 그는 평범하게 사는것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의 청소년기 동안 여러 곳에서 전쟁이 많이 터지면서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게 되는데, 그리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탈리아군의 점령으로 그의 학교는 몇년동안 문을 닫아야 했다. 이후 파시스트인 메탁사스 장군 치하 아래에서 그리스는 경찰 국가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탈리아, 독일, 불가리아 총 3번의 침략을 받으면서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냈다. 이 시기동안 크세나키스는 레지스탕스에 가입하면서 여러 운동을 벌이게 된다. 그는 처음에 right-wing 그룹에 속해있었으나, 공산주의자가 더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효과적인 사회 운동을 펼친다는 점을 깨닫고 적극적인 공산주의자가 된다. (크세나키스의 생전 정치적 성향에 관해서 이 글에선 넘어가도록 하자...)

 

그 이후로 크세나키스는 진심으로 대규모 시위와 대중 선전에 참여한 정치 활동, 대부분에 몰두했다. 그는 눈에 띄게 독일의 강제 노동과 싸우고 있었고 열렬한 운동을 펼쳤다. 1944년 말 영국군이 장악했을 때 아테네 상공에서 공산당과 그리스 인민해방군 ELAS는 항복 요청을 받았다. 또한 그리스 공산주의자들과 영국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고, 결국 공산주의자들이 패배하게 된다. 이 전쟁 시기 중 크세나키스는 폭탄 폭발에 의해 얼굴을 비롯한 여러 신체가 상해를 입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부분의 사진은 얼굴의 일부가 가려져있다.

 

iannis xenakis 2.jpg

(그의 전쟁 중 피해를 보여주는 실제 얼굴 사진이다.)

 

여러 외부와의 전쟁 이후에 그리스는 다음 2년동안 내전에 시달렸다. 그의 청소년기는 전쟁과 정치적 활동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여차저차해서 그는 아테네의 polytech를 졸업한 후 토목 공학 학위를 취득하게 되었다. 또한 그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이탈리아로 밀입국을 했으며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공산당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로 불법 입국을 했다. 여러 정치적 활동과 엮여있던 탓에 정상적인 출입이 어려웠던 것이다. 1947년 11월 11일, 그는 파리에 도착했다. 그는 운이 좋게도 도착한 이후 12월에 르 코르뷔지에(1)의 스튜디오에 합류하여 협업하게 된다.

 

*(1): 르 코르뷔지에는 프랑스에서 활동한 스위스 태생의 건축가로, 모더니즘 건축의 아버지라 불린다. 현대 건축의 기초를 다졌다고 평가되며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한다. 또한 현대적인 아파트 단지의 방식을 확립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르 코르뷔지에와 협업하며 공학에 대한 실전 경험을 축적하면서, 동시에 크세나키스는 작곡을 공부 할 수 있는 여러가지 기회를 찾았다. 그러나 그의 독특한 취향과 관점 때문에 다른 작곡가들과는 본질적으로 맞지 않았다. 여러 작곡가들한테 퇴짜를 맞기도 하고, 대부분 그의 음악관과는 너무나 달랐다. 너무 수학적이고 공학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크세나키스 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한 작곡가들 중 한명의 친구가 그에게 제의를 했다. 올리비에 메시앙(2)에게 찾아가 보라고. 메시앙은 비전통적이고 매우 비범했다. 그는 모든 음악적 가능성에서 크세나키스를 놀라게 했다. 그는 메시앙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그는 음악에 대해 매우 분리된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었다... 그는 자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당시에는 자유롭게 음악을 작곡하고 있었다." 크세나키스가 훗날 작곡한 작품인 'metastasis' 또한 이러한 경험과 연관되어 있었다.

 

*(2): 올리비에 메시앙은 프랑스의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였다. 20세기 현대음악의 거장으로서, 실험적인 음악들을 작곡한 동시에 신비주의에 입각한 종교음악들도 작곡하였다. 아마추어 조류학자로도 유명해 세계 각지의 새소리를 수집해 음악과 접목시켰다고도 한다.

 

1953년부터 1954년까지 크세나키스는 구체음악에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소리의 물리적 특성에는 최소한 동일한 수준의 분석이 필요하며 매일 다루는 건축 자재처럼 연구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그렇기에 크세나키스는 여러 번 피에르 셰페르(3)의 스튜디오에 합류하기 위해 도전했으며 마침내 성공 할 수 있었다. 그가 작곡한 구체 음악 작품이 셰페르의 조수 앙리에 의해, 지휘자 헤르만 셰르헨에게 소개되기도 하였다. 이 사례는 나중에 셰르헨을 "크세나키스의 친한 친구이자 재능적 동료"로 만들기도 한다.

 

*(3): 피에르 셰페르는 프랑스의 작곡가 겸 기술자이다. 그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프랑스 방송국 내에 실험 스튜디오를 설립하여 시인들을 중심으로 실험적인 방송시극 등을 시도케 하였다. 1948년에는 소음을 몽타주하여 음악을 구성하는 구체 음악을 창안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음을 녹음해 이것을 녹음기계의 기능을 이용하여 여러 모로 변형시켜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한 것이었다.

 

 

"당시 셰르헨은 제 음악을 지원해 준 유일한 지휘자였습니다... 새로운 음악은 다른 트렌드가 들리지 않도록 하는 총렬주의자들의 손에 달려 있었습니다. 독일 라디오 방송국들도 독일 음악이 여전히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총렬주의 음악을 옹호했습니다. 그런 다음 불레즈와 같은 작곡가들이 등장했는데, 그들은 절대적인 음악을 찾았다고 믿었습니다. 다른 음악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는 영향력 있고 독점적인 총렬주의 음악 클럽을 결성했습니다. 당시 셰르헨은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고 지지해 주었고, 저를 그라베사노로 초대해 회의에 참석하고 강연을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저에게 그라베사노 블래터 저널에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인데, 이렇게 하면 저 자신을 위해서도 제 아이디어를 수립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 제 아이디어를 수립하지 못 했을 겁니다." - 이안니스 크세나키스

 

크세나키스는 그 이후에도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음악 관련 저서들을 쓰며 자신의 음악관을 확고히 하였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읽고 트라우마에 시달리거나, 청소년 시기에 여러 전쟁들과 폭격을 경험하면서 자칫 절망에 빠질 수 있었던 크세나키스는 자신의 음악관을 통해 이를 극복하였다. 그저 슬픔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더욱 더 혁신을 향해 나아간 크세나키스는 결국 현대음악의 위대한 작곡가들 중 한명이 되었다. 이것이 아마 내가 그를 좋아하게 된 이유인것 같다. 그는 슬픔의 굴레에 빠지지 안 않던 것이다.

 

 

 

1-2.음악에 대한 그의 철학관

 

이렇듯 간단하게 그의 일대기를 훑어보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크세나키스의 본질적인 음악관들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대중들의 익숙한 작곡이론과 대비되는, 좀 더 추상적이고 진리보편적인 음악관을 수립했다. 시간의 본질적인 외/내부 구조, 모든 음악 언어를 아우르는 기술적 2차언어인 메타뮤직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음악관들의 일부를 살펴보면서, 크세나키스의 음악들을 살짝 맛봐보자.

 

 

-시간 외/내부 구조

 

1960년대 초에 크세나키스는 특정 음악 구조가 시간과 무관하다는 관찰에 기반한 작곡 이론을 개발했다. 이 문제에 대한 그의 접근 방식은 특히 음악의 시간적 차원을 강조하는 전통적 개념에 대한 비판이었기도 하다. 그는 모든 음악이 시간 밖의 측면을 가지고 있으며 , 점진적인 "시간 밖의 구조"의 위상적 추락이 수세기 동안 서양 음악의 가장 전형적인 단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대담한 주장은 초기 크세나키스에게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크세나키스에게 시간은 특정 종류의 인과성(단순한 의미에서 원인과 결과)을 보이는 선형 구조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즉, 개체의 시간적 차원은 지속 시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요소가 특정 연속으로 배치되어 시퀀스를 형성한다는 사실에 있다. 예를 들어 멜로디는 완성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간적 실체인 것이 아니라, 그 음조가 특정한 연속으로 들리기 때문에 이전 과 이후 와 같은 용어를 포함하는 담론으로만 설명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적 실체이다 . 반대로,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배열된 숫자 집합과 같이 고유한 내부 계층을 갖춘 구조는 시간 밖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멜로디는 시간 안에 존재하지만, 그 멜로디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음계는 시간 밖에 있다. 이러한 개념적 담론이 시간의 외/내부 구조인 것이다. 1962년과 1969년 사이에 크세나키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이론을 제시했고 가끔은 세 번째 범주인 일시적 범주를 포함시켰다 . 그러나 이 이론은 두 가지 범주로만 요약된다고 본다. (a) 시간 밖과 (b) 시간 안이 이에 해당된다. 전자에 속하는 구조, 즉 고유한 질서를 지닌 구조는 완전히 질서 있는 구조 라고도 불린다. 다음은 크세나키스가 이에 대해 가장 간단하게 설명한 것이다.

 

"[완전 순서 구조](즉, 질서 있는 구조)는 한 집합의 세 가지 요소가 주어지면 그 중 하나를 다른 두 요소 사이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집합의 모든 요소를 사용하여 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때마다 이 집합은 순서 집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모든 요소를 다른 요소로 가득 찬 방으로 배열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 순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집합의 음정이 더 높거나 나중에 더 크거나, 더 작거나 비교 형용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이안니스 크세나키스

 

이는 근본적인 음정 개념 또한 시간 외부 구조임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분절된 값들의 집합'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위의 관찰 외에도 멜로디에는 음정뿐만 아니라 리듬 요소, 즉 음정에 부착된 시간 값과 관련된 외부 시간적 측면도 존재한다. 이러한 시간 값을 추상화하여 음정이 없는 리드미컬한 시퀀스를 형성할 수 있다. 시간의 선형성으로 인해 리드미컬한 시퀀스는 "실수로 표현되고 직선 위의 점으로 표시"될 수 있기에 또한,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추상적인 이미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 추상적인 이미지를 메트릭 시간이라고 부를 수 있다. "즉각 주어진 시간적 흐름이 있고, 그 다음에는 건설업자가 시간에 맞춰 만드는 메트릭이 존재한다."는 크세나키스의 언급에 따라, 시간의 계량적 측면 덕분에 두 가지 질량 값을 비교할 수 있는 것처럼 두 가지 시간 간격을 비교할 수 있다. 즉, 음정과 마찬가지로 시간 값은 시간 외에 존재하는 간단한 수학적 관계(즉, 시간 값은 등장 순서에 관계없이 서로 비교할 수 있다)로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리드미컬한 시퀀스는 비교, 집계, 재배열 등의 크기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외부 시간적 측면을 가지고 있음에 타당하다. 외부 시간 구조는 요소가 "방"에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공간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시간의 계량적 측면이 가능하려면 "시간을 두 개의 섹션으로 나누고 비교한 다음 단위의 배수로 표현할 수 있는" 세 가지 이상의 사건이 있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크세나키스는 버트런드 러셀이 숫자 공리와 관련하여 한 관찰을 바탕으로 "사전에 정해진 단위 변위나 절대 크기와 관련된 단위 변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으로 그러한 시간 외부 개념에 관한 단위를 구성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연속성과 시간 구성(예: 계량적인 시간값으로 구분된 리드미컬 시퀀스)을 개념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을 따른다고 말하는 것은 시간적 관점(시간 내부)에서 구조를 고려하는 것이지만, 어떤 사건이 다른 사건보다 훨씬 늦게 발생한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사건보다 훨씬 높은 음정이라고 말할 수 있듯이) 그 사건의 외부 시간적 측면과 관련이 있음이 확실하다. 음정과 리듬 모두에 대한 외부 시간 구조의 관련성을 고려할 때, 앞서 언급한 내용을 다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멜로디는 시간 내부에 존재하지만, 멜로디가 기반하는 음정 스케일과 음정에 부착된 지속 시간(시간 값)의 집합은 시간 외부에 존재한다. 크세나키스는 또한 음악적 음계를 구성하기 위해 고안된 체 이론으로 "외부 시간 구조의 퇴화"에 대응하기도 했고, 체 이론을 사용하여 리듬 시퀀스를 구성하기도 했다. (이러한 체 이론은 게시글의 후속 목차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또한 시간 외부 구조를 위해, 군론을 활용하기도 했다. 군론의 여러 집합들은 크세나키스의 외부 시간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음계 구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다른 집합은 시간 내부에 존재하기도 하였으며 음정, 지속 시간, 소리 등의 시퀀스 구성에 사용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군론 또한 후속 목차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외부 시간 구조의 발견은 크세키스의 후속 연구에 대해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정보를 제공한 중요한 개념이었다. 정말 재밌지 않은가? ㅎㅎ

 

 

-메타 음악

 

또한 메타음악(Metamusic)은 시간 외부 구조와 같이 이안니스 크세나키스가 만든 용어로, 기존의 모든 전통 음악을 특별한 경우로 포함하는 고차원 음악의 개념이다. 즉, 크세나키스가 가정한 메타음악은 전 세계 모든 시대와 장소의 모든 음악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음악을 구성하기 위해 크세나키스는 "어떤 형태의 표현도 포함할 수 있는 것을 작곡할 수 있는" 기본 구조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기술적으로 메타음악은 음악 작곡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련의 방법론을 포함했다고 한다. 이러한 메타적 집합은 음계, 화성, 리듬 등 거의 모든 기본 음악 개념을 포함할 수 있으므로 자연스러운 (1차) 음악 언어를 설명하는 메타 언어, 즉 기술적 (2차) 언어를 구성할 수 있다. 이 용어는 크세나키스의 저서인 "메타음악을 향하여"에 처음 등장했으며, 이와 같은 에세이는 구체적인 정의를 강조하지 않지만, 크세나키스가 가정적으로 "일반 화성"이라고 부르는 개념을 설명한다. 일반 화성은 기존의 화성 이론, 음계 등을 포괄하는 이론 또는 그 집합을 의미한다.그렇다면 크세나키스는 왜 이런 진리보편적인 메타적/음악적 기술 언어를 정의하려 하였을까?

 

"예술, 무엇보다도 음악은 모든 표현 수단을 통해 가져올 수 있는 승화를 촉진하는 근본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은 개인이 즉각적이고 희귀하며 거대하고 완벽한 진리 속에서 의식을 잃고 어우러지는 완전한 고양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 이러한 랜드마크에 대한 고착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예술 작품이 단 한 순간이라도 이 작업에 성공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 7번은 음악을 넘어선 것처럼 이 엄청난 진리는 사물, 감정 또는 감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종교가 여전히 일부 사람들에게 차지하는 것과 같은 영역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안니스 크세나키스

 

크세나키스가 말을 좀 장황하게 하기는 했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음악을 통해 보편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형이상학적 진리와 어우러지는 것'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어떤면에서는, 스크랴빈으로 대표되는 러시안 신비주의와 많이 닮아있다. 예술적 표현과 승화를 통해 영적인 개념과 의식이 일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 목표를 위해 크세나키스는 좀 더 진리보편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수립해야했다. 말 그대로 시간과 공간의 지역성을 초월하고 '행성의 수준'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메타적 생각 또한 앞서 설명한 시간 외부 구조와 많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크세나키스는 어쩌면 스크랴빈과 같이 영적인 영원불멸의 예술적 목표를 성취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1-3. 크세나키스의 음향실험 체험하기

 

이로써 시간 외/내부 구조와 메타음악에 관해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앞서 설명한 음악적 철학관과 추상적 작곡 기법에 관해 제대로 이해 하였다면, 크세나키스의 음악적 사고에 대해서 어느정도 이해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예술적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그는 어떠한 음악들을 작곡했을까? 이전 목차에서 크세나키스의 기본적인 음악관에 대해 정리해봤으니 이번에는 간단한 음향적 실험들에 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대표적이고 난해한 작곡 이론들을 설명하기 이전에, 어느정도 입문 수준의 정리를 통해 엘이 유저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심화 단계를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metastaseis, ruled surfaces

 

기하학의 3차원 유클리드 공간에서, 선들이 표면의 각각의 점들을 통과하며 표면 위에 존재할때 그 표면은 규칙적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개념을 ruled surfaces라고 한다. 원통형, 원뿔형, 나선형, 쌍곡선 포물면 및 기타 많은 3차원 도형은 위의 수학적 정의를 따른다고 볼 수 있다.

 

규칙적 표면.png

(규칙적 표면 즉, ruled surfaces의 예시)

 

크세나키스는 1958년 브뤼셀 세계 박람회(Exposition Universelle et Internationale de Bruxelles)에서 르 코르뷔지에와 협력하면서 규칙적인 표면의 특성을 처음 언급했다. 네덜란드 조명 및 방송 회사인 필립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첫 번째 세계 박람회에서 보다 인간적인 세계를 위한 기술 진보를 주제로 여러 기술적 혁신작들을 선정했다. 또한 르 코르뷔지에는 임시 전시 공간의 디자인과 건축물(이러한 건축물 및 디자인의 이름은 필립스 파빌리온으로 지어졌다.) 을 출품하기로 결정했다. 르 코르뷔지에는 기하학을 사용하여 정확한 계획으로 전사하기 위해 그의 첫 번째 기본적인 파빌리온 스케치를 크세나키스에게 전달했다. 이 종이에는 두 개의 개구부가 있는 배 모양의 평면이 놓여 있었고, 스캐폴드가 덮개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크세나키스는 규칙적인 표면의 세그먼트를 사용하여 이러한 형태를 변형했다. 크세나키스 자신에 따르면 이러한 유형의 형태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그 특성 때문이라고 한다. 규칙적인 표면은 전시 공간의 음향을 향상시켰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유형의 표면이 자립적이며,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크세나키스와 르 코르뷔지에의 필립스 파빌리온에 관한 스케치(규칙적 표면에 관한 참조자료).webp

-크세나키스와 르 코르뷔지에의 필립스 파빌리온에 관한 스케치 (규칙적 표면에 관한 참조자료)-

 

 

필립스 파빌리온.jpg

(실제 필립스 파빌리온에 관한 이미지이다.)

 

이러한 기하학적 정의의 활용은 사실 크세나키스가 이전에 작곡한 음악 작품인 'metastasis'를 통해 구체화 된 것이다. metastasis는 크세카니스가 1953년 4월에 작곡한 곡으로서, 악보에 기하학적 도형을 도입한 작품이다.먼저 도형악보에 여러가지 직선과 포물선을 그려놓은 후, 각 선에 대한 점들을 따서 음정 및 음표들로 변환시키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metastasis 1.webp

(도형악보 1), 다음과 같이 여러가지 선들을 교차시킨 후에 각 점들을 표시하고

 

(도형악보2), 각 지점들을 음정 및 음표로 변환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정교한 방식으로 작곡된 곡은 총 61개의 성부가 조직적으로 움직이게 되며, 악보의 음들이 거시적으로 하나의 기하학적 모양을 이룬다. 크세나키스는 또한 여러가지 위대한 학문적 혁신들을 곡의 곳곳에 삽입했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시간에 관한 관점에 영감을 얻었다. 뉴턴 물리학에서 시간은 보편적인 속도로 선형적으로 흐르는 반면에, 아인슈타인의 관점은 시간을 물질과 에너지의 함수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아인슈타인의 시간에 대한 관점을 도입하여, 질량과 에너지의 음악적 유추로서 각 음들의 강도와 밀도를 변경하여 악상을 연결한다. 이 작품의 1악장과 3악장은 기본적인 멜로디 테마나 음악적 모티브가 없지만, 오히려 이러한 개념적 시간의 강도 차이에 의존하여 음들을 이끌어나간다.또한 그는 버르토크 벨러와 같이 2악장 곳곳에 피보나치 수열을 활용했고, 쇤베르크의 12음기법을 활용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복잡한 논리들로 무장한 크세나키스의 metastasis는 본질적으로 시간 내부 구조에서 벗어나 온전한 계량적 특성을 유지하고, 메타음악의 진정한 목표를 향해 진일보를 이룬 작품이 되었다.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만약 궁금하다면, metastasis의 실제 악보를 살펴보면서 주의깊게 감상해보도록 하자.(음량주의)

 

 

 

 

 

 -random walk, arborescence

 

크세나키스는 이렇듯 다양한 개념들을 음악 작곡에 활용했지만, 그가 가장 애용했던것은 수학의 확률적 개념이었다. 이번에 설명해볼 random walk 또한 이러한 개념과 큰 연관을 가지고 있다. 수학에서 랜덤 워크는 어떤 수학적 공간(예: 2차원 공간: 진폭-시간 또는 피치-시간)에서 일련의 무작위 단계로 구성된 경로를 설명하는 과정이다. 이는 1905년 칼 피어슨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다. 랜덤 워크의 기본적인 예로는 0으로 시작하는 정수 선에서 각 단계마다 +1 또는 -1이 동일한 확률로 움직인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1 또는 -1 둘 중 하나의 선택지로 확률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러한 단계로 구성된 이동경로가 랜덤 워크가 되는 것이다. 다른 예로는 분자가 액체나 기체를 통해 이동할 때 추적하는 경로인 브라운 운동이 존재한다. 이안니스 크세나키스는 1960년대에 디지털 사운드 합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연구하던 중 랜덤 워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사운드 합성 및 분석의 표준 모델에 대한 몇 가지 비판을 제공하며, 푸리에 모델에서 간과되는 불규칙한 파형과 같은 변동이 중요성을 가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다양한 수학적 도구를 사용하여 확률적 합성을 위한 여덟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이러한 방법론들의 주요 초점은 진폭 값과 시간 지점을 생성하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값과 지속 시간은 전적으로 무작위이거나 더 제한적인 범위로 생성 될 수 있다.

 

불규칙한 파형의 진폭값과 시간 지점을 생성하기 위해, 크세나키스는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확률적 음향 합성 측면에서 연구를 수행했지만, 그가 수행한 연구는 직접적인 큰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제자인 코넬리아 콜리어가 생성한 다양한 수학적 함수를 기반으로 파형의 그래픽 출력을 생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새로운 음향 합성 접근법을 연구하던 중, 그는 확률적으로 생성된 파형을 진폭-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 척도인 음정-시간 그래프에도 매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 했다고 한다. 파형을 사용하여 음파가 아닌 멜로디를 만드는 과정에서, 음악 작품에 랜덤 워크 출력을 적용하려는 그의 첫 시도는 1971년이었다. 솔로 바이올린을 위한 곡의 경우, Mikka는 라는 작품은 곡 전체에 걸쳐 연속적으로 펼쳐지는 단일 사운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작위로 생성된 출력을 글리산디에 매핑 시켰다. 본질적으로 음악은 합성 모델에 적용했을 때 마이크로초 동안 지속되는 곡선을 초 또는 몇 분의 1의 시간 프레임에 매핑하는 느린 랜덤 워크가 되었다.

 

악보의 그래픽 전사는 랜덤 워크 곡선이 어떻게 악보나 마이크로 수준의 소리를 생성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즉, Mikka의 출력은 랜덤 워크 과정에서 생성된 파형에서 바이올린이 연속 글리산디를 수행할 수 있는 음악으로 흥미로운 전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음악은 음량, 아티큘레이션, 음색 이동과 같은 다른 매개변수와 관련이 있지만, 바이올린은 음정이 점진적이고 연속적으로 변하는 다른 악기의 경우처럼 작곡가가 프렛, 키 또는 핑거링의 한계를 우회할 수 있게 했다. 명확한 반대 예로, 피아노는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음정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mikka 악보에 대한 연구는 몇 가지 관찰을 불러일으킨다. 각 지점들의 시간대의 변화가 결과 음악의 형태와 성격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과, 랜덤 워크의 상/하한선이 악기에서 연주할 수 있는 최저음과 최고음으로 고정되어 있는지, 아니면 넓은 상/하한선에서 좁은 상/하한선 사이로 변동할 수 있도록 더 탄력적인지에 대한 여부도 결과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솔로 바이올린 작품 mikka의 오프닝에 사용된 무작위 파형(랜덤 워크에 관한 참조자료).jpg

-솔로 바이올린 작품 mikka의 오프닝에 사용된 무작위 파형 (랜덤 워크에 관한 참조자료)-

 

랜덤 워크를 통해 불규칙한 파형을 형성하고 이에 따라 음들의 흐름을 만들어 냈음에도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곧이어 단일 개수의 파형이 아닌 여러개의 파형들을 동시에 사용했고, 여러개의 파형들을 대위법적으로 묶어서 하나의 가지로 만들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Arborescence이며, 즉 수목화에 관한 개념이다.

 

크세나키스의 수목화.jpg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그는 여러가지 파형들을 하나의 줄기로 묶었고 이를 시간 척도에 여러가지 각도로 배열했다. 이러한 모양이 나무와도 비슷하기 때문에 수목화라고 불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덤불이나 심지어 나무에 도달했습니다. 이는 자유롭게 발생할 수 있지만 규칙에 따라 발생할 수 있으며 번개나 몸의 정맥처럼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연속 변환, [....] 또는 위상 동형, [....]은 한 도형의 점과 다른 도형의 점 사이의 일대일 대응 관계로, 한 도형에서 임의로 가까운 점들이 다른 도형에서도 임의로 가까운 점들로 변환되도록 합니다." - 이안니스 크세나키스

 

그가 언급한대로 크세나키스는 위상수학의 개념을 끌고 옴으로써 수목화의 개념을 구현시켰다. 밝혀진 바로는, 이러한 개념적 실험이 이루어진 초기의 작품 중 하나로서 피아노 솔로 작품인 'evryali'가 존재한다.

 

evryali의 미디 파일.jpg

(수목화 개념 활용의 초기 작품인 'evryali'의 미디 파일이다.)

 

위의 미디 파일을 보면 특정한 방향성의 선들이 함께 묶여서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음악의 무작위성을 강조하게되며, 다양한 음악을 작곡하는 새로운 기반 프레임의 제시를 나타냈다. 크세나키스는 음악의 불확정성에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총렬주의와 같이 음들을 극단적으로 통제하는 기법보단 각 음들의 무작위성에 집중해 확률적인 프로세스를 수행하는 것이 더 음악적으로 뛰어나다는 사고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무작위적으로 생성된 파형들이 마음대로 움직이도록 판을 깔아줬고 새로운 작곡 프레임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위 영상은 실제 수목화 기법으로 작곡된 evryali의 악보 및 미디 연주이다.)

 

 

 -granular/stochastic synthesis

 

다음 목차에서는 크세나키스의 사운드 합성 방식에 관해서 간략하게 살펴 볼 것이다. 그가 지금까지 사운드를 구성한 메카닉적 방식들을 이해한다면, 그가 신디사이저와 같은 사운드 합성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이해 할 수 있다. 시간 외부적 요소를 통해 구체화 되기도 하며, 대부분의 사운드를 합성 할 수 있음으로써 메타 음악의 목표에도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 또한 수학적이고 공학적인 크세나키스의 작곡 방식과도 딱 들어맞는다. 그렇기에 그는 일찍부터 여러 사운드 합성 방식에 대해 흥미를 가져왔다. 그가 연구한 사운드 합성 방식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 될 수 있다. 첫번째는 granular synthesis로 과립 합성이라고 불린다. 두번째는 stochastic synthesis로 확률적 합성이라고 불린다. 이 두 사운드 합성 방식을 살펴보면, 신디사이저의 과거 모습과 전자기적 통제 의 여러 혁신들에 대해서 더욱 깊이 파악 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과립 합성에 대해서 천천히 이해해보자. 전자 음악과 컴퓨터 음악의 전문 용어에서 과립 합성은 공통된 기본 가정을 공유하는 광범위한 소리 합성 및 처리 기술을 의미한다. 원칙적으로 모든 소리는 많은 양의 입자를 병치하고 쌓아 모델링할 수 있으며, 주어진 주파수와 진폭의 유한 시간적 신호로 정의되고, 지속 시간은 센티초 단위이다. 이안니스 크세나키스는 이러한 접근 방식의 초기 지지자였으며 1950년대 후반에 창의적인 의미를 탐구했다. 그는 실제로 과립 합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아직 그러한 개념이 정립되기 이전이었다.), 이를 일종의(synthèse du sonà base de quanta sonores [음향 양자에 기반한 소리 합성])으로 정의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고 한다. "모든 소리는 입자, 기본 음향 입자, 음향 양자의 통합이므로 모든 소리는 '시간에 적절하게 배치된 다수의 음향 입자 집합체'로서 분석적으로 모델링되고 전자적으로 생성될 수 있다."  실제로 무수히 많은 음향 입자를 조립-합성함으로써 흥미롭고 복잡한 반향을 만들 수 있다.

 

이 아이디어는 크세나키스가 파리의 GRM 스튜디오(Groupe de Recherches Musicales)에서 완성한 테이프 음악 작품인 Analogique B(1959)의 실현 당시 처음 스케치되었다. 처음에는 스위스 그라베사노에 있는 헤르만 셰르헨의 스튜디오에서 음향 자료를 제작했다. Analogique B는 결국 Analogique A et B(9개의 현과 테이프로 구성된 작품)의 테이프 구성 요소가 되었고, 그 자체로는 세밀한 구성 계획에 따라 세분화된 밀도(시간당 평균 입자 수)와 가변 주파수 범위가 조절된 질감과 반향으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크세나키스는 이를 사운드 클라우드라고 불렀는데, 이는 나중에 다른 작곡가들도 채택한 분위기 있는 은유이다. metastasis와 같이, 일종의 촉각적이고 거친 성격을 가진 텍스처 사운드는 종종 크세나키스의 관현악 음악에 등장하며, 그의 전자음향 및 컴퓨터 음악의 독특한 특징을 나타낸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상징적인 작품은, 르 코르뷔지에와 협업한 필립스 파빌리온의 사운드 확산을 위해 스케치된 작은 작품이 존재하며 나중에 'Concret PH'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이 작품은 오직 숯이 타는 소리로 만들어진 크래킹 사운드 텍스처로만 구성되었으며 짧고 뛰어난 구체 음악의 예가 되었다. 작곡가는 발화하는 석탄을 녹음하여 여러 개의 테이프 덩어리(몇 초 정도)로 나누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혼합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고전적인 스튜디오(파리의 피에르 아르노의 DMS 스튜디오)에서 효과적으로 세분화된 형태를 만들었다. 즉, 몇 분 분량의 조각이나 소리 방울을 잘라내고 재배열하는 방식이다.이 외에도 크세나키스는 기상현상과 매미소리 같은 여러 자연적인 소리에 매료되기도 하였다. 크세나키스의 과립 합성에 관한 주제는 여기서 넘어가고, 이번에는 확률적 사운드 합성 방식에 대해서 알아보자. (과립 합성 방식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크세나키스 공식 사이트의 용어사전을 참조 하는것이 좋다.)

 

 

확률적 사운드 합성 기술은 추계학적인 사운드 합성 방식을 의미한다. 원래 개념은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당시 크세나키스는 추계학적 작곡 방식을 통해 작품을 만들었다.(추계학적 작곡 방식은 후속 목차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러한 추계학적 신념에 기반한 확률적 합성은 푸리에 분석이나 순수 전자 소리를 거부하고, 무질서 수준을 제어하기 위해 소리 압력 곡선에 직접 확률 이론을 적용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확률적 합성에 대한 첫 번째 실험은 Polytope de Cluny에서 사용되었지만, 1977년 크세나키스는 이 아이디어를 개발하여 La Légende d'Eer에서 사용되는 동적 확률 합성 개념을 도입했다. 1980년대 후반 제나키스는 GENDYN 알고리즘(제네레이션 다이나믹 스토캐스틱 즉, 동적 확률 합성을 의미한다.)을 구성하였다. 좁은 의미에서 이것은 음악 소리를 생성하는 알고리즘 절차이다. 확률적 합성은 음악 악보의 영역(악기 연주자가 수행해야 하는)에서 디지털 소리의 영역(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가 수행해야 하는)으로 확률적 구성을 확장한 것이라고 보면된다. 즉, 확률적 합성은 디지털 샘플을 계산하여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확률적 합성은 샘플 데이터의 막대한 양(각 트랙마다 초당 44100개의 샘플)에 의해서 컴퓨터 실행에 의존하게 되었다.

 

확률적 합성은 사운드 파형(디지털 샘플의 연속)을 각 점에 의한 다각형 선(각 점은 선형 보간에 의해 연결된 중단점이다.)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각 중단점은 시간에 따라, 그리고 진폭에 따라 랜덤 워크를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직접 영상을 살펴보면서 확인해 보자. (고주파 소리 주의)

 

 

 

 

 

 

 

각 파형당 중단점의 수는 작곡가가 선택할 확률적 합성의 매개변수이다. 중단점의 수가 많을수록 결과 사운드의 기본 주파수가 낮아지는데, 이는 각 추가 중단점이 파형 다각형을 더 길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운드 생성은 먼저 간격과 진폭 값이 모두 0인 "평탄화된" 파형 다각형(즉, 완벽한 침묵이며 어떤 형태로든 가능하다.)으로 시작된다. 그런 다음 각 중단점에서 앞서 언급한 한 쌍(각각 시간과 진폭)의 랜덤 워크를 통해 후속 파형의 중단점 위치를 도출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n개의 중단점으로 구성된 파형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형을 위해 2×n개의 랜덤 워크가 병렬로 작용함은 타당하다. 중단점의 움직임은 독립적이기 때문에 파형의 전체 초기 모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빠르게 사라지게된다. 그러나 GENDYN의 사운드 특성은 파형 자체의 형태가 아니라 해당 모양의 확률적 변화의 역학에 의해 좌우되며 본연의 의미를 잃지 않게 되는 것이다. 확률적 합성은 대략 이러한 메커니즘에 의해 사운드를 합성하고 창조한다.

 

 

 

2.군론 및 큐브 대칭성과 nomos alpha에 대해서

 

여기까지가 크세나키스의 음향실험에 관한 기초적인 설명이다. 어째 본인이 쉽게 설명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ㅎㅎ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더라도 전체적인 흐름만 파악하였다면 문제 없다. 음악은 결국 즐기라고 존재하는 것이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뭐 음악 감상에 꼭 필요한 부분도 아니고 말이다.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번 2번째 목차부터는 기초적인 설명을 뛰어넘어, 좀 더 깊고 심화적인 수준으로 넘어갈 것이다. 대칭성에 대해서 주로 연구하는 군론의 개념을 활용하고, 이에 따라 크세나키스가 어떻게 음악을 다듬었는지 깊게 들여다보자.사실 심화적인 수준이라고 별 다를거 없다.전체적인 흐름만 잘 파악하면 된다~

 

크세나키스는 주로 두 가지 다른 맥락에서 군론을 언급한다. 한편으로는 소리 특성의 질서 있는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숫자와 음정 사이의 대응 관계를 설정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유한 군의 구조에 적합한 대칭성을 탐구할 수 있다. 크세나키스는 외부 시간, 시간 및 시간 내 개념을 발전시킨 1964년 akrata라는 작품에서 처음으로 군 대칭 시스템을 활용한다. 군론에 의존하는 것은 크세나키스의 작곡 접근 방식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확률적 음악은 불확정성에 의존하는 반면, 군 구조는 특정 순서에 따라 미리 정해진 요소를 조직한다.또한 크세나키스는 음악적 군 대칭 시스템을 활용하는 기반으로, 특수한 연산 법칙을 도입한다. 이러한 연산 법칙은 다음과 같다.

 

그룹 G는 단일 구성 법칙이 다음 조건을 만족하는 요소들의 집합으로 정의된다:

1.폐쇄성: 그룹 G의 정렬된 원소 쌍 A, B가 존재할때 G의 고유한 원소 C가 속하며, C = A ∗ B로 표기된다. 이를 A와 B의 곱이라고 한다.


2.결합 법칙: 만약 A, B, C가 G의 세 원소이고 서로 다를 필요가 없는 경우, (A ∗B)∗C = A ∗(B ∗C)가 되어 어느 쪽이든 A ∗B ∗C로 표시될 수 있다.

 

3.단위 원소: G는  A ∗I = I ∗A = A의 모든 원소 A에 대해 단위 원소 또는 항등성이라고 하는 원소 I를 포함한다.


4.역원소: G의 모든 원소 A에 해당하는 원소 A^-1은 A ∗ A^-1 = A^-1 ∗ A = I로 존재한다.

 

종종 그렇듯이, 크세나키스는 기존의 구성 절차를 더 넓거나 추상적인 범주에 포함시키려고 시도했다. 따라서 그는 네 가지 멜로디 형식(프라임(P), 역행(R), 전위(I), 전위역행(IR))을 포함하는 집합을 그룹 구조의 예로 언급하였다. 두 가지 원소의 곱은 그룹의 한 원소를 생성한다.(폐쇄성). 또한 프라임 원소(P)는 단위 원소에 해당한다. 즉, 곱 (P ∗ IR)은 곱 (IR ∗ P)로서 (IR)과 같다. 각 원소 자신은 고유한 역원소이다. 곱 (P ∗ P), (R ∗ R), (I ∗ I) 및 (IR ∗ IR)은 모두 프라임 원소 (P) (단위 원소)를 생성한다. 마지막으로, 멜로디 라인의 네 가지 변환은 결합 법칙을 만족한다. ((P ∗ R) ∗ IR) = (P ∗(R ∗ IR)) = P ∗ R ∗ IR = (I)임을 확인함으로써 알 수 있다.

 

이러한 연산을 표로 만들면 다음과 같다.

크세나키스의 멜로디 형식 연산 법칙.png

 

두 원소의 곱의 결과는 해당 열과 선의 교차점에 존재한다. 크세나키스는 각 원소를 12개의 버전으로 변형시켜 더 큰 48개의 원소로 이루어진 그룹을 형성했다. 이러한 그룹에 속하는 원소의 곱과 변환은 모듈러 연산으로 찾을 수 있다. (IR7)과 (I5)의 곱은 (R0)와 같다. 이는 (IR ∗ I = R)이며  (7 + 5) = 12 (mod 12) = 0 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존 연산법칙과 모듈러 연산을 차례로 적용하여 원소를 자유자재로 변환 시킬 수 있는 것이다. 크세나키스는 이러한 그룹 원소들을 다음과 같이 작곡에 활용했다.

 

 

gibson-nomos-gamma-203-205-768x254.png

 

 

nomos-gamma-table-1.png

 

위에서 보이는 두가지 그림은 크세나키의 작품 'nomos gamma'의 203-205마디에 대한 오보에의 악보이며, 4분음표에 대한 음정 간격을 나타낸 것이다. 시작 부분의 편차(괄호로 표시됨)를 제외하고, 두 번째 오보에의 음정 간격은 첫 번째 오보에의 전위역행 형태를 따른다. 또한 셈여림에도 동일하게 원소가 활용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두 번째 오보에의 셈여림은 첫 번째 오보에의 셈여림의 전위역행 형태이다. 이 외에도, 크세나키스는 다양한 부분에서 멜로디 형식들간의 연산을 통해 연관성을 조직하고, 음들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독특한 연산법칙과 활용방식은 더욱 진화하여 절정에 이르는데, 이것이 바로 큐브 대칭성이다. 크세나키스는 앞서 설명한 대칭 활용방식을 특정한 기하학적 도형으로 진화시켰다. 또한 더욱 발전된 대칭성을 활용하기 위해서 새로운 그룹들을 재정의했다.

 

큐브 대칭성 연산 표.png

(새로 정의된 그룹들의 연산 결과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또한 아래의 그림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각 그룹마다 일종의 숫자들을 부여했다.

 

큐브 순열.png

 

이러한 숫자들의 의미는 영상을 보면서 차근차근 설명하도록 하겠다. 일단 먼저 영상을 통해 큐브 대칭성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주의깊게 살펴보자.

 

 

 

 

어떤가? 좀 이해가 되는가? 영상에 나오는 구성요소들을 통해 한번 차근차근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일단 영상의 오른쪽 위에 나타나있는 유형들을 살펴보자. 이는 각 숫자에 따라 분류되어있는 소리유형으로서, 각 숫자가 제시될 때마다 숫자에 관련된 소리 유형을 배치하도록 해 둔 것이다. 그리고 왼쪽 위에 나타나있는 도형은 큐브를 보여준다. 큐브를 관통하는 직선이 그 큐브의 '축'이며, 각 큐브의 모서리마다 적혀있는 숫자가 큐브 고유의 특성을 나타낸다. 이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a부터 h까지 총 8개로 분포되어 있는 알파벳이다. 이러한 알파벳은 음악의 진행 순서를 나타내는데, 음악의 진행 순서는 알파벳 순서대로 a,b,c,d,e,f,g,h 이며 이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알파벳 순서에 따라 숫자가 나열되어 있는 것이다. 특정 큐브 그룹인 D의 숫자가 23146758인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이 영상을 통해 큐브 그룹의 연산법칙도 파악 할 수 있다. 위의 큐브 연산 표 그림에서와 같이, 큐브그룹 D와 Q12의 곱은 Q4임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큐브의 회전방향과 축 변형을 따로 생각한 결과이다. 두 큐브 그룹을 곱할 때는 전항의 큐브가 회전방향을 결정하고, 후항의 큐브가 축을 결정한다. 위의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Q4로 큐브 그룹을 변환 시킬때, 큐브의 축을 Q12로 고정한뒤 D에 나타난 회전 방향에 따라 큐브를 돌려 연산을 행했다. 이러한 연산법칙에 따라 큐브 그룹이 결정되고 음악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러한 큐브 대칭성은 크세나키스에게 새로운 음악적 접근 방식을 보여줬고, 내용을 배우는 작곡과 학생분들에게 지옥을 보여줬다. ㅋㅋㅋ  그만큼 큐브 대칭성과 군론은 꽤 어려운 난이도를 가지고 있지만, 한번 이해하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고 재밌어진다. 물론 이 개념을 활용해 직접 음악을 작곡하는 것은 다른 수준이지만 말이다.(실제 외국인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작곡과의 대학 과제로 직접 큐브 대칭성을 활용해 작곡해보라는 일도 존재한다고 한다 ㄷㄷ)

 

이러한 큐브 대칭성을 활용하여 작곡한 작품들 중 대표적인 예시는 nomos alpha가 있다. 크세나키스의 대표곡으로도 꼽히며, 현대음악 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있다. 우리가 방금 봤던 영상 예시도 nomos alpha의 일부 마디를 구현한 것이다.

 

분량상 문제와 난이도상 문제로 큐브 대칭성에 대한 몇몇 개념들(예를 들어 '고스트 블럭'같은 경우)은 빼고 쉬운 개념으로만 엄선해서 압축시킨 후, 설명해보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앞서 설명한 시간 외부 구조, 메타 뮤직 같은 크세나키스의 철학관이 이 개념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참 여러모로 크세나키스의 공학적 면모가 돋보이는 개념인것 같다.

 

 

 

3.체 이론과 음악의 수학공식적 표현에 대해서

 

체 이론은 군론과 함께 크세나키스의 대표적인 작곡 방식 중 하나이다. 아까는 군론을 통한 대칭성의 활용에 관해 살펴보았다면, 이번에는 체 이론을 통해 음악을 어떻게 수학공식으로서 표현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체 이론은 크세나키스가 취한 지배적인 수론적 접근 방식 중 하나이며, 정수 선에 속하는 점들의 집합을 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음악을 구성한다. 이러한 집합들은 여러가지 경우로서 만들어질 수 있다. 음계라던가, 비옥타브적 주기성이라던가, 시간 안에서의 사운드 구성과 같이 정수 집합으로서 표현될 수 있는 어떤 것이든 말이다. 크세나키스는 1963년 베를린에 머무는 동안 이러한 체 이론을 만들었다. 또한 공식의 이름이 체 이론인 이유는 에라토스테네스의 체 이론 에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크세나키스는 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 했다. 

 

"모든 잘 정돈된 집합은 원점에 대한 기준점과 단위 거리에 대한 길이 u가 주어지면 선 위의 점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이는 체입니다." - 이안니스 크세나키스

 

이러한 정의는 두개 혹은 그 이상의 모듈들의 집합을 통해 나타난다. 하나의 모듈은 순서쌍 (M, I)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주기(M)와 잔여물( I , 0과 M-1 사이의 정수)로서 표현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모듈 (3, 1)은 {1, 4, 7, 10, 13 ...}인 집합과 같다. 1로 시작되며, 간격이 3씩 늘어나는 구조이다. 또한 7mod3 은 4와 같으며, 10mod3 은 7과 같다. 이러한 순서쌍이 모듈이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는 집합론적 연산을 통해 공식을 좀 더 구체화 시킬 수 있다. 모듈들의 합집합은 (+)로 나타낼 수 있으며 교집합은 (∙) 으로 나타낼 수 있고, 차집합은 (-)를 통해 나타낼 수 있다. 먼저 그림을 통해 합집합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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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확인 할 수 있듯 두 모듈의 합집합은 각 모듈의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 또한 합집합의 주기는 두 주기의 최소공배수와 같으며, 원소 사이의 간격이 일정한 연속성을 띄고 있다. 다음 교집합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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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모듈을 두개 이상의 모듈로 분해 할 수 있고, 따라서 원하는데로 기존 공식을 늘이거나 변형시킬 수 있게된다. 마지막으로, 차집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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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모듈에 대한 공식을 단순화시켜 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이러한 연산법칙 이외에도 체의 대칭성과 주기성에 따라 크게 2가지 기준을 통해, 체를 구분 할 수 있다.

 

1. 대칭성은 체의 각 원소들에 대한 간격적 연속성을 통해 회문형과 비회문형으로 구분 할 수 있다. 여기서 회문형이란 어느 배열이 그와 상보적으로 결합되는 배열을 역순으로 읽은 것과 일치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2. 주기성은 체의 주기적 특성(M)을 통해 소수 체와 합성수 체로 구분된다. 체의 주기가 소수이면 소수 체이고, 주기가 합성수이면 합성수 체인 것이다.

 

여기서 회문형 구조의 체는 두개의 다른 모듈의 합집합으로서 표현 될 수 있으며, 비회문형 구조의 체는 교집합 없이는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 이러한 점에 따라 회문형과 비회문형이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다.

 

소수 체와 합성수 체도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소수 체는 그 자체로 주기가 소수이기 때문에 다른 모듈들로 분해 될 수 없은 알맹이 같은 존재이다. 그림을 통해 체 이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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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크세나키스의 작품 중 하나인 'jonchaies'에 쓰이는 비회문형 구조의 소수 체이다. 17개의 반음을 사용해 특수한 음계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0번부터 16번까지 총 17개의 반음을 일렬로 나열한다고 하였을때, 사용되는 음들은 각각 0번, 1번, 4번, 5번, 7번, 11번, 12번, 16번이다. 따라서 이러한 특수 음계를 만들었을때 만족되는 체 공식은 다음과 같다.

 

'(17, 0) + (17, 1) + (17, 4) + (17, 5) + (17, 7) + (17, 11) + (17, 12) + (17, 16)'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크세나키스는 여러 음악적 요소를 체로 변환시키고, 또한 체를 기반으로 여러 음악적 요소들을 배치하는 등 수학적으로 엄밀한 표현 방식을 통해 많은 음악 작품들을 분석하고 다듬었다. 이러한 체의 규칙성과 수학공식적 표현은 극단적으로 복잡해지는 형태로 발전하다가 점점 다시 단순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방향성을 가지게 된다. 분량상의 문제로 짧게짧게 설명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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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이 여러 교집합과 합집합을 사용하여 체의 공식적 표현을 더욱 복잡하게 발전시키다가, 좀 더 단순한 형태와 주기성에 집중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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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주기성 단순화 체'라는 개념과 공식 단순화 알고리즘을 고안해 기존의 체들을 극도로 단순화 시킨 형태로서 압축시켰다.

 

 

4.추계학적 음악 구성과 확률분포에 대해서

 

본 게시글을 통해 크세나키스의 여러 음악적 기법과 구성들에 대해서 차근차근히 살펴보았다. 사운드 합성에 관해 얘기하기도 하고, 기하학적 개념의 활용을 논해보기도 하고, 큐브를 요리조리 돌려보면서 대칭성에 관해 체험해보기도 하였다. 이번 목차는 게시글에서 설명할 크세나키스의 음악적 기법 중 가장 메인이자 마지막 부분이다. 이외에도 크세나키스는 세포 자동자, 게임이론, 불 대수 등을 활용하여 음악을 작곡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은 어디까지나 추가적이고 잡다한 부분일 뿐이다. 가장 메인인 작곡 기법들은 이번 목차에서 완전히 끝내게 되며, 이번 목차까지 잘 이해하면 어느정도 크세나키스의 음악에 관해 잘 이해 했다고 생각 할 수 있다.

 

먼저, 이 기법을 이해하기 위해선 추계학적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추계학은 흔히 추측통계학 혹은 추정통계학으로도 불리며, 모집단에서 임의로 추출한 표본에 따라 모집단의 상태를 추측하는 학문이다. 크세나키스의 폭넓은 수학, 건축의 개념과 법칙들을 작품에 적용시키는데 있어서 사용한 제반이론들을 통해, 총망라한 자기 고유의 기법으로서 추측통계학적음악(Stochastic Music, 일명 추계음악)을 확립했다. 추계음악이란 크세나키스가 개발한 작곡기법으로 음을 조직하는데 있어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통제하고 설계하기 위해서 통계학을 도입하고 이것으로 음악을 구조화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러한 크세나키스의 추계학적 음악은 '매트릭스 M'이라는 개념을 기반 개념으로 삼는다. 시간을 열로, 각각의 악기편성을 행으로 구분하는 지표인 매트릭스 M은 하나의 거대한 음악적 도식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4-1.achorripsis

 

achorripsis는 추계학적 음악의 대표적인 예 중 하나이다. 다음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추계학적 구성에 관한 감을 잡아보자. 먼저, 크세나키스는 푸아송 공식을 곡 구성에 필요한 주요한 작곡 기법으로 사용했다. 작품에서의 주된 목적은 특정 기간 동안 발생하게 될 어떠한 ‘음 사건(sound event, 어떤 실험이나 시행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결과로서의 소리)’이나 ‘음 사건의 밀도’의 갯수의 분배를 푸아송 공식을 사용하여 결정짓는 것이다. 여기서 ‘음사건의 밀도’란 악기들의 다양한 그룹들로부터 생산된 각각의 개별적인 음높이라기보다는 ‘소리 덩어리(clouds of sounds)’를 뜻한다. 그의 추계학적 구성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는데, 첫 번째 범주는 ‘푸아송 분포’이고, 두 번째 범주는 ‘밀도’이다.

 

그 중 첫번째 범주인 푸아송 분포는, 이항분포에서 사건시행의 수인 n을 무한대로 늘렸을때의 확률분포이다. 따라서 이는 많은 사건 중에서 특정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적은 확률변수가 갖는 분포라고 설명 할 수 있다. 푸아송 분포의 공식은 다음과 같다.

 

스크린샷(56).png

여기서 x는 특정한 사건이 발생한 수이다. 또한 n 은 전체 사건의 수이며, λ 는 확률변수x의 평균값 ( λ = n×p)이다. 푸아송 분포는 흔히 n 이 크고, 사건이 발생할 확률 p 는 작은 경우에 이항분포를 대체하여 사용하는 분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푸아송 공식의 주요한 개념은 x 라는 값이 x=0, x=1, x=2 처럼 계속해서 변화하는 데에 있다. x 값이 0 이라고 가정하자면, 이것은 즉 어떠한 사건이 0 번 일어날 확률을 말한다. 예를 들면 기계가 특정 시간동안 고장나지 않을 확률이라거나, 특정 시간동안 전화가 오지 않을 확률을 구할 때에 쓰이지만 특히나 achorripsis 에서는 특정 시간동안 아무런 음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확률을 의미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추계학적 사운드 배치에 대해 파헤쳐보자. 크세나키는 음악적 도식인 매트릭스 M을 28개의 세로열과 7개의 가로행로 나눴다. 여기서 28개의 세로열은 각각의 시간값을 뜻하며, 7개의 가로행은 서로 다른 악기군을 분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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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세로 열마다의 단위시간은 15초이며, 6.5마디로 설정되었다. 그리고 매트릭스 M의 전체 셀(칸)의 개수는 28*7이므로 196개이다.)

 

또한 그는 각 음사건들을 P(x = 0) : No sound event(Zero sound event), P(x = 1) : Single sound event, P(x = 2) : Double sound event, P(x = 3) : Triple sound event, P(x = 4) : Quadruple sound event 총 5가지로 분류해 정리하였다. 이러한 5가지의 음사건들을 푸아송 공식을 통해 각각 28개 세로열과 7개의 가로열에 대해 비율을 계산하면, 음사건들을 매트릭스의 196개 셀에 배치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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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크세나키스가 푸아송 공식을 사용해 각 5가지 음사건들의 분포 비율을 계산한 후에, 계산값에 맞게 음사건들을 적절히 배치한 모습이다. 이로써 크세나키스의 분배에 따라 매트릭스 M은 하나의 정교한 설계도로써 기본적인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이 외에도 추가적으로 각각 개별적인 음사건들에 관해 소리의 밀도를 계산하고 정교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완벽한 설계도를 완성하면, 설계도에 따라 악보의 음표들을 자유롭게 배치하면서 작곡하면 된다. 본질적으로 추계학적 구성 기법을 통해 만들어진 음악은 통계학적 개념과 정교한 음들의 배치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에 '통제된 불확정성'을 가지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존 케이지가 설명한 불확정성과 같아 보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그저 완전히 무작위성에 맞기는 것이 아니라 추계학적 기법을 적절히 활용하여 소리의 무작위성과 복잡도를 자신이 원하는 수준으로 통제하는 정교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작자가 본 게시글에서 구구절절 입이 닳도록 언급한 메타 뮤직과의 연관성 또한 존재한다. 소리의 무작위성 자체를 하나의 음악적 수단으로 통제했기 때문이다.(추계학적 음악에 흥미가 생겼다면, 아래의 영상을 통해 더 감상해 볼 수 있다. 여기서 각 셀에 존재하는 숫자는 개별 음사건의 소리 밀도를 나타낸다.)

 

 

 

 

 

5.종합감상

 

이안니스 크세나키스, 그는 현대음악의 거장이자 혁신을 향해 나아간 음악가 중 한 명이었다. 어렸을적 가족을 잃는 경험을 통해 트라우마가 생기고, 청소년기에 여러 전쟁통을 겪으면서 자칫 절망에 빠질 수 있었던 그는 자신의 삶의 방향성을 찾고 음악계에 한 획을 남기게 되었다. 작자 본인도 그러한 사람이 되고싶다. 연속되는 슬픔의 굴레를 끊어내고 자신만의 삶의 방향성을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본인은 실존주의의 관점을 믿는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허무하고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실존하고 있으며, 자기가 스스로의 삶을 정립하는 자유로운 존재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나도 내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 비록 본인은 올해 갓 20살이 되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맹이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삶을 성찰 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믿는다. 과연 내 삶은 무엇일까? 나는 결국 어디로 가는 것일까? 본인은 그런 삶의 여정에 한번 발을 들여보려 한다. 그리고 그러한 여정에 크세나키스의 음악은 하나의 길잡이로서 눈부시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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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2.16 11:04

    오 학교 에세이 요거로 써볼까

  • 2.16 12:15

    수학은 학식이 부족해서 정확히 이해하기가 어렵긴 한데 악보 보고 음악 들으니까 거꾸로 수학 파트에서 나온 게 감이 잡히는 것 같기도 하고 좀 신기하네요

    글에서 사랑이 넘칩니다 감사합니당

  • 2.16 13:18

    님 정보글은 항상 스크랩 중. 매번 감사함니다!

  • 2.16 13:38

    어렵네요... 일단 추

  • Akira06글쓴이
    2.16 13:46
    @동동Ol

    일단 최대한 쉽게 설명해 보려고는 했는데... ㅠㅠ 제가 글을 잘 못 썼나 봐요.

  • 2.16 14:23
    @Akira06

    아뇨아뇨 내용이 어렵다는 뜻이었어요

    글은 잘 읽었습니다

  • 2.16 13:54

    엘이 게시판 뻘글로 걍 묻히기엔 아까운데 님 딴데도 써보셈

  • Akira06글쓴이
    2.16 14:24
    @소은자의지

    블로그도 한번 개설해보긴 했는데, 귀찮아서 유기 중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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