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영화가 야구를 넘어 삶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다루었다고 느껴집니다.
왜 야구일까
"야구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나의 투구 외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역대 최고의 투수 중 하나인 그렉 매덕스가 한 말입니다.
이 말은 왜 아론소킨이 야구와 빌리 빈을 선택했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변수가 많은, 어찌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지요.
어쩌면 그런 면이 인생과 닮아보이기도 하네요.
"우리는 우리가 평생동안 한 게임에 놀랍도록 무지하다"
영화가 시작하면 나오는 전설적인 양키스 선수 미키 맨틀의 대사는 세이버매트리션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그대로 인생에 적용됩니다.
왜 하필 빌리 빈일까
빌리 빈은 성공과 실패가 뒤엉켜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빌리는 야구를 보는 관점을 변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연승신기록도 세윘죠.
하지만 그는 시즌의 마지막 경기서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삶이다 라고 이 영화는 보고 있습니다.
판을 뒤집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도 우승하지 못하는 것과 동시에 홈런을 친 줄 모르고 1루에 넘어지는 것.
실패 속에 아른거리는 반짝임과 불완전한 성공의 뒤섞인 모양이 삶이라고 이 영화는 말합니다.
왜 하필 빌리 빈이냐면 그가 야구에서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좀 더 과장해서 말하자면 우리가 인생이라는 야구에서 승리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에서 우승처럼 완전한 성공은 늘 불가능합니다. 삶은 늘 조금씩 어긋나죠.
이 영화의 빌리처럼 인간은 성공의 기쁨과 실패의 쓰림이 공존해있는 인생을 삽니다. 이 영화의 엔딩장면서 화면이 계속 흔들리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생의 길은 편안하고 안정적이라기보다는 불안정하고 덜컹거리니까요
영화에서 반복되는 이미지는 대조와 수평입니다. 대조로 보자면 연승신기록을 깨는 순간 빌리는 어둠 속에 있습니다. 영화 전체가 색조와 채도가 어두운 편이죠.
그리고 베넷 밀러 특유의 롱숏과 클로즈업의 결합은 이 인물의 실존적 고독을 보여줍니다.
수평의 이미지는 영화에서 반복되면서 영화를 종결시킨다. 흔들리는 수평 동선. 그것이 영화의 핵심을 요약한다. 가장 자주 나오는 장면이 차를 타고 수평으로 어딘가로 가는 빌리의 모습이다.
수평의 이미지는 이렇게 말한다.
늘 불완전한 성공과 실패 속에 숨겨진 반짝임 사이를 오가는 게임을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그 게임에서 우리는 그저 루저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리가 야구를 사랑하듯이 우리는 삶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죠.
그러니 그저
Just enjoy the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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