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gdadski Vor-колхида
시원하고 청량하게 들리는 밝은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저평가되는 앨범.
엔비가 연상되는 노이즈 낀 기타는 밀도감과 공간감, 웅장함, 청량감을 연출한다. 이는 단순히 기분 환기용 인스턴트 고양감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앨범 내내 청자를 깊은 바다의 파도처럼 강력하게 휩쓸면서도 정교하게 자극하는 포스트락적 진행과 함께 섬세한 감정을 전달한다. 몽환적이고 부드럽지만 동시에 차갑고 현실적이게 격렬한 연주는 억압과 고통을 동시에 부르짖어 아련함을 부각시킨다. 여기에 연주할 공간을 많이 남겨 두고 정말 적절한 타이밍에만 킥으로서 작용하는 보컬은 연주에 몽환적으로 섞이기보단 상당히 또박또박 발음을 씹어낸다. 이러한 보컬은 앞서 말한 하이라이트의 킥으로서 카타르시스도 주지만 과도하게 감상적이고 낭만적으로 흐를 수도 있는 앨범의 긴장감을 잡아주기도 한다. 앞서 말한 격렬한 연주는 기타 뿐만 아니라 드럼도 마찬가지이다. 기타가 그나마 가장 조용히 일렁이고 있을 때도 드럼은 텐션을 유지해준다.
앨범 커버도 원래는 별 신경 안쓰는 요소인데 앨범커버에 끌려서 들은 앨범이니 언급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역동적이고 힘 있는 터치와 밝고 화려한 색으로 칠한 얼굴의 일부는 대충 봤을 때 차가운 설원의 아름다움을 풍겼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부드럽고 인간적인 동시에, 피곤한 표정과 충혈된 눈, 불그스름한 뺨이 이 앨범의 괴롭고 아련하며 막연한 정서를 생생하게 표현해 낸 것이 보였다. 바로 그 표정의 살갗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느끼도록 또 충혈된 눈과 마주치도록 확대된 얼굴이 이 앨범에서 상당히 직관적으로 표현되는 고통과 닮아있었다.
앞서 말한 음악적 요소들은 역동성과 함께 앨범 내내 일관되게 유지되며, 러시아어로 된 보컬이 무슨 말을 하는 지는 하나도 모르겠지만 총체적 혼돈과 억압속에서의 분노, 불안한 정신상태, 착란, 그리고 희망 등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이며, 마지막 트랙이자 타이틀 колхида에선 조금 더 이 모든 절망속의 희망에 중점을 두는 듯 보이며 모든 것을 파도 밑에 묻어두고 언젠가는 다시 요동칠 바다 한 가운데에서 꾿꾿하게 버티며 보는 노을과도 같은 여운을 남긴다. 마지막의 고요하고 몽환적인 페이드아웃은 이 모든 격정과의 간극을 만들어 수몰시키지만, 동시에 마음에 품고 나아가게 만든다. 그래서 이 앨범은 아련하지만 과격하고 고통스러운 어제의 가짜 기억을 꿈결같이 박아놓는 느낌이다. 30분간의 깔끔하고 설득력있는 전개가 그 느낌에 완전히 몰입하게 했다.
뭔가 조리있게 잘 쓰고 싶은데 뜬구름잡는 말만 하는 거 같고 막막하네요...하나 쓰는 거도 빡셈
이거 좋았어요. 커버도 이쁘고 짧고 굵은 앨범이죠
저도 막트랙이랑 4번 트랙 진짜 좋아합니다
저는 베스트나 워스트나 꼽기 어렵네요 꽤 많이 돌려도 걍 앨범 전체로 틀어놓으면 항상 감동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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