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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나 써볼까(1)

Parkta19582025.02.02 20:48조회 수 132추천수 1댓글 4

p사람들이 글쓰기 지침서에 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 지침서들은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지, 어떻게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데 신선한 비유를 사용하라 라는 명제는 진리지만 어떻게 신선한 비유를 만들 수 있을 지는 미지의 영역이다. 흔히들 재능이라고 부르는 부분 말이다. 

 그는 늙은 쇼걸이 마지막으로 스타킹을 신듯이 움직였다. 이런 비유를 써낼 수 있는 법을 가르칠 수 있을까?


나는 아마추어 중에서도 삼류를 자처하고 그렇게 평가받을 것이다. 그렇기에 스스로도 민망하지만 글을 잘 쓰는 법에 대해 써볼까 한다. 순전히 나에게만 적용되는 개인적인 수기이다. 


간결하게 써라. 핵심만 담아라. 

정답이다. 문제는 형식과 핵심을 분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대한 작가들 중에서 이 원칙에서 벗어난 존재들이 있다.


비유를 들어보자. 여러 간명한 조언들은 핵심만 전달하기 위해서 글을 써라 라고 말한다. 명사와 동사를 활용하라. 간결하게 써라 등등.

 한 사람의 일상을 볼 때 그는 밥을 먹고 잘 것이다. 하지만 그의 개성은 그가 밥을 먹고 자지 않는 시간에 뭘 하는 지에 보인다. 

글을 쓸 때 흔히들 핵심이 없는 미사여구와 장식을 피하라고 한다. 

 먹고 자는 것이 명사와 동사의 사용이라면 그 외의 일들이 다 수식어구에 가깝다.

 우리가 24시간을 먹고 자는 데 쓰지 않듯이 글도 마찬가지다.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부분들이 필요하고 개성은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그러니까 문제는 표현이다. 어떻게 훌륭한 표현을 쓸 것인가. 

 스티븐 킹이 말했던대로 위대한 작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셰익스피어,입센,체호프,허먼 멜빌, 레비, 몽테뉴, 푸코, 쿤데라, 바쟁, 샤르트르, 마르크스 등등 (위대한 작가들이 모두 위대한 사상가는 아니지만 위대한 사상가들은 위대한 작가다.)

 이들의 공통점은 결국 각자만의 원칙을 가졌고 일부는 그 원칙을 납득시켰고 극소수는 그 원칙을 세상의 법칙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재능이다. 그렇기에 여기서 논하지는 말자. 


이 글은 그저 한 삼류가 밥 먹고 자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체면치레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괜찮은 글쟁이가 되는 것은 스티븐 킹의 말대로 가능하다. 나 스스로가 형편없는 글쟁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민망하지만 글쓰기는 계발이 쉬운 특기라고 생각한다. 


대조법, 비유, 수사법, 평서문, 복문,중문, 상징, 능동태, 수동태 등등 작가들은 각각의 무기를 가진다. (물론 셰익스피어처럼 저기 다 통달해 언어를 영원히 기억되게 만들 존재가 있다. 이는 기적이니 넘어가자.)


예컨데 저런 요소들 중 본인이 매혹된 것으로 돌아가보자. 체호프의 간결하고 풍성한 디테일인지 셰익스피어의 경이로운 언어적 재능인지 나보코프의 현란한 문장력인지 카버의 단단함인지 생각해보고 거기로 회귀해야 한다.


나는 챈들러와 피츠제럴드다. 챈들러와 피츠제럴드의 아름다운 문장들은 구조가 아니라 생생한 묘사와 비유에 방점이 있다.

 챈들러와 피츠제럴드의 비유는 멜로디만 알고 제목은 모르는 노래를 찾은 듯 정확하고 예상치못한 코드진행을 선보이는 재즈클럽처럼 신선하다. 

 보이는 것은 핀셋으로 삶의 편린들을 건져올리는 능력이다.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에서 파탄이 난 여름날에 대한 묘사와 거기에 아이러니를 심어놓는 솜씨는 천부적이다.


비유는 무엇인가. 비유는 섬과 섬을 잇는 다리이다. 그 다리는 길면 길수록 힘들지만 단단하게 지을 수 있다. 

 

연습을 해보자. 그 여자가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묘사를 해보자. 


해보았는가

이 세상에 당신만큼 보고 싶었던 사람은 없다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는 늘 이런 식이었다.

피츠제럴드의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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