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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elo - Black Messiah

르네2025.01.29 13:46조회 수 198추천수 3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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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elo - Black Messiah


When you get home now

네가 돌아왔을 때,


R-E-S-P-E-C-T

존중.


Find out what it means to me

그게 내게 어떤 의미일지 짚어봐


“이제부터 여러분을 돌려놓는, 타임머신처럼 말이죠. 이곳 뉴욕에 계신 여러분을 마법과도 같은 곳으로 보내드릴 거예요. (중략) 이 인사를 하기까지 12년이 걸렸네요. 신사 숙녀 여러분, D'Angelo입니다.“


 - ?uestlove at 2012 Bonnaroo Superjam




예술이 피어날 때, 누군가는 꽃을 꺾어간다. 구원한 싸움이다. 예술가를 상처입히는 예술이다. 언제나 선두에는 전위들(Vanguard)이 있다. 그들이 흘린 피와 눈물을 바라보며, 무대 위로 한 송이 꽃을 던져주지 못한 채, 그리 14년을 보냈다. 긴 세월이 지나 작은 목소리들이 모였다. 세상이 ‘검은 구세주’들을 필요로 할 때. D'Angleo였다.


'Black Messiah'. 어쩌면 오랜 옛날 그가 전시했던 섹스 스캔들 그 이상의 대담함이다. 발매 성명 속 퍼거슨 사건과 월스트리트 점거에 대한 이야기마저 단촐하다. 복잡하다. 그는 오늘날 모든 신비주의 예술가들이 가진 숙명을 짊어졌다. 하수인들을 위해 몸소 나타났다는 의미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God Is A Woman"과 같은 선정적 의미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었다. 어지간한 예술가들에게는 신앙을 바치는 청자들이 있으니 복귀에 내세운 과시적 슬로건일지도 몰랐다. 그의 청취자라면 숭상의 대상이 D'Angelo는 아니라고 이해하겠지만, 진짜 메시지는 망토자루 속에 숨어들었다.


<Black Messiah>라는 제목은 곧 <To Pimp A Butterfly>가 되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았다. 여기엔 "Left and Right" 못지 않은 "Sugah Daddy"의 섹스 어필이 있다. 또 "Chicken Grease"를 연상케 하며 줄을 퉁겨대는 "Betray My Heart"의 간질거림이 있다. "Brown Sugar" 못지 않게 달콤하고 알싸한 "The Door"의 사랑이 있다. 새로이 탄생했다기엔 그리 흐트리지 않았다.


지난 <Voodoo>의 마무리("Africa")를 기억한다면 포고를 울린 "Ain't That Easy"가 어째서 연장선이 아닌 모호한 출발이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그리고 종교적 의식("1000 Deaths", "Prayer")과 정치적 전언("The Charade", "Til It's Done")을 지나는 중에, 그 사이를 거니는 수많은 사랑과 사랑들을 마주한다. 모두를 거치면 다시금 원초적인 사무치는 그리움의 "Another Life"로 마무리한다. 머리와 꼬리가 뒤집힌 감상이다.


이야기들, 이 가사들 위에는 수줍은 낯으로 마음껏 춤을 추고 설쳐대는 남모를 미시감이 있다. 표현마저 우습다. D'Angelo는 관용구를 넘어선 "Back To The Future"로 나타났을 뿐이니 말이다. <Voodoo>도 <Brown Sugar>도 아닌, 그보다 더 과거에 머무는 기억들 말이다.




“우리는 그저 이야기할 기회를 원했는데, 대신 우리에겐 분필 자국만이 남았네“




"A mulatto, an albino, a mosquito, my libido, yeah" - Nirvana

"Do you remember, the 21st night of September?" - Earth, Wind & Fire

"He was a sk8er boi, she said "See you later, boy"" - Avril Lavigne

"Do you have the time, to listen to me while?" - Green Day


가사 그 너머가 들리는 음악이 있다. 품은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직시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Black Messiah>에 남긴 추억들은 그리 옛날처럼 들리지 않는다. 사진과 일기장보다는 그 모두를 회상하는 푸념과도 같다. 이 울림에 성숙함이 비춰지는 이유다.


D'Angelo를 잠시 떠나보낸 시간 그의 세상은 애달프고도 암담했다. 떠나고, 다치고, 취하고 망가지기 일쑤였다. 그런 그가 돌아오기까지, 그에게 목소리가 생겼다. 오랜 종교에 다시금 귀의하며 검은 얼굴의 영혼들에게 말을 전해야 했다. 본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Band of Gypsys, Parliament & Funkadelic, Sly & the Family Stone, Ray Charles, Prince... 아픔을 딛고서 오늘을 살면서도 간직한 유념이었다.


그 손에 잡힌 Minarik Diablo 기타로부터 시작된다. "Ain't That Easy"의 앰프와 디스토션. "Really Love"의 스트링 사운드와 스패니쉬 기타. "Prayer"의 박수 그리고 종소리. "The Door"의 휘파람. 조각들은 펑크(Funk)의 그루브라는 문법을 주제로 펼쳐진다. ?uestlove의 주된 지휘 아래 모든 소리가 자연스레 행진의 대열로 이끌린다. D'Angelo는 하늘 높이 뻗은 손들을 얌전히 바라보며 나지막히 노래부를 뿐이다.


절제니 역동이니 따위의 표현은 어울리지 않다. 과거와 오늘 수많은 영웅들이 뒤섞이는 배경. 그 위 사랑이라는 말로 흩뿌리는 목소리다. 말이 아닌 목소리에 잠기면 느껴진다. 설명할 수 없는 음악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 깊은 힘에 이끌리곤 한다. 


그러한 마지막은 처음으로 돌아온다. 그가 <Brown Sugar>에 보인 애틋하고도, 아니면 <Voodoo>에 군데군데 묻혀둔 어엿하고 사려깊은 사랑. 부드러운 음성으로 오직 사랑만을 부르짖는 "Another Life". 숨겨둔 전부를 쏟아내고서는 여운이 가시면 고요함에 덩그러니 남아 무그린다. 어쩌면 궁극적인 미래를 엿본 기분이다. 이 곡이 그저 앨범이 아닌 진정 D'Angelo의 마지막이라 해도, 그리 이상하지 않을 듯싶다.


"What is FUNK? How would you describe funk to someone who never heard of?"

"It's... Black Rock & Roll"


 - Interview by D'Ang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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