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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elo - Voodoo

르네2025.01.29 13:46조회 수 118추천수 2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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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elo - Voodoo


70년, 아니면 60년에게서 물려받은, 유년기에 머무는 기억들. 향유하고 자란 문화들. 모타운 라디오. MTV. 스모키 재즈 클럽. 아프로펌. 히피와 펑크(Punk). 닥터 마틴과 헤링턴 자켓. Donna Summer와 Bee Gees. 스캔들과 섹스 스토리. 스타디움 앞 맹인들이 걸터앉던 피아노. 그 앞에 나서는 상상. 성장, 여성, 각성, 신앙과 사랑에게 바친 전부.


어린 소년에겐 영웅들이 있었다. Sly & the Family Stone, Ray Charles, Parliament & Funkadelic, Prince... 그리고 <Electric Ladyland>의 흡인을 맞았다. 그의 혼을 빨아들여 온몸에 적시는 순간. 영롱하고 신비롭게 탄생한 주술은 살가운 이름을 가진다. 영웅들이 남긴 자취를 기리며, "Voodoo Child"의 이름으로 남긴, <Voodoo>를 이루기까지의 이야기들이다.




일렉트릭 레이디 스튜디오. 짙고 어두컴컴한 연기가 반긴다. 오랜 연회, 오랜 만찬이다. 파티 손님들은 텔레비전을 불빛 삼아 옹기종기 모여든다. 술과 음식이 차려지면 저마다 준비한 악기를 하나씩 꺼내든다. 이 트랙은 <Moment of Truth>에 실리지 못한 미공개곡. 이 비트는 <The Main Ingredient> 이후 작업한 곡. 이 트랙리스트는 <Fan-Tas-Tic, Vol. 2>를 위해 고안한 청사진. 거칠게 만진 림샷과 얌전히 길들이는 미터. Raphael Saadiq과 Erykah Badu의 흥얼거림. 반짝이는 영감에 벌이는 Roy Hardgrove와 Pino Palladino의 잼 세션. 악기를 두고 온 이들도 그저 마음껏 박수치고 즐겁게 떠드는 시간. 모든 음성과 연주가 2인치 테이프에 담겼다. 그 웅얼거림에 남는 의식이나 주술의 흔적. 안식일을 쫓는 혼이 도돌이표를 짚는 나날이다.


D'Angelo는 혼자가 아니다. 단순히 "Left and Right"를 도운 조력자 Blunt Brothers(Redman & Method Man) 이야기가 아니다. 주위를 에워싼 이름들이다. 작게는 The Soulquarians라는 집단, 나아가서는 재즈와 소울의 유전자를 품고 태어나 그 뿌리로부터 생명을 얻어 사는 예술가들이다.


이제 그들에게 받은 도움을 짚을 수순이라기엔, 글쎄다. 90년대 말미, 그러니 금빛 시대를 일컫는 그 끝물에, <Voodoo>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D'Angelo의 형제자매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Baduizm>, <Black On Both Sides>, <Like Water for Chocolate>, <Things Fall Apart>, <Beats, Rhymes & Life>... 불과 10년 전이다. 세계에서 가장 드세고 거친 음악들. 거리에 잠든 별을 깨우던 그들. 종이 변했다. 무엇에게 물려받았다기엔, 새로이 탄생한 의식이었다. 관능 어린 솜씨로 뱉은 유연하고 세련된 감각. D'Angelo가 내민 손길에 들어있다. 질문은 순서가 잘못 됐다. 모두가 그를 어찌 도왔는지가 아니다. 그가 모두에게 무슨 기운을 자극시켰는가. 직접적이든 그렇지 않든, 줄지은 목록에서 그가 없는 음반이 없다. 설명의 요구부터 아연실색할 일이다.


고개와 손목을 비트는 까딱거림. 입꼬리에 번지는 레이백 그루브. 요동치고 꿈틀대는 신경. 귓바퀴가 곤두서는 간질간질함. 크루닝과 팔세토를 오가는 아슬함에 내걸린 무질서한 쾌감. 턴테이블의 바늘처럼 레코드를 훑고, 얌전히 매만지다가도 부숴버릴 듯이 긁어내는 자국. D'Angelo가 영원한 전설의 이름으로 Ray Charles와 Otis Redding을 동시에 일렀을 때, <Voodoo>에게서 "Playa Playa"와 "Untitled (How Does It Feel)"가 튀어나왔다. 물살로 불꽃을 튀기는 미묘함이다. 모두가 D'Angelo의 등장을 초신성으로 칭송할 때 그는 제 혼을 선물한 뿌리들에게 몫을 돌렸겠다. 그의 소울에 아종이란 없었다. 원류의 재해석이란 칭호(Neo-Soul)마저 줄기차게 거부해왔으니 말이다.


<Voodoo>는 그 초월적인 장기를 두고 검은 물이 뚝뚝 떨어지도록 질기게 쥐어짜고 털어낸 정수다. 어떠한 서스펜스나 무대 장치도 없는 의식. 80분에 달하는 길고 긴 축제가 내리꽂는 나선처럼 빨아들인다. 메트로놈조차 무시한 채 숨속으로 들이닥친다. 아찔한 자극이다. 입 밖으로 외치고 싶은 충동을 목끝까지 잠근다. 멎어가는 심장에 절로 숨을 삼키는 순간, 만화경에 마주한 트랜스는 정신의 영역을 벗어난다.


질문 투성이인 작품이다. 수많은 앨범의 페이드 아웃에서 결론 내린 메시지를 전달받았다면, "Africa"를 끝낸 덤덤한 백마스킹은 새로운 문제의 기폭이었다. DJ Premier라는 재료로 브레이크 스크래치와 크루닝을 뒤섞은 "Devil's Pie"가 이리 유연할 수 있는지. "Untitled (How Does It Feel)"과 같은 고루하고 직선적인 크레센도가 이리 격정적일 수 있는지. "Playa Playa"부터 "Africa"까지 일말의 선율과 리듬을 흐트리지 않고도 오직 센슈얼리티와 그루브만으로 굳은 심장을 갈기갈기 찢을 수 있는지. 떠난 길 없는 신앙심에는 왜 'Voodoo'라는 이름이 돌아올까.


<Voodoo>에서 만난 D'Angelo는 민족과 예술을 위해 혼을 쏟아낸 불세출의 음악가 따위가 아니었다. 우스꽝스럽게 어린 무늬 누더기 차림으로, 제단에 산 제물을 바치고, 돌멩이와 곡물 가루를 흩뿌리며, 모래에 그린 마법진 위 수십 번씩 주술 주문을 읊으며 지켜보는 모두가 따라하는 진풍경 속의 주인공. 오랜 시간 그의 자유분방한 춤을 들여다보았다. 낭독 없는 선언이자 깃발 없는 시위다. D'Angelo는 이국의 언어로 혼의 말을 뱉었다. 돌아온 것은 무한한 스윙에 쌓인 내적 아우성의 폭발과 밟은 적 없는 아프리카 땅에 남긴 애틋함 정도다. 참 사랑스러운 어지럼증이다.


영화적 연출엔 평론 아닌 감상이 필요하다. 이 모든 행위들에 의도와 뜻을 짚어준다면... 멍청한 고민이다. 이제 ‘별을 향해 심장을 쏘아라’ 따위의 표현을 잃고 만다. 되풀이하는 주문술 음가의 높낮이를 받아적을 바에, 심장이 내려앉고 동요되는 단 한 구절의 경험에 이입한다. 메시지와 또렷한 줄글이 아닌, 운동과 시위가 아닌, 블루스를 꺾어 유려하게 늘어놓은 매료의 덫. 펑크(Funk)를 위한 아프리칸 블랙 뮤직. 어린 아이를 낳고 기른 예술에게 뒤돌아 넌지시 건네는 한마디다. 길고 긴 헛걸음 끝에 드넓은 사랑만이 있었다. 


그러니 모든 사랑에게 바친다.


Slight Return.


“사람들에게 음악은 둘 중 하나에요. 자기 성장과 정신적 실천, 아니면 그저 배경음악. 이 이야기를 왜 말하냐면, <Voodoo>는 이 둘 중간에 있기엔 너무 강렬해요.”


 - Interview by ?uest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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