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ttps://youtu.be/4yms-moSosY?si=diAOV3tbTBW0yPLR
RYM도 지겨워지기 시작하면서 한 일은, 세계 여러 나라의 자국 잡지가 뽑은 자국 앨범 베스트 리스트를 찾아서 듣는 겁니다.
RYM에도 세계 여러 나라 음악들이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영미권 리스너들의 취향과 입맛 위주라서 자국/로컬에서 내린 평가와 다를 때가 많습니다. (특히 RYM은 영미권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아주 특징적인 장르를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고, 영미권의 흐름과 유사한 음악에는 덜 호의적인 편입니다. 그리고 알려진 국가과 덜 알려진 국가의 편차가 심한 편이기도 하고요.)
여튼, 우연치 않게 중화권 역대 베스트 500 순위를 보았는데 거기에 있던 밴드입니다.
80년대 -90년대 홍콩 신스팝 밴드라는데, 딱 그 때의 느낌이 납니다.
심플리 레드라던가, 한국으로 치면 이상은 같은 느낌도 좀 들고.
다만 특징적인 것은 퉁퉁 거리는 저 특유의 중국 악기 소리입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비파 같네요. 덕분에 묘한 몽환적인? 오리엔탈한 느낌이 듭니다.
(2)
https://youtu.be/zC4apMKCWsA?si=Ojy2arAwnxQXbX2h
또 다른 일은 로컬 디제이들이 만든 플레이리스트들을 찾아 듣는 겁니다. 특히 베스트 리스트조차 잘 안 나오는 지역의 경우, 이런 로컬 디제이들이 만든 플레이리스트들이 참 유용합니다. (페루, 에콰도르 같은 남미의 작은 나라들, 베트남과 필리핀 같은 동남아의 나라들, 인도 등등)
이번 플레이리스트는 베트남에서 만든 것인데, 들으시면 아시겠지만 일본의 시티팝, 한국의 80년대 발라드-퓨전재즈-언더그라운드 음악들과 참 닮았습니다. (시야를 더 넓게 펼치자면, 이 당시 브라질과 이탈리아 음악도 꽤 흡사합니다. 인도네시아 음악도 그렇고요.)
너무나도 닮은 일본, 한국, 베트남, 브라질, 인도네시아, 이탈리아의 음악을 모아서 듣다보면 이게 뭔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고, 이렇게 너무 닮은 게 참 지루해서 무언가 차이가 느껴졌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이 모든 나라에서 고른 완성도가 가진 음악이 나온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합니다.
(3)
https://youtu.be/0ikK2fC7ZTQ?si=nK_Wo1zhtXJQx6dL
저번과 같은, 80년대 영국 밴드 탐방입니다.
The The 라는 밴드인데, 기본적으로 펑크/락앤롤 느낌의 음악에가다 프로그레이브/재즈 느낌의 편곡과 화음을 넣는 밴드입니다. 게다가 피터 가브리엘/퀸처럼 보컬의 창법이 (연극마냥) 여러 차례 바뀌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죠.
개인적으로 80년대 영국 밴드들에게서는 항상 프로그레시브한 향기가 느껴진다면, 미국 밴드에서는 그냥 아무런 규격도 없이 시작한만큼 생기는 어떤 엉망진창스러운 자유로움이 느껴지곤 합니다.
(4)
https://youtu.be/1xFgQV7javw?si=v1lP19Wm7D72T6KQ
카우보이 정키스, 라는 포크/컨트리 밴드입니다.
잘 알려진 밴드는 아닌데, 저는 항상 로파이 포크의 시작처럼 여기는 밴드입니다.
로파이의 미학이란 무엇일까요?
인디 락에서는 특유의 뭉개지는 음질 - 그 음질과 엮이는 노이즈/슈게이징의 미학이라면, 인디 포크에서는 녹음한 곳의 공간감이 느껴지는 이 필드 레코딩에 가까운 특성이라 생각합니다.
(이 두 흐름이 인디트로니카 특유의 글리치/칩튠 음향과 섞이고 - 엠비언트와 트립합도 섞이고 오늘날 저희가 아는 힙노고직 팝과 베이퍼웨이브를 거쳐서 지금에 이르렀다 생각합니다.
제인 리무버, 파란노을, 아시안 글로우 모두 이 거대한 로파이 미학의 지금을 대표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카우보이 정키스의 이 앨범은 80년대 말 스튜디오 녹음에 반대해서, 교회를 빌려서 녹음 했습니다. 그만큼 듣다보면 보컬이 좀 울리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5)
https://youtu.be/fozdm6Yo_yI?si=RFS1qBMo2g1uH7xg
마지막은 필리핀 재즈/훵크 음반으로 장식할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 있는 동남아 나라는 필리핀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스페인-미국의 오랜 식민 지배 덕분에 미국의 트렌드를 아시아에서 가장 빨리 받아드린 나라라는 점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아시아에서 몇 안 되는 무성 영화부터 꾸준히 영화를 찍었던 나라이기도 하고, 여러 한국 음악가분들 인터뷰를 들어보면, 훵크에서 자주 쓰이는 슬랩 베이스 주법을 한국에 전파한 사람들이 호텔에서 공연하던 필리핀 밴드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70년대 이후, 고고장이 점차 DJ 중심의 디스코텍으로 바뀌고, 바뀌지 않았던 곳들도 더 싼 맛에 필리핀 밴드들을 자주 고용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하자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나이지리아, 가나, 민주콩고, 페루, 에콰도르, 브라질, 콜롬비아, 아이티, 파푸아뉴기니...
셀 수 없는 나라에는, 저마다 나름의 좋은 음악이 있습니다.
그러니 모두들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음악 많이 들으시네요.. The The는 그 유명한 soul mining 밖에 안 들어봤는데 다른 작품을 추천하신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올린 노래가 수록된 2집 Infected를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soul mining보다 좋아하는 앨범입니다.
Dusk가 커하임.
김윤아가 좋아하는 앨범으로도 유명함.
난 이사람 귀를 사겠다
대신 어떤 음악을 들어도, 아 이건 그거랑 비슷한데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맴돌게 되는 저주에 걸리는데 그래도 사시겠습니까?
ㅋㅋㅋㅋㅋ 까비!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