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ly Chou Chou - 呼吸
Genres : Dream Pop, Film Soundtrack Trip Hop, Ambient Pop
Total length: 38m
10/10
by Akiyama MIO
릴리슈슈의 모든 것
드넓게 펼쳐진 광활한 푸른 풀밭 파란 하늘에 수놓은 연들
구름을 찌르는 첨탑 뿌연 연기가 만들어낸 푸른 노을
열심히 돌아가는 CD플레이어 음반가게 속 차곡히 쌓인 음악들
막히는 호흡. 흐르는 에테르. 시작된 호흡
순수 순결 온백 무구. 신비 그리고 치유
그리고
이혼과 재혼 잃어버린 친구 집단 괴롭힘 성추행 심부름꾼 수금 방관
죽을 위기 동행인의 죽음 회사부도 가정파탄 잘못된 가치관 죄책감
약점 협박 강제된 원조교제 수금
집단 괴롭힘 집단 강간
순서대로 유이치, 호시노, 츠다, 쿠노 - 릴리슈슈와 아이들
그리고
자기혐오 애정결핍 학업스트레스 폭언 폭행
고통 불안 좌절 실패 두려움 도망 도피
나? 우리? - 릴리슈슈의 리스너?
十四歲の、リアル。
푸른 풀밭 속 연들 아래 첨탑 아래
두 귀를 막고, 두 눈을 감고
입을 크게 벌려 에테르를 가득 머금는다
릴리슈슈의 호흡을 가득 머금은 에테르를.
막은 두 귀로 이상향의 소리를 포착한다
감은 두 눈으로 이상향의 풍경을 감상한다
아주 깊은 한 호흡을 시작한다
죽은 듯한 거리에, 울리는 것은 내일의 레퀴엠
살아 있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릴리슈슈의 모든 것은 "은 비극의 끝 속 살기위해 죽어가는 4명의 14세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모든 이야기는 유이치가 익명으로 활동하는 'LILYPHILIA' -릴리슈슈 팬 커뮤니티에서 시작된다 그는 그리고 현실에 패배한 수많은 이들은 릴리슈슈의 음악이 주는 치유와 그들을 푸근히 안아주는 "에테르"에 매료되어있다 유이치에게 릴리 슈슈의 음악은 현실도피의 장이자 치유의 장소, 그리고 순수무결한 에테르로 가득찬 이상향이자 유일한 안식처이며 최후의 장소이다
근거도 아무 것도 없는, 낮이 저무는 거리에서
우울해진 무리 속에서 숨을 쉬고 있는 거야
또 다른 주요인물 호시노는 과거 유이치와 같은 학교에 다니며, 밝고 총명한 금수저 모범생이였다 두 사람은 한때 좋은 친구사이였지만 여름 방학 중 일본의 한 섬으로 떠났던 여행을 기점으로 이 모든 관계가 부서진다 유이치와 호시노 그리고 그들의 친구 여럿이 함께한 이 여행엔 계속해서 한 여행가가 따라붙는다 그는 유이치 일당과 어울리며 그 섬의 매력을 알려준다 호시노는 이 여행 속 수없이 죽을 위기에 처한다 단순 사고들이였다 하지만 이 우연들이 겹쳤고 호시노를 몰아갔다 그리고 호시노는 동행하던 여행가로 부터 아름다운 자연, 그 이면에서의 잡고 잡아먹히는 힘의 논리를 배우게 된다 호시노는 점점 불안해져간다 이후 여행가는 교통사고로 죽어버리고 호시노의 부모님의 회사가 부도가 나버린다 이를 계기로 호시노는 잘못된 가치관을 바탕으로 냉소적이고 폭력적인 인물이 되었다
저녁놀이 우울함을 옮기고 있다
투명한 공기는 무거워지고
반복되는 나날이라면 하루로 끝내면 좋겠어
삶이 죽음의 뒷면이라면
살아 있는 것처럼 죽고 싶어
변해버린 호시노와 함께 유이치도, 유이치를 둘러싼 이들도 모두 변해간다 아니 파괴되어간다 무너져내린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변해버린 호시노는 학교 폭력의 주동자가 되어 유이치와 다른 학생들을 무참히 괴롭히기 시작한다 호시노는 폭력으로 유이치를 철저히 지배하며 그를 심부름꾼으로 만든다 유이치는 끝없는 고통에 빠지고 릴리 슈슈에 의존하기 시작한다 유이치가 처참히 무너진 것은 그에 대한 호시노의 괴롭힘 뿐만이 아니다 유이치가 사랑하는 인물이자 유이치에게 릴리 슈슈를 알려준 인물인 쿠노 요코는 영화 속 인물 들 중 릴리 슈슈의 가장 오랜 팬이자 학교폭력, 집단 괴롭힘의 피해자이다 이러한 쿠노는 쉽게 호시노의 표적이 되어버린다 호시노는 유이치를 통해 쿠노를 속이고 쿠노를 강간하려고 한다 유이치는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속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쿠노는 같은 학교 호시노 일당으로 부터 집단 강간을 당하게 된다 쿠노는 무너지고 유이치는 더더욱 망가져버린다
교정이 일그러져 보였어
하얀 체육복이 보였어
까마귀가 낮게 하늘을 날았어
까만 깃털을 조금만 나누어 줘
하늘로 뻗은 계단
거기까지 손이 닿지 않아
호시노의 괴롭힘은 유이치와 쿠노를 넘어 또 다른 인물이자 유이치를 좋아하는 츠다 시오리. 그녀는 호시노에게 성적인 약점을 잡힌 후 그에게 협박 속 원조교제를 하게된다 이 또한 호시노의 심부름 꾼 유이치에 의해 관리된다 유이치는 쿠노의 원조교제를 도우고 돈을 수금한 후 호시노에게 전달하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츠다는 유이치에게 조금이나마 기대볼려하지만 유이치는 쿠노를 바라볼 뿐이다 지속되는 원조교제와 협박에 츠다 또한 철저히 무너져버린다 이렇게 유이치와 쿠노, 츠다는 완벽하게 무너져내리고 호시노도 이 상황 속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니까 날 수 없는 날개를
버리면, 버린다면
나는 날아올라 갈 거야
'릴리슈슈의 모든 것'은 이러한 비극들을 영화 끝까지 끌고 나가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비극으로만 가득 채운다 이러한 비극 속 등장인물들을 하나로 엮는 것이 바로 영화 전반에 걸쳐 흘러나오는 작품 속 가수 릴리슈슈의 노래이다 작품 속 릴리 슈슈의 음악은 비극을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이상향이자 도피처 그리고 치유의 수단이다 특히 릴리 슈슈의 음악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좋아했던 쿠노는 강간을 당한 상황에서도 고통을 극복하고 현실을 살아갈 수 있었다 현실 속을 빠져나와 릴리슈슈라는 이상향으로 깊이 빠져들어 고통을 잠재우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은 것이다
이러한 쿠노와 정반대로 흘러가는 인물이 원조교제를 강요받던 츠다이다 츠다는 주요인물 중 유일하게 릴리 슈슈의 팬이 아니였다 이러한 츠다에게는 현실을 벗어나 의지할 이상향 따위, 치유의 공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고 결국 치유받지 못한 상태로 고통 속을 기어가던 츠다는 하늘을 나는 연들을 보며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단지 살아가기 위해서 살아왔어
이런 식으로 이 영화는 비극 속 이상향의 건설과 이를 통한 치유를 강조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향이 언제나 안정적이게 보호받지 않는다 작품의 주인공 유이치 또한 릴리 슈슈에 의지하며 비극을 살아간다 하지만 현실을 비극으로 만들어버린 호시노가 자신의 이상향까지 침범하여 이를 파괴하자 유이치는 급격히 흔들리고 이는 릴리 슈슈 콘서트장에서 호시노를 살해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릴리 슈슈는 에테르를 내세우며 누구보다 순결함을 강조하였지만 유이치의 범죄의 여파가 릴리슈슈에게까지 퍼져 순결성에 금이 가버렸다 결국 릴리슈슈는 죽음을 몰고다니는 가수가 되었고 유이치의 이상향은 망가져버리고 만다 이런 상황 속 유이치는 방황하기 시작하고 여러번 자살을 시도한다 이후 유이치가 쿠노를 바라보며 영화는 끝난다
이상향은 현실이 고통스럽더라도 이를 완화하고 앞으로를 살아갈 힘을 준다 하지만 유이치의 상황을 통해 알 수 있듯 이상향은 항상 완전한 것이 아니라 언제든 지 무너질 수 있으며 이상향의 붕괴는 그 이상향을 가지고 살아가던 이에게 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이 비극을 극복한 쿠노를 바라보며 끝났듯이 유이치의 이상향도 다시 세워질 수 있다 이상향이라는 것은 고통 속을 살아갈 힘을 주지만 고통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일종의 도피처 역할을 할 뿐. 또한 쉽게 부서지고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상향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중요할 것이다 이상향은 수정되고 새롭게 세워질 수 있기에, 비극적 현시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우리는 이상향에 기대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 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작품 속 이상향을 왜 릴리슈슈의 음악으로 정했던 것일까 음악이 과연 치유효과라도 있는 것인가 이는 영화를 보게되면 자연스레 증명된다 만약 2시간이 넘어가는 시간을 비극으로만 채웠다면 끝까지 볼 수 있었을까? 더 나아가 이 작품을 즐기고 아름답게 느끼는 이들을 더더욱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 속 릴리슈슈의 노래는 이를 가능하게 한다 푸른 풀밭 위 깔리는 몽롱하고 몽환적인 분위기 속 편안하면서도 위태한 그렇기에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릴리슈슈의 노래는 등장인물들이 고통을 느낄 때마다 그들 주위로 흘러나와 그들을 감싼다 그렇기에 불쾌한 장면으로 가득찬 이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 속 아이들이 노래를 통해 치유받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난 이상향을 벗어날 용기도, 이상향 없이 살 수도
만약 이상향이 무너진다면 다시 세울 수도 없을 것 같다
차가운 에테르 안개에 한발 한발 조심히 그 신비로움에 적응하며 몸을 적셔간다 공간을 가득 메운 에테르 수증기들 그들이 내 피부에 스며들며 내 손을 어루만지고 코와 입을 거닐며 나를 풀어놓는다 끓어오르는 미지의 소리들은 마치 환각이라도 보여주는 듯 하다 내 온몸을 장식한, 더 이상 깊어지지 않는 상처들을 부드럽게 녹여준다 그녀에게 기대며 경계를 허물고 온몸을 맡긴다 드넓게 펼쳐진 풀밭, 에테르 풀밭을 가르며 걷는다 높게 서있는 탑은 하늘을 찌르는 듯 하고 그 뒤를 배경으로 연들이 자유히 날아다닌다
"날고 싶다"
이미 난 날고있는 중인가? 그래 난 날고 있다
이제는 알겠다 에테르란 에테르란 어디에나 있다 이곳 저곳 어디든 그리고 에테르란 언제나 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에테르란 공간을 가득 매운 매개체이다 릴리슈슈의 굴곡있으며 풍부한 그리고 몽환적인 목소리, 몽글몽글하게 깔리는 음향, 그 위에서 조금씩 들리는 현실감을 깨는 듯한 전자음, 차분하게 흘러나오는 안정의 멜로디, 곳곳의 다양한 효과들,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듯한 가사 - 모든 것을 종합한 릴리슈슈의 노래 이 선율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에테르이자 릴리슈슈의 등장인물이 호흡할 수 있었던 이유, 내가 우리가 호흡할 수 있는 이유다
9개의 곡이 모두 지나가고 음악이 더이상 흐르지 않는다 음악이 끝났다 현실로 돌아온다 푸른 풀밭은 시퍼런 곰팡이로 변하고 에테르는 탁해졌다 릴리슈슈의 노랫말은 나를 가득 채운 고통과 자기혐오의 소리로 전락했다 그녀의 음악이 흐르지 않으면 에테르의 가장 중요한 특징들 '순수 온백 무결 무구 신비'가 무너진다 유이치가 호시노를 죽여 그를 둘러싼 에테르가 한없이 흔들릴 때와 같다 릴리슈슈 속 아이들, 나 그리고 우리는 에테르로 가득 채워진 릴리슈슈라는 이상향을 설립했고 수없이 도피하고 언제나 치유받았다 그런데 이 이상향이 더럽혀졌을 때 더이상 유지되지 못할 때 도망만 치던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날고 싶다"
이미 난 날고있는 중인가? 그래 난 날고 있다
난 날고있다 날 수 없는 날개를 혐오스럽게 펄럭이며
난 추락 중이다 또 한번 도피를 선택하며
2007.01.19 ~ 2025.01.19
슈크림빵 개추
으 내 감동 돌려내
날 수 없는 날개로
날고있어
탑스터 하나같이 제 취향 ㅎㅎ
저 15번 같은 앨범 추천해주세요 너무 많이들읐으요
과학 관련 책 읽을때 많이 들음요
얘도 인생 명반🥰🥰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저도용
아 이글을 릴리슈슈스포 때매 못 보네 ㅅㅂ
스포가 아주 심한 글이니 조심하세요
파란노을에게 영향을 받아 파생된 여러 방구석 뮤지션들도, 파란노을의 2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 없었다면 빛을 볼 수 없었겠죠.. 이렇게 보면 릴리 슈슈의 영향력이 참 대단하다 생각합니다.
영화 제대로 안 봤는데 요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잘 읽었어요
정말 방구석 아티스트 디깅하다보면 릴리 슈슈의 영향력이 확 체감되더라구요 물론 저한테도 큰 영향을 미친 작품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능하다면 다음 글은 에반게리온으로 돌아오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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