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행보로 데뷔하자마자 대중의 민심과 세간의 평가를 한번에 사로잡아버린 뉴진스는 24년에도 많은 이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뉴진스는 또 증명했다. 레트로하면서도 감각적인 뮤비, 파워풀하면서 세련된 곡의 구성, 쭉쭉 뻗어나가는 춤의 조화는 그야말로 K-Pop의 정수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건 단연코 비트다. < ETA >, 아니면 데뷔 때부터 지속되어 오고있는 250의 '뽕' 맛 비트는 이 곡에서 정점을 찍었다. 초반부부터 천천히 빌드업해오며 하이라이트에 빵하고 터지는 쾌감은 그야말로 아름답다. 이 멋진 여정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다만 뉴진스가 남긴 작품들은 시간이 지나도 트렌디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또 한번의 변신을 꾀한 파란노을의 정규 4집 < Sky Hundred > 는 귀가 찢어질 듯한 강한 노이즈가 큰 특징이다. 전작인 < After the Magic > 보단 모임별과 함께 만든 < 부서질듯빛나던 > 과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 황금빛 강 > 은 이 시끄러운 앨범 속에서도 유난히 돋보이는 곡이다. 자신이 이룬 일을 기억하려고자 애쓰는 듯한 가사와 아련한 보컬, 그에 대비되는 거침없는 비트는 < Sky Hundred > 의 앨범 커버처럼 소중한 추억들을 되새기게 만들어준다. 개인적으로는 파란노을의 노래중에서 가장 좋게 들었다.
< ESCAPE > 라는 수작을 내놓으며 정규 데뷔와 함께 돌아온 EK, 날카로운 가사들과 EK의 랩이 매력적인 앨범이었다. 4번 트랙, < Flip Freestyle > 은 이 앨범의 매력의 정점을 찍은 곡이었다. 물 흐르듯이 흐르는 EK의 플로우와 통통 튀는 코르캐쉬의 랩, 그 뒤에 울분을 토하는 듯한 EK의 파트, 후에 이어지는 독백까지. 흠 잡을 곳 없이 완벽한 랩 송이다. 그야말로 < ESCAPE > 라는 앨범에 딱 맞는 곡이었다.
참 기가 막힌 샘플링에 기가 막힌 랩, 기가 막힌 피쳐링이다.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재료들로 꾸민 맛있는 한 상이다. 높은 피치의 샘플과 조화되는 Cordae와 Lil Wayne의 근본 넘치는 래핑 덕에 4분 동안 루즈하지 않게 곡을 즐길 수 있었다. 오랜만에 근본력을 세게 느낄 수 있는 곡이었다. (참고로 앨범 < The Crossroads > 는 그냥 그랬다.)
< MINISERIES 2 > 를 발매하며 3년만의 합작을 알린 수민과 슬롬. 이 앨범이 왜 합작인지 단번에 이해할만큼 비트의 비중이 보컬만큼 컸던 앨범이었다. 몽환적인 목소리로 '사랑' 을 말하는 수민과 곡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슬롬의 조화는 올해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좋았다. 사실 이 앨범은 트랙 하나하나 다 좋아서 뭘 넣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고민 끝에, 앨범의 아웃트로인 < 신호등 > 을 넣기로 했다. 영화의 열린 결말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고,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가장 미니시리즈 다워서 넣었다.
< SCARING THE HOES > 라는 명반을 낸지도 1년하고도 반년이 다 되어갈 무렵, JPEGMAFIA는 또 다시 신선하게 돌아왔다. 사실 요즘 느끼는 점이 하나 있다. 얼마 전 한 음악을 듣다가 기습적으로 든 생각이다. 내 생각은 이렇다. "나올게 다 나온 음악 씬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존경받아 마땅한 행동이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선구자들은 또 다른 유행을 만들기도 하고, 청취자들에게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을 시켜준다. 이러한 능력을 가진 선구자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JPEGMAFIA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청취자들의 귀에 완벽히 익지 않은 AI 라는 존재를 샘플링하는 시도를 한 게 대단하다. 그것도 존나 좋게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인 <I LAY DOWN MY LIFE FOR YOU > 자체는 새롭다기보다는 익숙한 맛이었다. 다만 이 곡 자체는 굉장히 신선하고 좋다.
나는 Lil Tecca를 잘 모른다. 트랩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으며 요즘 뜨는 뉴재즈인지 뭔지도 잘 모른다. 확실한 건 Lil Tecca의 음악은 청각적으로 아주 큰 쾌감을 준다는 것이다. 솔직히 신보 < PLAN A > 를 듣고 매우 놀랐다. 수록곡들 하나하나 모두 최상의 사운드 퀄리티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곡은 그중에서도 가장 빛난다. 타격감 있는 드럼과 멜로디컬한 랩, 사기적인 비트 사이에서 간간히 보이는 퀄리티까지 모두 섞여서 극한의 청각적 쾌락을 느낄 수 있게된다. (멜로디 라인을 개 잘짰음) 관심도 없는 아티스트였는데 찾아들을 명분이 생겼다.
시끌시끌했던 여론을 뒤로 두고, 신보 < I'LL LIKE YOU > 로 컴백한 아일릿에게는 이번 컴백이 정말 중요했을 것이다. 자칫 잘못해서 곡이 안좋기라도 했다가는 멍청이들의 악플세례가 쏟아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ㅋ.ㅋ) 방금 문장은 장난이고, 진짜로 중요한 컴백이긴 했다. 꼭 증명을 해야했달까.. 그런 측에서 보면 아일릿은 이 앨범으로 완벽하게 증명을 성공했다고 본다. 아일릿은 < Magnetic > 때부터 여리여리한 사운드와 대비되는 당차고, 거침없는 사랑가사를 쓰는데 이 점은 곡에서 큰 장점으로 발휘된다. 거침없는 10대 소녀의 사랑을 실제로 보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좋다. 종잡을 수 없는 첫사랑을 대하는 소녀의 심정이 가사에 고스란히 담겨있기에 아주 재미지게 들었다.
곡이 잔인하다. Drake를 비난하는 방법을 마인드맵으로 그려서 그 중 알짜배기만 가져온 것 같은 퀄리티의 디스다. 디스라인 하나하나가 센 수준을 넘어 잔인하다. 올해를 Kendrick Lamar의 해로 만든 가장 결정적인 곡이었다고 생각한다. 지리는 곡의 전반적인 퀄리티, 단숨에 Kendrick을 슈퍼볼 단독 공연 아티스트로 만들만큼의 파급력, 빌보드 핫 100 1위를 2주동안 찍은 화제성까지. 가히 올해의 싱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24년에 발매되었던 팝 싱글 중 가장 눈에 띄었다. 사실 24년에도 히트한 팝 싱글들은 많았다. Billie Eilish의 < Birds Of A Feather > , Charli XCX의 < 360 > , Bruno Mars와 Lady Gaga의 < Die With A Smile > 등등. 하지만 Tommy Richman은 그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사기적인 신디사이저 비트와 개성 넘치는 목소리, 생날것같은 곡의 구성과 뮤직비디오는 쟁쟁한 팝스타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이점이 되었다. 날것같으면서도 고급지고 힙한 요상한 곡이다.
슈퍼내츄럴은 노래 좋은데 들을 때마다 250 뽕이 들려서 미치겠음
Cherish 너무 저평가받긴 함
안돼 내 낰 유얼셀프 아웃이ㅠㅠ
아일릿 너무 좋음
츄츄츄츄체리시말럽 (말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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