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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취향-생각에 확신을 가진 사람들이 무섭다

EASTHOME2025.01.02 19:47조회 수 561추천수 13댓글 10

 

무섭다는 표현보다는 싫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오래 음악을 들어왔고 종종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지나치게 '권위자' 혹은 '평론가'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음

 

경험치가 쌓이다가 어느 정도 자기 신념과 입장이 정해지면 그걸 안 바꾸는 사람도 비슷함

나중에 새로운 경험이나 그 신념과 입장에 반하는 걸 접하면 어느정도 

자기 생각을 수정하거나 입장을 돌아보는 것이 보통 성장의 방향인데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는 걸 나이들수록 체감한다. 

 

가령 내가 비틀즈를 정말 좋아해서 그 비틀즈 음악들을 다 듣고 잘 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보통의 대화에서 비틀즈 얘기가 나오면 대충 이 사람이 헤이 쥬드 예스터데이만 들은 사람인지

아니면 5대 명반이라 불리는 후기 앨범 5장 정도 들어본 사람인지. 아니면 

앤솔로지 전집까지 들으면서 테이크 3,4번 까지 알고 있는 사람인지는 대충 보임 

 

근데 정작 이상하게 주장하는 , 상대방과 논쟁을 벌이는 사람은

가장 후자의 사람이 아니라 "딱 후기 앨범 1,2장 들어보거나" "명곡만 아는 사람' 임

"비틀즈는 락이 아니다! 팝일 뿐이다"고 말하는 형에게 헬레 스케터를 들려주면서

봐라 명확하게 락음악의 문법에 가까운 음악을 하지 않았냐 하면

"그거 1곡 가지고 락이라고 주장하면 안된다 " 하면서 대화가 이어지고

결국 포기하게 됨. 그냥 팝도 했고 락도 했다. 이런 관점의 나눔이 아니라

이상한 논박의 대화가 되면서 서로 격앙되기 까지 하는 유치한 대화가 몇번 지뢰처럼 터지면

그 누구랑도 음악 얘길 하고 싶은 의지가 사라짐. 

 

한마디로 많이 들을수록 그냥 얘기하고 싶은 의욕이 사라진다고 해야하나?

너무 많은 사람들의 얄팍한데 신념만 가득찬 자기 주장이 너무 많다고 해야하나?

 

최근에 류이치 사카모토 얘길 하다가 "사카모토 류이치인데 왜 계속 그렇게 부르냐"고 하는 지뢰를 만남.

내가 그래서 그냥 이러저러한 맥락에서 그가 일본 뮤지션으로만 이해된 사람이 아니고 30,40년 활동을 

하다보니 설명을 해줘도 그냥 기승전 '사카모토 류이치가 맞다' 고 따지는 사람을 만났다.

근데 솔직히 1도 중요하지 않고, 설령 사카모토 류이치가 맞아도 류이치 사카모토라고 부르는 게 아무 문제가 아닌데

정작 음악 에 대한 얘긴 전혀 모르거나 관심은 없고, 있어도 고작 앨범 하나 영화 한 편 본 수준인데

거기서 자기 주장과 감상을 너무 늘어놓으니까. 진짜 팬의 입장에서는 40넘은 사람의 수준이란게 

이런거냐 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내 자신도 너무 유치해서 짜침.

 

음악 커뮤도 정말 많이 했는데, 건강한 대화와 취향의 공유가 이루어지는 경우보다

이런 무익한 논쟁들이 가득한 걸 경험할 때마다 

그냥 음악은 혼자 듣고 혼자 경험하고 굳이 누구와 생각을 나누고 싶다면

책이나 찾아 읽는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이런 얘길 또 커뮤에 와서 적는 내가 바보인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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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1.2 19:50

    공감추

    생각을 유동적으로 하는 인간이 되어야겠어요

    나이만먹은멍청이는되기싫다

  • 1.2 19:53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 확증편향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고, 메타적으로 사고해 보려는 자세가 중요한것 같아요.

  • 1.2 23:28

    그렇다고 냉소하면서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을 접진 마세요. 솔직히 인생경험 좀 쌓이다 보면 대충 몇 마디 나눠보고 대화 되는 사람/안 되는 사람 견적이 나오기 마련이니,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는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인터넷이든 현실이든 꾸준히 대화 되는 사람들을 찾아나서고 또 비슷한 결의 사람들이 운좋게 한곳에 모이길 바라는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 EASTHOME글쓴이
    1.3 20:26
    @스테레오

    저도 냉소하지 않고 항상 음악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반기듯 대화를 하는 사람이었지만, 이제 마흔 넘은 인생 경험에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전면에 내새우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강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고 거기에서 항상 대화가 엇나가기 쉽다는 생각입니다. 음악 듣기가 사회적인 활동은 아니니까요. 대화가 되는 사람이다 싶어도 이상한 허영과 허세는 어쩔 수가 없더군요. 저도 운좋게 그런 벗을 만날 수 있다면 즐겁겠지요

  • 1.3 10:27

    비단 음악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그래요

    그럴때 마냥 상대방이 우매해서 그렇다는 생각보다 이런 사람들과 건설적인 대화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를 고민해보면 좋을것 같아요

    물론 안그러셔도 되는데 결국 나한테 이득이 되고 내가 얻어가는것이 많은 쪽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상황에서든 배울 것을 만들면 좋더라구요

  • EASTHOME글쓴이
    1.3 20:28
    @ChannelSkyBlue

    사실 저기 사례로 든 류이치 사카모토 얘기가 그렇습니다. 뭐 그의 음악 경력을 거창하게 이야기하려는 의도도 아니고, 말년에도 충분히 명작을 낼 수 있고 인간은 진보할 수 있다는 류의 긍정적인 이야기였는데, 짚는 포인트가 류이치가 먼저냐 사카모토가 먼저냐는 식의 지적도 그렇고 설명을 해줘도 그저 우기는 것 밖에 못하는 사람이 마흔이 넘는 사람이면 아예 포기합니다. 차라리 음악 지금 듣기 시작한 사람들이 더 순수한 사람들이 많더군요. 배울 것도 많고.

  • 1.3 14:02

    책 한 권 읽고 신념을 가진 자는 피하는 게 상책인 듯...

  • EASTHOME글쓴이
    1 1.3 20:28
    @한겨울

    네. 그래서 저도 그냥 아예 음악 대화는 되도록 안하려고 합니다. 기대도 안하구요.

  • 1.3 17:22

    애매하게 아는게 가장 무서운법…

  • 1.3 23:41

    저만 이런 생각 하는게 아니였네요. 최대한 말을 아끼는것도 정답은 아니지만 나름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대화를 만드는 사람은 잘 주고 잘 받는 사람인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을 현실에서 만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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