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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과 산울림, 송골매와 사랑과 평화. 조용필과 데블스 등등.
한국 락의 역사에서 레전드라 불리며 지속적으로 소환되는 아티스트와 앨범들은 꽤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유독 퀄리티에 비해 저평가 받는 아티스트로 김기표와 윤수일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우선 제가 요즘 즐겨 듣는 노래 두 개부터 소개하겠습니다.
https://youtu.be/KnLGQNqo5Oc?si=NCrbV6wAkZv1bveN
https://youtu.be/FHO8ZHrMZlY?si=lQ7iUArdg4336ny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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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곡 다 김기표 작곡에 윤수일이 부른 노래입니다. 그리고 퓨전 재즈와 약간의 훵키함에 섞인 좋은 소프트 락입니다. (아마 영미권 팝 분류로는 sophisti pop 정도로 불리지 않을까요?)
제가 모든 곡을 들어본 것은 아니지만, 70년대 중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이렇게 팝적인 터치로 완성도가 높은 상큼한 노래는 드문 편입니다. (어찌할 수 없는 뽕끼나 산울림/송골매에서 드러나는 한국적 음악이라는 텁텁함-아마추어리즘?도 없습니다)(이런 부류로 생각나는 또 다른 그룹이 있다면, 벗님들 정도?)
그리고 이 '팝적인 터치'가 저평가의 원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평론가들은 항상 '팝적인 터치'보다는 예술성 - 달리 말해, 어떤 장르적 완성도에 충실하거나 독특한 지점이 있는 작품을 높게 평가하곤 합니다. 나아가, 트로트는 물론 대중 가요 (발라드 등)를 꽤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죠.
그런 의미에서 락에서 시작했지만, 트로트를 섞은 트로트 고고로 한국 락의 암흑기라 불리는 대마초 파동 이후의 시기에 최전성기를 달렸던 김기표와 안타 기획 (윤수일이 있었던 소속사?)을 편견어린 시선으로 보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기표는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훵키한 락이 랩-댄스 음악으로 완전히 바뀌 가요계에서도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그룹사운드 출신이라는 점도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아이돌의 아버지로 더 유명해진 80년대 중반 박남정의 댄스 음악과 90년대 초반 심신의 댄스 음악은 모두 김기표 손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들어보면, 프린스 같은 synth funk의 느낌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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