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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계 여친 사귄 썰 푼다 ㅋㅋ

title: Heartbreak수저2024.09.22 18:48조회 수 8030추천수 13댓글 40

yeule - softscars 리뷰

softscars.webp

Released on 2023. 09. 22.

Genre : Indietronica, Dream Pop, Shoegaze

 

※ 죄송합니다. 제목은 어그로입니다. ※

 

율은 그라임스가 제시한 컨셉츄얼한 신스 팝에 강한 영향을 받아 그동안 다양한 컨셉의 팝 음악을 구사해왔다. 대표적으로 전작들인 Serotonin IIGlitch Princess가 있다. 그리고 율은 선택을 해야 했다. 이전까지 해오던 전자음악 계열의 팝과 자신만의 색깔을 더욱더 강화시켜 나갈 것인지, 혹은 새로운 음악을 시도 해볼 것인지. 율은 후자를 선택했고, 그렇게 나오게 된 본작은 이전까지 해오던 율의 음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발매 직후, 평가는 둘로 나뉘었다. 하나는 율이 해오던 글리치 팝이나 신스 팝에 슈게이징과 드림 팝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평이 있는 반면, 전작들에서 보이던 율만의 독보적이고 고유한 색채가 장르 융합과 함께 희석되어 그녀만의 세계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필자는 두 의견 전부 공감한다. 실제로 율의 음악에서만 볼수 있던 그녀의 음악 세계가 본작에서는 상당히 옅어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매 후 1년이 지난 지금, 이 앨범을 다시 보았을 때 과연 본작은 율의 컨셉이 옅어진 커리어 로우라는 말만으로 함축 될 수 있을까?

 

우선 제목인 softscars가 상징하는 바는 율의 과거와 연관된 흉터들이라고 하며, 율은 이 제목에 대해 "시간은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처는 완화되어 흔적이 남는다" 라고 이야기했다. 앨범 커버는 앨범 속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주제 중 하나인 멘헤라성을 상징하는 지뢰계의 착장을 입은 율의 모습이 보인다.

 

앨범의 전반적인 흐름을 짚어보자. 전반부는 강렬한 노이즈 팝 사운드가 분위기를 이끌다, 하나의 짧은 스킷을 기점으로 해 스타일이 글리치 팝과 앰비언트 스타일로 전환된다. 자세한 트랙 리뷰로 넘어가보면, 첫 트랙 x w x는 본작이 이전 율의 음악과는 다른 스타일이란 것을 격렬한 밴드 사운드로 완벽하게 선보이며 시작부터 엄청난 임팩트를 남긴다. 본작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단숨에 보여주고 큰 인상을 남기는 것이 한 앨범의 인트로로써 아주 완벽한 곡이라 생각한다. 이후에는 몽환적인 드림 팝과 슈게이징 사운드를 위시한 sulky baby, 4ui12 등의 트랙들이 지나며 흐름이 고조되고 전반부의 마지막 트랙 dazies에선 서정적이지만 파워풀한 밴드 사운드를 이용해 아주 훌륭한 감정적 부양을 자아낸다. 이후 피아노 인털루드 스킷 fish in the pool이 지나고 앨범은 후반부에 진입한다. 후반부는 시끄럽고 화려하던 전반부에 비해 상당히 다운된 톤과 무드로 앨범을 이끈다. 그리고 cyber meat에서는 다시 밴드 사운드가 등장하며 앨범의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연출해내고 aphex twin flame으로 앨범은 마무리 된다.

 

8-90년대에 잠깐 반짝 하다 사라졌던 슈게이징과 드림 팝은 단연코 인디 락 계열에서 현 트렌드에 오른 장르 중 하나다. 그 이유에 대해 다룰건 아니지만 본작은 확실한 그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다. 율의 인터뷰를 참고해 읽어본 본작에 괌한 필자의 해석은 옛날의 음악들과 문화들을 앨범 속에서 전시하듯이 보여주는 것은 율이 살고 있던 전자 세상에서 잠시 물러나, 기억이 허락하는 한의 현실 세상을 회상하는 것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현실 세상 속에서의 상처는 자연스레 율의 세계를 전자 세상 속으로 밀어 넣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상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치유되며 하나의 흉터가 된다. 하지만 그 흉터는 부드러워도 여전히 선명하고 흉측하게 피부에 남아 그녀를 여전히 고통받게 한다. 극적이었던 전반부는 상처를 상징하고 스킷 이후 다운된 톤은 제목의 부드러운 흉터를 의미하는 듯 하다. 가사적으로도 광기 넘치는 짝사랑, 즉 멘헤라성이 주요 주제로 다뤄지며 썩은 데이지, 자살 등 여러 우울하고 반사회적인 이미지를 투영한다. 이후 후반부에 들어서며 감정은 누그러 들었지만 광기와 사랑은 더욱더 심화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녀는 이런 사랑을 지옥으로 표현하며 앨범의 마지막 aphex twin flame에선 결국 그녀의 짝사랑이 영원히 이뤄지질 알을 것을 암시하며 열린 결말로 앨범을 마무리하게 된다.


These rotten daisies
이 썩은 데이지들은
Look just like
꼭 닮아있어
Just, just like you
그저, 너처럼
- dazies 中

 

For you, for you, Adieu
널 위해, 널 위해, 안녕
Come a little closer
조금만 더 가까이 와
Come right through
그저 지나가버려
My skin
내 피부를
- aphex twin flame 中

 

그리고 이러한 서사를 뒷받침하는 음악적인 요소들은 어느 때는 거세게 표현되고, 다른 때에는 부드럽게 표출되며 하나의 앨범으로 곡들을 묶는다. 전반부의 뜨겁고 생생한 인디-트로니카 밴드 사운드는 슈게이징이라는 마이너한 하나의 열풍을 본인만의 감성과 섞어 그녀의 음악적 영역을 더욱이 넓혔다. 이후 짧은 스킷으로 자연스레 이어지는 후반부의 황홀하고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는 기존의 율의 전자 음악과 드림 팝의 완벽한 조화라고 할수 있다. 율의 음악은 이 앨범에서 더욱더 진화했다. 앨범 속에서 보여지는 능숙한 완급 조절과 몽환적이고 말끔한 사운드 디자인은 그녀의 새로운 세계를 음악 속에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레 녹아들게 만들어 세계를 확장시킨 것이다.

 

이렇게 확장된 율의 세계와 그녀의 음악적 진보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분명히 컨셉츄얼한 팝의 기념비일 것이다. 그리고 이 앨범이 발매 1주년을 맞았다. 필자가 율의 신보를 두근두근하며 찾아 들었던 것이 벌써 1년이 됐다니 시간 참 빠르다. 아무튼 오늘은 1주년 기념으로 율의 softscars를 리뷰해봤다. 만약 이 앨범을 아직 들어보지 않았거나, 들었다 해도 사뭇 기억 속에서 흐려진 분들은 이 앨범을 다시 한번 청취해보자.

 

가사해석 : https://hiphople.com/album/27357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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