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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애플(THORNAPPLE) - 은하 (분석 + 리뷰 = 감상문)

title: CMIYGL코지보이2024.08.01 17:46조회 수 357댓글 0

https://youtu.be/8fCfMCozRhA?si=oBh3P0_CZut26k90

 

<들어가며>

 우울에 빠져있는 사람을 위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슬픔을 나누면' 때로는 '반'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배'가 되기도 하는 상황에서, 진심이 없는 공허한 위로는 오히려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위로가 되어주지 않고, 더 큰 슬픔으로 그 사람을 잠식한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쏜애플의 음악은 한 편의 위로가 된다. 여러 이펙터가 다채롭게 사용된 세션의 수려한 소리와 애처롭게 들리기도 하는 보컬 '윤성현'의 목소리와 특유의 가사가 매력적인 쏜애플의 음악을, 떠올려보면, '위로'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image_1621240963867.jpg

 

마치 손목을 그은 채 물에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의 『이상기후』 앨범 커버에서 느껴지듯, '생존'이라는 주제로 몸서리치는 외로움에서도, 처절하게 삶을 노래하는 그들의 노래는, 타인에 대한 위로보다는, 철저한 자기 스스로의 내면과 그 내면의 감정들을 표현해낸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그들의 처절한 내면에 대한 노래는, 이유는 다르지만 어떠한 이유로 우울감을 겪는 이들에게,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위안과 공감을 안겨 주며 '위로'가 된다. 억지로 따뜻하게 '살아라'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그럼에도 처절히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담긴 '쏜애플'의 노래는 그들 특유의 가사와 윤성현 특유의 보컬 덕분에 어쩌면 냉소적이고, 차갑게 느껴지지만, 항상 외로움과 우울함이 찾아올 때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노래는 단연 '쏜애플'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쏜애플 노래 중 「은하」는 독특하다. 그들의 3집 『계몽』에서도, 변함없이 쏜애플 만의 감성이 담겨 있는 음악을 하며, 특히 「2월」과 「로마네스크」와 같은 노래에서는 쏜애플 특유의 악기 세션과 윤성현의 보컬이 어우러져, '쏜애플'이 표현하는 외로움의 감정이 너무나 음악에 아름답게 표현되어, 쏜애플의 음악을 기대하는 리스너들에 마음을 충족시켜주었다. 이러한 「2월」과 더불어 『계몽』의 더블 타이틀로 올라있는 노래가 「은하」인데,

「은하」는 앨범 수록곡 10곡 중 9번째에 올라있을 정도로, 앨범 후반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은하」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악기 소리와 윤성현의 보컬은 기존 쏜애플과는 사뭇 다른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노래 분석>

이펙터를 입힌 기타의 소리로 시작하는 「은하」는, 잔잔하게 깔리는 기타 음과 함께 담담하게 더해지는 윤성현의 보컬로, 기존의 음악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만들어낸다.

아무리 걸어도 밤은 끝이 안 보이고

여전히 사람들은 달이 어렵기만 해

나는 이제 아무것도 빼앗고 싶지 않아

'아무리 걸어도 밤은 끝이 안 보이고'에서 '밤'은 마치 아무리 혼자 괴로워하도 끝나지 않는 우울감과 고통의 시간을 의미하는 듯하다.

 

https://youtu.be/_2u3Te30C_0?si=iqLpf2bxyAk4B9Hm

 

'여전히 사람들은 달이 어렵기만 해'는 쏜애플의 또 다른 명곡인 「어려운 달」이 떠오르며, 「어려운 달」과 연결 지으면, '달'은 과거에 헤어진 연인을 뜻하기도 하고, 혹은 괴로워하는 우울감의 시간인 '밤'에 밝게 빛나는 '달'과 같이, 외로움과 어려움의 시간을 이겨내고 나아가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러한 우울감에서 '빛'이 있는 달로 나아가기 힘든 상황을 뜻하기도 한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빼앗고 싶지 않아'라는 말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거기서 오는 자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말임과 동시에, '내가 뺏기지 않기 위해 남의 것을 뺏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기타 소리만 있던 음악에, 서서히 더 많은 악기들이 더해진다.

'바라지 않으면 아무것도 잃지 않아'

'믿지 않으면 미움은 싹이 트지 않아'

거리에 가득 차 있는 비겁한 가르침으로

날 걸어 잠그네

개인적으로, 「은하」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사이자, '쏜애플' 특유의 감성이 잘 묻어나있는 가사라고 생각한다. '바라지 않으면 아무것도 잃지 않아'는 '결국, 상처받은 이유는 네가 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바랬기 때문이니, 너의 잘못도 있다.'라는 다소 엄격하고 차가운 사실을 의미하며, '믿지 않으면 미움은 싹이 트지 않아'역시 '사람을 너무 믿고 잘해주지 마. 그럴수록, 네가 배신 받을 때 받는 상처가 더 커'라는 조언이 떠오른다. 이러한 조언은, 차갑지만 결국 믿음이 저버림을 당한 사람에게 하는 '조언'이자 충고의 말이 된다. 이 말을 들은 쏜애플은 '거리에 가득 차 있는 비겁한 가르침으로 날 걸어 잠그네'라고 표현하는데, 이 표현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거리에 가득 차 있는 비겁한 가르침'이라는 말 자체에서, 이미 이러한 사람들에 '소시민적' 의식에 대한 반발이 가득 표현되어 있는 것이 매우 '쏜애플' 스러운 가사 작법인데, 이러한 '가르침으로 날 걸어 잠그네'라는 표현에서, 이 말이 공허하고 신뢰되지 않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상처를 받는 자신이 이러한 '소시민적 태도'로 걸어 잠그는 것이 더 상처를 받지 않는 현실적인 방식이라는 것으로, 이상과 현실 사이의 타협과 그 타협에 대한 스스로의 불만족이 모두 표현된 '쏜애플' 감성이 잘 묻어나는 가사이다.

아주 먼 길을 돌아가다

누군가 울음을 참는 소릴 들을 때

잠시나마 혼자가 아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항상 날카롭고 처절하게 '슬픔'을 노래하던 윤성현의 목소리가, 너무나 따스하게 들리며, 마치 외로움에 처한 이들을 따듯하게 안아오는 부분으로, 이 부분을 들었을 때, 순간 '울컥'하고 눈물이 났던 부분이다. '외로움'의 공간인 '밤'에서 자신이 그토록 따르고 싶지 않던 소시민적인 사람들의 마음으로 자신을 잠그며, 상처받지 않으려는 노래 속 화자는, 그 '밤'의 공간을 떠돌다 '울음을 참는' 즉, 자신처럼 외로움과 상처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마주한다. 이는, 자신의 상처와 슬픔을 노래하던 쏜애플이, 그들의 노래를 듣고 함께 공감하고, 울음을 참으며 그들처럼 '생존'하려 하던 그들의 팬을 보게 되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윤성현의 목소리는, 그러한 외로움을 함께 지고 살던 이들을 따듯하게 위로해 주는 것처럼 들린다.

잠을 참고 기다리고 있어요

어디론가 데려가 줘요

나날이 저무는 나의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어요

그대가 흐르는 밤을

'외로움'이 가득한 '밤'에서 '잠을 참고 기다리고 있다.'라는 표현은 매우 새로운 비유법이다. '외로움'과 '슬픔'으로 잠 못 이루며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오히려 '잠을 참으며, 자신을 이 외로움에서 빠져나오도록 인도해 줄 사람'을 기다린다고 표현하며, 그들은 외로움에 밤에서 하늘에서 밝게 흐르는 '은하'를 바라본다. 외로움과 슬픔에 몸부림치지만, 하늘에서 흐르는 은하를 보고, 소원을 비는 것처럼, 쏜애플은 그들이 그 외로움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한 믿음의 표현을 '나날이 저무는 나의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다.'라고 표현하며, 당장 외로움에서 꺼내줄 게가 아닌, 그 외로움이 끝날 순간이 올 것이며, 그것을 여러분은 '잠을 참고 기다리고 있다.'라고 표현하는 쏜애플의 위로는 「은하」의 따듯한 선율과 어우러져, 쏜애플만의 위로를 전달한다.

 

깜깜한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별처럼, 은은하면서도 밝게 울리는 기타 소리는 듣는 이를 따듯하게 안아주는 듯하다.

아주 긴 노래를 부르다

오래전에 잊은 마음을 찾아낼 때

함께 시간을 녹여줘요

잠시나마 커다란 밤이

줄어들 것만 같아

'오래전에 잊은 마음'은 긍정의 마음인지 부정의 마음인지 여러 의미가 있다. '아주 긴 노래를 부르다'에서 여러 노래를 부르던 윤성현이 생각난 마음은 '음악을 좋아하던 시절의 순수함'일 수도 있고, 혹은 그 이전에 외로움과 슬픔에 감정을 담으며 노래를 부를 때 느낀, 그 시절 본인의 '외로움과 슬픔'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은 그 시절의 '외로움'인 듯하다. '함께 시간을 녹여줘요'라는 표현은, 외롭던 시절의 누군가가 자신과 함께 있기를 소망하던 마음이다. '잠시나마 커다란 밤이 줄어들 것만 같아'에서 '외로움과 고통'의 시간인 밤을 함께 버텨주며 자신의 외로움을 채워줄 사람을 그 시절의 윤성현은 간절히 바란 듯하다.

그대 나의 별이 되어 날 이끌어 줘요

그대 나의 별이 되어 날 이끌어 줘요

'그대 나의 별이 되어 날 이끌어 줘요'라는 가사의 시점과 대상이 누군지를 여러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커다란 밤'을 함께 녹여줄 사람을 기다리던 '윤성현'이 그 시기에, 자신을 괴롭히던 외롭고 고통스러운 '밤'의 공간에서, 그 외로움을 빠져나올 수 있게 자신을 밝혀주는 '별'이 될 사람을 찾으며, 그 별을 따라 찬찬히 걸으며, 외로운 밤을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이 표현된 듯한 가사이다. '날 이끌어 줘요'라는 가사가 애처롭게 반복되며, 외로움에 처해있던 자신을 누군가 꺼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련하게 느껴져온다.

잔잔하게 깔리는 드럼과 기타 소리, 그 위에 나지막이 울리는 '아'라는 소리는, 외로움에 처한 사람에 '고통의 소리' 같다. 그러한 소리가 강조되는 것이 아닌, 고요하게 깔리며 지나가는 상황은, 과거의 외로움을 느끼던 윤성현의 감정이 지나가는 회상처럼 들리기도 하며, 현재 외로움과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외로움이 이렇게 지나갈 것임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머무는 우주가 끝날 때까지

잠을 참고 기다리고 있어요

어디론가 데려가 줘요

나날이 저무는 나의 목소리여

그대에게 닿아라

'밤'에서 공간이 '우주'로 넓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어두움의 이미지는 '밤'인데 그 이미지가 더 넓어져 '우주'가 된다. 어두움이란 감정이 '밤'이 아닌 '우주'로 넓어지는 것은, '괜찮을 거야. 너는 행복해질 거야'라는 단순한 응원을 넘어, 이 슬픔을 간직한 채로, 밤을 넘어 더 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음을, 그러니 '우울해도 괜찮아.'라는 더 넓은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첫 부분에 '잠을 참고 가디라고 있다.'는 것은 과거 우울과 고통 속에 있던 자신이라면, 지금의 '잠을 참고 가디라며 어디론가 데려가 주길 바라는 이'는 다른 고통에 빠진 사람, 그리고 이러한 자신의 노래를 들으며 현재 외로움에 처해 있는 쏜애플의 팬을 의미하는 듯하며, '나날이 저무는 나의 목소리여 그대에게 닿아라'는 이런 슬픔에 빠져 있는 게 너 혼자만 아니라, 여럿이며, 그러니 혼자 슬프고 외롭다며 자책하고 괴로워하지 말라는 위로의 목소리로 전해진다.

슬픔이 세상을 삼키기 전에

나와 함께 떨어져 줘요

나날이 저무는 나의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어요

그대가 쏟아지는 밤을

'슬픔이 세상을 삼키기 전에'라는 표현도 너무나 마음에 든다. 자신의 목소리와 메시지가, 자신처럼 슬픔과 고통을 느낀 사람에게 빨리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러난다. '나와 함께 떨어져 줘요'는 '은하'를 의미하며, 이는 자신이 외롭던 시절에 자신에게 위로가 되었던 존재를 '은하'로 비유한 것처럼, 자신의 음악이 그러한 외로움에 있는 사람에게 밤하늘 빛나는 '은하'처럼 그 고통과 외로움을 이겨낼 잠깐에 '힘'이 되기를 바라는 듯하다.

 

<개인적인 감상>

 '쏜애플'은 유독 외롭고 힘들 때 찾아 듣게 된다. 행복한 순간에는 '쏜애플' 노래에 손이 잘 가지 않는데,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아티스트여서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날도 어김없이 3집 『계몽』을 들으며, 하염없이 홍제천을 걷고 있었다. 멍한 채로, 정처 없이 걷던 중
「은하」가 흘러나왔다.
멍하니 「은하」에서 흘러나오는 윤성현(보컬)의 목소리를 듣던 중, '이 사람이 목소리가 이렇게 따뜻했구나'라고 생각하다가, 순간 울컥하며 눈물이 났다.
노래를 분석해 보니 「은하」는 자신의 외로움과 슬픔이 담긴 음악을 들어주었던 팬들을 향한 노래 같았다.
'외로움과 고통'을 느끼는 사람에게 '외로워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은하」는,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타인을 향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쏜애플'스럽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음악을 사랑해 주는 팬을 향한 '쏜애플'의 위로의 마음, '외로움과 고통'을 느끼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쏜애플의 마음이 담긴 듯하여,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노래로, 7월 한 달간 참 많이 들은 노래이다.

 

쏜애플.jpg

 

원글: https://blog.naver.com/kszysaa/223533195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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