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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는 이문세와 유재하가 시작이 아니다.

ILoveNY2024.06.03 14:34조회 수 1198추천수 13댓글 13

(1)

 

평론가들이나 대중 음악사 관련 책들 다 읽어봐도, 한국형 발라드는 유재하 - 이문세/이영훈에 의해서, 80년대 중반에 등장한 것으로 말해집니다. (이문세/이영훈의 첫 합작인 이문세 3집이 85년에, 유재하 1집은 87년이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등의 곡들은 84-85년 경에 이미 앨범에 조용필, 김현식 등의 앨범에 수록됩니다.)

 

물론 그 전에도 '발라드 비스무리한' 음악은 있었지만, 이영훈 - 유재하가 만든 발라드의 특징으로 보통 다음 같은 것들을 뽑습니다. (a) 리듬을 강조하지 않고 서정적인 기승전결의 형식 (b) 트로트 창법에서의 탈피 (c) 피아노와 현악기 위주의 사운드.

 

(2)

 

그렇지만 한국 옛날 노래를 계속 듣고 있는 입장에서는 썩....수긍이 가는 내용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70년대 후반이라면 모를까, 80년대 초부터는 이미 이러한 노래들이 지속적으로 계속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죠.

 

https://youtu.be/fMmgz5RS0RE?si=GVfT4dGEwOfmdrLW

 

82년데 나온 이용의 '잊혀진 계절' (이범희 작곡)은 이미 피아노 - 스트링에 코러스가 잔뜩 들어간 발라드 사운드를 보여줍니다. (아마 클래식 가곡의 영향이 아니었을까...생각합니다.)

 

https://youtu.be/vKewVdgIt2w?si=vqtETI_P_BI4EKdh

 

이 역시 82년도에 나온 나영의 '빗소리 들리는 밤' (계동균 작곡)이라는 곡입니다. (곡 자체는 기록상 79년도 박해진 음악에 이미 취입된 것으로 나오는데, 제가 음원이나 LP 실물은 못 찾겠네요.) 이 역시도 피아노 - 스트링 위주의 발라드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래도 아직 이용/나영의 창법에는 트로트가 섞여 있긴 합니다. (그리고 앨범의 다른 수록곡들을 들어보면, 당시 대중 가요의 다른 장르들이 그대로 보입니다. 훵크-시티팝-트로트풍의 곡도 있고, 트로트-컨트리풍의 코미디 노래도 있고, <한오백년> 같은 구슬픈 트로트도 있고 그렇습니다.)

 

이제 완전히 트로트에서 벗어난 발라드를 보이는 곳으로는 85년도에 보입니다. 

 

https://youtu.be/kioea9xa-5k?si=TdrrQyjIzVg0OwfF

 

들국화의 최성원이 기획한, <우리 노래 전시회 1집>입니다. 옵니버스 앨범인데, 추후 동아기획/하나뮤직에 속하는 여러 가수들이 참여했습니다. 그 중 첫번째 트랙인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은 최성원 작곡인데, 트로트의 영향이 전혀 보이지 않는 완벽한 발라드입니다. (가수는 이광조인데, 이광조는 70년대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커리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형 발라드는 이광조부터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이광조 1집을 인터넷상으로는 구할 수가 없네요.)

 

그리고 1년 앞서 84년도에 나온 이선희의 'J에게'도 트로트의 영향이 거의 없는 발라드 가까운 곡입니다. 

 

https://youtu.be/GpgRMHBXJ6s?si=WNk-Up0uOnkMc3e6

 

(이것 외에도 다섯손가락, 이범희가 참여한 나미 3집, 민해경의 음악 등등에서 이런 발라드가 보입니다. 몇몇은 기타 솔로가 길게 들어가긴 하는데 아마 당시에 유행하던 파워 메탈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게 나중에 락 발라드가 되는 셈이죠.)

 

(3)

 

그렇다면 한국 발라드는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요?

추측하기로는 이렇습니다. 

(a) 당시에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 계층이 주로 듣던 음악에는 (송창식, 김민기, 정태춘 등등) 포크도 있고, (산울림, 송골매 등등) 캠퍼스 락도 있었지만, 클래식 가곡도 꽤 있었습니다. 아마 이 가곡풍 노래를 대중 가요화 한 것이 발라드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클래식 가곡 반주에나 주로 쓰이는 피아노와 현악기들이 전면에 나선 것이고요.)

 

(대표적으로 78년 MBC 대학 가요제로 데뷔한 노사연의 '돌고 돌아가는 길'이라던가 [노사연씨는 성악 교육을 받았습니다. 돌고 돌아가는 길 자체는 민요와 성악의 결합인데, 이런 민족 음악 추구는 당시 대학가의 한 풍경이기도 했습니다. 노고지리, 가람과 뫼, 김태곤에서부터 전인권 1집까지 여러 가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계속 대학 가요제 심사위원으로 이범희 작곡가가 있었습니다.)

 

(b) 다만 그동안 피아노와 현악기들은 트로트의 핵심 악기였습니다. (이는 50년대 이전에 트로트와 스탠다드 팝을 작곡하던 사람들이 딱히 구분되지 않았고, 이들만이 따지고보면 꽤 수준 높은 음악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죠. 박시춘, 이봉조, 길옥윤 등등)

그렇지만, 엄인호 - 이정선으로 대표되는 70년대 언더그라운드 포크씬은 이 트로트의 영향을 필사적으로 제외하려고 했습니다. (역으로 70년대에는 포크와 트로트를 섞여가는 시도가 꽤 있었습니다. 최백호, 심수봉, 송창식의 몇몇 노래들, <여고시절> 같은 음악들이 그렇죠.) 

그리고 마침내 80년대에 들어서, 트로트의 영향이 없는 대중가요가 대중들에게 진입한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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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 ILoveNYBest글쓴이베스트
    3 6.3 16:41

    (1)

     

    '임팩트'가 놀라웠다는 건 맞는 말이겠지만, 여기에는 단순히 음악성만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음악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단지 언급되지 않는 음악도 음악성이 떨어진다고 전 생각하지 않으니, 유재하/이문세에 플러스 알파가 있다 생각하는 편입니다.)

     

    우선 시기적으로 발라드 붐의 초입부였던 운도 있어 보입나다. 85년 이후 변진섭을 비롯해, 신승훈 등등 우리가 아는 발라드가 차트를 석권하기 시작힙니다.

    그러다보니 이것의 기원이 어딜까...찾다보니 시기적으로 가까운 유재하와 이문세를 지목하게 된 것 아닐까 합니다.

     

    또한 앨범 전체가 발라드인 것은 이문세와 유재하가 최초인 것은 맞아보입니다. 싱글보다는 앨범이 평론의 기본 단위라는 점에서, 당연히 이들이 최초의 "발라드 앨범"으로 리스트에 오르게 그게 계속 복제되었겠죠. (그러다보니 복각도 이들이 먼저 되고 접근이 편해지니 다시 편향이 생기고...)

     

    마지막으로 발라드 가수로서의 정체성과 커리어를 이들이 꾸준히 유지했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용이나 최성원, 이광조 등은 롱런하지도 못했고 이것저것 다양한 장르적 시도를 많이하기도 했죠. 반면 이문세는 꾸준히 발라드 앨범을 냈고 발라드라는 정체성 속에서 이것저것 시도한 느낌입니다.

     

    또한 유재하는, 이런 말은 조금 그렇긴하지만 요절이 주는 신화적 아우라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 6.3 14:40

    양질의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 6.3 15:03
  • 6.3 15:04
  • 6.3 16:29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문세 유재하 등이 언급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들의 임팩트가 가히 놀라웠기 때문이겠죠??

  • ILoveNY글쓴이
    3 6.3 16:41
    @Kan¥ewe$t

    (1)

     

    '임팩트'가 놀라웠다는 건 맞는 말이겠지만, 여기에는 단순히 음악성만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음악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단지 언급되지 않는 음악도 음악성이 떨어진다고 전 생각하지 않으니, 유재하/이문세에 플러스 알파가 있다 생각하는 편입니다.)

     

    우선 시기적으로 발라드 붐의 초입부였던 운도 있어 보입나다. 85년 이후 변진섭을 비롯해, 신승훈 등등 우리가 아는 발라드가 차트를 석권하기 시작힙니다.

    그러다보니 이것의 기원이 어딜까...찾다보니 시기적으로 가까운 유재하와 이문세를 지목하게 된 것 아닐까 합니다.

     

    또한 앨범 전체가 발라드인 것은 이문세와 유재하가 최초인 것은 맞아보입니다. 싱글보다는 앨범이 평론의 기본 단위라는 점에서, 당연히 이들이 최초의 "발라드 앨범"으로 리스트에 오르게 그게 계속 복제되었겠죠. (그러다보니 복각도 이들이 먼저 되고 접근이 편해지니 다시 편향이 생기고...)

     

    마지막으로 발라드 가수로서의 정체성과 커리어를 이들이 꾸준히 유지했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용이나 최성원, 이광조 등은 롱런하지도 못했고 이것저것 다양한 장르적 시도를 많이하기도 했죠. 반면 이문세는 꾸준히 발라드 앨범을 냈고 발라드라는 정체성 속에서 이것저것 시도한 느낌입니다.

     

    또한 유재하는, 이런 말은 조금 그렇긴하지만 요절이 주는 신화적 아우라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 6.3 16:54
    @ILoveNY

    작성자 분의 고찰을 통해 이런 현상을 또 다른 시각에서도 볼 수 있게 되네요ㅎㅎ 감사합니다

  • 6.3 16:59

    시작보다는 버벌진트의 modern rhymes ep처럼 한국형 발라드를 정립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6.3 21:32
  • 6.3 22:49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은 창법도 참 세련됐네요 믿기지 않을 만큼..노래자체도 queen의 love of my life가 생각나기도하고

  • ILoveNY글쓴이
    1 6.3 23:18
    @soulquarians

    개인적으로 더더 주목받아야하는 아티스트들과 곡들이라 생각합니다.

     

    요근래 일본 시티팝 붐으로 김현철이나 윤상 같은 80년대 말 90년대 가수들을 재조명을 받는데, 이런 토양을 갈고 닦은 (트로트에서 벗어난) 한국적 팝을 만들려고 했던 동아기획/하나뮤직의 결성자들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못 받아 아쉽습니다.

    (따지고보면 일본 시티팝의 원류인 뉴뮤직도 엔카/일본 가요곡에서 벗어난 일본적인 팝을 만들려는 시도였는데 말이죠.)

     

    이런 음악이 맘에 드셨다면 신촌 블루스 1집, 괴짜들 1집도 추천드립니다. 훵크나 디스코의 영향이 강한 일본 시티팝과 다르게 기타의 영향(블루스긴한데, 굳이 따지면 존 메이어나 브루스 스프링스턴 같은)이 두드러지는 한국식 팝을 제대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한국식 팝이 일본 시티팝과 다르게 훵크/디스코를 수용하지 않은 건, 트로트가 먼저 훵크/디스코를 흡수해서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훈아의 80년대 곡들은 굉장히 다채로운 리듬을 트로트 창법과 뒤섞은, 가끔 놀랍게도 시티팝 스러운 지점이 있습니다.)

  • 1 6.4 00:11
    @ILoveNY

    안그래도 우리노래전시회 1집 찾아 들으면서 정말 선물 받은 기분이었어요. 댓글에 추천해주신 앨범들도 각각 색과 질감이 살아있으면서 사운드도 참 멋진 앨범들이네요. 한동안 우리나라 노래들은 곡단위로 들었는데 두고두고 들을 좋은 앨범들 알아갑니다. 좋은글과 추천 감사합니다!

  • 1 7.6 06:44

    최초라는 개념을 적용하는게 이 주제에 적합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비틀즈가 떴을 때, 영국에는 비틀즈와 유사한 감성의 아티스트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메이저인 비틀즈가 사랑받을 때, 마이너인 Vashti Bunyan 의 감성을 좋아했던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 BTS 가 세계적으로 뜨고 있을 때, 그와 비슷한 아티스트, 아이돌이 많은 것 처럼요. 이광조의 1집 포함, 대부분의 앨범을 소장하고 있지만, 그의 초기 음악세계는 다소 토속적 한국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물론, 그런 그의 초기 음악세계를 좋아하고요. 그래도 그를 한국적 발라드의 효시로 봐야할까 한다면 좀 갸웃거리는 면은 있습니다. 중기 이후는 확실히 모던한 부분이 가미되었지만, 이미 당시에는 어떤 순수음악 혹은 서정적 발라드의 저변이 꽤 넓었습니다. 최초가 누구냐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영훈-이문세 부터를 한 획으로 보는 관점에 상당히 수긍합니다. 다만, 이문세에게 이영훈이 있었다면, 이광조에겐 이정선이 있었지요. (이광조도 9집부터는 이영훈에게 곡을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노래 전시회는 역사적 앨범이지만, 그 앨범이 나올 때 까지 동아기획과 서라벌이라는 음악적 저변이 있었고요. 어떤 날에겐 조동진이 뿌리였던 것 처럼, 모든 음악가는 조금씩 영향을 받는 관계가 있을 겁니다. 등산의 시작점엔 많은 뮤지션들이 있었지만, 한국적 발라드의 정점이랄까, 대표성을 말할 땐, 역시 이영훈을 빼고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1980년에 나온 조용필 1집도 한국적 발라드에 큰 영향을 주었고, 1964년에 나온 현미의 떠날 때는 말 없이는 한국적 블루스, 나아가서는 한국적 발라드의 뿌리에도 깊은 영향을 줬다고 봅니다.

  • ILoveNY글쓴이
    7.6 14:54
    @우티스

    오오오오오! 제가 정말 듣고 싶었던 앨범인데 들어보셨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토속적인 한국미라 하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걸까요? 혹시 김정호에서 시작되어서, 최백호 - 하수영에게서 느껴지는, 포크 기반의 멜로디 + 현악/관악 편곡 + 창이나 트로트 부르스를 연상하게 하는 창법을 말하시는 걸까요?

    아니면 송창식, 김두수, 김태곤에게서 느껴지는 타령 + 사이키델릭 포크의 느낌인가요? 아니면 정태춘, 전인권, 오세은 특유의 타령 + 블루스 느낌? 아니면 트리퍼스, 데블스 같은 70년대 후반 고고밴드에게서 느껴지는 타령+트로트+훵크의 느낌인가요? 굉장히 궁금하네요.

     

    또한 저희가 흔히 아는 발라드의 원형을 만든 것은 이영훈이라는 점은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다만 말하셨듯, 모든 음악에는 "최초" 이전에 그 최초에 영향을 주었던 것들이 있었죠. 저는 그 선사를 나름대로 밝히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게다가 적어도 80년대 초반 프로토 발라드까지는, 발라드라 부르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건 정의의 문제기 때문에, 참 골치가 아픕니다만 적어도 80년대 곡들은 가수의 창법을 제외하면 대체로 저희가 아는 발라드와 다를 바가 없는 곡들이 나오기 때문에 저는 이리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여러 책들이나 평론들을 살펴보면, 무언가 80년대 중반 발라드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드는 서술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현재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1) 우선 가장 전사의 전사로 생각해야 될 지점은, 나현구 사장의 오리엔트 음반 같습니다. 오리엔트 골든 포크가 (우리가 아는 발라드라 보기에는 뭐하지만) 송창식, 이장희 등 우리가 아는 (미국 포크 음악의 영향을 받은) 한국 통기타 음악을 물론 조영남, 홍민, 정미조처럼 (서양 클래식에 기반한) 가곡에 가까운 곡들을 한국에 도입한 듯합니다.

    (다만 정성조와 메신저스 / 강근식, 조동진, 이호준 등이 소속된 동방의 빛이 한 편곡을 거친 이 시대곡들은, 제 기준으로는 한국식 사이키델릭 포크에 가깝다 생각되긴 합니다. 왜냐하면 느낌상 퓨전 재즈나 그레이트풀 데드 같은 느낌이 더 많이 나거든요.)

     

    (2) 이 통기타씬 사람들이 75년? 전후로 대중 가요계 (트로트 혹은 재즈송 [스탠다드 팝의 한국식 변용])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일종의 '프로토 - 프로토 발라드'가 생성된 듯합니다.

    김정호가 가장 대표적이고, 최백호와 하수영 등의 곡에서 특히 이런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포크/팝송과 같은 멜로디지만, 당시 재즈송 작편곡자들의 실력으로 들어간 빠방한 관현악 편곡, 거기에 (아직은 발라드라 부를 수 없는) 트로트 브루스에 가까운 저음 창법까지 말입니다.

     

    (3) 이제 80년대에 들어와서, '프로토 발라드'라고 부를만한 곡들이 생긴 듯합니다. 제가 본문에서 언급한 이범희 등의 작곡가가 만든 곡들인데 이게 '이전 시기 프로토-프로토 발라드'와 무엇이 다른가하면, 보다 '서양 가곡', 즉 클래식 느낌이 더 강하게 난다는 점입니다. 기타 대신 피아노가 메인 리드를 이끈다는 점도 그렇고, 형식면에서도 기승전결에 가깝게 전개되고 여튼 그렇습니다.

     

    특히 이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배운 음대 출신들이 본격적으로 대중 가요계에 진출한 것도 발라드 형성에 중요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범희도 그렇지만, 이선희와 함께했던 송시현, 유재하도 음대 출신이고, 제 기억으로는 이영훈도 음대 출신으로 기억합니다. 다만 대중 음악에 관심이 있기에, 그나마 '모던하다고 해야할까요' 그랬던 대학 가요제나 하나/동아 기획쪽에 접근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신현준 선생님의 책에 있는 인터뷰에 따르면, 이영훈씨가 신촌블루스에서 세션으로 활동하다가? 이문세님이 엄인호씨인지 이정선씨를 찾아와 곡을 달라해서, 이영훈씨를 소개시켜주었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 재미있는 인연이죠.)

    (쓰다보니 TMI가 폭발하지만, 적어도 80년대 중반까지 한국 대중 음악계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트로트 같은 가요계와 그룹사운드/통기타 같은 언더그라운드, 이 둘만 구분하면 각 그룹들 사이에서는 한 다리만 건너면 대충 다 알더라고요. 조용필의 밴드인 위대한 탄생에 동방의 빛 소속 이호준, 사랑과 평화의 송홍섭, 후기 송골매의 이태윤 등등이 속했던 것만 봐도...ㅋㅋㅋㅋㅋ 재미있습니다.)

     

    (3-1) 그리고 80년대의 또 한 축은 말하신, 동아기획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7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동아기획 - 하나 음악의 '깔끔한 창법' (트로트 느낌이 나지 않는 창법)이 결국 발라드 보이스를 결정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의 곡이나 편성, 악곡은 발라드보다는 시티팝이라 해야할까요...? 그런 것에 가깝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윤상, 손무현, 김현철 등에 의해서 발라드와 하나-동아기획의 시티팝스러운 음악이 결국 하나가 되긴 하지만, 여튼 80년대 초중반을 기준으로는 두 음악이 꽤 차이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특히 신중현 등등이 프로듀싱한 이문세 1집, 2집과 이영훈과 함께 발라드를 정립했다는 4집을 들어보면 확연히 이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3집은 딱 과도기적이고요.)

     

    (3-2) 물론 중간에 나올 하광훈, 부활 등등이 보여준 AOR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고 그렇습니다.

     

    물론 아직 더 궁금한 주제가 많긴 합니다.

     

    특히 방송국의 "창법 저속"으로 검열된 경우, 저속하다고 여겼던 창법이 무엇인지 요즘 굉장히 궁금해하고 있긴 합니다. (아마 발라드 - 가곡풍의 깔끔한 창법은 분명 교회와 이 창법 저속 검열의 영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몇몇 인터뷰를 보면, 한국 통기타씬 가수 중에서 트로트 느낌이 전혀 없는 가수들 - 양희은, 현경과 영애 등등의 인터뷰를 보면,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배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렇고, 당시 방송국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노래"라 홍보했던 것이 가곡인 점을 고려해보면 무언가 재미있는 연구가 나올 듯 싶습니다.

     

    이정선 - 이광조가 활동했던 해바라기가 YMCA 같은 기독교 기관 중심으로 활동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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