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맘 가는 대로 골라본 에디터별 올해의 앨범 10
비겁한 변명처럼 들릴 수는 있겠지만, 사실 '올해의 ~~' 이런 식으로 결산을 내는 건 참 힘든 일이다.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야 하고, 또 그걸 객관적인 수치로 환산해 계산하고, 자체적인 순위를 매기기까지 해야 한다. 그렇게 번거로운 일임에도 어느 정도는 매체의 색이 드러나기 때문에 결산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작업이다. 그렇지만 힙합엘이는 이번에 조금 다른 방식으로 결산을 내려 한다. 매체의 색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작품을 한 줄씩이라도, 짧게나마 소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봤다. 힙합엘이의 매거진팀 에디터들이 각자 올해의 앨범 열 장을 꼽았고, 리스트에 대한 간단한 소개 혹은 이유를 적어봤다. 겹치는 앨범이 한두 장 정도는 있긴 하나, 그래도 겹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서로 취향이 다르다는 것에 새삼 놀라웠다. 어떤 에디터와 자신의 취향이 겹치는 편인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고, 몰랐던 앨범을 체크해서 2017년의 새 음악들이 밀려오기 전에 들어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Geda
After 7 – Timeless
Blood Orange – Freetown Sound
Frank Ocean – Endless/Blonde
Kindred the Family Soul – Legacy of Love
King – We Are King
Nao – For All We Know
Shura – Nothing’s Real
Solange – A Seat at the Table
Robert Glasper Experiment – ArtScience
Yuna – Chapters
취향이니깐 존중해주시죠! 베스트 앨범을 선정할까 하다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올 한해 무지막지하게 들었던 앨범들을 선정해보았다. 2016년은 알앤비/소울 계열에서 유난히도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이 나왔던 해가 아니었나 싶다. 모두 언급하면 좋겠지만, 눈물을 머금고 이번 리스트에서는 최대한 정규 앨범 안에서 선정해보았다. 그래서 애이지킬(Azekel), 조자 스미스(Jorja Smith), 시디베(Sidibe)는 조금 아쉽게 됐다. 아무튼, 우선 알앤비의 황금기라 불리는 1990년대 음악의 향수가 점차 알앤비/소울 아티스트들의 작품에서 느껴지기 시작한 게 너무나도 고무적이었다. 유나가 대표적으로 그랬고, 아예 그때의 음악을 들고 돌아온 애프터 세븐(After 7)의 귀환은 더 많은 그 시절 아티스트들이 컴백했으면 바라게 했다. 또한, 그 이전 시절의 향수를 담아낸 킹(King)과 슈라(Shura), 그리고 여전히 흠잡을 데 없는 음악을 들려준 킨드레드 더 패밀리 소울(Kindred The Family Soul)의 음악을 통해 알앤비/소울 음악의 과거와 현재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 이 외에도 발매 예정일보다 앞당겨 앨범을 발표한 블러드 오렌지(Blood Orange)와 <서울 소울 페스티벌> 이후 앨범을 낸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Robert Glasper Experiment), '올해의 간잽이'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앨범을 통해 여러 사건과 추억들을 되뇔 수 있었다. 2016년 한 해 동안 인상 깊은 앨범들이 많이 나온 만큼 2017년 또한 더 많은 알앤비/소울 앨범들을 들을 수 있는 해가 되길 기대한다.
Loner
Nao - For All We Know
Gallant - Ology
Beyonce - Lemonade
Solange - A Seat at the Table
Mac Miller - The Devine Feminine
Zhu - Generationwhy
Schoolboy Q - Blank Face LP
Dvsn - Sept 5Th
Ty Dolla $ign - Campaign
Childish Gambino - Awaken, My Love!
이 글이 올라갔을 때쯤이면 아마 나는 인도 대륙 한가운데를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여행을 가기 며칠 전, 이렇게 연말결산을 하니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괜스레 마음 한 켠이 먹먹해진다. 먹먹해진 가슴과 함께 2016년을 돌이켜보니, 유난히 알앤비 앨범을 많이 들었던 것만 같다. 비욘세(Beyonce), 솔란지(Solange) 자매가 들려주는 목소리와 함께 그들이 말하는 사회적 문제를 느끼며 내가 속한 사회에서의 문제들을 생각하기도 했었다. 나오(Nao)가 소화해낸 옛 향취가 묻어나는 사운드에 심취하며 감탄하기도 했다. 봄과 가을에는 끈적한 가사가 돋보이는 디비전(dvsn)이 자아내는 무드에 빠져 달달함을 갈망하기도 했고, '올해의 초난강' 갈란트(Gallant)의 가사들을 되뇌며 평소에는 책도 안 읽던 내가 철학자라도 된 듯한 기분에 빠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자주 들었던 앨범들을 생각해보니 그들이 선사했던 감정들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다양했던 것 같다. 시간이 있다면 지난해 나왔던 알앤비 앨범들을 다시 들어보길 권한다. 명반들과 함께 기분 좋게 아직은 풋풋한 새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Melo
Musiq Soulchild - Life on Earth
Keith Sweat - Dress To Impress
Maxwell - blackSUMMERS'night
Mayer Hawthorne - Party Of One EP
BJ The Chicago Kid - In My Mind
YG - Still Brazy
D.R.A.M. - Big Baby D.R.A.M.
Majid Jordan - Majid Jordan
Ariana Grande - Dangerous Woman
TWENTY88 - TWENTY88
사실 초정밀하게 베스트를 가리라고 하면 이런 리스트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얼토당토않아 보이겠지만, 은근히 옛날 사람, 옛날 음악을 좋아하는 내 취향이 적극 반영된 결과다. 뮤지끄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는 옛날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건재함을 과시했다. 키스 스웻(Keith Sweat)과 맥스웰(Maxwell)은 반가워서 자지러질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메이어 호쏜(Mayer Hawthorne),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BJ The Chicago Kid), YG, 드램(D.R.A.M.)의 음악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혼합해 오직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전에 없던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기본적으로 팝에 가깝고, 모양새가 깔끔하게 떨어지는 작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생각지 못하게 좋았던 [Majid Jordan], [Dangerous Woman], [TWENTY88]을 빼놓을 수 없었다(선정하고 보니 전 남친, 전 여친이 리스트에 함께 있는데 의도한 건 아니다). 'Too Mainstream' 할지 몰라도 나에게 이 열 장의 앨범만큼은 어떤 이에게도 설명충마냥 이유를 주절주절 늘어놓으며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Pepnorth
Kaytranada - 99.9%
Izzy Bizu - A Moment Of Madness
Mick Jenkins - The Healing Component
Kendrick Lamar - untitled unmastered.
Noname - Telefone
Vince Staples - Prima Donna EP
Isaiah Rashad - The Sun's Tirade
NxWorries - Yes Lawd!
Flume - Skin
Lapsley - Long Way Home
지난해 가장 즐겨 듣거나, 높게 평가한 앨범들을 골라 봤다. 플럼(Flume)은 "Lose It"을 필두로 귀를 사정없이 때리는 사운드가 마음에 들었고, 랩슬리(Låpsley)는 그 목소리의 섬세한 감정 표현 때문에 이따금 꺼내 들었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앨범은 3번 트랙과 7번 트랙만으로도 뽑을 이유가 충분한 작품이다. 다소 불성실해 보이는 이름 때문에 저평가를 받는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els)와 믹 젠킨스(Mick Jenkins)의 앨범은 그들이 컨셔스의 앞날을 새로운 방식으로 책임질 래퍼들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증명하는 작품이었다. 노네임(Noname)이 무료로 발표한 앨범은 무료로 남기엔 아쉬운 완성도를 갖춰 인상적이었다. 이지 비주(Izzy Bizu)의 앨범은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특히 "Skinny"와 "Naive Soul"은 한 번 틀면 몇 번씩 듣는다. 이유는 알지 못하겠다. 좀 불친절할 수 있지만, 요즘은 이렇게 말하는 게 유행이다.
류희성
A Tribe Called Quest We Got It From Here... Thank You 4 Your Service
Anderson .Paak Malibu
John Legend Darkness And Light
Kaytranada 99.9%
KING We Are King
Run The Jewels Run The Jewels 3
Terrace Martin Velvet Portraits
The Weeknd Starboy
Tory Lanez I Told You
YG Still Brazy
나는 소위 말하는 ‘대중적인 사운드’를 좋아한다. 꼭 상업적이고 범대중적인 영향력을 가진 음악가를 선호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대단한 감식안을 가진 전문가가 아닌 불특정 다수가 접했을 때 귀에 바로 꽂히는 그런 음악을 말하는 것이다. 앤더슨 팩(Anderson .Paak)의 [Malibu]와 위켄드(The Weeknd)의 [Starboy], 케이트라나다(kaytranada)의 [99.9%]의 내용물이 꼭 그렇다. 믿고 듣는 존 레전드(John Legend)는 이번에도 건조한 음색 속에 풍성한 감정을 담아냈고, 킹(KING)과 토리 레인즈(Tory Lanez)는 성공적인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을지는 몰라도 모두 탄탄한 수작이다. 랩 앨범도 빼놓을 수는 없다. 지난 11월에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가 18년에 발매한 정규 앨범 [We Got It From Here... Thank You 4 Your Service]와 런 더 주얼스(Run the Jewels)가 크리스마스이브에 무료 공개한 앨범 [Run The Jewels 3]는 연말 보너스 같은 작품이었다.
심은보(GDB)
ANOHNI - Hopelessness
The Avalancehs - Wildflower
clipping. - Splendor and Misery
Danny Brown - Atrocity Exhibition
Death Grips - Bottomless Pit
Drake - Views
Kid Cudi - Passion, Pain & Demon Slayin'
SBTRKT - SAVE YOURSELF
Travi$ Scott - Birds in the Trap Sing Mcknight
Young Thug - Jeffrey
'올해 음악 많이 안 들었는데 뽑을 게 있으려나'란 생각은 연말결산마다 산산이 조각난다. 고르다 보면 앨범은 타 장르 포함 수십장을 넘기고, 힙합엘이와 장르의 결이 맞는 앨범만 추려내도, 또 한 번 솎아내는 과정이 필요해진다. '남들이 고를만한 앨범'은 대부분 솎아냈다. 너무 당연한 앨범들([Lemonade], [A Seat at the Table], [Freetown Sound])은 누군가 또 꼽아주겠지? 그래도 차마 드레이크(Drake)는 빼지 못했다. 여담으로 가장 실망했던, 그리고 별로였던 앨범 세 장은 [The Life of Pablo], [Blonde], [Coloring Book]. 그리고 TDE에서 나온 앨범은 모두 썩 좋지 못했다.
Urban Hippie
Alicia Keys - HERE
Anderson .Paak - Malibu
Andy Shauf - The Party
Gallant - Ology
Lang Lang - New York Rhapsody
Oddisee - The Odd Tape
Rihanna - ANTI
21 Savage & Metro Boomin - Savage Mode
Ugly Heroes - Everything in Between
YG - Still Brazy
예전부터 그랬다. 남들이 별로라고 말하는 것들도 내 마음에만 들면 그만이었고,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것들도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걸로 그만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타협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웠지만, 그래도 그 고집이 어디 가지 않는다는 걸 살면서 종종 느낀다. 이번 연말 결산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최고라 말하는 비욘세, 솔란지의 앨범보다 알리샤 키스(Alicia Keys), 리한나(Rihanna)의 앨범이 더 마음에 들었다.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앨범보다 앤디 셔프(Andy Shauf)의 앨범이, 영 떡(Young Thug)의 앨범보다 21 새비지(21 Savage)의 앨범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외에도 카페에서 들으면 유난히 녹아내릴 것 같은 인스트루멘털 앨범 [The Odd Tape], 산책할 때 들으면 동네 공원도 센트럴 파크로 만들어주는 피아니스트 랑랑(Lang Lang)의 뉴욕 찬가도 철저히 개인적인 기호에 따라 넣어봤다. 누군가 내게 막귀라고 놀려도 하는 수 없다. 이미 고집쟁이로 살아온 한 해, 2017년도 내 고집대로 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랄 뿐이다.
글 | 힙합엘이 매거진팀
이미지 | ATO
이번 연말결산은 외국 음반으로만 한정했답니당
고로 전곡해석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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