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힙합엘이가 선정한 한국힙합 앨범 25선 (2010 ~ 2014)
지난 3월을 시작으로 힙합엘이(HiphopLE)와 벅스(Bugs)가 본격적으로 콜라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시작은 1990년부터 2009년까지 발매된 힙합 앨범 중 50장의 앨범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당시 기사에 관한 여러 의견이 예상대로 많이 나왔었고, 그중에서 특정 앨범에 대한 선정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가장 많았었다. 우리의 선정이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신선하고 흥미로워 보인다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그 모든 의견을 이해하고 인정한다. 사람은 모두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설령 같은 생각을 하더라도 그 사고의 기저에 깔려 있는 맥락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우린 여전히 우리 식대로 계속 해나갈 예정이다. 특정하게 단정 짓고 평가하기보다는 감상에 도움이 될 수 있게끔 작품을 좋다고 느낀 지점들을 소개하면서 말이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몰랐던 앨범에 관해서는 발견의 재미, 알았던 앨범에 관해서는 재발견의 재미에 중점을 두고 읽어주길 바란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의 한국힙합 앨범 25장을 꼽아 보았으며, 순서는 발매연월일 순이다. 마지막으로, 음원 서비스가 원활치 않은 앨범의 경우에는 후보에 제외되었음을 강조하는 바다.
* 본 글은 벅스 뮤직 포커스 란에 <힙합엘이 선정, 한국 힙합 명반 25선 (2010 ~ 2014)>(링크)라는 제목의 글로 게재되었습니다.
마이노스 인 뉴올 - Humanoid/Hypnotica (2010.01)
[Humanoid/Hypnotica]는 한국힙합을 대표하는 래퍼인 마이노스(Minos)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뉴올(Nuol)의 만남을 통해 태어난 프로젝트 앨범이다. 우선 이 앨범의 재밌는 점을 말하자면 뉴올은 당시 최신의 것, 일렉트로니카에 사용되는 드럼머신과 신디사이저를 중심으로 미래지향적인 프로덕션을 구성했지만, 마이노스는 과거의 사람이 현재를 바라보는 가사로 앨범을 완성했단 점이다. 그 결과물은 어딘가 공허하고 불안정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뉴올의 비트는 단 한 곡도 밝은 색채를 담지 않으며, 마이노스는 특유의 스토리텔링으로 제삼자를 빌려와 사회에 불만을 이야기하고, 본인의 입장에서 이별이나 한국힙합 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이는 각자가 가장 잘하는 걸 한 앨범에 뭉쳐놨다고도 할 수 있다. 그 정점을 찍은 곡이자 이 앨범을 요약할 수 있는 곡이 상경한 지방 사람의 눈으로 서울을 바라본 "S.E.O.U.L"이다. [Humanoid/Hypnotica]는 결과적으로 무채색의 앨범이 되었지만, 그 개성은 절대 흐릿하지 않다. - GDB
더콰이엇 – Quiet Storm : A Night Record (2010.03)
[Quiet Storm : A Night Record]은 [Music]과 [The Real Me]를 잇는 더콰이엇(The Quiett)의 랩이 담긴 네 번째 정규 앨범이다. 현재는 일리네어 레코즈(Illionaire Records)를 이끌며 스웩을 뽐내고 있지만, 당시 그는 소울 컴퍼니(Soul Company)의 메인 프로듀서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커버 아트워크와 제목들에서 알 수 있듯 앨범은 밤을 주제로 했으며, 미래에 대한 고민, 사랑, 외로움 등의 이야기을 담고 있다. 단출하고 차분한 흐름을 가졌지만 지루하지 않은 게 특징이며, 한층 더 세련되어진 더콰이엇의 프로덕션도 사운드적으로 훌륭하다. 그중에서도 그의 음악적 고집과 자신감이 엿보이는 "NEVER Q.U.I.T.T.", "Stars", "Q’s Way"는 내용적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다. 랩보다 보컬 파트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Be My Luv"도 이 앨범에 수록된 대표곡이다. 더불어 피처링진과의 콤비네이션도 효과적인데, 그중에서도 "Airplane Music"은 당대 씬에서 랩 좀 한다는 이들이 모여 만든 '될 놈들의 콜라보'였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에 피곤해졌다면 이 앨범을 꺼내보길. - Heebyhee
버벌진트 - Go Easy (2010.08.)
버벌진트는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그중 [Go Easy]가 불러온 논란은 "[Go Easy]가 대체 왜 힙합 앨범이야?"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Go Easy]가 가요와 한국힙합을 가장 부드럽게 섞어낸 앨범이란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단순히 가요랩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한국힙합이 대부분 샘플링과 미디 시퀀싱으로 이루어졌던 것과 달리, [Go Easy]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밴드 형식을 노골적으로 빌려오고("원숭이띠 미혼남",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깨알같아", "우리존재 화이팅"), 당시 유행하던 단어를 곡으로 만들며 장르 팬 외의 사람들도 듣기 쉬운 소리를 만들어냈다. 대부분 곡에서 분노 혹은 조롱이 섞여 있던 그의 랩 역시 'Go Easy'라는 타이틀처럼, 힘을 뺀 상태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긋나긋하게 풀어낸다. '돈 벌기 위한 음악'이란 색안경을 벗고 본다면, [Go Easy]는 힙합에서, 이전의 버벌진트 음악에서 벗어난 앨범은 아니다. 단지, 그냥 편하게 듣기 좋은 앨범이 되었을 뿐이다. - GDB
펜토 - Microsuit (2010.09)
펜토(Pento)라는 아티스트와 [Pentoxic]에 대해서는 <힙합엘이 선정, 한국 힙합 명반 50선 (1990 ~ 2009)>(링크)에서 이미 이야기한 바 있다. [Microsuit]은 [Pentoxic]이 가진 실험성은 유지하되, 일렉트로니카와 힙합을 좀 더 유기적으로 융화시킨 앨범이다. 종잡을 수 없던 펜토의 랩은 정형화되었지만, 이는 일렉트로니카라는 장르가 가진 정박적인 특징과 부합하여 한편으로는 더 단단해졌다는 느낌을 준다. 지금은 펜토 본인임이 밝혀졌지만, L.S.V가 만든 비트 역시 당시에는 없던 스타일의 음악이었다. 또한, 앨범 전체적으로 테크노와 하우스를 바탕에 깔아놓으면서도 랩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는다. 워낙 이질적인 앨범인 탓에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하지만, 펜토 외의 래퍼, 버벌진트나 빈지노(Beenzino), 자이언(Giant), 팔로알토(Paloalto) 등의 래퍼들 역시 새롭게 느껴진단 점 역시 재밌는 지점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Microsuit]는 한국힙합이 비트 씬이나 일렉트로니카로 확장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준 기념비적인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 GDB
재지 아이비 - Illvibrative Motif (2010.10)
누군가에겐 각나그네로, 누군가에겐 슈퍼맨 아이비(Superman IVY)로 알려졌을 재지 아이비(Jazzy Ivy)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독특한 래퍼다. 늘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듣는 이에게 새로운 걸 안겨주는 아티스트였으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Illvibrative Motif]는 가장 충격적이고 신선하다. 누군가는 난해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앨범은 우선 샘플을 자르는 방법부터 베이스의 색, 앨범이 가진 분위기까지 철저하게 미국의 힙합, 그중에서도 제이딜라(J. Dilla)를 향한 헌정으로 가득 차있다. 대표적으로 "Lady Lady"는 노골적으로 디트로이트 힙합의 분위기를 빌려오며, 랩 역시 당시의 스타일을 재현하고 있다. "Yadan"에서 재지 아이비는 아프리카의 리듬을 빌려오기도 하는데, 그가 줄루 네이션(Zulu Nation)의 멤버였단 걸 생각한다면, 이는 일종의 리스펙트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알아듣긴 어렵지만, 한영혼용을 통해 서울에서 사는 이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만약 [Illvibrative Motif]를 서울에 바친다는 재지 아이비의 말을 몰랐다면 다시 한 번 들어보자. 그가 들려주고 싶었던 게 더 많이 들릴 것이다. - GDB
가리온 - Garion 2 (2010.10)
가리온은 그 이름만으로 기대감을 자아낸다. 그들이 오랜 기간 유지해온 정체성은 씬에서 유일무이하며, 마스터 플랜(Master Plan) 시절부터 쌓아 온 경력은 대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오랜 준비와 치열한 고민을 응집해 완성한 [Garion 2]가 단단한 완성도를 수반하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Garion 2]는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표상이자, 한국어 랩이 전달할 수 있는 표현의 극치를 선보인 앨범이다. MC 메타(MC Meta)와 나찰은 다각적인 메타포로 무장한 리리시즘을 매 순간 수놓는다. 어간과 어미를 교묘하게 활용해 표현력을 극대화한 언어적 구성과 운율 체계에 대한 고민이 담긴 라임 설계는 꼼꼼하다 못해 치열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국내, 외 프로듀서 드림팀이 총출동한 프로덕션 역시 위협적이었다. 특히, "본전치기"에서 "영순위"를 거쳐 "판게아"로 이어지는 중반부는 본 작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가리온은 [Garion 2]를 통해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부문을 포함한 3관왕에 오르며, 장르 씬을 넘어 대중음악 산업 전체에 큰 족적을 남기기도 한다. - Beasel
재지팩트 – Lifes Like (2010.10)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재지팩트(Jazzyfact)의 "아까워"가 싸이월드(Cyworld) 미니홈피 배경음악을 점령했을 때를. 그 "아까워"가 수록된 앨범이 바로 이 앨범, [Lifes Like]다. 시미 트와이스(Shimmy Twice)와 빈지노의 팀, 재지팩트의 첫 정규앨범인 본 작은 재즈힙합이란 색깔을 구축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시미 트와이스는 이를 위해 샘플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Tappan zee"부터 시작해 "I Fall In Love Too Easily",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의 보이스 샘플를 활용한 것이 이에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시미 트와이스가 만들어놓은 편안한 비트 위에서 흐르는 빈지노의 래핑은 그다지 화려하진 않지만, 편하게 그루브를 타기 충분한 느낌을 준다. 피처링진 역시 톡톡히 감초 역할을 해내는데, 비트박스 디지(Beatbox DG)를 비롯해 버벌진트, 도끼(Dok2), 션이슬로우(Sean2Slow)가 자칫 지루할 수도 있을 법한 앨범의 분위기를 환기해낸다. 화창한 날 흔들의자에 앉아 차 한잔 마시면서 듣기 좋은 앨범. - Loner
GD&TOP - 1집 GD&TOP 정규앨범 (2010.12)
GD&TOP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다. 이 당시 GD&TOP의 출격은 큰 의미를 지녔는데, 빅뱅(BigBang)의 첫 번째 유닛 활동이자 사실상 처음으로 랩을 중심으로 한 앨범이었기 때문이다. 본 작은 당시의 힙합 트렌드를 얼마나 잘 캐치해서 사운드를 구축했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이를 테면, "뻑이가요"는 디플로(Diplo)가 미니멀한 방식으로 구축한 트렌디한 트랙과 두 멤버의 콤비네이션이 흥미롭다. 레이드백(Laid-Back) 리듬과 어쿠스틱 기타 멜로디가 돋보이며 슬로우잼을 연상케 하는 "BABY GOOD NIGHT", 브라스의 활용, 빠른 템포의 리듬으로 댄서블한 느낌을 강조한 "집에 가지마" 역시 이에 대한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서로 다른 톤을 보여주는 지드래곤(G-Dragon)과 탑(T.O.P)은 빅뱅에서의 호흡 그 이상을 보여주며 앞서 언급한 트렌디한 사운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후반부 솔로곡들이 비교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다른 멤버들의 도움 없이도 좋은 호흡과 당대의 트렌드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다. - Loner
스윙스 - Upgrade Ⅱ (2011.07)
스윙스(Swings)는 매 순간 자신감이 넘치는 래퍼다. 그는 언제나 괴물 같은 작업량을 보여주었고, 2011년에는 과거 발표했던 앨범 [Upgrade]의 후속 격인 [Upgrade Ⅱ]를 정규 앨범으로 선보였었다. "The King Is Back"을 선두로 [Upgrade Ⅱ]는 시작된다. 자신을 왕이라 칭하는 가사에서 어쩌면 기존 작품과 다르지 않을 거로 예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 작은 훨씬 더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준 점에서 차별성이 띤다. "자, 이제 니가 해 봐"와 "Welcome To The Jungle"에서는 소위 말하는 빡센 랩을 들려주며, "It Just Music"에서는 디스코 비트 위에서 흥겨운 플로우와 스윙스식 비유를 들려준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Touch You", "날려버렸어"로는 결코 촌스럽지 않은 스윙스식 러브송을 구사함과 동시에 "지금부터 잘하면 돼"에서는 자아성찰적인 메시지를 담아낸다, 마지막 트랙 "내 인생의 첫 Review"에선 긴 러닝 타임 안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한다. 타이트한 랩, 스윙스식 비유, 스토리텔링 능력, 모든 것이 전보다 노련해졌다. 진짜 업그레이드된 스윙스를 만날 수 있는 앨범이다. - Loner
딥플로우 - Heavy Deep (2011.10)
랩과 프로덕션에서의 기술적 완성미와 가사적 향연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아티스트가 얼마나 있을까? 딥플로우(Deepflow)는 이 질문에 대한 몇 안 되는 해답 중 하나다. 그리고 [Heavy Deep]은 그가 본격적으로 앞선 두 요소를 통솔하게 된 시점에서 나온 앨범이다. 딥플로우는 2000년대 중반 미국 메인스트림 시장을 뒤흔든 서던 힙합을 모티브로 삼아 앨범을 건설한다. "이 구역에 미친놈은 나야"와 "생긴대로 놀아"로 대표되는 남부 힙합 특유의 거센 리듬, 약간의 비장미마저 내뿜는 정석적인 랩, 딥플로우 특유의 공격적인 캐릭터까지, [Heavy Deep]은 래퍼가 표할 수 있는 외향적인 멋을 잔뜩 머금은 앨범이었다. 이와 함께 스킷을 기점으로 급변하는 서사의 굴곡, 그 속에서 호스트 MC와 아티스트 사이의 괴리감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하며 페이소스를 드러내는 작가적 능력 역시 주목할 지점이다. "Welcome To The Club"과 "Handicap Race"를 듣고 있노라면, [양화]를 통해 '올해의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쟁취한 딥플로우의 힘이 꽤 오랜 기간 축적된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Beasel
타블로 – 열꽃 (2011.10, 2011.11)
[열꽃]은 타블로(Tablo)가 YG 엔터테인먼트(YG Entertainment)에 들어간 이후의 첫 행보일 뿐만 아니라 일명 '타진요 사태'로 홍역을 치른 이후 오랜만에 나온 작품이었다. 에픽하이로서가 아닌 타블로 개인의 앨범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었다. 타블로는 이 앨범에서 자신이 받은 상처도 꽃이라며 아프면서도 냉소적이기도 한 말들을 늘어놓는다. 구성적으로는 "Airbag", "밑바닥에서" 등이 수록된 첫 번째 파트가 우울한 가라앉는 분위기라면, "Tomorrow", "출처"가 수록된 두 번째 파트는 무언가를 토해내는 분위기를 담고 있다. 타블로만의 짙은 색깔과 진정성을 담은 앨범이며, 그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았기 때문에 마치 자서전을 읽는 듯한 인상이 든다. 그뿐만 아니라 이소라, 진실, 나얼, 태양, 봉태규 등 다양하고 신선한 조합의 피처링진이 앨범의 완성도를 더한다. 이 앨범을 명반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라면 그가 드러낸 절망과 밑바닥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로를 받게 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해서가 아닐까 싶다. "이제 그만 아파도 될까?"라는 "고마운 숨"의 가사처럼 더는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앨범. - Heebyhee
노이즈맙 - M.O.B (2012.04)
노이즈맙(Noise Mob)의 탄생은 유쾌한 죽마고우의 만남을 보는 듯했다. 티격태격하는 듯하다가도, 어느 샌가 화려한 시너지를 주고받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인 [M.O.B]는 두 베테랑이 구축해 온 경력과 호흡이 허상이 아님을 증명하는 응집체와도 같다. 마이노스와 라임어택(RHYME-A-)의 탄탄한 어조와 능수능란한 스킬은 곳곳에서 탁월했으며, 각 마디마디를 이해하며 수놓는 랩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것이었다. 유쾌함 속에서도 무게감을 놓지 않은 채 캐릭터를 구축하고, 톡톡 튀는 랩메이킹으로 맛을 더한 앨범의 완성도는 두 래퍼의 경력과 정비례했다. 추가로 [M.O.B]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사운드의 다양화다. 노이즈맙은 본 작에서 전자음악의 소스가 짙게 밴 실험적인 비트를 선택하며, 더욱 탄력적인 구성을 선보인다. 덥스텝의 향취를 더한 "Moby Dick"과 지직거리는 파열음을 깔아낸 "OMG" 등이 대표적이다. 수준급의 랩과 탄탄한 프로덕션의 조화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준 앨범임과 동시에, 톡톡 튀는 듀오의 유쾌한 필살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 -Beasel
기리보이 - 치명적인 앨범 (2012.06)
요즘은 곱상한 외모에 옷 잘 입는 4차원남, '0개국어 남'으로 더 유명한 듯하나, 사실 기리보이(Giriboy)는 커리어 초기에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적 색채로 주목받았었다. 엉뚱하면서도 직설적인 가사, 유치하지만 독특한 비유,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감각적인 프로듀싱이 기리보이만이 지닌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본 작에서도 담백한 멜로디, 메트로놈의 색다른 활용, 신스를 통해 구현해낸 팝적인 무드 등을 통해 이러한 특성이 유효함을 드러냈다. 기본적으로 [치명적인 앨범]은 연애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You’re A Chemical"부터 "You Don’t Look Good To Me"까지, 앨범 전체가 기리보이가 겪은 실화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유기적인 형태를 강하게 띠고 있어, 마치 친구의 연애사를 전해 듣는 듯하다. 더불어 특출나진 않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보컬과 랩이 적절히 어우러져 편안함 역시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여전히 '0개국어 남'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들리지만, 적어도 음악에서만큼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자신만의 사운드를 바탕으로 잘 전달할 줄 아는 뮤지션임이 틀림없다. - Loner
빈지노 - 2 4 : 2 6 (2012.07)
빈지노는 이례적인 아티스트다. 그는 미디어에서의 노출과 상업적인 형태의 접근법 없이도 국내에서 랩스타가 탄생할 수 있음을 증명했으며, 더 나아가 하나의 아이코닉한 엔터테이너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빈지노가 현재의 성취를 거머쥔 데는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있지만, 그 전초는 확실히 [2 4 : 2 6]였다. 그가 앨범 전반에 교묘하게 녹여낸 일상적인 주제와 간결한 언어적 감각은 젊은 층을 자극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자연스러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보편적인 감성을 재치 있게 풀어낸 "Nike Shoes"와 "Aqua Man"은 금세 히트곡 반열에 올랐고, 일리네어 레코즈 식의 스웩 트랙인 "Profile"과 진중한 서사를 극적으로 써 내린 "If I Die Tomorrow"는 코어 팬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했다. 청량감이 도드라지는 프로덕션에 어우러지는 빈지노의 여유로운 플로우와 과거에 비해 괄목상대한 딕션 역시 훌륭했다. 확실히 빈지노는 [2 4 : 2 6]를 기점으로 래퍼와 연예인의 중간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힘은 아직도 유효하며 건재하다. - Beasel
오케이션 - 탑승수속 (2012.12)
어느 비트에서건 오케이션(Okasian)은 그만의 개성을 표현한다. 그것도 어색함 없이 여유롭게 말이다. 그의 첫 정규작 [탑승수속]은 오케이션의 잠재력이 용솟음치고 있단 것을 명확히 일깨워 준 앨범이었다. 확실히 그는 매 순간 무심한 듯 자신의 강점을 드러낼 줄 아는 래퍼였다. 느긋한 플로우를 기반으로 악센트 없이도 굴곡 있는 리듬감을 만들고, 그 속에서 전형적이지 않은 발성으로 칠(Chill)한 분위기를 유도하는 장악력은 예사롭지 않았다. 특히, 다소 직선적인 스타일을 갖춘 여타 래퍼들과의 차이점이 주요했다. 레이드백을 머금은 오케이션의 인토네이션은 유동성을 갖췄고, "가는길이야 (On My Way)", "막지못해 (Can't Stop)" 등에서 선보인 속도감 있는 랩 역시 준수했다. 게다가 빈지노, 비프리(B-Free), 키드 애쉬(Kid Ash, 현 Keith Ape) 등과는 본래 태그팀인 듯한 호흡을 뽐내기도 했다. 다소 구체화하지 않는 가사와 평이한 라임 체계에서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를 상쇄할 만큼 오케이션은 힙합의 라이프스타일적인 매력을 짙게 선보이며 커리어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채우게 된다. - Beasel
JJK - 비공식적 기록 II (2013.05)
JJK는 분노가 참 많은 래퍼다. 한국힙합의 변두리에 있었고, 저평가 당하기 일쑤였다. 그 때문인지 그는 솔직하고 거리낌 없는 래퍼를 거론할 때 먼저 언급되는 이다. 그 과정에는 많은 음악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비공식적 기록 II]는 빼놓을 수 없는 앨범이다. 그는 앨범에서 기형적으로 거대한 홍대 힙합 씬을 향한 체념, 인터넷에 집중된 한국힙합에 대한 아쉬움, 거리를 향한 이상, 자신의 개인 경력을 철저히 자신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이러한 것들이 특별한 이유는 위에서 언급했듯 JJK라는 래퍼가 늘 중심으로부터 바깥에 있었고, 너무나 솔직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가사 한 줄 한 줄은 짙은 감정을 담고 있으며, 변칙적이고 쏘는 듯한 랩 스타일, 촌철살인의 표현법은 담긴 내용을 호소력 있게끔 한다. 이에 좀 지칠 때쯤 정석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제리케이(Jerry.K), 딥플로우와 같은 묵직한 이들이 등장하는 등 랩적으로도, 구성적으로도 균형이 잘 잡힌 앨범이다. 아마 다음 작품 [고결한 충돌]이 분노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솔직할 수 있었던 이유를 꼽자면, [비공식적 기록 II]을 통해 그가 해소한 바가 있었기 때문인 것도 있을 것이다. - GDB
하이라이트 레코즈 – Hi-Life (2013.06)
'한국힙합'을 떠올렸을 때 '팡'하고 떠오르는 레이블을 꼽자면 단연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 Records)가 아닌가 싶다. [Hi-Life]는 그런 하이라이트 레코즈가 발표한 첫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비중은 달라도 당시 주축 멤버들이 모두 참여했었으며, 그로써 그들만의 색을 만들어 보여준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랩을 함에도, 또 각자 다른 말을 함에도 그들의 이야기는 몇 가지 큰 주제들로 집약된다. 일, 돈, 사랑, 도시에 대한 애착, 그리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바로 그것이다. 그만큼 팀으로서의 결집력이 강하다고 느껴지며, 그들 자신이 가진 신념이 뚜렷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살아남아 (Survive)", "정신차려 (Wake Up)"에서 타이트한 스타일을 구사하다가도 "I’m OK", "너 때문에", "불을 켜 (Lights On)"로 느슨하고 차분한 무드를 만들기도 한다. "Peace & Love"에서는 당시 트렌드의 최전선에 놓여 있던 트랩을 멋들어지게 소화해내기도 한다. 트렌디한 사운드와 탄탄한 구성 역시 놓치지 않은 셈이다. 이만치 완성도 있는 컴필레이션 앨범을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싶게 하는 작품. - Heebyhee
팔로알토 – Chief Life (2013.11)
한국힙합 씬에서 래퍼로 활동한 지 10년이 넘은, 30대에 막 접어든, 한 레이블을 이끄는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앨범을 들으면 될 것이다. 감각적인 사운드와 함께 '베테랑' 팔로알토의 정체성과 주관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Chief Life", "Sweet Season", "솔선수범"이 있는데, 집단의 리더이자 중견 래퍼가 자기 자신과 세상을 대하는 견실한 태도가 담긴 가사가 꽤나 인상적이다.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내는 타이틀곡 "또 봐 (Au Revoir)"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단조롭다는 평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팔로알토가 드러내고자 했던 이미지를 더욱 뚜렷이 보여준다고도 볼 수 있다. 더불어 화지(Hwaji), 베이식(Basick)이 참여한 "Circle", "Nice Life"와 캐딜락(Cadillac), 지로(Z-Lo), 키마(Kima)와 같이 신선함을 불어넣을 줄 아는 프로듀서들이 짜낸 프로덕션을 감안하면, 결코 단조롭다고만 할 수 없을 것이다. '해소'의 성격이 짙은 외전 격의 [Cheers]로 건너가기 전에 꼭 들어보길 바란다. - Heebyhee
화지 EAT (2014.01)
아티스트를 평가할 때, ‘자신만의 관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얼마나 앨범에 잘 녹여냈는가’는 늘 빠지지 않는 요소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봤을 때, 래퍼 화지는 이미 첫 정규 앨범 [EAT]을 통해 이를 충분히 증명한 아티스트라고 말할 수 있다. 화지가 [EAT]에서 이러한 관념을 가장 잘 표출하는 수단은 단연 리리시즘이다. 트랙마다 변해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명확히 보여주는 화지의 가사는 다소 복잡한 비유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이 시대의 젊은이를 잘 대변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유려하게 디자인된 플로우는 지루함을 느낄 틈 없이 앨범을 진행시킨다. 그렇지만 단순히 화지의 래핑과 가사만이 앨범을 완성시킨 것은 아니다. 이는 라디오스타(Radiostarr)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영소울(Young Soul)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둔탁한 드럼 소리와 단순한 룹의 구성이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형성했으며, 이는 화지의 몸에 딱 맞는 옷이라는 인상을 준다. [EAT]이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음반 부분을 수상한 것은 앞서 밝힌 모든 것들의 상호작용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Loner
허클베리피 – gOld (2014.03)
이 앨범 이전의 허클베리피(Huckleberry P)를 해시태그로 풀어보면, #프리스타일랩 #라이브잘함 #랩바다하리 #피노다인 정도였을 것이다. [gOld]는 그 이미지를 뒤바꿔놓은 그의 첫 정규 앨범이다. 앨범의 제목 'gOld'는 Gold와 Old의 합성어이며, 이런 중의적인 의미를 주기 위해 'O'만 대문자로 표시했다고 한다. 오래됐지만 낡은 게 아니라 금처럼 빛나고 값지다고 여기는 골든 에라에 대한 애정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첫 정규 앨범임에도 음원사가 대부분의 이익을 가져가는 서비스에 반대한다고 하며 스트리밍을 중단시키기도 할 정도로 그의 신념과 강단이 묻어나는 앨범이기도 하다. 허클베리피는 이 앨범에서 래퍼이기 전에 인간 박상혁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다른 이의 삶을 조명하기 전에 자신의 삶을 보여주고, 공연에서 뛰노는듯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특히, 후반부의 트랙에서는 힙합 음악과 씬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거나 잘못됐다 생각하는 부분에 관해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던진다. 아마 이그니토(Ignito), MC 메타와 함께한 "무언가 (無言歌)"에서의 세 벌스를 들으면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게 될 것이다. - Heebyhee
일리네어 레코즈 - 11:11 (2014.05)
지금의 한국힙합은 레퍼런스가 과하다. 하지만 레퍼런스가 일정 수준을 넘는 순간 멋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일리네어 레코즈의 [11:11]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를 이야기하기 아주 좋은 예다. [11:11]은 일리네어 레코즈가 늘 그래 왔듯이 돈, 성공, 차, 여자에 초점을 맞추고 프로덕션 역시 당시 유행하던 DJ 머스타드(DJ Mustard)나 영찹(Young Chop)이 떠오르는, 전형적인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을 따른다. 한국에서 이런 앨범은 '가짜'라는 딱지가 붙기에 십상이지만, 그들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뮤지션이기에 [11:11]은 이런 비판으로부터 벗어난다. 여기에 "연결고리"는 2014년 길거리와 노래방을 지배했고, <쇼미더머니>를 통해 "가"와 "연결고리"가 또 다른 옷을 걸치고 시장에 등장하기도 했다. 짧은 역사의 한국힙합이지만, 유례없는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일리네어 레코즈, 그리고 그들의 첫 앨범이란 점에서 [11:11]은 21세기 한국힙합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다. - GDB
저스트 뮤직 – 파급효과 (Ripple Effect) (2014.06)
2014년에 일리네어 레코즈가 "연결고리"로 트랩 열풍의 중심에 섰던 것처럼 저스트 뮤직(Just Music) 역시 당시 발표한 컴필레이션 앨범 [파급효과 Ripple Effect]로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본 작이 높이 평가되는 건 색깔이 뚜렷한 멤버들을 조화롭게 통일시켜 한 레이블의 색깔로 표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일성 속에서도 멤버 개개인의 개성 또한 놓치지 않은 것은 천재노창의 탁월한 프로듀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샘플링 작법과 오마쥬를 통해 자신만의 사운드를 만들어내며 일종의 지휘자 역할을 했는데, "Still Not Over Ⅱ"에서 제이지(JAY Z)의 "Dirt Off Your Shoulder", 굿 뮤직(G.O.O.D. Music)의 "Clique"의 활용한 것이 단적인 예시라 할 수 있다. 또한, "Rain Showers Remix", "더"와 같은 킬링 트랙과 중독적인 훅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블랙넛(Black Nut)이 부재하기에 완벽한 컴필레이션 앨범이라 부르기엔 애매하지만, 이 점을 감안한다 해도 본 작은 저스트 뮤직을 확실히 각인시킴과 동시에 2014년을 대표하는 앨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 Loner
비프리 - Korean Dream (2014.06)
비프리는 "My Team"이란 곡에서 "Korean Dream 명반이라지"라는 가사를 적는다. 그리고 대다수는 그의 가사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마따나 [Korean Dream]은 수작이라 칭할만했으며, 비프리의 음악성 역시 본 작을 통해 만개한다. 하와이에서 서울로 꿈을 찾아온 청년의 이야기는 특별한 듯 일상적이었고, 날이 선 듯하지만 담백했다. 비프리는 가족, 성공, 부와 명예 등 보편적인 소스를 그만의 시각과 경험을 통해 자기화해낸다. 자칫 신파처럼 비칠 수 있는 주제의 약점을 굽이친 박자감과 탄탄한 인토네이션으로 보완하는 테크닉 역시 준수했다. 직선적이고 극적인 비프리의 랩을 어루만지는 프로덕션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다수의 곡에 참여한 콕재즈(Cokejazz)는 비프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며 다채로운 세션과 사운드로 유연하게 호흡을 맞췄고, 그레이(Gray)는 2014년 최고의 히트 트랙 중 하나인 "Hot Summer"를 재단해낸다. [Korean Dream]은 담백한 서사와 수준급 프로덕션의 조화가 ‘작품성’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시킨다는 것을 단번에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 Beasel
제리케이 – 현실, 적 (2014.09)
앨범 명으로 전체 스토리가 쭉 그려지는 대표적인 앨범이다. [True Self]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내비쳤다면, 본 작에서 제리케이는 한국 사회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래서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우리네 이야기 같기도 하다. 그는 앨범의 첫 트랙 "난 희망해"로 전체적인 흐름을 보여준 뒤, 제 기능을 상실한 언론, 취업 경쟁, 학업에서의 갈등, 신입 사원의 삶, 대출에 비유한 사랑, 대화가 사라진 일상 등을 여러 트랙에 걸쳐 다뤄낸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 "Stay Strong"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쓰러지지 말고, 떨어지지 말고, 죽어 나가지 말자며 현실적인 위로를 보낸다. 이러한 사회적인 메시지를 뱉는다는 것 그 자체가 독자적이긴 하지만, 제리케이는 이에 그치지 않고 좀 더 섬세하고 편안해진 전달력으로 가사를 읇어낸다. 대니 디(Danny Dee)와 같은 프로듀서를 기용하며 특정 악기에 의존하기보다 분위기로 압도하는 프로덕션으로 메시지가 남기는 여운을 배가하기도 한다. 기술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적 같은 현실을 제대로 꼬집은 셈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면면이 궁금하다면 [현실, 적]으로 모두 느껴보길 바란다. - Heebyhee
차붐 - Original (2014.10)
한국힙합에서 로컬은 허상에 가깝지만, 그래도 지역색을 내비치는 앨범은 나온다. 그 지역에서 사는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일정한 주제와 분위기를 유지하는 그런 앨범 말이다. 이를 노골적으로 담아내는 데 성공한 아티스트•앨범이 차붐(Chaboom)의 [Original]이다. [Original]은 '안산'이라는 공업 도시에서 나고 자란 인간의 삶을 시간 순서로 그려낸다. 조금 위험할 수도 있지만, 그 그림은 "안산 느와르", "양아치 어조", "쌈마이", "빠라삐리뽕" 등 직관적인 제목을 통해 흔히 말하는 삼류인생으로 완성된다. [Original]이란 앨범을 굳이 그림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철저히 힙합에 쓰이는 문법 안에서 '안산 느와르'란 전체적인 스케치를 그리고, 경험에서 나온 듯한 단어들로 색을 칠하여 듣는 이에게 명확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안산이라는 도시를 함부로 단정지을 순 없다. 하지만 앨범을 들은 이가 안산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게 만든단 점에서, [Original]은 너무나도 잘 짜여진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 GDB
글│힙합엘이
그닥 좋은 평은 못들었는데
한국 트랩 10명반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