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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99%의 앨범?

title: [회원구입불가]GDB2016.06.18 23:36추천수 2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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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99%의 앨범?

스트리밍 시대가 된 걸 모두가 알고 있기에 "이제 CD는 의미가 없고, 스트리밍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라는 뻔한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사실 아예 관련이 없진 않다. 이 글을 쓰게 한 앨범이 피지컬로 발매되지 않았으며, 오직 스트리밍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The Life Of Pablo]다. 처음 타이달(TIDAL)을 통해 앨범이 공개되었을 때, 당시 타이달 유저였던 동시에 써야 할 글이 있던 나는 앨범을 지겹도록 들었었다. 하지만 칸예 웨스트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The Life Of Pablo]라는 앨범 자체도 취향에 맞지 않았기에, 그 이후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얼마 전, 다시 한 번 들었을 때 의문스러운 부분이 생겼었다. 앨범의 질감 자체가 달라져 있었다. 그제야 칸예 웨스트가 자신의 앨범 수록곡을 수정했다는 뉴스가 기억이 났다.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전작에서 부족했던 점을 보완한 게 이번 앨범이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왜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지 않고, 다음 앨범에서 푸는 걸까?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한 가지만이 머릿속에 남는다. CD의 존재다. 아티스트가 앨범을 만들면, 그 앨범은 CD를 발매하는 당연한 수순을 밟아왔다. 그리고 공장에서 CD가 찍혀 나오는 순간, 음악은 수정 불가능한 존재가 된다. 만약 처음 버전과 아티스트가 별로라고 느껴 수정된 버전이 따로따로 존재한다면 전자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당연히 기분 나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칸예 웨스트는 이런 걱정 없이 앨범을 수정할 수 있었다. CD를 발매하지 않은 덕에 [The Life Of Pablo]의 곡들은 정말 '데이터'로만 존재하며, 이는 어떠한 제약 없이 언제든지 수정 가능하단 걸 의미한다. 데이터라는 건 수정을 가하고, 새롭게 갱신만 하면 끝이니까. 더불어 칸예 웨스트의 수정과 갱신은 음악에 국한된 게 아니었다. 그는 지속적으로 앨범 아트워크도 업데이트해왔다.


[The Life of Pablo]에서 가장 먼저 수정된 "Famous"의 Unofficial M/V
 

이와 비슷한 예로 들 수 있는 게 믹스테입 아닐까? 아직까지 '수정된 믹스테입'의 전례를 본 적은 없다. 다만, 이 역시 웹하드의 서버 데이터로 남아있는 이상, 원한다면 언제든지 수정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해봤다. 보통 무료 배포되는 믹스테입의 특성상, 새롭게 바뀌었다고 심각한 불만을 표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새롭게 바뀌었다고? 그렇다면 접속해서 새롭게 바뀐 걸 다시 접하면 그만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건 약간의 번거로움과 시간이다. 물론,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를 제외하면 믹스테입에 그만한 공을 들이는 아티스트는 그리 많이 없지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 믹스테입으로도 노미네이트 될 수 있단 소식이 들린 만큼 앞으로는 수정의 수정을 거듭해 질 좋은 믹스테입을 만들려 시도하는 이가 생겨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앨범 발매 이후에 그 곡을 새롭게 다듬기보다는 투어를 돌고, 다른 앨범을 작업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새로운 앨범은 새로운 반응을 일으키고, 더 나아가 새로운 투어로 이어지는 게 지금까지의 음악 시장이었으니 말이다. 또, 믹스테입 역시 이를 고쳐서 새롭게 업로드하는 것보다는 새 앨범 작업에 착수하는 게 커리어상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칸예 웨스트가 기행을 일삼는 이인 만큼,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 현상이 스트리밍이란 시스템이 가져온 새로운 변화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글을 적으며, 어떠한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할 때, [The Life Of Pablo]의 새 버전이 공개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The Life Of Pablo]는 아직도 99%라는 뜻인 걸까.


글 ㅣ 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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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6.18 23:52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앨범에 대해선 고지식한 편이라서 스트리밍보단 MP3를 디지털보단 CD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음악을 들으면서 한 명의 아티스트들이 오랜 기간 고뇌하면서 앨범이라는 멋진 완제품을 내놓는 광경에 감격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저런 칸예의 방식이 달갑지는 않네요. 물론, 초기부터 의도했다고 생각지도 않구요. 사실 칸예의 새 앨범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이슈라도 됐을까 싶기도 한데..

    계속 업데이트되는 앨범을 보고있자니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될까 그리고 어떤식으로 파장을 일으킬지 기대되긴 하네요.
  • 6.19 08:37
    @TomBoy
    저도 이분 말에 너무나 동감하고 현재도 스트리밍 (멜론, 타이달, 애플뮤직 등등)은 아예 사용도 하지않고있어요 ㅋㅋ 이게 어떻게 보면 요즘 트렌드에 맞게 음악을 감상하는법이 아닌건 저도 알고있지만 CD로 듣는게 그 아티스트의 땀방울 을 제대로 이해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앞으로도 제가 음악시장이 변화하는데로 맞춰가야 하겠지만 이런 변화들은 너무 아쉬워요!!
  • TSC
    6.19 11:00
    막말로 똥퀄리티 음악 열몇개 꾸겨넣고 매달마다 업뎃입니다~ 하면서 풀어버리는 건 욕 먹어도 싸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간 칸예가 보여줬던 자신의 능력들을 생각해보면, 그리고 이번 앨범이 어느 칸예 앨범보다도 만족스러웠던 저는 (이저스에서 엄청 실망했었던) 칸예의 이런 움직임을 지지할 수밖에 없네요. 옛 방식을 고집하느라 칸예의 음악을 놓쳐버리는 건 음악에서 행복을 얻는 우리 손해일 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타이달에만 몇주 독점을 해놨던 그 동안 대차게 욕을 했지요... 물론 애플 뮤직에서 풀린 첫 날 드디어 듣고 감탄했고요.

    게다가 앨범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퀄리티가 더 좋아진다면야, 제가 이걸 반대할 이유가 정말로 없어집니다 ㅠㅠ 스트리밍 순위 업을 위한 상업적 목적이다? 개인적으론 이미 음악계서 버젓이 나오는 플래티넘 에디션, 리패키지 버전, 얼티밋 에디션 등등의 이름으로 또 팔아제끼는 것과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해요. "너 내 스탠다드 에디션을 샀네? 플래티넘 버전엔 한 곡 더 있으니 이것도 사!" 하며 또 씨디를 찍어내는 것보다 간단히 스트리밍에 곡을 하나 더하는 칸예가 리스너 입장에선 더 좋은 법이지요.
  • 1 6.19 12:08
    믹스테잎먼쓰 어쩌고 하더니.. 뜬금없이 믹스테잎이랑 억지로 엮는건 좀...
    이와 비슷한 예로 들 수 있는 게 믹스테입 아닐까? 이부분부터는 그냥 억지 껴맞추기성 글인듯..
  • 6.19 13:36
    칸예의 곡 수정은 이미 만들어놓은 제품을 여기저기 맘에 안든다고 조금씩 수정하는 Patch작업으로 밖에는 안보이네요... 컴퓨터 OS 프로그램도 아니고... (끝없이 왠지 계속될거같은 느낌도 들고요....)
    저도 아직까진 앨범은 CD나 Vinyl, Tape형태로 나오고 스트리밍 서비스도 하고 나중에 곡이 추가되면 디럭스 형식으로도 발매하기를 바랍니다.
  • 6.19 13:53
    아무래도 믹스테잎이 더 자유롭고 가볍게 작업물을 늘어놓을수 있겠죠. 카니에웨스트는 정규마저도 디지털 음원을 수정하고 있는데, 온라인으로 발표한 믹스테입은 더욱 용이할수도요. 거부감이 덜할 테니까. 수정하거나 곡을 추가하거나요~
  • 6.19 22:01
    칸예웨스트가 보여준 곡들은 처음부터 퀼리티가 높기때문에 수정보다는 업데이트느낌이 더 강하지만 저도 CD발매는 계속되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칸예는 이번은 곡을 넘어서 유통과정도 굉장히 실험적이기때문에 그 의도는 높히 평가하지만 만약 이걸로 스트리밍만으로 앨범을 내는 아티스트가 더 많이 생긴다면 달갑지는 않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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