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븐 – 月蝕(월식)
01. 초승달 (Feat. PunchNello)02. 상현달 (Feat. Khundi Panda)03. 보름달 (Feat. B-Jyun)04. 하현달 (Feat. Naked bibi)05. 그믐달
우선 레이븐(Lay.Bn)이 가장 잘한 것 중 하나는 역시 ‘달’이라는 컨셉이다. 제목을 ‘月蝕(월식)’으로 하고, 트랙의 제목을 모두 달의 형상으로 붙인 것은 확실한 선택이다. 달이 뜨고 지는 순간까지를 포착하는 듯한, 그러면서 각각의 트랙이 이야기와 감정을 담아낸 것은 다섯 트랙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증거 그 자체다. 아트워크 역시 최근의 유행을 따르면서도 달을 잘 담아냈다. 나 역시 믹스테입 이름과 트랙리스트에 먼저 넘어가게 되었다.
두 번째로 잘한 것은 선택이다. 아무래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피처링의 선택이다. 펀치넬로(PunchNello), 쿤디판다(Khundi Panda), 비젼(B-Jyun) 각각 주목받는 세 사람을 선택한 것은 기획의 측면에서도 좋은 선택이었다. 특히 비젼은 이 곡에서 곡을 꾸리는 능력, 분위기에 맞게 랩을 쓰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보여줬다. 여기에 같은 여성 보컬인 네이키드 비비(Naked Bibi)까지 함께 호흡을 맞추며 다양한 느낌을 선보이는가 하면, 마지막 솔로 트랙을 통해 자신이 혼자서도 트랙 하나를 온전히 꾸려갈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깔끔하면서도 알찬 구성이다. 더불어 정말 다양한 곳에서 트랙을 가져왔다는 점, 그중 몇 가지는 인터넷에 공개된, 공중에 떠다니는 수많은 트랙 중에서 가져왔다는 점은 레이븐이 좋은 선택을 했다는 걸 보여준다. 물론 믹스테입을 만드는 많은 사람이 이러한 방식을 쓰기는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도 고민과 노력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믹스테입이 기획 측면에서만 좋은 것은 아니다. 힙합으로 출발해 유행에 가까운 사운드까지 몇 갈래를 자연스럽게 지나다니는 역량도 좋고, 곡 하나를 구성하는 방식도 좋다. 무엇보다 레이븐의 음색이나 창법이 인상적인 덕분에 계속 들어보게 된다. 물론 불안하다 느껴지는 구간도 있고, 알차고 단단한 보컬이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과제가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레이븐은 그가 보여주는 표현을 생각하면 앞으로 계속 음악을 했으면 하는, 그만큼 다음 스텝이 기대되는 음악가다. 그래서 [月蝕(월식)]을 추천하는 바다. 일단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게 크다.
글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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