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gory Porter - Take Me to the Alley
01. Holding On
02. Don't Lose Your Steam
03. Take Me to the Alley
04. Day Dream
05. Consequence of Love
06. In Fashion
07. More Than a Woman
08. In Heaven
09. Insanity
10. Don't Be a Fool
11. Fan the Flames
12. French African Queen
13. Holding On (Feat. Kem)
14. Insanity (Feat. Lalah Hathaway)
* 본 리뷰는 재즈 매거진 월간 재즈피플 2016년 4월호에 실린 커버 스토리 <그레고리 포터: 울림 이상의 감동, 그가 직접 만들어가는 유산>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며, 약간의 요약을 거친 글입니다.
지난 앨범 [Liquid Spirit]은 비단 한국에서만 인기가 좋았던 것이 아니다. 영미권 총 열 개의 국가 차트에 높고 낮은 순위를 기록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고, 높은 판매량과 재생 수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에서 골드와 플래티넘을 기록하기도 했다. 많은 사랑을 받으며 그는 <지미 키멜(Jimmy Kimmel) 라이브>, <투나잇 쇼> 등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에서 라이브를 선보였고,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을 포함해 여러 매체에 자신의 얼굴을 드러낼 수 있었다. 앨범은 그래미 시상식(Grammy Awards)에서 최우수 재즈 보컬 앨범 부문을 수상했다. 앨범에 수록된 곡 “Hey Laura”는 최우수 트레디셔널 알앤비 퍼포먼스 부문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한순간에 갑자기 슈퍼스타가 되어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아니다. 그가 모테마(Motema)에서 발표한, 2010년과 2012년에 각각 발표한 [Water]와 [Be Good]은 이미 많은 호평을 얻었고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보컬 앨범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그의 기량과 내공이 드러난 지점은 짧아 보일지언정, 그가 쌓아온 시간은 그보다 훨씬 길다.
그레고리 포터 개인이 가진 여정은 비교적 심플한 커리어보다는 꽤 다사다난하고 복잡하다. 그는 목사였던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어릴 적부터 음악을 접했고, 노래를 불렀던 것이 그의 시작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많은 영향을 줬던 음악가는 냇 킹 콜(Nat King Cole)이었고, 그를 흉내 내면서 많이 배웠다고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소울풀한 보컬이라면 재즈, 가스펠, 소울, 알앤비를 가리지 않고 들었다고 한다. 아마 그러한 경험이 지금까지의 자양분이 되고 있을 것이며, 어쩌면 그 시작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잠시 풋볼 선수로서 생활한 적이 있지만, 그는 부상을 겪고 결국 어머니의 조언에 따라 음악으로 돌아간다. 아무래도 음악을 꽤 깊게 접하였고, 자신이 '돌아갈 곳'이라 생각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 Gregory Porter - Don't Lose Your Steam
이후 그는 재즈 클럽을 다니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It Ain’t Nothin But The Blues>라는 뮤지컬에 오리지널 캐스트로 입성했다. <It Ain’t Nothin’ But The Blues>는 뉴욕 빅토리 시어터(New York Victory Theater), 브로드웨이(Broadway) 등에서 높은 판매량만큼 좋은 공연을 선보였던 작품이며, 1999년 토니상(Tony Awards) 베스트 뮤지컬, 베스트 북 오브 어 뮤지컬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그레고리 포터는 이 뮤지컬의 오리지널 캐스트 멤버 여섯 명 중 한 사람으로 당시에 보컬로서, 연기자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기회를 얻고 인정을 받은 뒤에도 성급하지 않았고, 여러 무대를 오가며 꾸준히 공연을 선보였다.
오히려 조급해하지 않고 음악적 능력을 향상한 덕에 그레고리 포터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앨범을 발표했지만, 그때부터 자신만의 깊이를 선보일 수 있었다. 소울, 알앤비, 블루스부터 가스펠, 재즈, 트레디셔널 팝으로 이어지는 스탠다드의 느낌까지, 그가 가진 보컬의 성격은 여러 장르를 칸처럼 규정하기보다는 하나의 넓은 스펙트럼으로 구사했고, 그 스펙트럼 위를 자유자재로 오가고는 했다. 이러한 유기적이고 능동적인 움직임은 그가 직접 곡을 쓰기에 가능했던 작업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재즈에서 사랑과 저항을 찾았다. 그가 이야기하는 재즈에는 사랑 이야기, 이성 간의 관계 이야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니나 시몬(Nina Simone)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고 한 만큼 그레고리 포터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이야기까지 재즈로 풀어낸다.
이는 이번 앨범에서도 마찬가지다. “Take Me to the Alley”, “Fan The Flames” 등 그는 재즈로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자기 생각을 드러낸다. “Strange Fruit” 이후 재즈가 가졌던 하나의 성격을 자신의 것으로 선보이는 것은 음악가의 뛰어난 역량이자 중요한 맥락을 담은 순간이다. “Take Me To The Alley”는 탄압받는 이들을 위해 곡을 썼으며 “Fan The Flame”은 비폭력 저항과 부당함의 피해에 관해 말한다. 여기에 아프리카 디아스포라를 사랑의 세레나데와 함께 절묘하게 담아낸 “French African Queen”까지, 그레고리 포터는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의 이야기를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한껏 멋과 의미를 담아서 표현한다. 그래서 [Take Me To The Valley]는 보다 재즈라는 장르에 한층 더 깊이 다가간 느낌이다. 디스클로저와 함께 한 “Holding On”을 새롭게 선보인 동명의 트랙뿐만 아니라 하드 밥 느낌의 “Fan The Flames”, 리듬감 강한 “French African Queen” 등 후반부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트랙들도 있다. 이 외에도 힘 있는 전개가 인상적인 “Don’t Lose Your Steam”, 그레고리 포터 특유의 발라드 넘버들까지 이번 앨범은 좀 더 갈래를 정리하는 듯하면서도 기존에 가졌던 소울풀한 분위기 이상으로 리드미컬한 느낌까지 담고 있다.
♬ Gregory Porter - Take Me to the Alley
폭넓은 스펙트럼을 여유 있게 즐기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그리고 늘 의연한 듯하면서도 힘과 열정이 느껴지는 그의 음악은 보컬 자체가 가지고 있는 울림보다 큰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훌륭한 유산이 될 것 같은 그의 음악을 같은 시대에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 아닐까 싶다.
글│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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