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P Ferg - Always Strive And Prosper
01. Rebirth
02. Hungry Ham (Feat. Skrillex & Crystal Caines)
03. Strive (Feat. Missy Elliott)
04. Meet My Crazy Uncle (Skit)
05. Psycho
06. Let It Bang
07. New Level (Feat. Future)
08. Yammy Gang (Feat. A$AP Mob & Tatianna Paulino)
09. Swipe Life (Feat. Rick Ross)
10. Uzi Gang (Feat. Lil Uzi Vert & Marty Baller)
11. Beautiful People (Feat. Chuck D & Mama Ferg)
12. Damn Not Again (Skit)
13. Let You Go
14. World Is Mine (Feat. Big Sean)
15. Phone Call With Breezy (Skit)
16. I Love You (Feat. Chris Brown & Ty Dolla Sign)
17. Grandma (Skit)
18. Grandma
에이셉 월드와이드(A$AP Worldwide)에게 2015년은 변화의 해다. 단체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던 에이셈 얌즈(A$AP Yams)가 약물 중독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는 음악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그 변화를 이야기하기 위해 에이셉 라키(A$AP Rocky)의 2집 [At. Long. Last. A$AP]를 꺼내기는 부적절한데, 이는 에이셉 얌즈의 사망 당시 이미 완성된 앨범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에이셉 얌즈의 손이 닿지 않은 최초의 앨범, 에이셉 퍼그(A$AP Ferg)의 2집 [Always Strive And Prosper]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에이셉 라키와 에이셉 퍼그가 에이셉 월드와이드의 대표 주자였던 이유는 랩 실력과는 별개로 당시 유행하는 음악과 가장 맞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에이셉 퍼그의 1집 [Trap Lord]는 그의 흥과 트랩이란 장르의 파괴감을 최대한 끌어올린 앨범이었다. 반면, [Always Strive And Prosper]에서는 트랩의 비중을 줄이고 더 다양한 음악을 담으려 시도했다. 또한, 에이셉 퍼그 개인에 머물러있던 시야가 후드 혹은 게토를 둘러싼 이야기로 넘어갔단 점도 두 앨범의 차이점이다. 첫 곡 "Rebirth"에서의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줘'라는 말은 이러한 앨범의 전체적인 주제와 그것을 풀어내는 에이셉 퍼그의 관점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그러므로 앨범에는 게토를 이야기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인 갱스터, 마약 딜러, 흑인 커뮤니티, 그리고 희망을 가지라는 메시지가 나열되어 있다.
하지만 에이셉 퍼그는 갱스터 혹은 마약 딜러의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YG나 스쿨보이 큐(ScHoolboy Q)처럼 자신의 경험 안에서 전달하기는 어려운 편이다. 이를 위해 에이셉 퍼그는 본인의 고향인 헝그리 햄(Hungry Ham)과 자신의 삼촌 '싸이코'를 앨범 안으로 끌고 온다. 갱스터 혹은 드럭 딜러의 삶을 살지 않은 에이셉 퍼그가 일반적인 게토 흑인 남성-적어도 힙합 안에서-의 삶을 이야기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한 셈이다. 이러한 장치들은 "Hungry Ham"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하기 위해, 척 디(Chuck D)와 함께한 "Beautiful People"에서 흑인 커뮤니티 이야기를 하기 위해, "Grandma"에서 할머니에게 자신의 삶을 고백함으로써 개인의 성공사를 이야기하기 위해 사용된다. 인터루드 역시 앨범을 구성하는 또다른 형태의 보다 거시적인 장치적 역할을 수행한다. 각 인터루드는 프로덕션과 주제를 전환하면서, 이후 나올 트랙을 설명하는 데에 주된 목적을 둔다. "Rebirth"와 일렉트로닉 트랩 넘버 "Hungry Ham", 딥하우스를 빌려온 "Strive"가 배치된 초반부 이후에 후드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Meet My Crazy Uncle (Skit)"이 튀어나오고, 프로덕션 역시 '힙합'하면 떠오르는 음악들이 주를 이루는 걸 예로 들 수 있다.
♬ A$AP Ferg (Feat. ScHoolboy Q) - Let It Bang
이러한 시도는 앨범에 일정 맥락을 부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lways Strive And Prosper]는 겉모습에 비해 섬세하지 못하다. "Psycho"와 "Grandma", "Hungry Ham"에서 그는 단지 곡을 위해 사람과 출신을 내세웠을 뿐, 그 주제가 왜 꼭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 "너의 집 안에서 콘돔 더미를 찾았다. 나는 더이상 너를 믿기 어렵다."라는 연인의 나레이션 이후 이어지는 "Let You Go"는 그녀를 사랑했다는 이야기만을 두서없이 반복할 뿐이다. 그녀에게 본인의 가사나 삶에 대한 명확한 사과를 전달하지는 않는다.
트렌드를 어색하게 좇았단 느낌 역시 지우기 어렵다. 가장 두드러지는 곡이 앞서 이야기한 "Strive"와 "World Is Mine"이다. "Strive"는 딥하우스의 형식을 빌려왔지만, 누군가는 소위 'EDM'이라 불리우는 서브 장르인 빅룸 하우스로 착각할 정도로 장르적 색을 담아내지 못했다. "World Is Mine"에서의 에이셉 퍼그는 빅 션(Big Sean)에 비해 어딘가 작고 답답한 옷을 입은 듯하다. 이는 또다른 수록곡인 "Beautiful People"이나 "I Love You"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Let It Bang"부터 "Uzi Gang"까지 이어지는 트랩의 향연은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로, 그리고 중반부를 책임지는 구간으로써 묵직히 자리잡고 있다. 적어도 트랩에 관해서는 에이셉 퍼그가 'New Level'로 올라갔음을 증명하는 파트이기도 하다. 다만, 그 외의 스타일, 장르를 구사한 대부분 트랙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는 것이다.
♬ A$AP Ferg (Feat. Future) - New Level
[Always Strive And Prosper]를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용두사미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포부로 앨범의 시작을 열었고,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뒤로 갈수록 그 완성도는 허술해진다. 이게 에이셉 퍼그의 문제인지 에이셉 얌즈의 죽음이 프로덕션에 미친 영향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Always Strive And Prosper]에서 에이셉 월드와이드의 음악이 이전에 갖고 있던 단단함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다면, 에이셉 퍼그의 랩이 더욱 귀에 쏙쏙 박히고 쫄깃해졌으며, 그가 가진 흥이 [Trap Lord] 때보다 더욱 강해졌다는 점 정도다. 즉, [Always Strive And Prosper]을 통해 트랩에 집중된 자신의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히려 더 짙어지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이로써 에이셉 월드와이드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은 이전보다 조금 더 흐리고 어두워졌다.
글 | 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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