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프로듀서 10+1
지난 몇 달간 매주 금요일은 나에게 '프요일'이었다. 방송을 처음 본 순간 101명 중 한 명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아껴왔던 첫 투표마저도 남양주시가 아닌 <프로듀스 101>에 바쳤다. <프로듀스 101> 열혈 시청자인 나는 응원하고 싶은 프로듀서 101명을 꼽는 글을 쓰기까지에 이르렀다…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럴 만한 능력도 시간도 없다. 이진수 101과 10+1의 갈림길에 서 있던 때, '튜닝의 끝은 순정'이란 문장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패러디의 끝은 원작 아니겠나. 그래서 내린 결론, 프로듀서 10+1이다.
Cam O'bi
소속사: Justice League Music Group
예전에는 캠(Cam)이란 이름을 사용했던 캠 오비(Cam O'bi)는 너무나도 유명한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가 일찌감치 눈여겨본 프로듀서다. 그는 어느 한 스타일에 갇히기보다는 다양한 스타일을 다룬다. 그래도 가장 눈에 띄는 스타일이라면 칠한 느낌의 트랩을 꼽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찬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 빅 멘사(Vic Mensa), 토키오(Towkio)가 소속된 세이브머니(SAVEMONEY)와의 작업이 잦은 편. 그의 외모처럼 부드러운 음악을 하는 캠 오비, 그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지 않은가?
Deputy
소속사: Roc Nation
리아나(Rihanna)의 "Bitch Better Have My Money"를 알고 있을 것이다. 혹은 빅 멘사(Vic Mensa)의 "Married to the King Freestyle"이라도 말이다. 브루클린 출신의 데퓨티(Deputy)는 위의 두 곡만으로도 현재 팝 시장에서 가장 재능 있는 프로듀서로 떠올랐다. 공격적이고 사이즈가 큰 그의 프로듀싱 스타일은 트렌드와도 맞닿아있기도 하다. 현재는 소속사 락 네이션(Roc Nation)의 뮤지션과 함께 천천히 준비 중인 데퓨티. 클럽에서 신나게 놀 만한 음악을 좋아한다면, 데퓨티를 서포트하는 건 좋은 선택일 것이다.
♬ Rihanna - Bitch Better Have My Money
High Klassified
소속사: Fool's Gold Records
하이 클래시파이드(High Klassfied)는 꽤 어린 나이 때부터 활동해왔다. 그만큼 스타일도 다양하다. 그런 그가 최근 집중하는 듯한 스타일은 공간감을 잔뜩 부여한 촉촉한 음악인 듯하다. 그래서일까? 믹 젠킨스(Mick Jenkins)의 "The Water"를 프로듀싱한 것도 그이다. 요즘에도 크리스천 리치(Christian Rich)의 "Still"을 프로듀싱하고, 가끔씩 리믹스를 발표하고 있다. 그가 궁금하다면 그의 사운드클라우드로 향해보자.
Howie Lee
크루: Do Hits Crew
비록 자주 언급되진 않지만, 중국의 전자음악 씬 역시 영향을 넓혀가고 있다. 하위 리(Howie Lee)는 그 선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시아에서 활동하고, DJ 크러쉬(DJ Krush)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 그의 음악은 확실히 서구권과는 다른 구성을 띈다. '중국'하면 떠오르는 멜로디나 악기를 쓴다든지, 선택하는 드럼의 색깔 등에서 이를 느낄 수 있다. 서양만큼이나 중국, 아시아 전자음악 씬 역시 거대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인터뷰한 그. 그 날이 온다면 하위 리의 이름을 그 안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은 'Dude, soundcloud is blocked in China.'라는 그의 메세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Bibi Bourelly
소속사: Def Jam Recording
이 글을 적다 보니 리아나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미 언급한 데퓨티에 이어 비비 바우렐리(Bibi Bourelly)도 그의 곡을 만들며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비비 바우렐리는 "Bitch Better Have My Money" 크레딧에도 이름을 올렸고, [ANTI]에서 "Yeah, I Said It", "Higher", "Pose" 세 곡을 프로듀싱했다. 그녀는 프로듀서임과 동시에 가수이기도 하다. 얼마 전, 싱글 "Sally"를 공개했다. 좋은 목소리를 가졌고, 프로듀싱 능력 역시 증명되었으니 그녀를 유망하다고 말하는 건 결코 과장이 아니다.
KNXWLEDGE
소속사: Stones Throw
오는 5월 4일에 열리는 스톤 쓰로우(Stones Throw) 20주년 파티로 내한하는 날리지(KNXWLEDGE)다. 그는 엄청난 양의 비트 테입을 꾸준히 발표해왔고, 지금도 그렇다. 그가 특히 부스트를 받은 건 작년이다. 모두의 호평을 받은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2집, [To Pimp a Butterfly]의 "Momma"를 프로듀싱하고, 앤더슨 .팍(Anderson .Paak)과의 프로젝트 'NxWorries'로 [Link Up & Suede]를 발표하며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친 것이다. 재즈, 훵크, 소울을 샘플링하고 잘게 이어붙이는 음악을 좋아한다면, 날리지는 당신의 '최애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레이블부터가 스톤 쓰로우 아닌가.
Menace
소속사: ???
사실 메나스(Menace)가 보여준 건 없다. 다만, "Panda"의 임팩트가 컸을 뿐이다. 의외로 미국이 아닌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이 프로듀서와 디자이너(Desiigner)의 곡, "Panda"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The Life of Pablo]에 수록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디자이너는 메나스에게 "Panda"의 비트를 200$라는 조금 저렴한 가격에 샀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칸예 웨스트의 앨범에 실리게 되었으니, 결코 싼 값은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메나스와 "Panda"는 마치 "Coco"처럼 원 히트 원더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그래도 뭐 어떤가. 미래를 보고 좋아해야 하는 건 아니다.
Noah Breakfast
소속사: Rare MP3s
재밌게도 노아 브레이크페스트(Noah Breakfast)는 -현재는 레이블이 되었지만- 레어 MP3s(Rare MP3s)라는 믹싱, 마스터링 회사의 소유자다. 물론 곡도 만든다. 타이 달라 싸인(Ty Dolla $ign)의 "Sitting Pretty"와 산티골드(Santigold)의 "Walking in a Circle" 등이 그의 작품이며, 그 외에도 바우어(Baauer), DJ 슬링크(DJ Sliink) 등과 함께하며 힙합 씬과 클럽 뮤직 양 쪽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STiNT
소속사: ???
이 LA 프로듀서의 음악을 알게 모르게 소비하고 있을 것이다. 갈란트(Gallant)의 앨범, [Ology]의 대부분이 스틴트(STiNT)가 만든 음악이기 때문이다. 많은 프로듀서가 그렇듯이 그는 리믹스를 통해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의 "West Coast"와 라디오헤드(Radiohead)의 "Nude" 리믹스는 해외 매거진에 몇 차례 소개되었다. 그의 음악은 앰비언트적 요소가 짙은데, 이는 보컬리스트들과 얽매였을 때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마침 갈란트가 비슷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여하튼, [Ology]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건 갈란트의 공이 크지만, 그에 못지 않게 스틴트의 역할도 지대하다.
2xxx!
소속사: Joombas Music Group
2xxx!(투트리플엑스)는 뜨거운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딘(DEAN)의 메인 프로듀서다. 딘을 슈퍼 루키로 만들어준 "I'm Not Sorry"가 그의 작품이며, 그 외에도 딘의 EP 앨범 [130 mood : TRBL] 수록곡 절반 이상은 그의 손이 닿아있다. 또한, 빅스(VIXX)의 "기적 (ETERNITY)"도 그의 작품이다. 앞서 말한 곡이 각각 성공을 거둔 만큼, 현재의 한국음악 시장에서 그의 세련됨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직 많은 걸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기대된다.
Yung Gud
소속사: Sky Team
2xxx!와 딘이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면, 영 것(Yung Gud)에게는 영 린(Yung Lean)이 있다. 이 둘은 이제는 텀블러와 스웨덴을 넘어 세계적인 그룹이 된 새드 보이즈(Sad Boys)의 일원이다. 그중에서도 영 것의 프로듀싱 능력이 두드러진다. 초창기에는 티마이너스(T-Minus) 아류 느낌을풍겼던 반면, 이후 점점 감정적인 면모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이는 그의 EP 앨범 [Beautiful, Wonderful]에 잘 담겨있다. 본인은 자신의 음악을 '크러쉬코어(Crushcore)'라고 부른다. 여하튼 영 것, 그리고 새드 보이즈에게서 예전만큼의 너디함은 찾아볼 수 없지만, 그래도 그들의 지지층은 여전히 두텁다.
글 | GDB
물론 메나스와 "Panda"는 마치 "Coco"처럼 원 히트 원더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그래도 뭐 어떤가. '미래'를 보고 좋아해야 하는 건 아니다.
펀치라인 오짐
그리고 나 D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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