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토 - Daily Food
01. Intro
02. Grocery Store Commercial
03. 졸업반 (Feat. Hoody)
04. Sade Night
05. COKE & CIG (Feat. Ja Mezz)
06. Closer Than A Friend (Feat. 기린)
07. Tonic Water (Interlude)
08. Weekend Love (Feat. EVO)
09. 스쿠터
10. Gust Of Mind (Feat. DJ Rowbow)
누구에게나 비밀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뉴비… 아니 '그때 그 시절'이라는 게 있다. 그 시절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은 각자의 머릿속에 어떠한 장면들로 남아 있다. 사람들은 어떤 자극을 받게 되면 다시금 그 장면 장면을 상기한다. 이렇듯, 사람이라면 누구나 과거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추억하는 감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복고' 코드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항상 있어왔다. '과거의 모양, 정치, 사상, 제도, 풍습 따위로 돌아감'이라는 뜻의 복고는 세시봉 열풍, '응답하라' 시리즈 등 대중문화 전반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심치 않게 발매되는 여러 리메이크 음악 또한 이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옛것이 다시 유행하는 것만으로 이를 단순히 복고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복고의 여러 예시는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정도 선에서 그친다면 대중들이 찾아보는 건 해당 콘텐츠가 아닌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 채널을 통해 아카이빙이 잘 되어 있는 과거의 콘텐츠일 것이다. 즉, 복고는 과거를 재현하기만 하며 한계에 부딪히는 그 이상으로, 베이스를 과거의 것에 두고 그 위에 새로운 방식을 얹는 재창조를 말한다. 레트로는 그 재창조가 가진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다. 많은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에 레트로적 색채를 입히지만, 최근 한국힙합 씬에서는 로키 비츠(Loky Beatz)와 스무스잼(Smoothjam)으로 구성된 듀오 그로스토(GROSTO)가 자신들의 첫 앨범 [Daily Food]에서 이 레트로라는 코드를 잘 활용해냈다.
[Daily Food]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 앨범을 관통하는 레트로에 관해 간단하게 설명하면, 레트로는 레트로스펙티브(Retrospective)의 준말로 사전적으로는 '회고하는'을 뜻한다. 그러나 음악과 패션, 디자인 등에서 빈번하게 등장해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되자 현재는 신조어로서 마치 하나의 명사로 쓰이게 된다. 평론가 사이먼 레이놀즈(Simon Reynolds)의 저서 <레트로 마니아>와 레트로 현상에 언급한 논문들에 의하면, 레트로는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그 시대의 사회,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며, 새롭게 해석함으로 재창조되어 나타나는 복합적인 사회, 문화 현상'을 의미한다고 한다. 또한, 레트로는 과거보다 현재를 염두에 두며, 재미와 매혹을 찾기 위해, 재활용과 재조합을 통해 힙한 스타일을 추출할 자료실로서 과거를 이용한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Daily Food]를 구석구석 살펴보면, 1970년대의 미국 식료품점 광고를 연상케 하는 아트워크부터 앞서 이야기한 과거를 자료실로써 이용했음을 알 수 있다. [Daily Food]에는 이런 자료들이 프로덕션과 가사 등 여러 요소에 걸쳐 총체적으로 담겨 있다. 이러한 점들은 본 앨범을 듣는 주된 재미로 작용한다.
♬ 그로스토 (Feat. Hoody) - 졸업반/Sade Night
우선, "Intro"에서는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의 "Summer Madness"의 중독적인 신스로 형성되는 칠한 무드를 느낄 수 있다. 이어 올드스쿨 힙합의 그루브를 차용한 "Grocery Store Commercial"에서는 배드 보이 레코즈(Bad Boy Records)의 이디엄을 차용한 후렴구와 커먼(Common)의 "Funky For You"를 패러디한 도입부를 비롯하여 여러 힙합 아티스트의 이름, 앨범 타이틀, 랩 구절을 들을 수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스무스잼은 "졸업반"에서는 마빈 게이(Marvin Gaye)의 "Inner City Blues"와 라지 프로페서(Large Professor)의 "ijuswannachill"을, "Sade Night"에서는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와 그가 속해 있던 팀 더 슈프림스(The Supremes)를 언급한다(마빈 게이의 "Let's Get It On", 샤데이(Sade)의 "Smooth Operator" 속 가사 역시 담겨 있다).
중반부의 경우에는 모던 훵크 사운드의 "COKE & CIG"가 후렴구로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의 대표곡 "Can I Kick It?"을 패러디한다. 가사에 피훵크의 대부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이 언급되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밴드 팔리아멘트(Paliament)와 동명의 담배에 불을 붙인다는 내용도 있다. 다음 트랙으로 등장하는 이들의 데뷔 싱글이자 뉴잭스윙 넘버인 "Closer Than A Friend"에서는 하바드(Harvard)의 "Clean & Dirty"를 떠올리게 하는 도입부를 들을 수 있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라 밴드(The RAH Band)의 사운드와 80년대의 디스코를 차용한 듯한 트랙 "Weekend Love"에 엘엘 쿨 제이(LL Cool J)의 이름 뜻인 'Ladies Love Cool J' 패러디가 등장하고, 메쏘드 맨 & 레드 맨(Method Man & Redman),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펑크마스터 플렉스(Funkmaster Flex)가 소환된다. 트랙마스터즈(Trackmasters)의 프로덕션을 연상케 하는 'Gust Of Mind'에서는 스모키 로빈슨(Smokey Robinson)과 그가 유행시킨 장르 콰이엇 스톰, 힙합 크루 디아이티씨(D.I.T.C.)가 언급되고, 곡의 브레이크에는 에릭 비 앤 라킴(Eric B. & Rakim)의 "I Ain't No Joke" 등의 구절들이 등장한다.
사실 쭉 열거한 대로라면 [Daily Food]는 과거의 것을 재현한 데서 그친 앨범일 것이다. 하지만 본 작은 이에 그치지 않고 과거의 것을 다시 해석하여 재창조해내기까지 한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주로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의 힙합/훵크 사운드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떤 시대의 스타일이라고만 규정할 수 없는데, 이는 "Sade Night"에서의 트랩 스타일, "Tonic Water"에서의 트렌디함에서 알 수 있다. 더불어 "Closer Than A Friend"에는 뉴잭스윙과 미디움 템포 알앤비가 혼재되어 있으며, "Gust Of Mind"에는 앞서 언급한 시대 이후의 힙합 사운드가 녹아 있다. 이로써 그로스토는 다양한 장르를 재조합, 해석하여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해냈다고 볼 수 있다.
♬ 그로스토 (Feat. Ja Mezz) - COKE & CIG
이러한 지점은 랩 퍼포먼스 측면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두 멤버는 앞서 말한 과거의 자료들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는다. 이 자료들은 이전 세대의 존경과 자신들의 지향점을 나타낸 "Grocery Store Commercial"을 제외하면 작품의 컨셉인 일주일 동안 일상 속에서 벌어질 만한 사건과 그로 인한 감정 변화를 표현하는 데에 사용된다. 이들은 과거보다 현재를 염두에 둔 지금의 시대상을 반영한 가사로 자신들의 음악에 특정한 서사를 부여한다. 대표적으로는 일반적인 취업 준비생들과 다른 자신의 독특한 생활방식을 찬양하면서도 직장인들의 연봉에 배 아파하고, 포기할 것이 많다며 꿈을 내려놓는 모습,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같은 로맨스를 꿈꾸지만, 클럽에서는 'Weekend Love'를 원하는 모습이 있다. 이러한 이들의 이야기는 물질적 풍족함을 누려옴과 동시에 취업난과 경쟁 사회 속에서 고생하고 있는 베이비 붐 세대의 자녀들, 바로 지금의 에코 세대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특히, "스쿠터"는 이를 가장 잘 담아낸 트랙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프로덕션과 랩 퍼포먼스가 복고적 코드를 지니면서도 현재적인 측면이 있는 것과 별개로 앨범은 거시적인 구성 측면에서도 감상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 곡이 끝날 때쯤마다 들려오는 일종의 스킷들이 트랙 간의 유기성을 생성하며, 하나의 서사를 이루게끔 한다. 특히, "스쿠터" 후반부의 변주가 끝나고 들리는 시동 끄는 소리와,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 뒤 "Gust Of Mind"가 흘러 나올 때, 청자들은 머리 속에 특정한 장면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몇몇 소리를 통해 유기성을 띠는 점이 인상적이다. 물론, "COKE & CIG"에서 "Closer Than A Friend"로 넘어가는 구간은 아무런 설득 없이 넘어가 버려서 다소 부드럽지 못하다. 또한, 아침으로 넘어가는 서사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에 배치한 듯한 "Gust Of Mind"는 "스쿠터"가 남기는 긴 여운을 끊어 버린다. 앨범의 시작과 끝이 연결되는 느낌을 주려 한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인트로의 성질이 앨범의 전반적인 흐름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렇듯 [Daily Food]는 바로 앞서 잠시 언급한 약간의 단점을 해소할만한 장점에 해당하는 요소들이 빛나는 잘 만들어진 레트로적 색채의 앨범이다. 물론, 혹자는 이런 복고풍의 음악들이 과거에만 파묻혀 있는 채로 미래를 잃고 있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로스토는 단순히 옛것을 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재의 사회, 문화상을 반영하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Daily Food]는 재창조의 좋은 사례로 둘 만한 앨범이다. 본 작이 지금 세대에게는 공감을, 이전과 이후 세대에게는 지금 세대에 대한 이해를 불러일으키길 바라본다.
글 | Geda
글을 읽기가 참 싫습니다. 못쓴 글이라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독자를 배려하지 않았기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독자들은 이 앨범이 뭔 앨범인지 알고 싶어하죠?
그래서 이 글을 읽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요즘의 복고"와 "올바른 복고"에 대한 얘기가
자그마치 2문단이나 되요.
이 앨범을 알고싶어서 들어왔는데,
복고에 대한 얘기를 2문단이나 읽어야되요.
이 앨범엔 레트로가 관통한다라는 얘기가 나와
이제 좀 앨범 이야기를 하나보다 싶더니
다시 레트로란 단어에 대한 설명이 등장해요.
왜 우리가 레트로와 복고를 알아야할까요?
이 앨범에 대해 제대로 알기위해서잖아요.
그럼 앨범에대해 알고싶은 독자를 위해 내 결론 부터 말해야죠.
" 이 앨범은 옳은 복고다. " 라던지
" 옛것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은 좋은 복고다
그 이유는 이 앨범엔 옛것들을 빌렸지만 빌리는데 그치지 않고 요즘의 시대,문화,생각을 반영했기때문이다. " 라던지요.
그 다음에 자세한 얘기를 하면 되요.
옳은 복고로 볼수있는 앨범 요소와, 멋있는 점을 쓴 뒤
옳지 않은 복고에 대한 얘기를 이 자세한 부분 속 후반부에 쓰면 된다고 생각해요.
독자인 저는 글의 결론이 먼저 보였으면 좋겠어요.
독자들이 복잡한 미로를 거쳐 보물상자 열쇠를 얻은 뒤 또 한참을 미로를 뒤져
보물 상자를 찾아 따야할 필욘 없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열쇠와 지도를 주고 미로를 여행한뒤 여정 끝에 보물상자를 열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무래도 블랙 뮤직의 흔적이 형형색색 묻어나 있는 음반인지라, 레퍼런스된 아티스트와 곡들을 폭넓게 설명하는데 있어 글이 확실히 담백한 건 사실입니다만, 적잖이 길었던 서론이 글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발매일이 작년 1월달로 잘못되었네요~ 수정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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