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EtchForte http://amot.tistory.com)
허클베리피 님(이하 존칭 생략, 헉피)의 공연 분신은 대선 공약 덕분에(인지 때문에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원에 표가 나갔고, 자연스럽게 매진되었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팬이고, 또 그의 라이브가 어떤지 알기 때문에 당연히 가고 싶었다. 근데, 매진이 1분만에 되었다. 나는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고, 표가 무서운 속도로 나갈 때 밖에 있었던 터라 처음에는 표를 구하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양도 표가 나와서 잽싸게 살 수 있었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그리고 나는 셋리스트를 미리 몰래 봤다. 약 1분 동안 ‘헐’이라는 단어만 외쳤다. 멋진, 많은 게스트는 둘째치고 이 많은 곡들을 라이브로 한다는 것이, 특히 눈으로 곡 목록을 보기만 해도 쫄깃해지는 구간들이 기대되었다.
헉피는 입장부터 관객들을 지켜보며 공연을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특유의 입담으로 “허클베리를 보러 온 이들”에게 즐거움을 줬고, 관객들에게 이런 저런 질문들을 하기도 했다. 물론 오프닝을 열며 화려한 등장을 하는 것도 멋지고 좋지만, 관객들의 워밍업 시간과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 되었다. 끝까지 관객들도 멈추지 않고 내내 소리질렀던 것도 공연의 초반부터 이미 헉피에게 집중이 되어 있었고, 분위기가 어느 정도 달구어져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관객들 중 폰을 치켜든 이들은 하나도 없었고, 그 어떤 게스트가 무대 위로 올라왔을 때도 헉피의 분신들은 카메라 대신 초롱초롱한 눈으로 게스트를 바라봤다. 참고로 게스트는 JJK, Olltii, Soulman, Junggigo, B-Free, Rhyme-A-, Paloalto, Evo, 수다쟁이, Lupi, 아날로그소년, Nuck, Simon D, 샛별, Jerry.k. 많다 많아…
개인적으로 헉피는 대한민국에서 라이브로는 넘버원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글을 보면 다른 분들께서 뭐라고 하실 지 모르겠지만, 내가 넘버원이라고 하는 이유는 내가 본 아티스트들 중 가장 다이나믹하고 생동감 넘치는, 그러면서도 오디오가 박진감과 전달 모두를 뚜렷하게 주기 때문이다. 그러한 라이브 ‘능력’도 당연히 감동의 요인이지만, 분신에서 보여준 그의 준비성과 배려, 정성은 단순히 그가 퍼포머로써 뛰어난 것이 아니라 공연을 하는 사람으로써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이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인 DJ 짱가(aka 짱가오빠) 역시 엄청난 노력과 타이밍, 고생과 즐거움을 보여주셨다. 헉피와의 호흡 및 공연장 전체와의 호흡, 무대를 조율하는 느낌은 공연에서 DJ가 왜 중요한지,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주셨다. 마지막 멋진 댄스도 최고였다. 중간 중간에 꽃잎사이다 사장님과의 등장이나 “I’m Sorry”에서 “Sorry Sorry”의 등장, 보컬을 선보이는 것까지 세심한 정성이 정말 많이 보였고 그런 준비들이 감동에서 즐거움까지 이어지는 점이 굉장히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중 맥주, 소주, 양주를 섞어 마신 것은 역시나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자의가 아니었지만). 워낙 술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그게 공연에 영향을 줬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 때 약간 흔들리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쉬웠던 건 앵콜 “Rap Badr Hari” 도입부에 세 곡의 인스를 붙여서 분위기를 달구는 부분이 약간 묻힌 느낌이었다. 아쉬운 이유는 내가 그 인스를 멘션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어쨌든 세 시간을 달린 공연은 굉장히 다이나믹했고 단 한번도 무대에서 눈을 뗀 적 없었던 공연이었다. 2013년 내가 본 단독 공연 중 최고였고, 아직 12달 남았지만 최고일 것 같다. 스물 일곱의 체력은 이렇게 약한 건지, 내가 그간 운동이 부족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후유증은 이틀간 진행되었다. 나는 이 공연을 볼 때가 계절학기가 끝난 직후여서 이 공연 이후 모든 긴장이 풀리며 노로바이러스+독감+이빨 치료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였다. 내 몸을 다 가져갈 만큼 최고였다는 이야기… 사진은 에치포르테(EtchForte)의 A Matter Of Time 블로그(http://amot.tistory.com)와 인스피(INSP)의 블로그(http://blog.naver.com/redwizard), 부바(Booba)의 홈페이지(http://boobagraphy.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너스 영상
공연 갔던 분들 후기가 다들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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