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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Snoop Dogg - BUSH

title: [회원구입불가]HRBL2015.06.10 23:10추천수 5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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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op Dogg - [Bush]


01. California Roll (Feat. Stevie Wonder)

02. This City

03. R U A Freak

04. Awake

05. So Many Pros

06. Peaches N Cream (Feat. Charlie Wilson)

07. Edibles (Feat. T.I.)

08. I Knew That

09. Run Away (Feat. Gwen Stefani)

10. I'm Ya Dogg (Feat. Kendrick Lamar & Rick Ross)


2000년대 초중반 스눕 독(Snoop Dogg)과 퍼렐(Pharrell)은 언제나 믿음을 주는 조합이었다. 곡의 주인이 누구든 간에 둘의 협업은 늘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스눕 독의 곡으로는 “Beautiful”, “Drop It Like It’s Hot” 등이 차트에서도, 평단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퍼렐의 이름을 달고 나온 곡 중에서는 “That Girl”이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기에 퍼렐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스눕 독의 새 앨범 [Bush]는 발매 전부터 사람들의 큰 기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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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 5월 12일, [Bush]가 발매되었다. “Peaches N Cream”, “So Many Pros”, “California Roll”로 이어지는 선공개 싱글에서 알아챌 수 있었듯 앨범에는 퍼렐의 색이 많이 담겨있다. 그가 앨범의 메인 프로듀서로 활약한 만큼 프로덕션에서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다. 특유의 퍼커션 활용과 이로부터 파생되는 훵키한 리듬 구성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기타 활용 방식과 4박자 인트로 등 퍼렐 고유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프로덕션에 녹아있다. [G I R L]에서 선보이기도 했던 훵크, 디스코 리듬 차용을 비롯하여 레트로 사운드도 그가 잘 구사하는 스타일이다. 퍼렐의 향기는 비단 프로덕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가 프로듀서 이외에도 다양한 포지션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퍼렐은 공식 크레딧에 피처링 아티스트로 기재되어 있지 않지만 “California Roll”, “So Many Pros”에 목소리를 더했다. 작곡가로서뿐만 아니라, 작사가로서도 전곡 참여했다. 앨범 크레딧에 대해 찾다 보면 스눕 독보다 퍼렐의 이름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해 보이는 것이 기분 탓만은 아니다. 


♬Snoop Dogg (Feat. Charlie Wilson) - Peaches N Cream


앨범의 구성도 마찬가지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으나 [Bush] 피처링 아티스트 중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를 제외하고는 모두 퍼렐과 합을 맞춘 바 있다. 특히,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와 찰리 윌슨(Charlie Wilson)은 퍼렐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뮤지션이다. 스티비 원더와도 그래미 시상식에서 함께 무대를 꾸민 바 있으니 모든 참여진과 한 번씩 협업한 바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총괄 프로듀서로 퍼렐은 자신이 잘 아는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앨범의 맛을 더하려 한다.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다. “California Roll”에서의 스티비 원더가 그랬듯 트랙 내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의 크기와는 관련 없이 각자의 소리를 또렷하게 내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 


앨범 내 퍼렐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여전히 스눕 독의 내스티함은 퍼렐이 펼쳐놓은 훵키한 필드에 어렵지 않게 융화된다. 그러나 '스눕 독의 앨범'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는 전체적으로 주객전도 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몇몇 곡에서 [Bush]의 주인인 스눕 독보다 퍼렐이 영향력 면에서도, 임팩트의 크기에서도 앞선다. 이따금 퍼렐의 앨범에 스눕 독이 피처링한 곡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러한 인상은 퍼렐이 보컬로도 참여한 곡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또한, 이렇듯 스눕 독의 활약이 비교적 미미해진 데에는 퍼렐의 영향력뿐만 아니라 스눕 독 그 자신에게도 있다. 스눕 독은 커리어 내내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해왔다. 최근에는 음악적 변화의 폭이 더 넓어졌다. 댐 훵크(Dam Funk)와의 합작 앨범 [7 Days of Funk], 스눕 라이온(Snoop Lion)이라는 이름으로 낸 [Reincarnated]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앨범에서도 스눕 독은 다양한 시도를 한다. 랩보다 보컬의 비중을 둔 점이 대표적이다. 그의 보컬은 퍼렐의 프로덕션에 무던히 묻어나는 데는 성공하지만,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진 못한다. 몇몇 곡에서 스눕 독이 퍼렐의 솔로곡에 게스트로 참여했다는 느낌이 드는 가장 큰 이유다. 


♬Snoop Dogg - So Many Pros


그러나 다행히도 스눕 독의 색이 퍼렐에 완전히 가려지진 않는다. 그는 자신의 역량을 선보이려고 노력하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다. 다양한 비유와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 쓴 가사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Peaches N Cream”에서 여성의 엉덩이를 복숭아로, 정액을 크림으로 비유해 유쾌하게 표현한다. 많은 곡에서 여성과 성을 소재로 가사를 쓰지만, 능글맞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지루함을 던다. 위에서는 다소 부정적으로 언급했지만, 그의 랩과 보컬이 모나지 않게 하모니를 이루는 면도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확실히 앨범에는 많은 감상 지점이 있다. 퍼렐의 웰메이드 프로덕션과 스눕 독의 활약, 게스트로 참여한 이들이 온전히 자신의 역량을 뽐내는 등 표면적으로 다채로운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범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하긴 힘들다. [Bush]에서 스눕 독보다는 퍼렐의 영향력이 크게 느껴진다는 점과 스눕 독의 음악적 시도가 일정 이상의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편안한 감상이 가능한 앨범이긴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기엔 힘이 부족하다. 세간의 큰 기대에 비춰볼 때 아쉬운 결과다. 


♬Snoop Dogg (Feat. Stevie Wonder) - California Roll 





글 | HR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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