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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아티스트 열전 - Hoodie Allen

title: [회원구입불가]Bluc2015.04.14 01:33추천수 8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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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열전] Hoodie Allen


후디 앨런(Hoodie Allen), 이름만 보면 당연히 유명한 영화감독 우디 앨런(Woody Allen)이 먼저 떠오른다. 실제로 후디 앨런이라는 이름은 우디 앨런의 이름에서 따왔다. 사람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으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이름을 찾다가 지은 이 이름은 스티븐 마르코비츠(Steven Markowitz)의 랩 네임이다. 'Hoodie'라는 이름은 후디 앨런의 어릴 적 별명이기도 하다. 그를 추종하는 팬 집단의 이름은 후디 맙(Hoodie Mob)이다. 미국 힙합 그룹 구디 맙(Goodie Mob)과 비슷한 이름이다. 한국에서는 힙합 아티스트 혹은 레이블의 서포터즈가 존재하지만, 미국 래퍼에게도 이러한 서포터들이 존재한다니 흥미롭다.

 



유대인, 풋볼 선수, 구글 사원, 인디펜던트 래퍼?


이렇게 재치 있는 랩 네임을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후디 앨런은 우선 백인이고, 유대인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랩 음악에 관심을 보였지만, 그와 무관하게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닐 때는 풋볼 팀에서 뛰었다. 그러면서도 흔히들 유펜(UPenn)이라고 부르는, 세계 명문 대학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리고는 세계 최고의 기업, 구글(Google)에 입사해서 구글 애드워즈와 관련된 업무를 한다. 1988년생이 2010년에 입사했으니, 입사 당시 대략 그의 나이는 스물두 살 즈음이다. 이쯤 되면 힙합 역사상 엄친아 순위권에 오를 만하다.


하지만 모두가 선망하는 기업에 입사했을지라도 그것이 본인이 생각했던 삶이 아니라면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달라진다. 후디 앨런은 낮에는 회사 일을, 밤에는 래퍼로서 작업했다. 그래도 구글은 좋은 회사라 6시에 퇴근을 할 수 있었는데, 퇴근 직후부터 새벽에 잠들기 전까지 그는 곡을 만들고 공연 스케줄을 조정하는 등의 일을 했다. 그래서 후디 앨런은 그 당시를 ‘두 개의 전업을 가지고 있던 시기’라고 이야기한다. 스티븐 마르코비츠와 후디 앨런을 동시에 살았다.


어느 한쪽도 그에게는 허투루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구글 애드워즈와 관련된 업무는 그것대로 충실해야 했고, 음악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열심히 했다. 그 증거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발표한 총 네 장의 믹스테입이다. 네 장의 믹스테입을 발표하면서 그는 조금씩 인지도를 쌓았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기 어필을 시도했는데, 덕분에 높은 조회 수와 두터운 팬층을 만들 수 있었다. 두 가지 직업을 동시에 하면서 그는 몇 차례의 공연을 매진시켰고, 공연장의 규모도 조금씩 커졌다. 믹스테입은 몇십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뮤직비디오는 조회 수가 2백만을 돌파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음악 활동에 확신이 생겼고, 결국 구글을 퇴사한다.

 

 

 

 

우디 앨런보다 신선해진 이름, 후디 앨런


후디 앨런이 일찍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남다른 음악적 색채 때문이다. 그는 마리나 앤 더 다이아몬즈(Marina and the Diamonds), 투 도어 시네마 클럽(Two Door Cinema Club), 데스 캡 포 큐티(Death Cab For Cutie) 등 인디 씬의 힙한 밴드 음악을 샘플링했고, 잠깐 등장했던 힙스터 합(Hispter Hop)이라는 단어에 해당하는 주인공이기도 했다. 기존의 힙합/알앤비가 가진 끈적하고 진한 느낌에서 벗어나 후디 앨런은 신선하고 산뜻한 음악을 선보였으며, 가사 역시 마냥 어둡고 거칠기보다는 가볍고 밝은 내용을, 때로는 인생관 같은 진지한 주제를 담아냈다.


사실 이러한 음악이 기존의 힙합 음악 팬을 끌어오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다. 독특한 음악 세계는 인디 록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랩 음악이었고, 장르 문법을 충실히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환영의 대상이지만 기존 힙합 팬의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는지 후디 앨런은 팬들을 신경 썼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좀 더 결속력을 만들어 고정적 독자들을 만들어냈다.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굉장히 영리한 방식이다.


2012년 이후 후디 앨런은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다. 그의 음악은 어느 쪽의 취향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막상 접하면 팝 음악에 가까울 정도로 쉽게 다가온다. 후디 앨런은 치리 뱅(Chiddy Bang), 스키지 마스(Skizzy Mars),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 등 그와 함께 음악을 한 음악가들, 혹은 지금의 인디펜던트 래퍼들이 그렇듯 장르의 벽을 넘어서는가 하면 보다 새롭고 재미있는 걸 찾아 나서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해 만든 [Americoustic] 역시 큰 주목을 받았는데, 앨범은 아이튠즈 힙합/랩 앨범 차트 1위, 전체 앨범 차트 4위를 기록하기도 한다. 앨범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그의 음악은 신선하면서 어렵지 않다. 그만큼 균형을 잡는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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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를 정리한 최고의 작품이자 첫 번째 정규 앨범 [People Keep Talking]


이러한 균형의 정점은 지난해 10월 발표된 자신의 첫 정규 앨범, [People Keep Talking]에서 드러난다. 앨범은 오랜 시간 함께해 온 프로듀서 RJF, 패리쉬 워링턴(Parrish Warrington) 외에도 칸예 웨스트(Kanye West)부터 드렁큰 타이거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멋진 작업을 해온 일마인드(!llmind)가 두 곡을 맡았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후디 앨런은 이번 앨범에서 더욱 가사에 신경을 쓴 듯하다. “Movie”에서는 열 편에 가까운 영화와 드라마를 자신의 이야기에 녹여냈으며, “Act My Age”는 블링크 182(Blink 182), 굿 샬럿(Good Charlotte)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People Keep Talking”, “Numbers” 등에서는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의 태도, 인간 간의 관계에 관해서 얘기한다. 특히 “100 Percent of Something”에서 후디 앨런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앨범을 시작하며 여자친구, 주변 사람들, 그리고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 살아가는 과정, 주변의 시선 등을 나열한다. 더불어 이 앨범 전체를 통해 풀어놓는 ‘관계’에 관한 화두를 진지하게 던진다.


에드 시런(Ed Sheeran)과 함께 한 “All About It”은 후디 앨런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가장 멋진 트랙이자, 비슷한 듯 다른 위치에 있는 에드 시런과의 화학적 결합이 매력적인 곡이다. 랩과 노래의 경계, 혹은 인디펜던트 특유의 실험적 태도와 쉽게 접할 수 있는 접근성 사이에서의 균형이 적절하게 줄타기를 하는 싱글 곡은 가볍게 즐길 수도 있지만, 은근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그가 계속 주장하는 음악적 독립성, 그리고 그것을 위해 명예나 금전적 소득 등은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면 자신의 다짐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통통 튀는 랩, 특히 빠르게 가져가지만 전달에 충실한 특유의 랩 방법은 래퍼로서도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한다. 때로 그의 랩은 지나치게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는 백인 래퍼로서의 정체성과도 연관이 있는데, 단순히 피부색이 백인이어서가 아니라 후디 앨런은 흑인음악 특유의 색채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음악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앨범의 곡이 팝에 근접한 색채를 띄우더라도 그의 가사는 굉장히 현명하고 또 영리하다. 단순히 워드 플레이가 많고 진지한 가사를 담아서가 아니라,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많은 생각을 거쳤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배경을 굳이 숨기려고 하지도 않고, 자신의 삶과 사회적 영역 내에서의 모습을 담아낸다. 그래서 후디 앨런이 하는 음악은 힙합이지만 절대다수의 힙합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지금의 인디펜던트 포지션 역시 영리하다고 볼 수 있다.





튀는 음악과 재치 있는 가사로 새로운 것을 담다

 

후디 앨런의 음악은 쉽게 정의하기 어렵다. 누군가는 그를 두고 언더그라운드 힙합 음악가라고 하고, 얼터너티브 힙합 음악가라고 하기도 한다. 앞서 말했던 힙스터 합의 대표주자라고 하기도 하고, 백인 래퍼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에게 붙는 단어가 어찌 되었든, 그가 래퍼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지금의 흐름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 어떤 음악적 흐름이 시작되든 끝나든 흥망성쇠와 상관없이 자신의 색채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후디 앨런은 독보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 결과로 빌보드, 뉴욕 포스트 등의 매체에서는 그를 주목했고 앨범은 물론 [People Keep Talking] 월드 투어 티켓도 순조롭게 팔려나가고 있다. 그는 폴 아웃 보이(Fall Out Boy), 위즈 칼리파(Wiz Khalifa)와 함께 했던 북미 투어를 성공적으로 진행했으며 지금은 영국, 독일 일대에서 투어를 열고 있다. 앞으로도 유럽과 호주 일대에서 공연이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힙합 음악, 랩 음악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물론 음악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채나 분위기가 한순간에 깨지거나 바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음악의 등장은 기존의 힙합 음악 팬들과는 다른 쪽에서 리스너를 만들어가고, 그것이 결국 음악 시장 전체를 다양하게 만드는 기능을 보일 때도 있다. 자의적으로 ‘성공하겠다’, 혹은 ‘새로운 뭔가를 하겠다’는 소명의식 없이도 성공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후디 앨런 역시 그중 한 명이다. 아마 신선한 음악을 찾던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앨범으로 그간의 갈증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글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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