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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주: 딥플로우 등

Melo2015.04.20 11:46추천수 3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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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E (2015년 4월 3주)


윅엘이(WeekLE)는 힙합엘이(HiphopLE) 내에서 유일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내 관련 정기 콘텐츠다. 2년 차를 맞은 윅엘이는 이전보다 더 싱글, 앨범, 믹스테입, 믹스셋, 뮤직비디오, 프로젝트와 같은 '결과물'에 집중할 예정이다. 에디터들은 항상 자신들이 생각하는 좋은 것들을 소개하려 하고,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기에 윅엘이 작성에 매주 임하고 있다. 그렇기에 에디터들의 취향이 당신과 맞지 않아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이런 걸 좋게 들었구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한다. 윅엘이 2015년 4월 3주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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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플로우 - [양화]

한 남자가 낡은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선다. 빡빡머리가 잘 어울리는 그는 택시를 타고 양화대교를 건넌다. 종착지는 힙합의 성지인 홍대. 그는 그 속에서 래퍼 딥플로우(Deepflow)로 하루를 시작한다. 홍대는 그의 또 다른 고향이다. 다른 지역에서 느낄 수 없는 안도감이 그를 감싼다. 딥플로우는 이 바닥을 지켜온 큰형님들과 악수를 하고, 작두를 탄 듯 신명 나게 랩을 뱉어낸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다. 딥플로우는 피폐한 씬에 기름을 퍼붓고, 차트 순위에만 조건 반사하듯 침 흘리는 MC들을 풍자한다. 이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언더그라운드 래퍼의 자존심은 매 순간 묵직하다. 홍대에도 어느덧 밤이 찾아오고, 딥플로우는 남들보다 먼저 택시에 오른다. 아침에 넘어온 양화대교가 다시 그를 반긴다. 다리를 건너 영등포로 향하며 딥플로우는 ‘류상구’로 돌아온다. 류상구는 평범한 30대 남성이다. 가정 형편에 이리저리 이사를 다니고, 판에 박힌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우리네 청년이다. 집에 돌아온 류상구는 어느덧 많이 야위신 아버지의 손을 꼭 잡는다. 그는 평범한 아들이 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한다. 그런 아들에게 아버지는 말을 건네신다. ‘늘 꿈을 꾸고 지켜내라’. 그 말에 류상구는 묵묵히 다음 날을 준비한다. 양화대교 넘어 또 다른 가족이 반기는 내일 말이다. 1km에 달하는 찬란한 레드카펫과 영광의 무대가 그를 다시 맞이할 것이다. 그의 꿈은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된다. 래퍼 딥플로우와 인간 류상구의 교차점, 그 교집합 속에서 흘러나오는 진솔한 이야기, [양화]다. Bea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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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 ( http://HiphopLE.com ) (복사 시 출처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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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콘 - [I'm Not A Pigeon]


4년 만에 유대준이 아닌 데프콘(Defconn)으로 돌아온 그의 이번 EP 앨범은 솔직하게 말해서 그리 완성도가 높진 않다. 프로덕션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각종 신스 자체와 그 신스를 통한 운용은 2000년대 후반, 2010년대 초반쯤 트렌드에 멈춰있는 듯하다. 래퍼로서 데프콘의 강점이었던 하고자 하는 말 안에서 자연스럽게 꾸려낸 라임, 그 라임의 배치 역시 4년 전에 발표했던 [The Rage Theater]에 비해 많이 무뎌진 편이다. 이전에도 다소 많은 음절을 랩 안에 꾸겨 넣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이제는 랩이 박자에 엇나갈 정도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과는 별개로 데프콘 특유의 필터링 없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가사는 여전하다. 이러한 '거리낌 없음'은 지금의 힙합씬을 논할 때도("프랑캔슈타인 (Dirty Rap City)"), 심의 기준, 그리고 심의 기준과 힙합과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도("그냥 랩"), 여성을 향해 구애를 보낼 때도("우리집 갈래? (SLEEPWITYA)") 그의 기본적인 태도로 작용한다. 그간의 커리어를 생각해보면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그가 "우리집 갈래? (SLEEPWITYA)"에서만 순화된 표현으로 가사를 채웠다면 앨범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모순으로 인지되었을 것이다(오래전 그가 선보였던'떡랩'을 생각하면 아쉽긴 하다). 이러한 지점이 있기에 마지막 앨범을 발표했을 때의 폼만 유지했다면 앨범은 더 긍정적으로 다가올 수 있지 않았을까. - Melo







아날로그소년 x 뉴스타파 - "다시 4월, 아픈 세월"


국가와 사회 시스템이 우리를 당장 보호해 주지도, 또 앞으로 보호해줄 생각도 없다는 걸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대한민국 최대의 사건인 세월호 참사가 지난주 목요일, 어느새 1주기가 되었다. "다시 4월, 아픈 세월"은 아날로그소년과 인터넷 독립언론인 뉴스타파가 함께 준비한 새로운 랩뉴스 프로그램인 [설파(說破)]의 두 번째 시리즈로 1주기에 맞춰 그에 관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아날로그소년의 가사는 故 박수현 군 부모님의 인터뷰를 토대로 재구성되었는데, 그는 그 내용을 정갈하고 일목요연하게 랩 안에 담아내고 있다. 또한, 곡은 유가족, 혹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감정적으로 자극하는 데에만 치중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무엇이 문제고, 또 지금까지 무엇으로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1절과 2절을 비교해서 들어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1절에서 명확했던 소스들을 2절에서 이펙트로 뭉갬으로써 바다 아래로 침잠한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1년이 지났지만 "다시 4월, 아픈 세월"과 같은 곡으로 세월호 참사를 상기시킬 필요는 충분히 있다. 사건 자체를 제대로 해결하지도 못했음은 물론, 사회적 안전망으로 보호받지 못한 채로 경쟁에 내몰린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일은 어쩌면 특별한 사건이 아닌 나에게도 언젠가 들이닥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기에 그렇다. 우리 모두 연대할 수 있다면 연대하고, 각자 버텨낼 수 있다면 버텨내자. 우리에게 선택지는 슬프게도 그 두 개뿐이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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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누션 (Feat. 장한나) - "한번 더 말해줘"

 

체력 관리가 중요한 건지, 새로운 걸 계속 접하고 재미있어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1997년에 데뷔했다는 사실도, 11년간 공백이 있었다는 사실도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장한나 또한 잘 어울렸다. <무한도전 -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로 시작된, 최근 90년대 가수들이 다시 나오고 활동하는 연장선에 있으며, 다분히 노림수 가득한 트랙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지누션이 재결합하게 된 계기에 <무한도전 -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빠질 수 있을까 싶다. 가장 좋았던 건 지누션의 정체성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너무 최신의 것도, 너무 구식의 것도 아닌 최신과 구식을 아우를 수 있는 곡을 들고 편하게 나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프랙탈(Fraktal)의 손길이 느껴지는 듯하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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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피 - "Oneday"


4년 전 발표됐던 싱글 "In Blue"를 생각하면 우피(Woopy)는 그 무엇도 쉽게 기대하기 어려웠던 래퍼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신곡 "Oneday"는 전작들과 어딘가 조금 다르다. 아트워크에선 VMC의 아트워크 디자이너인 로우 디가(Row Digga)와, 프로덕션에선 애드밸류어(Addvaluer)의 그레이(Graye)와 협업하며 작품에 힘을 준 만큼 우피 자신도 어색함없이 트랙을 온전히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톤과 가사를 섹시한 보이스 샘플이 연속해서 울려 퍼지는 비트 위에 흡착시키며 원나잇스탠드가 일어나는 일련의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은밀하게 표현해낸다. 또한, 단순히 섹스송이라고만 하기에는 그 표현의 수위가 남다르고, 마치 그 모든 상황을 눈앞에 옮겨다 놓은 것만 같아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당장 이번 주말, 홍대 매드홀릭(Madholic), 브랜뉴클럽(Brand Nu Club)에만 가도 수두룩하게 있을 것만 같은 캐릭터와 상황이 곡 전체의 이야기를 이끌고 있어서 괜스레 더욱 흥미로운 곡이었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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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 - [SHE'S READY NOW]

 

영국에서 개인전을 열고 일본에서 앨범을 낸 바 있는, 곤충스님윤키와 곤충소년윤키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김윤기가 5년 만에 발표한 여덟 번째 정규 앨범이다. [관광수월래]가 가지고 있던 혁신적인 실험과 균형은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유효할뿐더러, 아직도 김윤기는 ‘날것’과 ‘최신의 것’ 사이에서 유연하게 춤추고 있다. 자신의 말에 따르면 ‘얼터너티브 랩’이라 불리는 웅얼거림은 어딘가 신경 쓰이지만 그래서 잘 들어보게 된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는 이제 앨범 전체를 통해 상당히 안정된 퍼포먼스를 구사한다는 것, 그 사이에 다양한 이야기와 구조를 담아낸다는 점이다. 제목, 음악에 담긴 소스, 얼터너티브 랩 등 이래저래 찬찬히 살펴볼 것이 많아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는 앨범이다. - Bluc

 






맥시퍼브제이 - [WorkRoom]

 

광주의 레이블 NOP 소속의 맥시퍼브제이(Maxipub.J)는 그간 물소라는 래퍼와 함께 듀오로 활동했으며, [Workroom]은 개인으로서는 처음 발표하는 믹스테입이다. 맥시퍼브제이는 이번 믹스테입을 통해 기존에 선보였던 랩보다 훨씬 풍성한 내용과 플로우로 구성된 랩을 가지고 왔다. 또한, 감성의 결은 물론, 랩을 하는 방법론에서, 또 담아내야 하는 사고에서도 나름의 방향을 두고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화려하거나 멋지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신 나름의 장점과 차별화된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들었을 때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Bluc







베일오브이그노런스 - "IGNORVNCE Is Bliss"


베일오브이그노런스(VEILofIGNORVNCE)는 일랍(Illap)의 프로듀서, 돌이(Dol)와 부산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는 건봉(Gunbong) 크루의 DJ 김프로(DJ Kimpro)가 멤버로 있는 그룹이다. 베일오브이그노런스에서 두 멤버는 프로듀싱을 통해 각자의 팀과 크루에서 활동하는 동안 선보였던 작품과는 다른 스타일을 구사한다. 이러한 점은 특히, DJ 김프로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주로 70~80년대 한국 음악과 힙합, 훵크, 댄스홀 등을 플레이하는 DJ다. 그룹 결성 이전에 프로듀서로서의 모습은 선보인 바 없었다. 이에 반해 베일오브이그노런스에서는 전자 음악을 기반으로 한다. 이들의 음악은 미니멀하고 단순한 구조를 띄며, 비교적 보편적인 드럼 배치로 리듬 파트를 채우지만, 그렇다고 마냥 단조롭기만 하진 않다. 악기 구성에서 개성이 엿보이고, 이로 인해 독특한 바이브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개된 “IGNORVNCE Is Bliss”의 뮤직비디오에는 베일오브이그노런스의 이러한 음악적 특성이 잘 드러나 있다. 이렇듯 베일오브이그노런스는 추상적이지만, 잘 짜인 음악을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팀이다. - HRBL



글│Beasel, Melo, Bluc, HRBL

이미지│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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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4.20 22:59
    딥플로우 형님.... 여전히 멋있으십니다 !
  • 4.21 06:59
    맥시퍼프제이라는 분 보이스도 좋고 잘하시네요
  • 4.26 11:49
    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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