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E (2015년 4월 1주)
윅엘이(WeekLE)는 힙합엘이(HiphopLE) 내에서 유일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내 관련 정기 콘텐츠다. 2년 차를 맞은 윅엘이는 이전보다 더 싱글, 앨범, 믹스테입, 믹스셋, 뮤직비디오, 프로젝트와 같은 '결과물'에 집중할 예정이다. 에디터들은 항상 자신들이 생각하는 좋은 것들을 소개하려 하고,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기에 윅엘이 작성에 매주 임하고 있다. 그렇기에 에디터들의 취향이 당신과 맞지 않아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이런 걸 좋게 들었구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한다. 윅엘이 2015년 4월 1주차다.
박재범 - "ON IT"
최근 박재범(Jay Park)은 자신의 다채로운 음악적 욕구를 앨범을 비롯한 각종 공개곡을 통해 자유롭게 한껏 드러내고 있다. 중요한 건 그가 현재 무엇이든 간에 어떤 뚜렷한 의도보다는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며 잘 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한국어 랩이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그조차도 과거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우며, 나름 자신만의 표현법도 갖춰가고 있다. 최근 들어 그가 공개했던 자힐 비츠(Jahill Beats)와 호흡을 맞춘 "Lotto", 피아노, 드럼, 베이스만을 강조하며 미니멀하면서도 힘 있는 진행이 돋보이는 "All I Got Time For"에 이은 또 다른 공개곡 "ON IT"은 그런 박재범의 바운더리가 붐뱁에까지 닿아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그는 세 벌스에 걸쳐 자신의 서사를 곁들여서 힙합 본연의 감성 중 하나인 터프함을 드러내고 있다. 변화무쌍하게 춤추며 지루함을 없애는 플로우도 돋보인다. 모든 요소가 작위적인 부분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서 더욱 감상하기 수월했다. - Melo
아이언
- "Blu"
<쇼미더머니 3>에서 발표한 싱글 두 개를 제외한다면, 이번에 발표한 "Blu"는 아이언(Iron)의 첫 번째 공식 싱글이다. 곡의 프로덕션에는, 개리의 "XX몰라"에서 프로덕션을 합작했던 시모(Simo)와 기즈모(Gizmo)는 물론, 아이언이 속해있는 크루 대남협의 프로듀서 슈프림 보이(Supreme Boi)가 참여했다. 곡의 도입부에는 LP 레코드 잡음과 피아노 연주 루프가 등장한다. 여기서 잡음 소리가 상당히 크게 삽입됐다는 느낌이 대번에 드는데, 이는 아름다움과 과거를 각각 의미하는 듯한 피아노 연주와 잡음을 통해 곡의 테마인 변해버린 모습과의 대비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짐작된다. 피아노 루프가 네 번 반복된 뒤에는, 묵직한 베이스 드럼과 서브 베이스를 강조한 밴드 사운드가 등장한다. 대단히 급격한 전환인데, 이 곡에서 전환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나타난다. 다만 이후의 전환은 프로덕션이 아닌 아이언의 보컬에서 이뤄진다. 각 벌스의 전반부에서 아이언은 '나쁜 남자' 컨셉으로 시크하고 냉정한 태도를 보이지만, 결국에는 울부짖는 톤으로 옮겨간다. 그러나 새로운 벌스에 돌입할 때면 언제 그랬었냐는 식으로 다시 차가운 이미지를 내세운다. 이런 식으로 톤의 변화를 통해 극명한 대비를 주는 방식은 <쇼미더머니 3> 때 그의 필승 전략이었고, 이번에도 거의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과거의 전략을 답습한 탓에 이번 곡이 주는 강렬함은 "독기" 때 느껴졌던 신선한 충격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록 밴드 사운드를 차용한 부분에선 새로운 사운드나 스타일을 가져옴으로써 참신함을 만들어내려는 아이언의 실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신선함과 고유의 스타일을 적절히 버무렸다. - greenplaty
스캐리피 x 카노 - [Wonka World]
웜홀즈(Worm Holez) 크루의 프로듀서 스캐리피(Scary'P)와 래퍼 카노(Caknow)가 EP 앨범 [Wonka World]를 무료 공개했다. [Wonka World]라는 제목은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등장하는 초콜릿 공장의 공장주 윌리 웡카(Willy Wonka)에서 따왔다. 이번 앨범에선 무엇보다도 스캐리피의 다채로운 프로덕션이 가장 먼저 체감된다. "Mr.채플린"이란 곡의 제목에선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이, 뮤트를 장착한 트럼펫 소리에선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이 연상되는데, 동시대를 풍미했던 이 두 스타의 이미지를 통해 익살스러운 사운드를 구현해낸다. 스캐리피는 빅밴드 브라스("죽은 시인의 명예"), 보컬 샘플("혼란"), 앰비언트("Sleep Down") 사운드 등을 활용해 각각의 곡에 개성을 불어넣는다. 여기에 카노는 그에 맞는 창법으로 발을 맞춘다. 랩을 하기도,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데, 대개는 그 경계선이 모호한 발성으로 비트에 최적화된 보컬을 얹는다. 하지만 카노가 선보이는 랩 가사의 구성이나 내용물은 그의 유쾌하고 개성 있는 톤과 플로우의 수준에는 못 미친다. 그 가사는 특별히 중요하거나 난해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직관적인 이해가 어렵다. 그런 탓에 청자의 공감을 얻어내긴 어려워 보인다. 다채로운 프로덕션과 개성 있는 목소리로 완성한 최종적인 소리는 만족스럽지만, 랩 가사의 내용물이 약간 아쉽다. - greenplaty
제이비토 - "Life"
제이비토(Jayvito)는 주로 재지한 비트 위에서 목소리를 낸 래퍼였다. 그가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무료 공개한 “Life”는 변화한 스타일이 눈에 띄는 트랙이다. 파리와 토론토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프로듀서 스투(Stwo)의 트랙, “Quiet Life”를 재가공한 “Life”의 프로덕션은 원곡과 비교해 큰 변화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인스트루멘탈 트랙이었던 원곡에 제이비토의 랩을 얹을 수 있도록 변형한 정도다. 하지만 그간 제이비토의 결과물 대부분이 말랑말랑한 트랙이었음을 생각한다면, 몽환적인 분위기의 “Life”는 큰 변화로 다가온다. 랩 또한 마찬가지다. 프로덕션의 분위기와 어울리게 소리를 낸다. 발음을 흘리고, 최대한 늘어지게 박자를 타서 몽롱함을 더한다. 비록 랩 테크닉과 같은 세부적인 면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구성 요소 간의 하모니가 괜찮다. 특정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강점을 가진 제이비토이기에 “Life”에서 아쉬웠던 디테일을 보완한다면 더욱 긍정적인 결과물이 탄생하지 않을까 한다. - HRBL
글│ Beasel, Melo, greenplaty, HR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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